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비좁은 철창으로 스며들어 얼룩덜룩한 그림을 그려냈다. 따스한 햇볕이 몸에 닿아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하지만 이로 하여금 남자의 덤덤함은 더욱 살을 찔렀다.정지혜는 잘 알고 있다. 조진범이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는 이유도 결국 진안영 때문일 것이라고. 조진범은 진안영과 B시로 돌아가야 하기에 정지혜를 놓아주는 것은 그에게 일도 아닐 것이다. 조진범에게는 진안영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평생의 행복이 보장되어 있으니까.행복...그렇다. 그들은 평생 행복할 것이다.곧이어 정지혜는 고개를 들어 조진범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호수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윽한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에게 있어 정지혜의 존재는 그저 공적인 일일 뿐이었다.방금 조진범은 이미 명확히 말했었다. 정지혜와 조진범 사이는 그저 거래일 뿐이었다고.정지혜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가벼운 웃음 속에는 이 관계에 대해 석연함이 담겨 있었다. 정지혜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인생을 맡길 가치가 없다. 그리고 그 남자 때문에 평생을 망칠 가치도 없었다. 다행히 모든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정씨 가문에는 아직 인맥이 남아있기에 정지혜에게는 여전히 찬란한 인생을 누릴 기회가 남아있다.“좋아요.”정지혜는 눈물을 훔치며 다짐했다. 앞으로는 조진범을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리라고....조진범의 합의서는 정지혜의 변호사에게 건네졌다.이는 변호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B시 JH그룹의 조 대표는 악독하고 악랄하기로 유명한데 이렇게 큰일에 합의를 해준다는 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따로 없다. 몇 번이고 확인해보았지만 확실히 조진범의 친필 서명이 확실했다.조진범이 떠나려는데 정지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그가 몸을 돌리자 정지혜는 한참 동안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마침내 한마디 내뱉었다...“잘 가요.”조진범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참 후, 정지혜는 조진범이 답하지 않으리
진안영이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조은혁은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아주머니에게 와인잔 4개를 꺼내어 달라고 분부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모두가 와인을 반 컵 따라 장남의 퇴원을 축하하며 다시 모이게 된 가족을 위해 건배했다.단지 조진범의 몸 상태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실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그들 부자는 해가 뜰 때까지 술을 퍼마셨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행복했으니까. 이 세상에 아들 딸의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조진범과 조민희 모두 이제 각자 가정을 꾸렸으니 남은 조우현도 문제 될 건 없을 것이다. 유일한 골칫거리라면 이제 저 멀리 해외에 떨어져 있는 조은희뿐이다. 이번에 조진범이 중상을 입은 사실도 그들은 조은희에게 알리지 않았다...와인 한 잔이 목구멍을 타고 기분 좋게 배 속을 채웠다.이제 일 년만 지나면 조은희도 돌아올 것이다.막내딸 생각에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어올랐다.그때, 조진범이 고개를 쳐들었다. 와인잔에는 술이 한 방울도 남지 않았고 순식간에 조진범의 얼굴은 이미 엷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진안영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조진범은 그녀의 손끝을 꼭 잡아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이까짓 술은 날 넘어뜨릴 수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조진범이 JH그룹을 인수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미룰 수 없는 접대도 많았고 거절할 수 없는 술도 수도 없이 많았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던 나날이 얼마나 많았던지...진안영은 말을 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가도 다시 망설였다.조은혁 부부도 자리에 있고 더욱이 그녀는 아직 조진범과 공식적인 부부가 아니기에 쉽사리 꺼낼 수 있는 화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정도 속내는 조진범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하여 그는 빈 잔을 아주머니에게 건네주며 가볍게 웃었다.“더 마시면 우리 와이프가 삐질 것 같아서요.”이 말은 조진범 자신도 덕을 보면서 진안영의 체면도 차려
조은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건가?유선우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애인이 셀카 한 장을 보냈다.아주 젊은 여자였는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들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선우 씨, 생일 선물 고마워요.」조은서는 눈이 아플 때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선우 곁에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픈 외에, 남편의 취향을 알게 되어 놀랐다.그녀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선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등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선우가 물기에 살짝 젖은 채로 나왔다. 새하얀 샤워 가운은 선이 분명한 복근과 가슴을 가려주고 있었는데 더욱 섹시해 보였다.“언제까지 볼 거야.”그는 조은서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 그녀를 힐긋 보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아내에게 불륜을 들켜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찔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태도가 그의 경제 수입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은서는 결혼 전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유선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니까.조은서는 그 사진으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따지고 들 수 없었다.나가려는 유선우를 본 조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선우 씨,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유선우는 천천히 벨트를 매고 조은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도 아까 침대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반응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또 하려고?”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관계일 뿐이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니까.시선을 거둔 유선우는 침대맡에 놓인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에 차며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오 분 정도밖에 없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조은
6년이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6년 동안 좋아했다.힘이 빠진 조은서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유선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저녁, 조은서의 친정에는 큰일이 생겼다.조씨 가문의 장남인 조은혁이 JH 그룹의 경제 범죄 사건 때문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1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충분한 시간이다.그날 밤, 조은서의 아버지는 급성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상황이 긴급해 수술이 필요했다.조은서는 병원 복도에 서서 계속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선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은서가 포기하려고 할 때, 유선우가 문자를 보냈다.여전히 짧은 문자였다.「H시에 있어. 일이 있으면 진 비서에게 연락해.」조은서가 또 전화를 걸자 유선우는 전화를 받았다. 조은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선우 씨, 지금 우리 아빠가...”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말을 끊었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돈이 필요한 거잖아? 몇 번을 말해. 돈이 급한 거면 진 비서를 찾아가라고. 조은서, 듣고 있어?”...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YS의약 그룹 대표 타워랜드 대절, 이성 친구를 위한 불꽃 축제」화면 속에는 불꽃이 예쁘게 터지고 있었다.젊은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의 남편인 유선우는 바로 그 휠체어 뒤에서 핸드폰을 쥔 채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조은서는 눈을 깜빡였다.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지금 어디예요?”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조사받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대충 대답했다.“바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진 비서한테 연락해.”유선우는 울먹이는 조은서의 말투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여 옆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 다정했다.조은서는 눈앞이 까매지는 기분이었다.아, 유선우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구나.등 뒤에서는 새엄마인 심
3일 후, 유선우는 B시로 돌아왔다.저녁, 어둠이 드리워진 별장에 검은색 차량이 들어와 시동을 껐다.운전기사가 내려서 차 문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문을 닫았다. 물건을 들려고 하는 운전기사를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직접 올려갑니다.”거실에 들어서자 고용인들이 몰려왔다.“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쓰러져서 사모님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위층에 계십니다.”조씨 가문의 일은 유선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조금 무거운 심정으로 짐을 들고 올라와 침실 문을 여니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짐을 내려놓은 유선우는 넥타이를 풀면서 침대 옆에 앉아 조은서를 쳐다보았다.결혼 후, 조은서는 항상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물건 정리라거나, 디저트 만들기라거나. 만약 그녀의 예쁜 외모와 몸매가 아니었다면 유선우에게는 진짜 가정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한참이 지나도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출장을 다녀온 유선우는 피곤했다. 조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옷장에서 가운을 가진 후 샤워실로 들어갔다.샤워를 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조은서처럼 나약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유선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이미 그의 짐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원래의 부드러운 아내로 돌아올 것이라고.유선우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샤워실에서 나온 그가 원래 자리에 있는 캐리어를 봤을 때, 유선우는 조은서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유선우는 소파에 앉아서 아무 잡지나 들었다.한참 지나서야 시선을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아버님은 좀 어떠셔? 그날 밤은... 이미 진 비서를 혼냈어.”성의 한 톨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말투였다.조은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유선우와 시선을 맞추었다.거울 속의 유선우는 선명한 이목구비에 우아한 자태를 가진 남자였다.한참을 보던 조은서는 눈이 뻐근해질 때야 입을 열었다.“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유선우는 놀라서 굳어버렸
“그래요, 우리 집이 어려우니까 매달 2천만 원씩 주고 있죠. 하지만 그 수표를 받을 때마다 나는 내가 싸구려 여자로 느껴져요. 당신 욕구나 받아주고 받는 돈 같다고요!”...유선우는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정말 그렇게 생각해?”유선우는 조은서의 턱을 잡고 물었다.“당신처럼 남자한테 못 맞춰주는 여자가, 신음도 낼 줄 몰라서 고양이처럼 소리 내는 여자가 본인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혼하고 싶다고? 당신이 날 떠나서 어떤 삶을 살 것 같아?”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손길이 아파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차갑게 조은서의 약지를 봤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약지를 본 그가 물었다.“결혼반지는?”“팔았어요.”조은서는 슬픈 말투로 얘기했다.“그러니까 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그말을 마친 조은서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유선우는 그녀가 6년 동안 사랑한 남자다. 만약 그날 밤이 없었다면, 그날 화려한 불꽃을 보지 못했다면, 이곳에 남아서 사랑도 없는 혼인 생활을 이어 나갔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봐버린 이상, 조은서는 더는 유선우와 함께 지낼 수 없었다.이혼하면 이것보다 더욱 힘들지도 몰랐다. 유선우의 말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며 몇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말을 마친 조은서는 천천히 자기 손을 빼냈다.그리고 캐리어를 꺼내 자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유선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조은서의 여린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조은서가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무 예고도 없이 이혼하겠다니.유선우의 마음속에는 화가 피어올랐다.그리고 그는 바로 조은서를 안아 들어 침대로 던져버렸다.조은서 위에 유선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유선우는 조은서와 얼굴을 맞댔다. 눈과 눈, 코끝과 코끝이 닿았다. 뜨거운 기운이 둘 사이를 감쌌다.그러더니 유선우가 입술을 조은서의 귓가로 가져가더니 얘기했다.“
유선우의 이성의 끈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게다가 유선우 밑에 깔린 조은서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이 몸은 사랑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매우 당연하게 이 몸을 소유하고 싶었다.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밀며 흐트러진 호흡으로 얘기했다.“선우 씨, 저 요즘 약을 안 먹어서 임신할지도 몰라요.”그 말을 들은 유선우는 그대로 굳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두 사람의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한참 지나서 그는 웃더니 얘기했다.“요근래 생각할 게 많았나 봐?”조은서의 반항은 유선우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선우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침대맡의 서랍에서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은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작은 상자에는 영어 자모 세 개가 적혀있었다.포장을 뜯으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유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포장을 뜯고 몸을 숙여 조은서에게 입을 맞췄다. 조은서는 여전히 반항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리고 핸드폰은 계속 울렸다.결국 유선우는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받았다.전화를 건 사람은 유선우의 어머니인 함은숙이었다.함은숙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선우야,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 돌아와 봐야 할 것 같아. 맞아, 그 애도 데려와. 할머님이 그 애가 만든 영양 찰떡이 먹고 싶으시대.”함은숙도 조은서를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투는 차가웠다.유선우는 진유진의 몸을 한 손으로 누르며 그녀를 내리깔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곧 데리고 갈게요.”조은서는 힘이 풀려 침대에 퍼질러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유선우는 바지 지퍼를 올리고 조은서의 가녀린 뒷모습을 힐끔 보고 또 침대맡의 박스를 보더니 입술을 달싹이고는 먼저 나갔다.조은서가 내려갈 때, 유선우는 차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이제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불빛이 없이는 앞을 볼 수가 없었다.조은서는 흰 셔츠를 입고 긴 검은 치마까지 입은
할머니가 일부러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알지만 유선우는 조은서를 향해 눈을 흘겼다.조은서는 할머니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할머니와 함께 수다를 떨던 조은서는 일어나서 얘기했다.“가서 영양 찰떡 만들어 드릴게요.”그녀가 떠나자 유선우의 할머니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누워 얘기했다.“선우야, 백아현은 어떻게 된 거냐. 평소에 잘 대해주는 것으로 끝내면 되지, 불꽃은 뭐니. 네 아내가 질투라도 하면 어떡하니. 은서에게 많이 신경 써줘. 남처럼 대하지 말고. 계속 그러다가 은서가 도망가면 어떡하려고.”...유선우는 대충 둘러내고 불꽃의 일은 해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진 비서가 얘기한 모양이었다.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조은서가 영양 찰떡을 만들어서 가져왔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집안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조은서는 여전히 단아하고 아름다워서 귀부인 같았다.유선우는 금세 싫증을 느꼈다.유선우의 할머니는 매우 기뻐하며 영양 찰떡을 먹더니 얘기했다.“선우야, 너 곧 있으면 서른이야. 네 나이대 애들은 이미 애가 둘이더라. 나는 언제 증손주를 안아볼 수 있는 거야.”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선우는 그녀를 한번 보고 영양 찰떡을 입에 넣더니 얘기했다.“은서가 아직 어리잖아요. 한 2년 정도 더 기다려 봐요.”할머니는 이미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그렇다고 그를 두둔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유 씨 저택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유선우는 안전벨트를 매고 옆의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조은서는 그저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서, 조은서의 옆태는 아름답고 부드러웠다.잠시 그녀를 지켜보던 유선우는 가볍게 액셀을 밟았다.검은색 벤틀리는 평온하게 도로 위를 질주했다. 도로 옆의 가로등이 천천히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에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약 5분 뒤, 유선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