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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조은서는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박연준에게 바른대로 말했다.

“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두 사람은 이미 외국으로 떠났고 전 그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요. 돌아온다고 해도 원래 지내던 곳에서 지내진 않겠죠. 아시잖아요, 지난 몇 년 동안 하와이에 있는 오빠의 세력이 이미 저를 넘어섰다는 걸. 작정하고 숨으면 저도 찾아낼 방법이 없어요.”

박연준도 조은서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은서의 선량함에 기대를 걸어 본 것일 뿐이었다.

그의 속셈을 눈치챈 조은서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 쪽한테는 선량함이 가장 가치 없는 것 아니었어요?”

그녀가 선글라스를 다시 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식 있으면 알려줄게요.”

그때, 박연준이 조은서의 손을 잡고 몇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손목에 있는 상처를 매만졌다. 단지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조은서는 더 이상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박연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있던 그 말을 내뱉었다.

“은서야, 나 너 좋아해.”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조은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두어 번 손을 내저어 그의 손의 잡힌 자신의 손을 빼냈다.

조은서의 입장에서, 둘 사이에는 딱히 남녀감정이랄게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박연준은 그저 친구였을 뿐이었고 한 번도 그를 남자로 보거나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박연준은 자리에 멍하니 앉아 멀어져가는 조은서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들어 조은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자마자 박연준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전화를 받았는지도 몰랐다.

“조은혁, 뭐 하자는 거야. 연희한테 무슨 짓을 할려고.”

전화기 너머에서 조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연준, 지금 겁먹은 거야? 걱정마, 박연희는 내가 잘 돌볼 테니까. 우리 아주 좋아, 사랑의 결실도 생겼고 말이지. 근데 말이야, 네 직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박연희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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