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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소원은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내가 하라는 거 전부 할 수는 있고?”

그녀는 화장기 하나도 없는 얼굴이었지만 웃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육경한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생각해볼 수는 있어.”

사실 그녀의 말대로 결혼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녀가 그의 아이를 낳아준다고 약속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오만하고 모순적인 성격이었다. 속으로 생각한 것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았고 그저 겉으로만 타협했다.

어쩌면 소원이 마음 약해지게 하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그는 바로 단단한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속마음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그럼 난 네가 죽어줬으면 좋겠는데, 해줄 수 있어?”

“죽을 수 있냐고.”

소원은 두 번이나 연달아 물었다. 표정이 진지한 것을 보아 장난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육경한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다시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

“그 정도로 내가 싫은 거야?”

“응.”

소원은 위통에 더는 버틸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힘겹게 말을 하고 있었었다. 그녀는 육경한이 얼른 할 말을 끝내고 떠나주길 바랐다.

“죽으러 갈 때 반드시 진아연 데리고 죽어. 그러면 너희 둘은 죽어서도 부부가 될 수 있잖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육경한은 그녀의 앞에 몸을 굽혀 앉아 갸름한 턱을 잡으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

“소원아, 대체 누가 너한테 그런 용기를 준 거지? 감히 내 앞에 그런 악랄한 말을 해?!”

‘악랄하다고?'

그의 말을 들은 소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찬성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해치려고 했고 나중에 별장에 그녀를 가둬 폭행했다. 이 일은 분명 진아연과 연관이 있었다.

진아연이 이렇듯 악랄한 것은 누구를 믿고 그런 것이겠는가?

그녀는 그저 두 사람이 죽길 바란다고 말했을 뿐인데 악랄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니.

그러나 그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악랄하든 잔인하든 상관없었다.

그간 육경한이 그녀에게 만들어 준 죄명이 많지 않은가? 그녀는 정말로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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