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온 가족이 수술실 앞을 지키며 모두 희망이 담긴 간절한 눈빛으로 위쪽에 밝게 켜져 있는 불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이 순간만큼은 어린 진아현도 무언가를 감지한 듯 조우현의 품에 안긴 채,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말똥말똥한 검은 두 눈에는 평소와는 달리 물기가 서려 있었다.한편, 초조해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안영은 줄곧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다른 이의 권유에도 그녀는 한사코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고 몇 시간 내내 수술실 문 앞에 서서 안에 있는 남자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부풀어 오른 눈이 시큰거리고 몸이 휘청일 때쯤, 안내 등이 꺼지고 수술실 문이 활짝 열렸다. 이윽고 집도의가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마스크를 벗고 조씨 가족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비록 비장을 제거했지만 대표님 앞으로의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그 소식에 조씨 가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진안영은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다행히 조은혁이 부축해준 덕분에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조은혁은 워낙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라 그는 금전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조진범의 VIP 병동 옆에 따로 방을 하나 얻어서 진안영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해주었다.30분 후, 그들은 마침내 조진범을 만날 수 있었다.방금 의식을 되찾았는지라 아직 완전히 깨어난 건 아니지만 조진범은 눈을 뜨자마자 진안영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찾았다.그러자 진안영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나 여기 있어요.”그리웠던 목소리에 조진범이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이윽고 진안영의 붉은 눈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조진범은 진안영의 손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몸이 너무 허약하여 안간힘을 써도 손을 들 수가 없었다. 현재의 그는 말을 꺼낼 힘조차 없었고 목소리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완전히 갈라져 버렸다.“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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