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에는 마디마다 가시가 달려있었다.항상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박연준도 자극을 받았는지 결국 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입밖에 내뱉고 말았다.“내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잖아!”공기 중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박연준도 몇 초 동안은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었으나 성실하고 훌륭한 변호사의 신분으로서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아예 끝을 내자는 심산이었다.하여 그는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너 아직도 유선우 지키고 있는 거야? 왜 나는 봐주지 않는 건데?”하지만 조은서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전 영원히 당신을 좋아할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조씨 가문을 몰락으로 이끌었는지 평생 기억할 텐데 지금 당신과 사귀라고? 박 변호사님, 제정신이세요?”...박연준은 어떻게든 그녀를 잡아보려 조은서의 손을 잡았지만, 조은서는 화들짝 놀라더니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박연준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조은서를 끌어당겼고 두 사람 사이는 어느새 조금의 틈도 없이 가까워졌다. 그는 마치 모든 이성을 잃은 것처럼 조은서의 다리를 바라보며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멀쩡해! 넌 날 원망하는 거지? 네 오빠도 날 원망하거든. 근데 걔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내 여동생 박연희를 꼬셔서 하와이에서 혼인신고까지 했더라?”조은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자신의 오빠가 박연준의 동생과 결혼한다고...오빠가 왜?박연준은 이를 악물며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당연히 보복 때문이겠지. 그래. 내가 조씨 가문을 무너뜨린 건 사실이야. 하지만 조씨 가문은 우리 남매한테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긴 해? 그리고 일은 내가 저질렀는데 왜 내 동생까지 끌어들이냐고. 걘 이제 22살이야. 심지어 조은혁과 띠동갑이라고. 대체 조은혁의 뭐가 좋아서 넘어갔냐고.”“그래.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다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감옥에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조은서는 시선을 돌리더니 조금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괜찮아요.”이윽고 잠깐 멈칫하고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아주머니한테 아이들 안고 내려오시라고 전해주세요.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그러나 유선우는 움직이지 않았다.은은한 달빛 아래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그녀의 사소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속아주려는 마음조차 없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울었어?”“아니요.”결국, 조은서는 유선우의 노골적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그냥 제가 불러올게요.”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조은서의 가녀린 팔목을 잡은 유선우는 달빛 아래에 비친 조은서의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옷과 아직 손목에 남아있는 옅은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약간 고집을 부리더니 유선우는 조심스럽게 조은서를 품에 끌어당겼다.조은서의 몸이 흠칫 떨려났다.하여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여린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더욱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까지 떨고 있는 건 바람을 피우던 그 자극 때문인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을 벗어나 일어나고 싶었지만, 유선우는 또다시 그녀의 허리를 짓눌렀다.결국, 조은서는 짙은 콧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유선우 씨, 저희 아직 밖에 있어요. 만약 고용인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그 예쁜 간병인은요? 화날까 두렵지는 않으세요?”그러자 유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오히려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은서를 타일렀다.“또 볼멘소리한다.”바깥에서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이니 그 역시 조은서를 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고 싶지 않고 놓아주기 아쉬웠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 유선우는 항상 신경 쓰였다.소유욕이 없는 남성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유선우같이 소유욕이 가득한 사람은 더욱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한편, 조은서는 멀어져가는 유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꺼풀을 늘어뜨렸다...조은서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오늘 밤 유선우는 충분히 넘어올 수 있었다. 생리적 수요가 많은 데다 몇 년 동안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았으니 조금의 유혹에도 이성을 잃을 수 있었지만, 조은서는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관계를 맺을 기분도 아니었다.조은서는 아직도 박연준의 말을 되새기며 오빠가 정말 박연희와 결혼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일들이 겹겹이 쌓이며 조은서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조은서는 계속하여 유선우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도리어 한 아주머니가 다급히 달려 내려오더니 긴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사모님, 이안이 아가씨께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잠꼬대를 하고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더러 올라와 보시라고 하십니다.”“언제 일입니까?”조은서는 아주머니에게 경과를 물으며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다가갔다.아주머니는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조은서의 뒤를 따르며 답했다.“오후까지는 잘 놀았는데 잠들기 전에 조금 짜증을 내서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달래주었어요.”순간 조은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바로 그때,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장서희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녀의 손에는 약 접시도 하나 들려 있었다.그러자 조은서는 장서희를 불러 세우고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장 의사님, 지금부터 제 허락 없이는 2층에 올라오지 마세요. 그리고 이안이와 이준이에게는 더더욱 다가가지 마시고요.”장서희는 아름다운 눈망울에 어렴풋이 웃음기를 띄우며 물었다.“은서 씨, 당신이 무슨 근거로 저에게 지시를 내리는 거죠?”장서희의 도발에도 조은서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한참 뒤 계단 위층에서부터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선우 씨의 전처로서, 그리
유선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조은서도 유선우의 대답을 기다릴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은 등불 아래에서 서로 대치하며 심정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밤이 깊어지고 정원에서부터 승용차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정희가 빠른 걸음으로 2층의 침실에 도착했다.심정희가 온 것을 보고 조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어머니.”“아이는 내가 볼게.”심정희는 매우 침착하게 이안이를 건네받은 뒤 아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두드려주며 얼굴로 아이의 체온을 체크해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이안이에게 말을 건넸다...이안이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듯 괴로워 보였다.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울음을 터뜨리며 할머니를 찾더니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장 아줌마가 나한테 아빠와 엄마는 사이가 나쁘다고 말했어요. 아빠가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둬놓고 아빠는 엄마를 싫어한다고, 새 아내를 찾고 싶어 한다고 말했어요...”이안이의 말을 들은 심정희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졌다.이안이도 안타까웠지만, 심정희는 조은서가 가장 마음 아팠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파 났지만, 심정희는 얼굴을 다시 이안이의 작은 얼굴에 맞대고는 부드럽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주었다.“이안아, 그건 진짜가 아니라 모두 환각일 뿐이야. 이안이의 꿈이 만들어낸 가상일 뿐이란다.”심정희는 계속하여 이안이에게 말을 반복하며 아이의 맥을 조심스럽게 짚어주었다. 그러자 이안이도 점점 조용해지더니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리고 이안이의 곁에는 심정희가 계속하여 함께 해주었다.오늘 밤은 유선우의 별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조은서는 유선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아이를 잠깐 보고 먼저 방을 나가... 작은 접대실에서 유선우를 기다렸다.약 5분이 지나고 유선우도 휠체어를 밀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고용인이 향명을 우려와 그들의 앞에 놓아주었다.은은하고 향긋한 차의 향기가 접대실을 가득 채웠
조은서는 유선우를 용서해 주었지만, 유선우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늦은 밤, 1층에 내려온 유선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장서희를 바라보았다.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했으니 괜히 마음이 불편했던 장서희는 유선우를 보자마자 고자질을 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아가씨께서는 선을 넘은 거예요. 별장 안에 일은 아가씨가 관여할 게 아니에요.”“그럼 누가 관여해야 하는 건데?”눈앞의 아름다운 여의사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조은서가 떠나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 데려왔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여의사와 감정을 나눈 적이 없었고 그녀에게 그 어떤 암시도 한 적이 없었다.유선우의 날카로운 말에 장서희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자 유선우는 단도직입적으로 곧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장서희의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 말은 즉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그리고...”유선우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틀 뒤 당장 B시를 떠나. 요행을 바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사람을 붙여 짐을 싸 너를 서북쪽에 있는 도시로 보내버릴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그 사람들이 널 감시할 거야.”“네가 밥을 먹을 때에도 네 곁에 있을 것이고 네가 잠잘 때, 화장실에 갈 때도 그 사람들이 네 곁을 지킬 거야. 장 의사, 아마 이번 생에는 평생 잘못을 범하지 못할 것이고 말 한마디도 잘못할 수 없을 거야.”...장서희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윽고 정신을 차린 장서희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대표님, 전 20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말 한마디로 이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니요. 조은서 씨 말만 듣고 이러는 건 너무 하잖아요...”하지만 유선우의 얼굴은 오히려 더욱 차가워졌다.“아이들의 복을 위해서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내 성격대로라면 진즉 네 다리를 부러뜨렸을 거야.”장서희는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그녀
한참 후에야 조은서는 겨우 말 한마디를 쥐어짜 냈다.“오빠, 미쳤어요?”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말투로 조은혁과 말해본 적이 없었다.동생의 반응에 조은혁도 멈칫했다.지금 이 순간, 조은혁은 하와이의 한 고급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데 전체를 상아와 금으로 장식하여 사치스러움이 극에 달하는 별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조은혁이 아내를 숨겨놓은 곳이기도 하다.박연희, 박연준의 여동생.박연희는 20살 때 조은혁의 아내가 되었고 결혼 후 조은혁의 안배에 따라 이 별장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녀는 매일 고급 자가용을 타고 미대에 가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모든 사교활동을 버리고 다시 깊은 곳에 있는 별장에 돌아온다. 하여 1년이 지난 현재도 박연희는 친구 한 명 없이 마치 팔다리가 잘린 인형처럼 조은혁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조은혁은 심지어 박연희가 그 어떤 일도 배우지 못하도록 지시하였고 집안일은 더더욱 시키지 않았으며 부잣집 부인으로서의 일상 지식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박연희를 곁에 두고 그녀를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박연희는 원래도 단순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세상 물정에 어둡다.길들이기에 있어서 조은혁은 자신이 당시의 유선우보다 더 악독함을 느꼈지만,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은 박연준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박연준이 돌아와 이렇게 변해버린 여동생을 보면 많이 아파하지 않을까?크리스탈조명 아래, 조은혁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었다.짙은 회색 셔츠에 검정 정장 바지가 호리호리한 몸을 감싸고 잘생긴 이목구비는 언짢은 듯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하지만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조은서에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나 안 미쳤어. 은서야, 내 일은 신경 쓰지 마.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박연희가 조은혁의 손안에 있다.그렇다면 박연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조은혁은 박연준이 그들에게 했던 일들, 그리고 조씨 가문에게 했던 일들을 몇천 배
조은혁은 빨갛게 물든 박연희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아직 나이가 어리고 전에 경험이 없었던 탓에 그녀는 아직 감출 줄도 제어할 줄도 몰랐다... 하여 성관계 한 번만으로도 박연희는 모든 기력을 소진해 버리지만 창창한 나이인 조은혁은 한 번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게다가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기에 조은혁은 이대로 박연희를 놓아줄 리가 없다.마지막 절정에 치닫자 두 사람의 상태는 결국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고 박연희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기절하고 말았다...조은혁은 고개를 숙여 소파에 기절해 버린 여자아이를 노려보았다.보기에는 상당히 비참해 보였다.이윽고 조은혁은 셔츠로 박연희의 몸을 닦아준 뒤, 그녀를 안고 2층 침실에 있는 침대에 눕혀주었다. 당연히 그녀를 배려해 몸을 씻겨주는 행위는 없었고 사랑하는 부부 사이의 행위도 없었다.그는 대충 이불을 덮어준 뒤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쳤다.한껏 불태우고 조은혁은 조금도 미련이 없었다.박연희가 뒤늦게 깨어났을 때 조은혁은 이미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물었다.“가려는 거예요?”조은혁은 박연희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장난을 쳤지만 청순한 소녀가 그걸 알아차릴 리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애인이 곧 다시 집을 떠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이곳이 그들의 집이 아닌가?하지만 조은혁은 넥타이를 매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번 달의 생활용품은 이미 아주머니한테 맡겨놨어... 넌 얌전히 학교 다니고 얌전히 집에 있어. 그러면 시간 날 때 보러올게.”조은혁은 박연희를 위해 모든 것을 안배해 두었다.박연희는 그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얌전히 조은혁을 따르면 되기에 겉보기에는 상당히 좋은듯하다... 하지만 박연희는 점점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은 오직 조은혁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그녀의 주위에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었다.가끔 너무 보고 싶어 잠이 오지 않을 때 전화를 걸어도 항상 그의 아름다운
호화로운 레스토랑과 아름다운 푸른 빛을 띤 프랑스 꽃병, 그리고 순은의 촛대.박연희는 그 신문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그때, 그녀의 핸드폰에 카톡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낯선 사람이 보낸 것이었다.[박연희 학생, 안녕하세요. 전 하인우라고 하는데 연희 학생과 친해지고 싶어서 요청 보내요. 괜찮으신가요?]박연희는 휴대폰에 뜬 그 한 문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져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수락]...3일 뒤, 별장 안의 고용인이 조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사모님께서 수업이 끝난 뒤 계속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는 것이었다.이윽고 고용인이 한 마디 더 덧붙였다.“요즘 사모님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입니다.”그러자 조은혁은 매우 담담한 어투로 알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고 몸을 기울여 비서를 호출했다.“김 비서, 잠깐 와봐.”잠시 후, 예쁜 얼굴의 김 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조은혁은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으로 가지런히 빗어넘긴 검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위쪽에 걸려있는 등을 바라보았다.“오늘 사모님 시간표 좀 알아봐.”그러자 김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김 비서는 능률이 매우 높았기에 곧바로 시간표를 알아내고는 미소를 지으며 조은혁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오늘 사모님은 오후에 수업이 하나밖에 없어 3시 이후에는 시간이 비어있습니다.”이윽고 그녀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조은혁에게 보고했다.“지금은 2시 반입니다.”김 비서의 말이 끝날 때 조은혁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였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김 비서에게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자리를 비웠다.“김 비서, 나 오늘에는 사무실에 안 나올 거야.”김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답했다.반 시간 뒤,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하와이 미대의 캠퍼스로 들어섰다.늦여름인데도 길 양옆의 자작나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