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유선우는 진심인지 아니면 본심이 아닌 말인지.유선우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들은 몇 년 동안 부부로 지내며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녀가 있었다... 조은서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그래서 조은서는 다시 진이 정원에 나타났고 그와 관계를 맺었으며 그를 그렇게 꼭 껴안은 것이다.방금도 조은서는 진작에 한계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그의 수요를 만족시켜 주었다.이것들은 모두 진심으로 상대를 깊이 사랑해야만 가능한 것이다.유선우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 두 사람은 분명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마치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사이 같았다. 예전에는 조은서가 그를 사랑했고 나중에 그녀의 마음이 서서히 식어갈 때쯤 유선우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그들은 사랑할 수 없는 사이다.매번 가슴속에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다가도 힘없는 두 다리를 볼 때마다 그 불길은 빠르게 식어갔고 불길이 타오르던 그 자리에는 결국 쓸쓸함만 남겨졌다.유선우는 상처받은 듯한 조은서를 바라보며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은서야, 우리 사이에 아직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 난 아직 널 좋아하지만, 너에게는 이미 다른 사람이 생겼어. 사랑이란 게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어려운 법이야. 나는 지금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남은 삶은 이제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빚을 졌다 해도... 너에게 빚진 바이올린의 꿈은 나도 오른팔로 갚았는데 이젠 충분하지 않겠어?”유선우는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웃음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조은서가 물러날 때까지 그녀를 지켜보았다.여자들은 항상 강한 자부심을 느끼기에 거북한 그의 말을 듣고도 계속하여 그에게 매달릴 여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조은서는 더욱 그렇다.방금 얼마나 뜨거웠으면 지금은 또 그만큼 낭패해진다.조은서의 몸도 점차 식어갔다.그녀는 실크 잠옷을 천천히 걷어 올려 하얀 피부에 남겨진 붉은 자국을
조은서는 백미러를 통해 심정희와 눈을 마주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15분 후, 차는 서서히 한 별장 구역의 사도에 들어섰고 별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저 멀리 문 앞에 서 있는 검은색 랜드로버 한 대와 그 옆에 서 있는 키 큰 남자 한 명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조은서는 곧바로 그 사람이 박연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을 뿐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러자 옆에 있던 심정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인간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찾아와! 우리 집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놓고도 종일 주위를 얼쩡거리는 건 대체 무슨 심산이야?”앞서 조은서는 심정희에게 조은혁과 박연희의 일을 알리지 않았다. 잠깐의 고민을 거친 뒤,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오빠가 1년 전에 박연준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았어요... 박연희라고, 이제 21살이에요.”그러자 심정희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그럴 리가! 올해 우리 모두 하와이에서 살았는데 네 오빠가 이런 큰일을 치렀는데 아무런 흔적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혹시 박씨 남매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야?”하지만 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제가 전화했더니 오빠가 인정하더라고요.”순간 심정희는 착잡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이 말을 하는 사이에 차가 박연준의 옆에 다가가자 그가 손을 뻗어 차를 가로막았다.조은서는 그가 박연희에 관한 일을 묻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그녀는 차 문을 열고 심정희에게 이준이와 이안이를 데리고 먼저 집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전한 뒤, 혼자 남아 박연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황혼 속에서 작은 아이 두 명과 함께 심정희의 뒷모습은 점차 멀어져만 갔다.조은서는 점차 작아져만 가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박연준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를 거의 잊어버리고 한참 동안 쓴웃음을 지었다.“그 사람과 아들, 딸 모두 가진 거야? 의외네.”조은서도 그제야 눈을 돌려
그는 종종 조은서의 꿈을 꾸고는 했다.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그 감정이 동정이 아니라 그리움이었음을 깨달았다. 박연준은 그의 앞에 있던 조은서, 슬픈 어조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던 조은서, 그리고 항상 믿음 어린 눈길로 그를 보던 조은서를 그리워했다...그 후, 그는 자주 하와이로 출장을 가서 그녀를 보고는 했다.심지어 조은서와 자주 만나기 위해 박연희를 하와이에 있는 미대에 보내기도 했다. 그래봤자 겨우 밥이나 먹고 커피나 마시는 데서 그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사소한 것조차 박연준에게는 큰 행복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가 조은서를 연모하는 마음은 이젠 절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그건 더럽고 추악한 감정이었으니까....조은서가 별장으로 돌아왔다.한창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있던 심정희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조은서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조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와이에 한 번 다녀오려고요. 박연희뿐만 아니라 오빠를 위해서도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잘살아 보려고 하는데 다시 복수의 늪에 빠지게 둘 수는 없어요.”심정희도 그 말에 동의했다.어찌 되었든 산 사람은 살아야지.조은서는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심정희에게 말했다.“길어서 이틀이면 돌아올 거예요. 혹시 집에 일이 생기면... 선우 씨한테 연락해서 해결하라고 하세요.”비록 서로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지만 그래도 유선우는 조은서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심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어.”말을 하던 중 조은서는 심정희의 정수리 쪽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몇 가닥을 발견했다. 그녀는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심정희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아직 젊으시잖아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맘에 드는 분 만나시면...”“무슨 소릴 하는 거야!”심정희가 단호하게 거절했다.“지금은 네
조은서는 홀로 윗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곧바로 2층 동쪽의 안방으로 들어선 후 널찍한 응접실을 지나 두 사람의 침실에 도착했다.침대 머리맡에는 결혼사진 한 장이 없었고 침실에는 여자애가 쓸 법한 아기자기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소파 위에 자그마한 캔버스 하나만 놓여 있었는데 캔버스의 그림은 완성되지 않은 채였다.하지만 희미한 윤곽으로 추측해 봤을 때 그림속의 사람은... 조은혁이 틀림없었다.드레스룸에는 여자 옷도 적었지만 남자의 옷은 그것보다 더 적었다.조은서는 드레스룸에 걸린 여자 옷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결혼 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옷이 이렇게 적은 걸 보니 조은혁이 박연희를 잘 대해 주지 않는 다는 것만은 아주 명확했다.그녀는 침실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고 바로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왔다.1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김 비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은서가 그녀에게 물었다.“저희 오빠는 여기 자주 안 오나 봐요?”김 비서는 바른대로 말했다.“네, 일주일에 한 번씩 와요.”더 캐물어 봤자 좋지 않은 이야기만 들을 것 같았기에 조은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이만 별장을 떠나려고 할 때, 한 젊은 경호원이 물통을 들고 지하실에서 나왔다.별 생각 없이 그 쪽을 보던 조은서는 물통 속의 물이 온통 핏빛인 걸 보고는 흠칫 굳었다가 김 비서를 바라보았다.순간 김 비서는 발밑이 꺼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조은서는 하와이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다가 일주일 뒤 B시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출구 쪽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박연준을 발견했다.선글라스 너머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함께 근처에 있던 스타벅스에 향했다.자리에 앉은 뒤 선글라스를 벗은 조은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나 미행했어요?”못 본 새에 박연준은 더 초췌해진 것 같았다.그는 조은서의 커피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냈다가, 지금 있는 곳이 커피숍이
조은서는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박연준에게 바른대로 말했다.“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두 사람은 이미 외국으로 떠났고 전 그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요. 돌아온다고 해도 원래 지내던 곳에서 지내진 않겠죠. 아시잖아요, 지난 몇 년 동안 하와이에 있는 오빠의 세력이 이미 저를 넘어섰다는 걸. 작정하고 숨으면 저도 찾아낼 방법이 없어요.”박연준도 조은서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은서의 선량함에 기대를 걸어 본 것일 뿐이었다.그의 속셈을 눈치챈 조은서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그 쪽한테는 선량함이 가장 가치 없는 것 아니었어요?”그녀가 선글라스를 다시 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식 있으면 알려줄게요.”그때, 박연준이 조은서의 손을 잡고 몇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손목에 있는 상처를 매만졌다. 단지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조은서는 더 이상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박연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있던 그 말을 내뱉었다.“은서야, 나 너 좋아해.”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조은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두어 번 손을 내저어 그의 손의 잡힌 자신의 손을 빼냈다.조은서의 입장에서, 둘 사이에는 딱히 남녀감정이랄게 없었다.그녀에게 있어 박연준은 그저 친구였을 뿐이었고 한 번도 그를 남자로 보거나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박연준은 자리에 멍하니 앉아 멀어져가는 조은서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핸드폰을 들어 조은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자마자 박연준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그는 자신이 어떻게 전화를 받았는지도 몰랐다.“조은혁, 뭐 하자는 거야. 연희한테 무슨 짓을 할려고.”전화기 너머에서 조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연준, 지금 겁먹은 거야? 걱정마, 박연희는 내가 잘 돌볼 테니까. 우리 아주 좋아, 사랑의 결실도 생겼고 말이지. 근데 말이야, 네 직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박연희가 우
저녁, 별장 2층.유선우는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무릎에는 수건이 놓여 있었다.의사가 그를 마사지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허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다리에 감각이 조금 돌아왔다면서요. 오른쪽 팔도 회복이 잘 되고 있고. 새로운 의료팀이 그래도 일을 잘 하나 보네요.”새로운 의료팀?유선우는 모르는 일이었다.의사는 자기가 실언했다는 걸 깨닫고 할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조은서 씨가 만드신 건데 첫 번째 단계의 투자액만 해도 400억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 뒤 단계는 얼마나 들었는지 저도 몰라요. 저도 허 교수님한테서 들은 얘기라. 이 의료팀을 유지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마 조은서 씨의 재산은 다 여기 들어가지 않았을까요?”그녀가 마사지를 계속하며 말을 이었다.“조은서 씨가 대표님을 얼마나 걱정하시는지는 두말하면 입 아프죠.”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지금 박연준이 조은서의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었다.그 기사는 실검에 올라간지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선우에 의해 언론통제 되었다.그는 조은서에게 따로 연락해 사건의 전말을 묻지 않았고 조은서도 그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사실 조은서가 유선우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어젯밤 그들이 관계를 가진 건 맞지만 그건 그저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니 맞춰준 것일 뿐 그것 때문에 둘의 입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가 조은서에게 해명을 요구할 자격도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마사지가 끝나고 의사가 방에서 나가자 유선우가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연결음이 네다섯 번 울리는가 싶더니 조은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우 씨, 무슨 일이예요?”유선우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어두운 두 눈을 내리깔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이안이랑 이준이 데려와서 하루 같이 있고 싶은데, 괜찮아?”“괜찮죠.”유선우는 기쁜 마음을 누르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데
유선우가 고개를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B시에 돌아간 뒤 비염은 좀 나았어?”조은서가 유이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자기 아들의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많이 나았어요. 며칠 뒤에 다시 병원에 가서 재검진 받아야 돼요.”유선우가 깊은 눈으로 조은서를 쳐다보았다.조은서는 오늘 짙은 보라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낭창한 허리, 그리고 치마 아래로 뻗어져 나온 가늘고 긴 다리를 더 부각하는 디자인이었다.그날 밤, 그는 바로 저 곳을 꽉 잡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그의 손을 따라 흔들렸고 끝자락에 가서는 그녀가 그의 목에 엎드리더니 발끝을 곧게 펴고...그는 소리 없이 그녀를 달랬다.비록 그날도 헤어졌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기쁜 시간을 안겨주었다.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유선우의 두 눈동자에 어두운 불빛이 타올랐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도 미묘해졌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유선우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밖은 너무 뜨거우니까 들어가자.”조은서가 다가와 유선우의 휠체어를 밀자 그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고 그저 아이들이 보지 않을 때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조은서는 살짝 움찔거렸지만 잡힌 손을 빼지 않았다.두 아이가 기쁜 듯 유선우에게 달라붙어 이야기책을 읽어달라고 조르자 유선우는 테이블에 놓인 이야기책을 집어 들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이야기책을 읽는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멋졌다.조은서는 그가 오늘 새 셔츠와 정장 바지를 차려입었다는 걸 발견했다. 밖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소매 단추까지 꼼꼼하게 채우는 등 매우 신경 쓴 모습이었다.조은서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데이트도 아니고 시간도 오래 걸렸을 텐데 뭘 저렇게 차려입었대.그녀는 한 손만 쓸 수 있는 그가 저 옷을 저렇게 단정하게 입기까지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지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지자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이제 곧 추석인데 우리 같이 송편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자. 며칠 전부터 이안이랑 이준이
그의 손은 남자의 강인한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유선우는 뒤로 가더니 휠체어로 문을 닫아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러고는 조은서를 서서히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앉히려는 제스처를 취했다.조은서가 밖에 사람이 있는 걸 의식해서 앉지 않으려 하자 유선우가 강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결국 무릎에 앉혔다.그녀가 눈을 붉히며 뭐라고 따지려 하자 유선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이러면 말하기 편하잖아.”조은서가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려 할 때, 유선우가 바로 그녀에게 키스했다.그가 그녀에게 강하게 입맞춤하며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감지 않는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가득했다.여기가 주방만 아니었으면, 밖에 있는 네다섯 명의 도우미만 아니었으면, 이 곳이 그들 둘만의 공간이었으면, 그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조은서의 잘록한 허리를 잡아 그의 몸에 꽉 눌렀다.그녀가 자신의 것을 느낄 수 있게, 그녀가 자신에게 더 안달 나게, 자신에게 더 달라붙게...얇은 옷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느껴졌다. 두 사람의 가슴이 움직임에 따라 닿을 듯 말 듯 문질러졌다.유선우는 그녀에게 마음껏 키스했다.그렇게 10분 정도 지난 후, 그가 붉게 부풀어 오른 얇은 입술을 조은서의 귓가에 대고 뜨겁게 말했다.“이것만으로도 벌써 느낌이 오는 거야?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성욕이 떨어진다며? 그런데 왜 더 커진 것 같지, 내가 느끼기에는...”말을 하며 그가 시선을 내렸다.그녀의 몸에 걸쳐진 실크 원피스의 가슴 쪽이 터질 듯 팽팽해졌다... 넘치는 여성스러움이 그에게 몰려왔다.두 사람 다 느낌이 왔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시간도 장소도 마땅하지 않았다.조은서가 그의 어깨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유선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박연준이랑은... 어떻게 된 거야?”조은서가 고개를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그냥 서로 즐기는 사이 아니었어요? 왜 그런 걸 물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