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451 - Chapitre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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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그는 종종 조은서의 꿈을 꾸고는 했다.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그 감정이 동정이 아니라 그리움이었음을 깨달았다. 박연준은 그의 앞에 있던 조은서, 슬픈 어조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던 조은서, 그리고 항상 믿음 어린 눈길로 그를 보던 조은서를 그리워했다...그 후, 그는 자주 하와이로 출장을 가서 그녀를 보고는 했다.심지어 조은서와 자주 만나기 위해 박연희를 하와이에 있는 미대에 보내기도 했다. 그래봤자 겨우 밥이나 먹고 커피나 마시는 데서 그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사소한 것조차 박연준에게는 큰 행복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가 조은서를 연모하는 마음은 이젠 절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그건 더럽고 추악한 감정이었으니까....조은서가 별장으로 돌아왔다.한창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있던 심정희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조은서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조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와이에 한 번 다녀오려고요. 박연희뿐만 아니라 오빠를 위해서도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잘살아 보려고 하는데 다시 복수의 늪에 빠지게 둘 수는 없어요.”심정희도 그 말에 동의했다.어찌 되었든 산 사람은 살아야지.조은서는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심정희에게 말했다.“길어서 이틀이면 돌아올 거예요. 혹시 집에 일이 생기면... 선우 씨한테 연락해서 해결하라고 하세요.”비록 서로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지만 그래도 유선우는 조은서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심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어.”말을 하던 중 조은서는 심정희의 정수리 쪽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몇 가닥을 발견했다. 그녀는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심정희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아직 젊으시잖아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맘에 드는 분 만나시면...”“무슨 소릴 하는 거야!”심정희가 단호하게 거절했다.“지금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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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조은서는 홀로 윗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곧바로 2층 동쪽의 안방으로 들어선 후 널찍한 응접실을 지나 두 사람의 침실에 도착했다.침대 머리맡에는 결혼사진 한 장이 없었고 침실에는 여자애가 쓸 법한 아기자기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소파 위에 자그마한 캔버스 하나만 놓여 있었는데 캔버스의 그림은 완성되지 않은 채였다.하지만 희미한 윤곽으로 추측해 봤을 때 그림속의 사람은... 조은혁이 틀림없었다.드레스룸에는 여자 옷도 적었지만 남자의 옷은 그것보다 더 적었다.조은서는 드레스룸에 걸린 여자 옷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결혼 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옷이 이렇게 적은 걸 보니 조은혁이 박연희를 잘 대해 주지 않는 다는 것만은 아주 명확했다.그녀는 침실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고 바로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왔다.1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김 비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은서가 그녀에게 물었다.“저희 오빠는 여기 자주 안 오나 봐요?”김 비서는 바른대로 말했다.“네, 일주일에 한 번씩 와요.”더 캐물어 봤자 좋지 않은 이야기만 들을 것 같았기에 조은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이만 별장을 떠나려고 할 때, 한 젊은 경호원이 물통을 들고 지하실에서 나왔다.별 생각 없이 그 쪽을 보던 조은서는 물통 속의 물이 온통 핏빛인 걸 보고는 흠칫 굳었다가 김 비서를 바라보았다.순간 김 비서는 발밑이 꺼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조은서는 하와이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다가 일주일 뒤 B시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출구 쪽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박연준을 발견했다.선글라스 너머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함께 근처에 있던 스타벅스에 향했다.자리에 앉은 뒤 선글라스를 벗은 조은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나 미행했어요?”못 본 새에 박연준은 더 초췌해진 것 같았다.그는 조은서의 커피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냈다가, 지금 있는 곳이 커피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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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조은서는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박연준에게 바른대로 말했다.“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두 사람은 이미 외국으로 떠났고 전 그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요. 돌아온다고 해도 원래 지내던 곳에서 지내진 않겠죠. 아시잖아요, 지난 몇 년 동안 하와이에 있는 오빠의 세력이 이미 저를 넘어섰다는 걸. 작정하고 숨으면 저도 찾아낼 방법이 없어요.”박연준도 조은서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은서의 선량함에 기대를 걸어 본 것일 뿐이었다.그의 속셈을 눈치챈 조은서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그 쪽한테는 선량함이 가장 가치 없는 것 아니었어요?”그녀가 선글라스를 다시 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식 있으면 알려줄게요.”그때, 박연준이 조은서의 손을 잡고 몇 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손목에 있는 상처를 매만졌다. 단지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조은서는 더 이상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박연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있던 그 말을 내뱉었다.“은서야, 나 너 좋아해.”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조은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두어 번 손을 내저어 그의 손의 잡힌 자신의 손을 빼냈다.조은서의 입장에서, 둘 사이에는 딱히 남녀감정이랄게 없었다.그녀에게 있어 박연준은 그저 친구였을 뿐이었고 한 번도 그를 남자로 보거나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박연준은 자리에 멍하니 앉아 멀어져가는 조은서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핸드폰을 들어 조은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자마자 박연준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그는 자신이 어떻게 전화를 받았는지도 몰랐다.“조은혁, 뭐 하자는 거야. 연희한테 무슨 짓을 할려고.”전화기 너머에서 조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연준, 지금 겁먹은 거야? 걱정마, 박연희는 내가 잘 돌볼 테니까. 우리 아주 좋아, 사랑의 결실도 생겼고 말이지. 근데 말이야, 네 직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박연희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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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저녁, 별장 2층.유선우는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무릎에는 수건이 놓여 있었다.의사가 그를 마사지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허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다리에 감각이 조금 돌아왔다면서요. 오른쪽 팔도 회복이 잘 되고 있고. 새로운 의료팀이 그래도 일을 잘 하나 보네요.”새로운 의료팀?유선우는 모르는 일이었다.의사는 자기가 실언했다는 걸 깨닫고 할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조은서 씨가 만드신 건데 첫 번째 단계의 투자액만 해도 400억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 뒤 단계는 얼마나 들었는지 저도 몰라요. 저도 허 교수님한테서 들은 얘기라. 이 의료팀을 유지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마 조은서 씨의 재산은 다 여기 들어가지 않았을까요?”그녀가 마사지를 계속하며 말을 이었다.“조은서 씨가 대표님을 얼마나 걱정하시는지는 두말하면 입 아프죠.”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지금 박연준이 조은서의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었다.그 기사는 실검에 올라간지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선우에 의해 언론통제 되었다.그는 조은서에게 따로 연락해 사건의 전말을 묻지 않았고 조은서도 그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사실 조은서가 유선우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어젯밤 그들이 관계를 가진 건 맞지만 그건 그저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니 맞춰준 것일 뿐 그것 때문에 둘의 입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가 조은서에게 해명을 요구할 자격도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마사지가 끝나고 의사가 방에서 나가자 유선우가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연결음이 네다섯 번 울리는가 싶더니 조은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우 씨, 무슨 일이예요?”유선우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어두운 두 눈을 내리깔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이안이랑 이준이 데려와서 하루 같이 있고 싶은데, 괜찮아?”“괜찮죠.”유선우는 기쁜 마음을 누르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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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유선우가 고개를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B시에 돌아간 뒤 비염은 좀 나았어?”조은서가 유이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자기 아들의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많이 나았어요. 며칠 뒤에 다시 병원에 가서 재검진 받아야 돼요.”유선우가 깊은 눈으로 조은서를 쳐다보았다.조은서는 오늘 짙은 보라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낭창한 허리, 그리고 치마 아래로 뻗어져 나온 가늘고 긴 다리를 더 부각하는 디자인이었다.그날 밤, 그는 바로 저 곳을 꽉 잡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그의 손을 따라 흔들렸고 끝자락에 가서는 그녀가 그의 목에 엎드리더니 발끝을 곧게 펴고...그는 소리 없이 그녀를 달랬다.비록 그날도 헤어졌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기쁜 시간을 안겨주었다.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유선우의 두 눈동자에 어두운 불빛이 타올랐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도 미묘해졌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유선우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밖은 너무 뜨거우니까 들어가자.”조은서가 다가와 유선우의 휠체어를 밀자 그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고 그저 아이들이 보지 않을 때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조은서는 살짝 움찔거렸지만 잡힌 손을 빼지 않았다.두 아이가 기쁜 듯 유선우에게 달라붙어 이야기책을 읽어달라고 조르자 유선우는 테이블에 놓인 이야기책을 집어 들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이야기책을 읽는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멋졌다.조은서는 그가 오늘 새 셔츠와 정장 바지를 차려입었다는 걸 발견했다. 밖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소매 단추까지 꼼꼼하게 채우는 등 매우 신경 쓴 모습이었다.조은서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데이트도 아니고 시간도 오래 걸렸을 텐데 뭘 저렇게 차려입었대.그녀는 한 손만 쓸 수 있는 그가 저 옷을 저렇게 단정하게 입기까지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지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지자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이제 곧 추석인데 우리 같이 송편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자. 며칠 전부터 이안이랑 이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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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그의 손은 남자의 강인한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유선우는 뒤로 가더니 휠체어로 문을 닫아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러고는 조은서를 서서히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앉히려는 제스처를 취했다.조은서가 밖에 사람이 있는 걸 의식해서 앉지 않으려 하자 유선우가 강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결국 무릎에 앉혔다.그녀가 눈을 붉히며 뭐라고 따지려 하자 유선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이러면 말하기 편하잖아.”조은서가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려 할 때, 유선우가 바로 그녀에게 키스했다.그가 그녀에게 강하게 입맞춤하며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감지 않는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가득했다.여기가 주방만 아니었으면, 밖에 있는 네다섯 명의 도우미만 아니었으면, 이 곳이 그들 둘만의 공간이었으면, 그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조은서의 잘록한 허리를 잡아 그의 몸에 꽉 눌렀다.그녀가 자신의 것을 느낄 수 있게, 그녀가 자신에게 더 안달 나게, 자신에게 더 달라붙게...얇은 옷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느껴졌다. 두 사람의 가슴이 움직임에 따라 닿을 듯 말 듯 문질러졌다.유선우는 그녀에게 마음껏 키스했다.그렇게 10분 정도 지난 후, 그가 붉게 부풀어 오른 얇은 입술을 조은서의 귓가에 대고 뜨겁게 말했다.“이것만으로도 벌써 느낌이 오는 거야?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성욕이 떨어진다며? 그런데 왜 더 커진 것 같지, 내가 느끼기에는...”말을 하며 그가 시선을 내렸다.그녀의 몸에 걸쳐진 실크 원피스의 가슴 쪽이 터질 듯 팽팽해졌다... 넘치는 여성스러움이 그에게 몰려왔다.두 사람 다 느낌이 왔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시간도 장소도 마땅하지 않았다.조은서가 그의 어깨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유선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박연준이랑은... 어떻게 된 거야?”조은서가 고개를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그냥 서로 즐기는 사이 아니었어요? 왜 그런 걸 물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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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 모두 멈칫했다.특히 유선우의 반응이 더 확연했다.어떻게 조은서와 임도영이 한 쌍이고 그는 그저 전 남편뿐이라는 걸 잊었을까. 지금 배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누군데. 어떻게 그녀를 독차지하려는 마음을 먹었을까.유선우, 너 정말 웃기는 놈이구나.분위기가 가라앉자 조은서가 그의 무릎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유선우의 팔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조금만 안고 있게 해줘.”조은서도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조용한 공간 속, 방해하는 사람 하나 없이 두 사람은 피부를 맞대고 서로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선우 씨, 어차피 우리는 헤어질 거예요. 그저 빠르나 늦으나 그 차이가 있을 뿐이지...”유선우는 지금 자신이 해야 할 말은 임도영을 떠나 자신에게 오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말을 한 뒤는?그가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유선우가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탓에 담배를 꺼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저 담배갑을 손에서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한참 후, 그가 어두운 눈으로 조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후회할까 봐 그러지.”말을 마친 그가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얼마 후, 유선우가 무언가 결심을 내린 듯한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임도영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우리 관계를 완전히 끝내자. 대신 그동안은 다시 부부처럼 지내.”유선우가 다른 남자를 신경 쓰면서도 이렇게 비굴하게 계속 만날 것을 요구하는 건 욕망에 져서가 아니었다.그저 이대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이대로 품 안의 여인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에...한때나마 그의 것이었던 이 모든 것이.조은서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살짝 들어 그에게 키스했다.유선우는 여전히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에 쥐고 있던 담배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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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두 사람은 부부사이였었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약간의 새로움을 가지고 있었다.그날 밤, 아이들은 잠 들었고 아주머니가 곁에서 돌보고 있었다.조은서는 욕실에서 나와 피부관리를 마치고는 실크가운을 입은 채 유선우의 방문을 노크하고는 별 생각 없이 바로 들어갔다.방안에는 유선우뿐만 아니라 두 명의 남자 간병인도 있었는데 그들은 한창 유선우를 도와 목욕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셔츠 단추를 세 개쯤 풀어놓은 채로 휠체어에 앉은 채 자연스럽게 간병인들과 대화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고개를 돌려 어두운 눈으로 조은서를 보는 순간 그녀는 그가 아직 그 불편한 몸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아마 유선우는 평생 그 장애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조은서는 그런 그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입을 열기 전 먼저 입을 열어 두 명의 간병인을 내보냈다.“제가 돌볼게요.”하지만 두 간병인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유선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뚫어지게 조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유선우가 조은서에게 제일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바로 이런 나약한 모습이었다.한참 후, 그는 시선을 여전히 조은서에게 고정한 채 두 사람에게 말했다.“이만 나가세요.”두 사람은 유선우를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잠시 후, 방에는 유선우와 조은서 두 사람만 남았고 방 안의 공기는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조은서는 그가 화를 낼지 내지 않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가 얼마나 오만한 사람인지는 그녀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부드러운 조명 아래 유선우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나머지 단추를 마저 풀었다.마지막 단추까지 다 푼 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돌봐주겠다며? 왜 안 와?”조은서가 다급하게 다가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무릎에 손을 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유선우가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고는 손을 뻗어 가녀린 어깨를 감싸쥐었다.“샤워했어?”조은서가 가볍게 대답했다.“네.”조은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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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조은서는 고생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유선우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까 봐 두려웠다.두 명의 간병인은 역시 프로라서 그런지 반 시간 뒤 유선우를 도와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깨끗이 정리하고는 방을 나갔다.조은서는 그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방에 들어갔다.침실에는 무드등만 켜져있었고 유선우는 그녀가 방에 들어서는 걸 보더니 손을 들어 옆에 누우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그는 마치 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조은서가 가까이 다가가서 침대에 눕더니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몸에서 나는 상쾌한 향기를 들이마셨다.유선우의 손바닥이 조은서의 어깨에 닿더니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손길에는 어떠한 욕정도 없었다.얼마 후, 그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봤지? 나는 샤워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해야 돼. 조은서, 임도영이 너한테는 더 좋은 선택지일 거야.”조은서는 그의 품에 더 깊이 얼굴을 묻으며 그의 뜨거운 체온을 느꼈다.그녀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고 그저 다시 물었다.“선우 씨, 그럼 우리는 무슨 사이예요? 다른 남자랑 같은 여자를 공유하는 걸 당신 같은 사람이 견딜 수 있겠어요? 언제부터 그렇게 너그러웠다고?”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거의 울듯이 말했다.오직 유선우를 위해서...조은서의 슬픈 모습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연약한 모습은 유선우가 좋아하는 모습 중의 하나였다.유선우는 몸을 돌려 말없이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두 사람 다 더 슬퍼질 것이었기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그렇게 슬픔에 젖어있을 때, 유선우의 핸드폰이 별안간 울렸다.전화는 진 비서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는데 유선우는 전화를 받아 덤덤한 목소리로 업무상의 얘기를 나눴다.하지만 그의 눈은 계속 조은서에게 향해 있었다.그는 한쪽 어깨로 핸드폰을 고정시킨 뒤 다른 한 손으로는 조은서가 다른 데 가지 못하게 꼭 잡고 있었다.잠시 뒤, 그가 짤막한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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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조은서가 그의 오뚝한 콧날을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잠시 후, 그녀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유선우가 입을 옷을 골랐다.드레스룸에는 유선우가 조은서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었다.작은 케이스 안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있었는데 다이아가 그렇게 크지 않아 몇백만 정도 값이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디자인이 정교하고 디테일해서 데일리로 착용하고 다니기 좋았다.조은서는 깜짝 놀라며 목걸이를 들어 착용해 보았다. 그녀는 거울 안의 자신을 보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이 결혼한 이래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그녀는 목걸이를 계속 낀 채 유선우의 옷을 고르고 빳빳하게 다림질까지 마쳤다.햇빛 아래 비친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우면서도 여성스러웠다.그때, 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유선우가 그녀를 발견했다. 그는 조은서의 손을 잡아 자신의 다리 위에 앉히고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았다.“예뻐.”조은서가 자기도 모르게 그의 볼을 만지자 유선우가 거칠게 키스해왔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뒷덜미를 덮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애들이 오기라도 하면!”하지만 그녀의 말은 유선우의 입속으로 삼켜졌다.“겨우 여섯 시야, 아직 안깨났어.”두 사람은 모두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의 몸을 가까이 붙이며 어젯밤 하지 못했던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치 진짜 부부처럼, 물 만난 물고기처럼...유선우는 임도영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조은서도 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그는 다리가 불편했지만 남녀의 쾌락은 굳이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오랫동안 참아 온 걸 풀기라도 하려는지 그는 세 번을 하고도 모자라다는 듯 굴었고, 결국 조은서가 약간 아픈 기색을 보이며 그만하자고 낮은 소리로 애원해서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 후, 조은서는 반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아이들을 깨우러 갔다.그녀가 아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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