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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햇빛이 비좁은 철창으로 스며들어 얼룩덜룩한 그림을 그려냈다. 따스한 햇볕이 몸에 닿아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로 하여금 남자의 덤덤함은 더욱 살을 찔렀다.

정지혜는 잘 알고 있다. 조진범이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는 이유도 결국 진안영 때문일 것이라고. 조진범은 진안영과 B시로 돌아가야 하기에 정지혜를 놓아주는 것은 그에게 일도 아닐 것이다. 조진범에게는 진안영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평생의 행복이 보장되어 있으니까.

행복...

그렇다. 그들은 평생 행복할 것이다.

곧이어 정지혜는 고개를 들어 조진범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호수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윽한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에게 있어 정지혜의 존재는 그저 공적인 일일 뿐이었다.

방금 조진범은 이미 명확히 말했었다. 정지혜와 조진범 사이는 그저 거래일 뿐이었다고.

정지혜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가벼운 웃음 속에는 이 관계에 대해 석연함이 담겨 있었다. 정지혜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인생을 맡길 가치가 없다. 그리고 그 남자 때문에 평생을 망칠 가치도 없었다. 다행히 모든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정씨 가문에는 아직 인맥이 남아있기에 정지혜에게는 여전히 찬란한 인생을 누릴 기회가 남아있다.

“좋아요.”

정지혜는 눈물을 훔치며 다짐했다. 앞으로는 조진범을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리라고.

...

조진범의 합의서는 정지혜의 변호사에게 건네졌다.

이는 변호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B시 JH그룹의 조 대표는 악독하고 악랄하기로 유명한데 이렇게 큰일에 합의를 해준다는 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따로 없다. 몇 번이고 확인해보았지만 확실히 조진범의 친필 서명이 확실했다.

조진범이 떠나려는데 정지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몸을 돌리자 정지혜는 한참 동안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마침내 한마디 내뱉었다...

“잘 가요.”

조진범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참 후, 정지혜는 조진범이 답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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