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는 구석에 몸을 구기고 앉아있었다.예전 같았으면 아마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을 테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조은혁의 눈을 올곧이 바라보며 되물었다.“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저와 결혼했어요?”사실 답안은 매우 간단했다.보복하고 싶다면 지금 진실을 그녀에게 알려준 뒤 그녀의 깜짝 놀란 눈빛을 보아야 한다.하지만 조은혁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초조한 마음에 담배를 힘껏 빨아들인 뒤 짓눌러 불을 꺼버렸고... 그 뒤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심지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휘황찬란한 금빛이 역력한 저택에 도착하자 조은혁은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고 박연희의 손목을 잡은 뒤 그대로 별장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박연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참담한 목소리로 싫다며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조은혁의 냉정한 마음은 이미 완전히 굳어버린 상태였다.그는 박연희를 그대로 안아 들고 2층 침실로 들어가 푹신한 침대에 던져놓고는 벌을 내리기 시작했다. 조은혁은 박연희의 몸에 걸쳐져 있던, 그녀의 반항을 상징하는 옷가지를 하나하나 벗겨서 던져버렸다.그렇게 그는 그녀의 자존심을 진흙 속에 처참히 짓눌러버렸다.박연희는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벌거벗은 상태가 되었지만, 조은혁의 몸은 여전히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는 마치 모욕하는 듯 그녀를 자신의 몸 아래에 깔아두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매서운 기색이 역력했다.——“얼마나 사귄 거야?”“키스는 해봤어?”“네 몸에 얼마나 터치하게 한 거야?”...박연희는 고개를 흰 베개에 파묻고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조은혁은 당연히 박연희의 반항에 참을 수 없었고 가녀린 몸뚱어리를 짓누르며 온갖 방법을 다하여 그녀를 괴롭혔다.이 순간, 그는 가장 진실한 모습을 드러냈다.6년 동안 감옥에서 지낸 그는 문명의 탈을 썼지만 포악한 기운을 완전히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여자를 괴롭히는 방법이라면 가장 천한 방법부터 여러 분야의 모든 방법까지 전부 잘 알고 있다.그동안 애지중
순간, 박연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이곳에 정말 아이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임신 소식에도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의 아이냐고 물었다.조은혁이 아니면 대체 누가 있단 말인가?하인우?지난 2년 동안 박연희는 마에 씌기라도 한 듯 조은혁을 사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특히 낯선 여자와 키스하는 사진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조은혁은 박연희를 사랑하지 않는다.박연희도 마냥 멍청한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몰래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오빠의 비서는 그녀에게 조은혁을 건드리지 말라며 얼버무렸다. 조은혁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그녀는 조은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조은혁과 엮인 것도 모자라 1년 전에는 결혼까지 해버렸다.박연희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그저 가녀린 몸을 한껏 웅크리고 마치 태아를 보호하려는 듯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나지막이 물었다.“이 아이 갖고 싶어요?”상당히 어려운 질문이었다...한참이 지났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고 박연희도 이로 하여 깨달았다.이 아이가 그들의 아이가 아니라고 의심하니 지금으로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혹은 정말 조은혁의 아이라고 해도 그는 아마 낳지 못하게 할 것이다...조은혁은 오빠에게 보복해야 하니까.몸을 웅크리고 있는 박연희의 목소리는 낮다 못해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정도였다.“그럼 그냥 지울게요.”잔인한 혼인,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 강약이 분명한 관계, 박연희는 아이를 보호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 역시 무의식 간에는 아이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말을 마치고 박연희는 고개를 들어 조은혁을 바라보았다.붉게 물든 눈시울에는 어느새 눈물이 아른거렸지만 동시에 평소에는 없던 강인함을 띄고 있었다.보아하니 이미 모든 진실을 알게 된듯싶었다.조은혁의 깊은 동공은 마치 그녀를 심판하는 듯 또는 뭔가 고민하는 듯
그는 박연희의 몸속에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기척을 냈다.푹신한 침대는 계속하여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상황은 침대 머리맡에 걸린 그림들이 와르르 떨어질 정도로 치열했다... 이윽고 남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림을 옆에 내동댕이치고는 그녀의 몸을 움켜쥐고 자신의 품으로 필사적으로 끌어당겼다.싫어, 싫다고...박연희의 눈물 가득한 눈이 점차 몽롱해지고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예전에 조은혁은 그녀를 냉대하더라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렇게 난폭하게 군적이 없었다.조은혁은 정말 미친 것 같았다.조은혁은 박연희를 점유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을 자세히 검사하며 그 어느 곳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정말 박연희를 미치게 하려고 작정한 듯싶었다.응석받이로 곱게 자란 그녀가 어찌 그 참담한 온갖 괴롭힘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결국, 박연희는 울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제야 조은혁도 그녀의 몸에서 손을 뗐다.조은혁은 박연희를 놓아주고 그녀의 옆에 누워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조금 전의 광기를 회상했다... 사실 조은혁이 신경 쓰이는 건 박연준과의 원한인지 아니면 박연희가 다른 남자와 사귄다는 것인지 그조차도 알 수 없었다.그 젊은 남자아이와 함께 있으면 박연희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마치 그들이 처음 사귈 때처럼 박연희는 한없이 행복해했다.혹시 박연희는 누구든 상관없이 사귀기만 하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조은혁이 그녀의 유일한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착각인 건 아닐까? 그저 누가 잘해주면, 누가 함께 놀아주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한참 동안 조은혁은 몸을 기울여 자신의 어린 아내를 바라보았다.조은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진 뒤, 또 그녀의 아랫배를 가볍게 만져주고는...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다.이윽고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검은 가운을 걸치고 서재로 가서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분부했다.30분 후, 김 비서가 도착하고 그녀의 곁에는 하와이에서 가장 좋은 산부인과의 의사가 서
그는 말없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하인우를 바라보았다.이토록 맞고 나서도 하인우의 얼굴은 여전히 품격 있고 잘생긴 티를 벗어낼 수 없었다.그러자 조은혁은 가볍게 피식 웃으며 물었다.“손을 잡아? 어느 손으로 잡았는데?”말을 이어가며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야구 방망이를 집었다.하인우는 눈을 치켜뜨고 눈앞의 남자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는 이 남자가 박연희의 남편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박연희는 그토록 가냘프고 연약한데 그녀의 남편은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남자이다.하인우는 이를 악물고 말을 쥐어짜 냈다.“나와 연희는 순결하다고! 하지만 당신은 사람을 가졌더라도 연희의 영혼은 영원히 가질 수 없어. 연희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어. 연희는 결국 자유를 찾아 날개를 펴고 날아갈 거니까.”그러자 조은혁은 옆에 있던 서류를 집어 훑었다.철학을 배운다고?그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하얀 장갑과 고글을 끼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하인우의 두 손은 모두 망가져 버렸다.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지고 조은혁은 눈을 내리깔고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이건 네가 내 아내를 꼬신 대가야. 난 이미 성질을 많이 가라앉혔으니 3개월 후에... 네 목숨이 지켜질지는 모두 네 운에 달려있겠네.”하인우는 땅에 쓰러졌다.그는 말로 이룰 수 없는 고통에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고 끊임없이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손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붙일 수도 없는 상태인 것이다...그때, 카드 한 장이 땅에 떨어졌고 안에는 2천만 원이 들어있었다.그리고 동시에 조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걸로 손 고쳐.”그러자 하인우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당신도 언젠가는 업보를 받게 될 거야! 난 연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이건 사랑이고 변태적인 소유가 아니야.”“그래?”조은혁은 여유로우면서도 음산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가 하인우의 왼손을 짓밟았다
오빠!꿈에서 깨어난 조은서가 눈을 떴다. 사방은 여전히 캄캄했다.조은서는 악몽을 꾸었다.꿈에서 조은서는 조은혁과 박연희를 보았는데 꿈속에서 그녀의 오빠는 박연희에게 매우 잘해주었지만, 반면 그들의 엔딩은 마냥 좋지 않았다... 마치 그녀와 유선우의 결말처럼 말이다.조은서는 일어나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몸이 덜덜 떨렸다.꿈자리가 너무 리얼했다.그때 누군가의 손바닥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눈을 들자 어둠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유선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하얀 가운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었는데 휠체어가 아니었다면 그의 몸은 예전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유선우가 온화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이안이는 곧 괜찮아질 거야.”“알고 있어요.”조은서는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올려다보았다. 유선우를 향한 그녀의 눈빛은 갈망과 구걸을 가득 품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유선우를 안고 싶었다... 낮의 강인함도 지금 이 순간 모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조은서가 먼저 스킨쉽을 제안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가벼우면서도 연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저 좀 안아줄래요?”유선우의 까만 눈동자는 밤이 깊어 차마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이번에도 유선우는 그녀를 거절하고 떠날 거라 생각하던 그때, 유선우는 이미 가볍게 조은서를 다리 위로 끌어당기며 조용히 말했다. 다리에 감각이 없다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잠시 후,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동시에 손을 조은서의 잠옷 속으로 집어넣었다.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있었다.모든 것이 느릿느릿하고 침착해 보였지만 오직 하늘만이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것이다. 혹여나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그녀가 더욱 반감을 품을까 두려웠다. 어쨌든 그는 현재 장애인이기 때문에 오직 한 손만 움직일 수 있었다...몇 년 동안 한 번도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고 지난 2년 동안
조은서는 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유선우는 진심인지 아니면 본심이 아닌 말인지.유선우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들은 몇 년 동안 부부로 지내며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녀가 있었다... 조은서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그래서 조은서는 다시 진이 정원에 나타났고 그와 관계를 맺었으며 그를 그렇게 꼭 껴안은 것이다.방금도 조은서는 진작에 한계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그의 수요를 만족시켜 주었다.이것들은 모두 진심으로 상대를 깊이 사랑해야만 가능한 것이다.유선우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 두 사람은 분명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마치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사이 같았다. 예전에는 조은서가 그를 사랑했고 나중에 그녀의 마음이 서서히 식어갈 때쯤 유선우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그들은 사랑할 수 없는 사이다.매번 가슴속에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다가도 힘없는 두 다리를 볼 때마다 그 불길은 빠르게 식어갔고 불길이 타오르던 그 자리에는 결국 쓸쓸함만 남겨졌다.유선우는 상처받은 듯한 조은서를 바라보며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은서야, 우리 사이에 아직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 난 아직 널 좋아하지만, 너에게는 이미 다른 사람이 생겼어. 사랑이란 게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어려운 법이야. 나는 지금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남은 삶은 이제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빚을 졌다 해도... 너에게 빚진 바이올린의 꿈은 나도 오른팔로 갚았는데 이젠 충분하지 않겠어?”유선우는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웃음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조은서가 물러날 때까지 그녀를 지켜보았다.여자들은 항상 강한 자부심을 느끼기에 거북한 그의 말을 듣고도 계속하여 그에게 매달릴 여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조은서는 더욱 그렇다.방금 얼마나 뜨거웠으면 지금은 또 그만큼 낭패해진다.조은서의 몸도 점차 식어갔다.그녀는 실크 잠옷을 천천히 걷어 올려 하얀 피부에 남겨진 붉은 자국을
조은서는 백미러를 통해 심정희와 눈을 마주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15분 후, 차는 서서히 한 별장 구역의 사도에 들어섰고 별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저 멀리 문 앞에 서 있는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와 그 옆에 서 있는 키 큰 남자 한 명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조은서는 곧바로 그 사람이 박연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을 뿐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러자 옆에 있던 심정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인간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찾아와! 우리 집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놓고도 종일 주위를 얼쩡거리는 건 대체 무슨 심산이야?”앞서 조은서는 심정희에게 조은혁과 박연희의 일을 알리지 않았다. 잠깐의 고민을 거친 뒤,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오빠가 1년 전에 박연준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았어요... 박연희라고, 이제 21살이에요.”그러자 심정희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그럴 리가! 올해 우리 모두 하와이에서 살았는데 네 오빠가 이런 큰일을 치렀는데 아무런 흔적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혹시 박씨 남매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야?”하지만 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제가 전화했더니 오빠가 인정하더라고요.”순간 심정희는 착잡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이 말을 하는 사이에 차가 박연준의 옆에 다가가자 그가 손을 뻗어 차를 가로막았다.조은서는 그가 박연희에 관한 일을 묻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그녀는 차 문을 열고 심정희에게 이준이와 이안이를 데리고 먼저 집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전한 뒤, 혼자 남아 박연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황혼 속에서 작은 아이 두 명과 함께 심정희의 뒷모습은 점차 멀어져만 갔다.조은서는 점차 작아져만 가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박연준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를 거의 잊어버리고 한참 동안 쓴웃음을 지었다.“그 사람과 아들, 딸 모두 가진 거야? 의외네.”조은서도 그제야 눈을 돌려
그는 종종 조은서의 꿈을 꾸고는 했다.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그 감정이 동정이 아니라 그리움이었음을 깨달았다. 박연준은 그의 앞에 있던 조은서, 슬픈 어조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던 조은서, 그리고 항상 믿음 어린 눈길로 그를 보던 조은서를 그리워했다...그 후, 그는 자주 하와이로 출장을 가서 그녀를 보고는 했다.심지어 조은서와 자주 만나기 위해 박연희를 하와이에 있는 미대에 보내기도 했다. 그래봤자 겨우 밥이나 먹고 커피나 마시는 데서 그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사소한 것조차 박연준에게는 큰 행복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가 조은서를 연모하는 마음은 이젠 절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그건 더럽고 추악한 감정이었으니까....조은서가 별장으로 돌아왔다.한창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있던 심정희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조은서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조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와이에 한 번 다녀오려고요. 박연희뿐만 아니라 오빠를 위해서도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잘살아 보려고 하는데 다시 복수의 늪에 빠지게 둘 수는 없어요.”심정희도 그 말에 동의했다.어찌 되었든 산 사람은 살아야지.조은서는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심정희에게 말했다.“길어서 이틀이면 돌아올 거예요. 혹시 집에 일이 생기면... 선우 씨한테 연락해서 해결하라고 하세요.”비록 서로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지만 그래도 유선우는 조은서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심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어.”말을 하던 중 조은서는 심정희의 정수리 쪽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몇 가닥을 발견했다. 그녀는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심정희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아직 젊으시잖아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맘에 드는 분 만나시면...”“무슨 소릴 하는 거야!”심정희가 단호하게 거절했다.“지금은 네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