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의 눈에서 흘러나온 갈망은 장서희의 마음이 차갑게 식게 했다. 그녀는 별장에 온 지도 오래되었고 유선우와 매일 함께 보내고 있었으며 예전에 그는 재결합하려는 뜻을 조금이라도 내비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보러 하와이로 가지도 않았다.하지만 조은서가 돌아온 후로부터 모든 게 변했다.유선우는 자주 홀로 멍을 때렸고 근심과 걱정이 많아졌다. 이 모든 게 그 전 부인 때문이었다... 민감한 성격 덕분에 장서희는 조은서가 유선우에 대한 감정을 보아낼 수 있었다. 여자가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왜, 도대체 왜!두 사람은 분명 이혼했는데 조은서는 왜 다시 돌아와서 유선우의 결심을 뒤흔드는가 말이다.장서희는 조은서가 아주 못마땅했지만, 지금에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네, 조은서 씨도 가신다고 했어요.”그녀는 유선우 얼굴에 핀 환희를 보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방문을 나섰다. 유선우는 여전히 유리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불이 밝아서 유리에 그의 그림자가 비쳤다... 휠체어에 앉은 한 남자.그는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유선우, 너는 무엇을 더 기대하고 있는 거야?’...이튿날, 유선우는 장서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YS 병원으로 갔다. 2층에 도착하자 멀리 조은서와 허민우가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유선우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갔고 그 소리는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뒤를 돌아본 조은서의 시선은 유선우와 그 뒤에 있는 장서희에게로 머물렀다. 대략 10초 후,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허민우에게 말했다.“민우 오빠,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저녁 7시에 식사해요.”얘기를 들은 허민우는 조금 놀랐지만 바로 알아채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유선우의 얼굴색만 조금 어두워졌다.신체검사를 할 때 그는 쭉 조은서와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해도, 며칠 동안이나 그녀를 보지 못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도 말을 하지 않았다...검사결과는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허민우는 밖을 살피다가 문을 닫았다.그는 다가가지 않고 문 앞에 서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둘이 아직도 난리야?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그는 말하고 웃음을 띠었다.그도 예전에는 조은서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언제 포기했냐면 자신이 유선우의 삼촌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가 아니고 유선우가 그 수술대에 누웠을 때부터 그는 두 사람이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은서에게 잘해주었다.그는 그녀가 마음고생하는 것을 알고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 앉으며 진지하게 물었다.“나랑 얘기 좀 할래?”조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어린 애도 아닌데 이 정도 감정은 저 혼자서 풀 수 있어요... 민우 오빠, 저는 힘들다고 생각 안 해요, 정말요.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게 저는 좋아요.”허민우는 함께 웃었다.그들은 또 연구실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조은서가 자리를 떴다. 그녀가 차에 앉았을 때 유선우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이안이와 이준이를 데려가서 하루 놀아주겠다고 했다.유선우는 목소리가 살짝 쉬어있었다.“저녁 9시 전에 와서 데리고 가.”남자의 어두운 속셈을 조은서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그녀는 가죽시트 위에 앉아서 일부러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열 시로 하죠. 열 시 전에 데리러 갈게요... 선우 씨, 당신도 알다시피 두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그 식사 꼭 해야 해?”유선우는 화가 난 듯 바로 전화를 끊었다.조은서는 화를 내지 않고 휴대폰을 놓고는 긴 손가락으로 살짝 뜨거워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그 행동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허민우한테 한 얘기처럼 같은 도시에서 살고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고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지금이... 사실 충분히 좋은 상태였다.조은서는 허민우와 식사 약속을 잡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THEONE이 B시에 있는 사무소 건물로 갔다. 모두 12층으로 된 건물인데 모두 THEONE
그녀의 말에는 마디마다 가시가 달려있었다.항상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박연준도 자극을 받았는지 결국 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입밖에 내뱉고 말았다.“내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잖아!”공기 중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박연준도 몇 초 동안은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었으나 성실하고 훌륭한 변호사의 신분으로서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아예 끝을 내자는 심산이었다.하여 그는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너 아직도 유선우 지키고 있는 거야? 왜 나는 봐주지 않는 건데?”하지만 조은서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전 영원히 당신을 좋아할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조씨 가문을 몰락으로 이끌었는지 평생 기억할 텐데 지금 당신과 사귀라고? 박 변호사님, 제정신이세요?”...박연준은 어떻게든 그녀를 잡아보려 조은서의 손을 잡았지만, 조은서는 화들짝 놀라더니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박연준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조은서를 끌어당겼고 두 사람 사이는 어느새 조금의 틈도 없이 가까워졌다. 그는 마치 모든 이성을 잃은 것처럼 조은서의 다리를 바라보며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멀쩡해! 넌 날 원망하는 거지? 네 오빠도 날 원망하거든. 근데 걔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내 여동생 박연희를 꼬셔서 하와이에서 혼인신고까지 했더라?”조은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자신의 오빠가 박연준의 동생과 결혼한다고...오빠가 왜?박연준은 이를 악물며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당연히 보복 때문이겠지. 그래. 내가 조씨 가문을 무너뜨린 건 사실이야. 하지만 조씨 가문은 우리 남매한테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긴 해? 그리고 일은 내가 저질렀는데 왜 내 동생까지 끌어들이냐고. 걘 이제 22살이야. 심지어 조은혁과 띠동갑이라고. 대체 조은혁의 뭐가 좋아서 넘어갔냐고.”“그래.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다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감옥에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조은서는 시선을 돌리더니 조금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괜찮아요.”이윽고 잠깐 멈칫하고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아주머니한테 아이들 안고 내려오시라고 전해주세요.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그러나 유선우는 움직이지 않았다.은은한 달빛 아래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그녀의 사소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속아주려는 마음조차 없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울었어?”“아니요.”결국, 조은서는 유선우의 노골적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그냥 제가 불러올게요.”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조은서의 가녀린 팔목을 잡은 유선우는 달빛 아래에 비친 조은서의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옷과 아직 손목에 남아있는 옅은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약간 고집을 부리더니 유선우는 조심스럽게 조은서를 품에 끌어당겼다.조은서의 몸이 흠칫 떨려났다.하여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여린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더욱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까지 떨고 있는 건 바람을 피우던 그 자극 때문인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을 벗어나 일어나고 싶었지만, 유선우는 또다시 그녀의 허리를 짓눌렀다.결국, 조은서는 짙은 콧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유선우 씨, 저희 아직 밖에 있어요. 만약 고용인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그 예쁜 간병인은요? 화날까 두렵지는 않으세요?”그러자 유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오히려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은서를 타일렀다.“또 볼멘소리한다.”바깥에서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이니 그 역시 조은서를 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고 싶지 않고 놓아주기 아쉬웠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 유선우는 항상 신경 쓰였다.소유욕이 없는 남성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유선우같이 소유욕이 가득한 사람은 더욱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한편, 조은서는 멀어져가는 유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꺼풀을 늘어뜨렸다...조은서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오늘 밤 유선우는 충분히 넘어올 수 있었다. 생리적 수요가 많은 데다 몇 년 동안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았으니 조금의 유혹에도 이성을 잃을 수 있었지만, 조은서는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관계를 맺을 기분도 아니었다.조은서는 아직도 박연준의 말을 되새기며 오빠가 정말 박연희와 결혼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일들이 겹겹이 쌓이며 조은서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조은서는 계속하여 유선우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도리어 한 아주머니가 다급히 달려 내려오더니 긴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사모님, 이안이 아가씨께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잠꼬대를 하고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더러 올라와 보시라고 하십니다.”“언제 일입니까?”조은서는 아주머니에게 경과를 물으며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다가갔다.아주머니는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조은서의 뒤를 따르며 답했다.“오후까지는 잘 놀았는데 잠들기 전에 조금 짜증을 내서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달래주었어요.”순간 조은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바로 그때,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장서희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녀의 손에는 약 접시도 하나 들려 있었다.그러자 조은서는 장서희를 불러 세우고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장 의사님, 지금부터 제 허락 없이는 2층에 올라오지 마세요. 그리고 이안이와 이준이에게는 더더욱 다가가지 마시고요.”장서희는 아름다운 눈망울에 어렴풋이 웃음기를 띄우며 물었다.“은서 씨, 당신이 무슨 근거로 저에게 지시를 내리는 거죠?”장서희의 도발에도 조은서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한참 뒤 계단 위층에서부터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 씨의 전처로서, 그리
유선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조은서도 유선우의 대답을 기다릴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은 등불 아래에서 서로 대치하며 심정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밤이 깊어지고 정원에서부터 승용차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정희가 빠른 걸음으로 2층의 침실에 도착했다.심정희가 온 것을 보고 조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어머니.”“아이는 내가 볼게.”심정희는 매우 침착하게 이안이를 건네받은 뒤 아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두드려주며 얼굴로 아이의 체온을 체크해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이안이에게 말을 건넸다...이안이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듯 괴로워 보였다.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울음을 터뜨리며 할머니를 찾더니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장 아줌마가 나한테 아빠와 엄마는 사이가 나쁘다고 말했어요. 아빠가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둬놓고 아빠는 엄마를 싫어한다고, 새 아내를 찾고 싶어 한다고 말했어요...”이안이의 말을 들은 심정희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졌다.이안이도 안타까웠지만, 심정희는 조은서가 가장 마음 아팠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 났지만, 심정희는 얼굴을 다시 이안이의 작은 얼굴에 맞대고는 부드럽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주었다.“이안아, 그건 진짜가 아니라 모두 환각일 뿐이야. 이안이의 꿈이 만들어낸 가상일 뿐이란다.”심정희는 계속하여 이안이에게 말을 반복하며 아이의 맥을 조심스럽게 짚어주었다. 그러자 이안이도 점점 조용해지더니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리고 이안이의 곁에는 심정희가 계속하여 함께 해주었다.오늘 밤은 유선우의 별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조은서는 유선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아이를 잠깐 보고 먼저 방을 나가... 작은 접대실에서 유선우를 기다렸다.약 5분이 지나고 유선우도 휠체어를 밀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고용인이 향명을 우려와 그들의 앞에 놓아주었다.은은하고 향긋한 차의 향기가 접대실을 가득 채웠
조은서는 유선우를 용서해 주었지만, 유선우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늦은 밤, 1층에 내려온 유선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장서희를 바라보았다.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했으니 괜히 마음이 불편했던 장서희는 유선우를 보자마자 고자질을 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아가씨께서는 선을 넘은 거예요. 별장 안에 일은 아가씨가 관여할 게 아니에요.”“그럼 누가 관여해야 하는 건데?”눈앞의 아름다운 여의사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조은서가 떠나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 데려왔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여의사와 감정을 나눈 적이 없었고 그녀에게 그 어떤 암시도 한 적이 없었다.유선우의 날카로운 말에 장서희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자 유선우는 단도직입적으로 곧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장서희의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 말은 즉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그리고...”유선우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틀 뒤 당장 B시를 떠나. 요행을 바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사람을 붙여 짐을 싸 너를 서북쪽에 있는 도시로 보내버릴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그 사람들이 널 감시할 거야.”“네가 밥을 먹을 때에도 네 곁에 있을 것이고 네가 잠잘 때, 화장실에 갈 때도 그 사람들이 네 곁을 지킬 거야. 장 의사, 아마 이번 생에는 평생 잘못을 범하지 못할 것이고 말 한마디도 잘못할 수 없을 거야.”...장서희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윽고 정신을 차린 장서희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대표님, 전 20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말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니요. 조은서 씨 말만 듣고 이러는 건 너무 하잖아요...”하지만 유선우의 얼굴은 오히려 더욱 차가워졌다.“아이들의 복을 위해서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내 성격대로라면 진즉 네 다리를 부러뜨렸을 거야.”장서희는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그녀
한참 후에야 조은서는 겨우 말 한마디를 쥐어짜 냈다.“오빠, 미쳤어요?”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말투로 조은혁과 말해본 적이 없었다.동생의 반응에 조은혁도 멈칫했다.지금 이 순간, 조은혁은 하와이의 한 고급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데 전체를 상아와 금으로 장식하여 사치스러움이 극에 달하는 별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조은혁이 아내를 숨겨놓은 곳이기도 하다.박연희, 박연준의 여동생.박연희는 20살 때 조은혁의 아내가 되었고 결혼 후 조은혁의 안배에 따라 이 별장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녀는 매일 고급 자가용을 타고 미대에 가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모든 사교활동을 버리고 다시 깊은 곳에 있는 별장에 돌아온다. 하여 1년이 지난 현재도 박연희는 친구 한 명 없이 마치 팔다리가 잘린 인형처럼 조은혁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조은혁은 심지어 박연희가 그 어떤 일도 배우지 못하도록 지시하였고 집안일은 더더욱 시키지 않았으며 부잣집 부인으로서의 일상 지식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박연희를 곁에 두고 그녀를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박연희는 원래도 단순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세상 물정에 어둡다.길들이기에 있어서 조은혁은 자신이 당시의 유선우보다 더 악독함을 느꼈지만,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은 박연준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박연준이 돌아와 이렇게 변해버린 여동생을 보면 많이 아파하지 않을까?크리스탈조명 아래, 조은혁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었다.짙은 회색 셔츠에 검정 정장 바지가 호리호리한 몸을 감싸고 잘생긴 이목구비는 언짢은 듯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하지만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조은서에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나 안 미쳤어. 은서야, 내 일은 신경 쓰지 마.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박연희가 조은혁의 손안에 있다.그렇다면 박연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조은혁은 박연준이 그들에게 했던 일들, 그리고 조씨 가문에게 했던 일들을 몇천 배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