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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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유선우는 30분 정도 곁에 있다가 내선을 걸어 아주머니를 불러왔다.아주머니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이안이와 이준이가 잠든 것을 보고 인기척을 최대한 적게 내면서 물었다.“잠들었어요?”아이들을 보는 유선우의 눈동자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좀 지나서 그는 작게 말했다.“여기서 애들 좀 돌봐주세요.”눈치가 빠른 아주머니가 말했다.“주인님, 여기는 저한테 맡기시고 일 보러 가세요.”유선우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안방을 나왔는데 조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접대실에서 그녀를 찾았다.그녀는 통으로 된 유리창에 기대 전화를 하고 있었다.오후의 햇살은 투명한 유리창에 통과해 조은서의 몸에 비쳐서 그녀의 피부는 더 백옥같이 매끈했고 편안한 표정으로 상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선우는 그때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떠날 때도 이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과 얘기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그때는 박연준이었고 지금은 임도영으로 바뀌었다...사실 조은서는 지금 허민우와 통화하고 있었는데 통화 내용도 유선우의 상태에 관한 얘기였다. 얘기가 거의 끝날 무렵 그는 곁눈질로 유선우를 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아주 복잡해 보였다.조은서는 작게 웃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몇 마디 더 하고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흔들면서 말했다.“도영 씨 전화에요.”유선우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오면서 시선은 테이블 위의 컵에 머물렀다. 컵은 조은서가 썼던 것이고 커피는 절반 정도 마셨지만, 그녀는 더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유선우는 커피잔을 들어 살살 어루만지면서 읊조렸다.“내 앞에서 둘이 다정한 모습 보여줄 필요 없잖아.”“방금 그런 모습이었어요?”조은서는 유리창에 기대고 있었는데 햇살이 그녀의 등을 비추면서 속살이 보일락 말락 하였고 그 곡선은 아주 매혹적이었는데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저는 당신이 장 선생이랑 함께 얼굴을 맞대고 사는 게... 둘 사이를 과시하는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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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유선우는 곁에서 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예전에 자신한테 2,000만을 달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하던 아내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조은서를 갯실새삼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아름답고 위험한 장미였다...적색의 노을은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은색 롤스로이스의 환영은 천천히 별장을 나섰고 유선우의 마음도 텅텅 비었다... 그녀는 결국 떠났다.그는 다음 만남을 기대하기 시작했다....20분 후, 조은서는 한 독채 별장에 차를 몰고 들어섰다. 하와이에서 돌아와서 그녀는 별장에 거주하기로 했다... 집안에는 아주머니를 여러 명 고용하여 별장에 사는 게 더 널찍했다. 그리고 여기는 유선우와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그녀가 주차를 다 했을 때, 하늘은 이미 노을을 거두고 밤이 어둑해졌다.조은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인형을 안고 있던 이안이 갑자기 말했다.“아빠가 설리를 저한테 준다고 하셔서 저는 원래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빠 혼자 사는데 설리가 아빠 곁에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조은서는 이안이한테 뽀뽀를 해줬다. 이안이는 기운을 차리고 조은서를 따라가면서 물었다.“엄마, 우리 언제 또 아빠 보러 가요?”조은서는 다정하게 대답했다.“이안이가 아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도 돼.”이안이는 기분이 좋아졌다.심정희가 현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안이는 기쁘게 할머니를 부르면서 심정희의 품 안에 안겼고 심정희는 예쁜 손녀를 쓰다듬어주고는 유선우의 상황을 물었다. 이안이는 숨김없이 다 말하고는 이렇게 얘기했다.“저는 커서 의사가 될래요! 제가 의사가 되면 아빠한테 주사도 놔드리고 약도 드릴 거예요. 그럼 아빠가 다 나을 거예요.”어린아이가 속없이 하는 말에 심정희는 마음이 심란해졌지만 아이 앞이라 그 마음을 숨겼다.밤이 되어 두 아이가 다 잠이 든 후, 심정희는 조은서를 불러 얘기했다.“지금은 그저 선우의 몸이 얼른 나았으면 해. 아니면 이안이가 커서... 무조건 자책할 거야.”조은서는 그녀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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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이렇게 카톡을 주고받으면서...조은서는 잠이 들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핸드폰에는 읽지 않은 카톡이 열몇 개가 와있었는데 모두 유선우가 보낸 것이었다.밤이 깊어서 그녀는 그저 조용히 보고만 있었을 뿐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고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아들딸을 보살폈다.그녀는 유선우와 함께 살고 있지 않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먼 듯 가까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게 그들에게는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모든 슬픔과 기쁨들을 하나둘씩 맞춰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자주 연락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책임감이 있는 전 부부처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 문제에 관해 토론했다...6살인 이안이는 곧 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조은서가 말했다.“선우 씨가 B시에서 인맥이 넓으니 이안이 학교에 관한 일은 당신이 처리해 줘요.”유선우는 그 말에 동의하고 딸에게 학교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많은 얘기를 했는데 가끔 조은서가 전화를 걸 때는 장서희가 받았다. 그녀는 한 번도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많이 묻지도 않았다... 유선우를 아주 존중해줬다.아이들이 다시 유선우의 집으로 갈 때는 아주머니가 데려다줄 때도 있고 조은서가 데려다줄 때도 있었다. 조은서는 2층에 올라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고용인은 물세나 전기세 지출을 그녀에게 처리해달라고 했다. 이런 일들을 예전에는 진 비서가 했었는데 조은서는 흔쾌히 그녀를 도와서 시간이 날 때면 처리해 주었다.그녀는 별장의 구석구석을 잘 챙겼는데 유선우와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고 사적인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밤에 비가 내리면서 가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서재의 통유리창 앞에는 유선우가 조용히 앉아서 밖에서 내리는 바늘같이 가는 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래층의 시계는 천천히 종을 열 번 쳤다.그는 이 시간이면 조은서가 한가해졌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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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유선우의 눈에서 흘러나온 갈망은 장서희의 마음이 차갑게 식게 했다. 그녀는 별장에 온 지도 오래되었고 유선우와 매일 함께 보내고 있었으며 예전에 그는 재결합하려는 뜻을 조금이라도 내비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보러 하와이로 가지도 않았다.하지만 조은서가 돌아온 후로부터 모든 게 변했다.유선우는 자주 홀로 멍을 때렸고 근심과 걱정이 많아졌다. 이 모든 게 그 전 부인 때문이었다... 민감한 성격 덕분에 장서희는 조은서가 유선우에 대한 감정을 보아낼 수 있었다. 여자가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왜, 도대체 왜!두 사람은 분명 이혼했는데 조은서는 왜 다시 돌아와서 유선우의 결심을 뒤흔드는가 말이다.장서희는 조은서가 아주 못마땅했지만, 지금에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네, 조은서 씨도 가신다고 했어요.”그녀는 유선우 얼굴에 핀 환희를 보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방문을 나섰다. 유선우는 여전히 유리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불이 밝아서 유리에 그의 그림자가 비쳤다... 휠체어에 앉은 한 남자.그는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유선우, 너는 무엇을 더 기대하고 있는 거야?’...이튿날, 유선우는 장서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YS 병원으로 갔다. 2층에 도착하자 멀리 조은서와 허민우가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유선우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갔고 그 소리는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뒤를 돌아본 조은서의 시선은 유선우와 그 뒤에 있는 장서희에게로 머물렀다. 대략 10초 후,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허민우에게 말했다.“민우 오빠,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저녁 7시에 식사해요.”얘기를 들은 허민우는 조금 놀랐지만 바로 알아채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유선우의 얼굴색만 조금 어두워졌다.신체검사를 할 때 그는 쭉 조은서와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해도, 며칠 동안이나 그녀를 보지 못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도 말을 하지 않았다...검사결과는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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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허민우는 밖을 살피다가 문을 닫았다.그는 다가가지 않고 문 앞에 서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둘이 아직도 난리야?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그는 말하고 웃음을 띠었다.그도 예전에는 조은서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언제 포기했냐면 자신이 유선우의 삼촌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가 아니고 유선우가 그 수술대에 누웠을 때부터 그는 두 사람이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은서에게 잘해주었다.그는 그녀가 마음고생하는 것을 알고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 앉으며 진지하게 물었다.“나랑 얘기 좀 할래?”조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어린 애도 아닌데 이 정도 감정은 저 혼자서 풀 수 있어요... 민우 오빠, 저는 힘들다고 생각 안 해요, 정말요.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게 저는 좋아요.”허민우는 함께 웃었다.그들은 또 연구실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조은서가 자리를 떴다. 그녀가 차에 앉았을 때 유선우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이안이와 이준이를 데려가서 하루 놀아주겠다고 했다.유선우는 목소리가 살짝 쉬어있었다.“저녁 9시 전에 와서 데리고 가.”남자의 어두운 속셈을 조은서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그녀는 가죽시트 위에 앉아서 일부러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열 시로 하죠. 열 시 전에 데리러 갈게요... 선우 씨, 당신도 알다시피 두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그 식사 꼭 해야 해?”유선우는 화가 난 듯 바로 전화를 끊었다.조은서는 화를 내지 않고 휴대폰을 놓고는 긴 손가락으로 살짝 뜨거워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그 행동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허민우한테 한 얘기처럼 같은 도시에서 살고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고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지금이... 사실 충분히 좋은 상태였다.조은서는 허민우와 식사 약속을 잡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THEONE이 B시에 있는 사무소 건물로 갔다. 모두 12층으로 된 건물인데 모두 THE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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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그녀의 말에는 마디마다 가시가 달려있었다.항상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박연준도 자극을 받았는지 결국 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입밖에 내뱉고 말았다.“내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잖아!”공기 중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박연준도 몇 초 동안은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었으나 성실하고 훌륭한 변호사의 신분으로서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아예 끝을 내자는 심산이었다.하여 그는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너 아직도 유선우 지키고 있는 거야? 왜 나는 봐주지 않는 건데?”하지만 조은서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전 영원히 당신을 좋아할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조씨 가문을 몰락으로 이끌었는지 평생 기억할 텐데 지금 당신과 사귀라고? 박 변호사님, 제정신이세요?”...박연준은 어떻게든 그녀를 잡아보려 조은서의 손을 잡았지만, 조은서는 화들짝 놀라더니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박연준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조은서를 끌어당겼고 두 사람 사이는 어느새 조금의 틈도 없이 가까워졌다. 그는 마치 모든 이성을 잃은 것처럼 조은서의 다리를 바라보며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멀쩡해! 넌 날 원망하는 거지? 네 오빠도 날 원망하거든. 근데 걔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내 여동생 박연희를 꼬셔서 하와이에서 혼인신고까지 했더라?”조은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자신의 오빠가 박연준의 동생과 결혼한다고...오빠가 왜?박연준은 이를 악물며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당연히 보복 때문이겠지. 그래. 내가 조씨 가문을 무너뜨린 건 사실이야. 하지만 조씨 가문은 우리 남매한테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긴 해? 그리고 일은 내가 저질렀는데 왜 내 동생까지 끌어들이냐고. 걘 이제 22살이야. 심지어 조은혁과 띠동갑이라고. 대체 조은혁의 뭐가 좋아서 넘어갔냐고.”“그래.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다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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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조은서는 시선을 돌리더니 조금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괜찮아요.”이윽고 잠깐 멈칫하고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아주머니한테 아이들 안고 내려오시라고 전해주세요.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그러나 유선우는 움직이지 않았다.은은한 달빛 아래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그녀의 사소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속아주려는 마음조차 없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울었어?”“아니요.”결국, 조은서는 유선우의 노골적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그냥 제가 불러올게요.”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조은서의 가녀린 팔목을 잡은 유선우는 달빛 아래에 비친 조은서의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옷과 아직 손목에 남아있는 옅은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약간 고집을 부리더니 유선우는 조심스럽게 조은서를 품에 끌어당겼다.조은서의 몸이 흠칫 떨려났다.하여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여린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더욱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까지 떨고 있는 건 바람을 피우던 그 자극 때문인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을 벗어나 일어나고 싶었지만, 유선우는 또다시 그녀의 허리를 짓눌렀다.결국, 조은서는 짙은 콧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유선우 씨, 저희 아직 밖에 있어요. 만약 고용인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그 예쁜 간병인은요? 화날까 두렵지는 않으세요?”그러자 유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오히려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은서를 타일렀다.“또 볼멘소리한다.”바깥에서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이니 그 역시 조은서를 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고 싶지 않고 놓아주기 아쉬웠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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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사실 유선우는 항상 신경 쓰였다.소유욕이 없는 남성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유선우같이 소유욕이 가득한 사람은 더욱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한편, 조은서는 멀어져가는 유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꺼풀을 늘어뜨렸다...조은서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오늘 밤 유선우는 충분히 넘어올 수 있었다. 생리적 수요가 많은 데다 몇 년 동안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았으니 조금의 유혹에도 이성을 잃을 수 있었지만, 조은서는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관계를 맺을 기분도 아니었다.조은서는 아직도 박연준의 말을 되새기며 오빠가 정말 박연희와 결혼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일들이 겹겹이 쌓이며 조은서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조은서는 계속하여 유선우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도리어 한 아주머니가 다급히 달려 내려오더니 긴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사모님, 이안이 아가씨께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잠꼬대를 하고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더러 올라와 보시라고 하십니다.”“언제 일입니까?”조은서는 아주머니에게 경과를 물으며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다가갔다.아주머니는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조은서의 뒤를 따르며 답했다.“오후까지는 잘 놀았는데 잠들기 전에 조금 짜증을 내서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달래주었어요.”순간 조은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바로 그때,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장서희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녀의 손에는 약 접시도 하나 들려 있었다.그러자 조은서는 장서희를 불러 세우고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장 의사님, 지금부터 제 허락 없이는 2층에 올라오지 마세요. 그리고 이안이와 이준이에게는 더더욱 다가가지 마시고요.”장서희는 아름다운 눈망울에 어렴풋이 웃음기를 띄우며 물었다.“은서 씨, 당신이 무슨 근거로 저에게 지시를 내리는 거죠?”장서희의 도발에도 조은서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한참 뒤 계단 위층에서부터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 씨의 전처로서,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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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유선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조은서도 유선우의 대답을 기다릴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은 등불 아래에서 서로 대치하며 심정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밤이 깊어지고 정원에서부터 승용차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정희가 빠른 걸음으로 2층의 침실에 도착했다.심정희가 온 것을 보고 조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어머니.”“아이는 내가 볼게.”심정희는 매우 침착하게 이안이를 건네받은 뒤 아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두드려주며 얼굴로 아이의 체온을 체크해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이안이에게 말을 건넸다...이안이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듯 괴로워 보였다.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울음을 터뜨리며 할머니를 찾더니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장 아줌마가 나한테 아빠와 엄마는 사이가 나쁘다고 말했어요. 아빠가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둬놓고 아빠는 엄마를 싫어한다고, 새 아내를 찾고 싶어 한다고 말했어요...”이안이의 말을 들은 심정희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졌다.이안이도 안타까웠지만, 심정희는 조은서가 가장 마음 아팠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 났지만, 심정희는 얼굴을 다시 이안이의 작은 얼굴에 맞대고는 부드럽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주었다.“이안아, 그건 진짜가 아니라 모두 환각일 뿐이야. 이안이의 꿈이 만들어낸 가상일 뿐이란다.”심정희는 계속하여 이안이에게 말을 반복하며 아이의 맥을 조심스럽게 짚어주었다. 그러자 이안이도 점점 조용해지더니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리고 이안이의 곁에는 심정희가 계속하여 함께 해주었다.오늘 밤은 유선우의 별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조은서는 유선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아이를 잠깐 보고 먼저 방을 나가... 작은 접대실에서 유선우를 기다렸다.약 5분이 지나고 유선우도 휠체어를 밀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고용인이 향명을 우려와 그들의 앞에 놓아주었다.은은하고 향긋한 차의 향기가 접대실을 가득 채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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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조은서는 유선우를 용서해 주었지만, 유선우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늦은 밤, 1층에 내려온 유선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장서희를 바라보았다.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했으니 괜히 마음이 불편했던 장서희는 유선우를 보자마자 고자질을 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아가씨께서는 선을 넘은 거예요. 별장 안에 일은 아가씨가 관여할 게 아니에요.”“그럼 누가 관여해야 하는 건데?”눈앞의 아름다운 여의사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조은서가 떠나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 데려왔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여의사와 감정을 나눈 적이 없었고 그녀에게 그 어떤 암시도 한 적이 없었다.유선우의 날카로운 말에 장서희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자 유선우는 단도직입적으로 곧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장서희의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 말은 즉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그리고...”유선우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틀 뒤 당장 B시를 떠나. 요행을 바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사람을 붙여 짐을 싸 너를 서북쪽에 있는 도시로 보내버릴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그 사람들이 널 감시할 거야.”“네가 밥을 먹을 때에도 네 곁에 있을 것이고 네가 잠잘 때, 화장실에 갈 때도 그 사람들이 네 곁을 지킬 거야. 장 의사, 아마 이번 생에는 평생 잘못을 범하지 못할 것이고 말 한마디도 잘못할 수 없을 거야.”...장서희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윽고 정신을 차린 장서희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대표님, 전 20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말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니요. 조은서 씨 말만 듣고 이러는 건 너무 하잖아요...”하지만 유선우의 얼굴은 오히려 더욱 차가워졌다.“아이들의 복을 위해서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내 성격대로라면 진즉 네 다리를 부러뜨렸을 거야.”장서희는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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