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1201 - Chapter 1208

1208 Chapters

제1201화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온 가족이 수술실 앞을 지키며 모두 희망이 담긴 간절한 눈빛으로 위쪽에 밝게 켜져 있는 불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이 순간만큼은 어린 진아현도 무언가를 감지한 듯 조우현의 품에 안긴 채,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말똥말똥한 검은 두 눈에는 평소와는 달리 물기가 서려 있었다.한편, 초조해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안영은 줄곧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다른 이의 권유에도 그녀는 한사코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고 몇 시간 내내 수술실 문 앞에 서서 안에 있는 남자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부풀어 오른 눈이 시큰거리고 몸이 휘청일 때쯤, 안내 등이 꺼지고 수술실 문이 활짝 열렸다. 이윽고 집도의가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마스크를 벗고 조씨 가족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비록 비장을 제거했지만 대표님 앞으로의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그 소식에 조씨 가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진안영은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다행히 조은혁이 부축해준 덕분에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조은혁은 워낙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라 그는 금전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조진범의 VIP 병동 옆에 따로 방을 하나 얻어서 진안영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해주었다.30분 후, 그들은 마침내 조진범을 만날 수 있었다.방금 의식을 되찾았는지라 아직 완전히 깨어난 건 아니지만 조진범은 눈을 뜨자마자 진안영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찾았다.그러자 진안영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나 여기 있어요.”그리웠던 목소리에 조진범이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이윽고 진안영의 붉은 눈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조진범은 진안영의 손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몸이 너무 허약하여 안간힘을 써도 손을 들 수가 없었다. 현재의 그는 말을 꺼낼 힘조차 없었고 목소리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완전히 갈라져 버렸다.“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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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정지혜의 아버지, 정상철도 덩달아 애원하기 시작했다.상당히 거북한 화면이었다.그리고 조은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내가 놓아주면, 정지혜는 진범이를 놓아준답니까? 안영이와 아이를 놓아주겠어요? 하물며 제가 정지혜를 용서해줘도 검찰은 절대 용서해주지 않을 겁니다.”단호한 조은혁의 말에 김유리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뭐? 조씨 가문의 합의서를 손에 넣어도 정지혜는 무죄로 석방할 수 없단 말인가?충격을 견디지 못한 김유리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닌데? 그 변호사는 분명 당신들의 합의서만 있으면 지혜는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그러자 조은혁은 침착한 목소리로 담담히 입을 열었다.“내가 들어올 때부터 당신들은 지금까지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지금은 괜찮은지 한 번도 묻지 않았어. 당신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합의서뿐이라고. 미리 말해두는 데 조씨 집안에서 합의해줄 일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나한테 무릎 꿇어도 소용없어. 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할 테니까.”그러나 김유리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요? 내 딸이 조진범에게 감정적인 자극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겠어요? 만약 조진범이 지혜를 유혹하지 않았다면 우리 지혜가 그렇게 사랑에 빠졌겠어요?”“그리고 그 진안영은 아이를 임신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대요? 조진범에게 실망해서 이혼했다면서요. 그런데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하냐고요! 진안영이야말로 제일 악독한 여우라고요. 우리 지혜가 그 년을 죽이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인 줄 아세요. 모든 것이 진안영 이 천한 년 잘못이고요.”...이성을 잃은 김유리에 정상철은 재빨리 그녀의 입을 가로막으며 사죄했다.“애 엄마도 애가 타서 이러는 겁니다. 너무 마음에 두진 마세요. 하지만 저도 이 일의 가장 큰 잘못은 확실히 우리 지혜가 아니라 그 진안영이라는 여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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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진안영은 부정하고 싶었다.그러나 붉게 달아오른 눈가의 홍조가 그녀의 거짓말을 들춰내고 말았다. 결국, 진안영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손을 움츠렸다. 조진범의 단단한 손아귀에서 손을 빼내고 싶었지만 헛수고였다. 조진범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다시 쥐어 잡더니 부드럽게 자신의 얼굴에 올려놓았다.이 순간, 그들의 사이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를 향한 애틋한 시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조진범은 손에 꽉 힘을 주더니 얼굴에 올려놓았던 진안영의 손을 천천히 내려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손바닥에 벅찬 떨림이 전해졌다. 조진범의 심장 박동이었다.이윽고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설레는 말을 건네주었다.“이 결혼과 감정이 당신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은 알아. 나에겐 오래된 연애 생활이 있었지만 당신에게 난 첫 연인이겠지. 하물며 후에 이혼까지 하면서 당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어.”“하지만 안영아, 나에게 다시 한번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이미 한 번의 결혼생활을 거쳤으니 난 전보다 더 성숙해질 거고 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물론 우리 딸도 잘 돌보고 싶어.”...묵묵히 듣고 있던 진안영의 볼이 옅은 홍조를 띠었다.그녀는 애써 붉게 달아오른 볼을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듯 화제를 돌렸다.“배고프진 않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하셨으니 방금 김 비서가...”그러나 조진범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그 까만 눈동자는 성숙한 남자만의 섹시한 매력을 띄고 있었다. 진안영은 도무지 그 눈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하여 눈을 피했지만 남자는 끈질기게 늘어지며 진안영에게 투정을 부렸다.“네가 답하지 않으면 나 안 먹을 거야. 입맛 없어.”진안영은 부끄러우면서도 괜스레 화가 나 일부러 퉁명스럽게 답했다.“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나 체면은 갖다버린 지 옛날이야.”아직 회복되지 않은 조진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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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며칠 지내다 보니 진안영은 조진범의 성격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조진범이 퇴원하기 하루 전, 진안영은 아현이의 분유를 챙기기 위해 홀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아래에 차를 멈춰 세우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웬 부부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정지혜의 부모님이었다.진안영은 그들과 만날 일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유리가 신분을 밝히고 진안영은 곧바로 두 사람이 그녀를 찾아온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정지혜 씨의 일이라면 저를 찾아오셔도 소용없어요. 검찰과 이야기해 보세요.”물론 정상철과 김유리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하지만 그들은 조진범의 친필 서명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게다가 현재 조씨 가문 사람들은 그들을 만나주지 않으니 이제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진안영뿐이었다. 진안영이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현재는 진안영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하여 김유리는 한사코 진안영의 손을 끌어안고 잡아당기며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진안영 씨, 우리 지혜 제발 한 번만 봐줘요, 응? 안영 씨만 너그러이 넘어가 주면 조진범도 분명 합의해줄 거고 우리 지혜에게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기회가 있을 거란 말이야.”진안영은 손을 빼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김유리의 힘이 너무나도 셌다.애걸복걸 매달리던 김유리는 점점 선을 넘기 시작했다.“우리가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부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나요? 진안영...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 딸이 이렇게 됐겠어?”두 사람의 소란은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운 좋게 이 싸움에서 이긴다고 하여도 진안영에게 차려지는 이득은 없었다. 게다가 옆에는 정상철까지 지키고 있으니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런데 그때,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검은 캠핑카 한 대가 그들의 옆에 멈춰서더니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각자 김유리와 정상철을 끌어내고 진안영을 향해 공손히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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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진안영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러자 조진범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무것도 아니긴. 우유가 다 흘러넘치고 있는데?”고개를 숙여보니 조진범의 말은 사실이었다.이윽고 조진범은 능숙하게 넘쳐난 물을 정리하고 손바닥을 모아 진안영의 잘록한 허리를 가볍게 감싸더니 그렇게 잠깐 묵묵히 포옹을 이어갔다.“보디가드의 말을 들어보니 정지혜의 부모님이 널 찾아갔다면서?”진안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상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진안영에게 당신도 엄마이지 않냐고, 그러니 자식을 위해서라도... 정지혜 역시 그들 부부의 심정이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차에 치인 건 조진범이지 그녀가 아니기에 진안영에게는 그들을 용서할 자격도, 조진범을 말릴 자격도 없었다.한편, 한때 진안영과 부부로 지냈던 사람으로서 진안영의 속내를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사실 조진범은 그녀의 눈빛과 동작 하나만으로도 진안영의 걱정거리를 알아차렸지만 굳이 폭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고 얼마나 지났을까, 조진범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일 B 시로 돌아가기 전에 정지혜를 만나보고 싶은데... 괜찮아?”그 말에 진안영은 본능적으로 답했다.“당신이 만나고 싶은 건데 왜 저한테 말해요?”그러자 조진범은 진안영의 어깨라인에 엎드려 가볍게 웃었다.“넌 내 아내잖아.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는 건데 당연히 아내한테 보고해야지... 혹여나 네가 화낼까 봐 걱정돼서 그래.”“저는 당신의 아내가 아닌데요.”“곧 내 아내가 될 거잖아.”...다른 사람이었다면 쓸데없이 자신감이 넘치는 비호감으로 전락하였을 테지만 조진범이 그 말을 하니 오히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요즘 두 사람은 확실히 예전의 감정을 되찾게 되었고 현재의 그들 사이에는 전과 달리 다정함과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진안영은 진득한 남성의 숨결에 휩싸여 결국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함께 B시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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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이 비서는 믿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진아현은 이 비서에게 안아달라며 짧은 팔을 뻗고 휘저었다... 이토록 향기롭고 부드러운 녀석이 손을 뻗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한번 안고 있으니 아이의 재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결국, 이 비서는 한밤중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며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이튿날, 조은혁 부부가 찾아와서 퇴원절차를 밟았다.조진범은 절차를 마치고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갔다.아침 일찍 일어난 진아현은 엄마 품에 안겨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조진범은 고개를 숙이고 딸을 이리저리 건드리면서 진안영에게 말을 건넸다.“나 잠깐 나갔다 올게... 우린 오후 2시에 전용기를 타고 돌아갈 거야.”정지혜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짐작한 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가볍게 불렀다.“조진범 씨.”그러자 문고리를 잡은 조진범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걱정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가을 햇살이 기분 좋게 두 사람을 비춰주었다.그들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으니......30분 후, 조진범은 C시의 제1 구치소에서 정지혜를 만나게 되었다.한때는 약혼녀였지만 그것 역시 한때일 뿐 현재의 두 사람은 아예 다른 세상에 놓여있다. 조진범은 생사의 위협을 겪고 나서도 성숙한 모습에 말쑥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기분 좋은 윤택함이 남성미를 더하고 있었지만 반면 정지혜는 비쩍 마른 몸에 푸석푸석한 머리까지 더하여 초췌하기 그지없었다.조진범을 바라보며 정지혜의 첫마디는 축하였다.조진범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조진범 씨, 그럼 저는 대체 당신에게 뭡니까? 당신들 사랑의 징검다리인가요?”녹슨 난간을 사이에 두고 조진범은 묵묵히 정지혜를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 그는 주머니에서 쭈글쭈글한 담배를 꺼내더니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았다. 희미한 푸른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서로의 눈을 흐렸다. 정지혜의 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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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햇빛이 비좁은 철창으로 스며들어 얼룩덜룩한 그림을 그려냈다. 따스한 햇볕이 몸에 닿아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하지만 이로 하여금 남자의 덤덤함은 더욱 살을 찔렀다.정지혜는 잘 알고 있다. 조진범이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는 이유도 결국 진안영 때문일 것이라고. 조진범은 진안영과 B시로 돌아가야 하기에 정지혜를 놓아주는 것은 그에게 일도 아닐 것이다. 조진범에게는 진안영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평생의 행복이 보장되어 있으니까.행복...그렇다. 그들은 평생 행복할 것이다.곧이어 정지혜는 고개를 들어 조진범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호수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윽한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에게 있어 정지혜의 존재는 그저 공적인 일일 뿐이었다.방금 조진범은 이미 명확히 말했었다. 정지혜와 조진범 사이는 그저 거래일 뿐이었다고.정지혜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가벼운 웃음 속에는 이 관계에 대해 석연함이 담겨 있었다. 정지혜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인생을 맡길 가치가 없다. 그리고 그 남자 때문에 평생을 망칠 가치도 없었다. 다행히 모든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정씨 가문에는 아직 인맥이 남아있기에 정지혜에게는 여전히 찬란한 인생을 누릴 기회가 남아있다.“좋아요.”정지혜는 눈물을 훔치며 다짐했다. 앞으로는 조진범을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리라고....조진범의 합의서는 정지혜의 변호사에게 건네졌다.이는 변호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B시 JH그룹의 조 대표는 악독하고 악랄하기로 유명한데 이렇게 큰일에 합의를 해준다는 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따로 없다. 몇 번이고 확인해보았지만 확실히 조진범의 친필 서명이 확실했다.조진범이 떠나려는데 정지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그가 몸을 돌리자 정지혜는 한참 동안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마침내 한마디 내뱉었다...“잘 가요.”조진범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참 후, 정지혜는 조진범이 답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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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진안영이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조은혁은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아주머니에게 와인잔 4개를 꺼내어 달라고 분부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모두가 와인을 반 컵 따라 장남의 퇴원을 축하하며 다시 모이게 된 가족을 위해 건배했다.단지 조진범의 몸 상태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실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그들 부자는 해가 뜰 때까지 술을 퍼마셨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행복했으니까. 이 세상에 아들 딸의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조진범과 조민희 모두 이제 각자 가정을 꾸렸으니 남은 조우현도 문제 될 건 없을 것이다. 유일한 골칫거리라면 이제 저 멀리 해외에 떨어져 있는 조은희뿐이다. 이번에 조진범이 중상을 입은 사실도 그들은 조은희에게 알리지 않았다...와인 한 잔이 목구멍을 타고 기분 좋게 배 속을 채웠다.이제 일 년만 지나면 조은희도 돌아올 것이다.막내딸 생각에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어올랐다.그때, 조진범이 고개를 쳐들었다. 와인잔에는 술이 한 방울도 남지 않았고 순식간에 조진범의 얼굴은 이미 엷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진안영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조진범은 그녀의 손끝을 꼭 잡아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이까짓 술은 날 넘어뜨릴 수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조진범이 JH그룹을 인수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미룰 수 없는 접대도 많았고 거절할 수 없는 술도 수도 없이 많았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던 나날이 얼마나 많았던지...진안영은 말을 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가도 다시 망설였다.조은혁 부부도 자리에 있고 더욱이 그녀는 아직 조진범과 공식적인 부부가 아니기에 쉽사리 꺼낼 수 있는 화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정도 속내는 조진범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하여 그는 빈 잔을 아주머니에게 건네주며 가볍게 웃었다.“더 마시면 우리 와이프가 삐질 것 같아서요.”이 말은 조진범 자신도 덕을 보면서 진안영의 체면도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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