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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이 비서는 믿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아현은 이 비서에게 안아달라며 짧은 팔을 뻗고 휘저었다... 이토록 향기롭고 부드러운 녀석이 손을 뻗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한번 안고 있으니 아이의 재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비서는 한밤중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며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

이튿날, 조은혁 부부가 찾아와서 퇴원절차를 밟았다.

조진범은 절차를 마치고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갔다.

아침 일찍 일어난 진아현은 엄마 품에 안겨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조진범은 고개를 숙이고 딸을 이리저리 건드리면서 진안영에게 말을 건넸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우린 오후 2시에 전용기를 타고 돌아갈 거야.”

정지혜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짐작한 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가볍게 불렀다.

“조진범 씨.”

그러자 문고리를 잡은 조진범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걱정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가을 햇살이 기분 좋게 두 사람을 비춰주었다.

그들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으니...

...

30분 후, 조진범은 C시의 제1 구치소에서 정지혜를 만나게 되었다.

한때는 약혼녀였지만 그것 역시 한때일 뿐 현재의 두 사람은 아예 다른 세상에 놓여있다. 조진범은 생사의 위협을 겪고 나서도 성숙한 모습에 말쑥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기분 좋은 윤택함이 남성미를 더하고 있었지만 반면 정지혜는 비쩍 마른 몸에 푸석푸석한 머리까지 더하여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조진범을 바라보며 정지혜의 첫마디는 축하였다.

조진범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조진범 씨, 그럼 저는 대체 당신에게 뭡니까? 당신들 사랑의 징검다리인가요?”

녹슨 난간을 사이에 두고 조진범은 묵묵히 정지혜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 그는 주머니에서 쭈글쭈글한 담배를 꺼내더니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았다. 희미한 푸른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서로의 눈을 흐렸다. 정지혜의 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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