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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1465 챕터

제241화

하늘이 밝아졌는데도 임지혜는 여전히 조용히 누워 있었다...조은서는 얼굴을 그녀의 손바닥에 파묻으며 혼잣말했다.“지혜야, 너 꼭 일어나야 해. 앞으로 널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당당하게 웃으며 살아가도 돼. 예전에 있었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또 아이가 생길 거야. 그러니까 제발 일어나, 응? 제발, 이렇게 빌게. 이 모든 것이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해줘!”희망이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절망하게 했다.이른 아침, 의사가 어두운 얼굴로 임지혜의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만약 4시간이 지나도 임지혜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녀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고, 다시 말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니...조은서는 가슴이 비수에 꽂힌 듯이 아팠다.그녀는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더니 세면대를 붙잡고 담즙이 나올 때까지 구토했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무기력하게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지혜야, 임지혜!”그 순간 슬픔의 무게는 조은서의 세상을 무너뜨릴 듯했다.병실 안에서.임지혜의 검지와 연결되어 있던 모니터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약하게 울리는 기계음과 함께 임지혜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은서가 울고 있는 거 아니야? 울지마! 은서야 울지마, 내가 텀블링 보여줄까?’“은서야... 은서야...”임지혜는 미약한 목소리로 조은서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그녀는 혼수상태인 와중에도 조은서의 슬픔과 괴로움이 느껴졌다.고통만 안겨주는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조은서가 있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조은서가 걱정이 되었다.의사가 깜짝 놀라 멈칫했다. 곧이어 그는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사실 방금 조은서에게 ‘4시간’이 남아 있다고 한 것도 그녀를 위한 위로였다.그의 의학적 소견으로 임지혜는 사실 4시간도 버티기 어려웠는데, 임지혜가 기적적으로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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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조은서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임지혜를 바라보더니 울면서, 또 웃으면서 말했다.“왜 그럴 가치가 없겠어? 너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얼른 나아!”임지혜의 눈가에는 눈물이 예속 흘러내렸다.조은서는 그녀를 꼭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임지혜는 몸이 허약했지만 있는 힘껏 손을 들고는 조은서를 꼭 안았다....음식을 조금 먹고 난 뒤 의사는 임지혜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고 조은서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했다.병실을 나선 그녀는 긴 복도 끝으로 나가 창밖의 햇살을 가만히 지켜봤다.이제야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지혜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지혜가 자포자기하지 않고 아직 살아갈 용기가 있다는것도 다행이야.’하지만 조은서는 그 아이를 떠올리면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괴로웠다.앞으로 다른 의학적 수단으로 임지혜가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세상을 뜬 그 아이는 아닐 것이니 말이다.“은서 씨.”갑자기 그녀 뒤에서 차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은서가 몸을 돌리고는 한참 동안 조용히 그를 쳐다보다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왜 왔죠?”차준호는 손에 든 서류봉투를 흔들며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그 사람이 깼다면서요. 얼굴 보는 김에 호텔 양도 계약서를 주려고 해요. 은서 씨, 내가 한 번 만나봐도 될까요?”조은서는 살짝 고개를 들더니 겨우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지혜가 깨어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아요? 준호 씨, 지혜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다면 다시는 지혜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세요. 지혜는 준호 씨도, 그리고 준호 씨의 잘난 아내도 감당할 여력이 없거든요.”차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은서 씨, 딱 얼굴 한 번 보고 서류를 넘겨주는 것뿐이에요.”조은서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몸을 돌려 섰다.그녀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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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차준호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힘껏 임지혜를 안으며 그녀가 더 말하지 못하게, 떠나지 못하게 했다. 잠시라도 그는 다시 임지혜의 품을 탐닉하고 싶었다. ...임지혜는 그가 준 호텔 서류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차준호더러 꺼지라고 했다.그에 대한 사랑은 더는 남지 않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으니 원한도 당연히 없다는 말 한마디 더 남겨둔 채 말이다.차준호가 병실을 나설 때 눈에는 초점을 잃었다. 셔츠는 피범벅이 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문밖에는 정우연이 서 있었다.병실에서 나오는 차준호를 보더니 정우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또 저 여우 년 생각나서 보러 온 거죠? 준호 씨, 저년을 해친 건 다른 사람이 아닌 준호 씨예요. 저 여우 년을 계속 생각하지 않았...”차준호가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곧이어 그는 정우연의 목을 꽉 조르면서 벽으로 밀어붙였다.숨이 막혀 얼굴이 시퍼레진 정우연은 차준호의 손을 잡고는 퍽퍽 내리쳤지만 끝까지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했다.“내가 저년보다 못한 데가 어디 있어요? 나는 정씨 가문의 아가씨예요. 하지만 임지혜 저년은 몸을 파는 걸레라고요!”차준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눈가가 벌게진 채로 또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지혜한테 한 번이라도 손을 더 대면 내가 장담하는데 너를 꼭 죽여버릴 거야. 맹세해.”정우연은 얼빠진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차준호는 절대 농담으로 이 말을 뱉은 게 아니었다. 만약 임지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정말 상대를 죽일 수도 있었다...정우연은 멍한 채 있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준호 씨, 저년을 그렇게 사랑한다면 왜 그때 결혼하지 않았어요? 왜 저년이 아닌 나랑 결혼했냐고요.”‘그러게. 내가 왜 그랬지?’차준호 본인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몰랐다....일주일 후.임지혜가 퇴원한 후 조은서는 그녀를 데리고 묘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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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회사가 매우 바빴지만 유선우는 그래도 허니문이라는 명목하에 조은서를 데리고 일주일 동안 여행을 다녔다.B시에 돌아온 후 유선우는 그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 바빠 거의 매일 야근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밤을 새우고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주말, 유선우는 간만에 제시간에 돌아왔다.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천천히 별장에 들어오더니 주황색 노을을 받게 되자 더 반짝반짝 빛나게 되었다.하인이 다가와서 문을 열고는 그에게 정성스럽게 저녁 메뉴를 전했다.유선우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리고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느긋하게 물었다.“은서는 돌아왔어요?”고용인이 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사모님께서 집을 나서지 않으셨습니다. 온 오후 위층에서 뭔가를 하고 계시던데요.”유선우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긴장을 풀고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은 너무나도 잘생겨 나이 든 고용인마저 저도 모르게 그에게 눈길이 갔다.요즘 유선우는 너무 바빴지만 그래도 기분이 많이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조은서가 돌아왔으니 말이다.위층으로 올라가며 얇은 코트를 벗어던진 유선우는 지금 흰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그가 침실 문을 열자 카펫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수많은 선물과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조은서를 발견했다.그는 코트를 소파 위로 던진 후 그녀의 뒤에 앉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모레 새로 가게를 오픈할 때 사모님들에게 줄 선물이야?”유선우가 손으로 선물을 헤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은서는 워낙 안목이 좋은지 선물은 모두 정교하고 실용적이었다.스카프며 럭셔리 브랜드 커피잔이며 모두 근사한 선물이었다.유선우가 또 그녀에게 말했다.“나중에 쇼핑할 때 내 옷 좀 대신 사줄래?”조은서가 알겠다고 대답했다.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두 사람의 재혼은 그렇게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다.조은서은 일부러 그를 냉대하지 않으려 했기에 유선우의 요구라면 그녀는 최대한 들어주기로 했다.어차피 남은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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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조은서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씻는다고 하지 않았어요?”유선우는 또 한참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고 나서야 침대에서 내려가 샤워하러 갔다.욕실에 들어선 순간 미소를 머금던 그의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다.사실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잠자리를 가지는 것이었다.조은서는 편안해 보였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있었다.가장 사랑이 고플 때도 그녀는 침대 시트를 꼭 잡을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녀는 더는 예전처럼 그의 목을 끌어안거나 낮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속삭이지 않았다.몇 분 후, 유선우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자 이미 침대에서 일어난 조은서를 발견했다.실크 이너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검은 긴 머리가 목뒤로 늘어져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그녀는 통유리 앞에 서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유리창은 온도 차 때문에 물기가 가득 찼다.조은서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저도 모르게 그 위로 글자를 썼다.확실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민우’라는 이름이 쓰인 것 같았다.욕실 밖에서 가만히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유선우는 마음이 복잡했다.방금까지 두 사람은 잠자리를 가졌는데도 조은서는 지금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만약 예전이었다면 유선우는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조은서를 침대에 밀어붙이며 몸으로 그녀를 정복함으로써 다시는 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게, 그리고 오직 그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게 강요했을 것이다.하지만 지난번에 유선우는 이미 그녀에게 강요를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었다.조은서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자 유선우를 발견하고는 살며시 쓰던 글을 지웠다.분위기는 삽시에 미묘해졌다.유선우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옷 갈아입고 내려가서 밥 먹자.”조은서는 그가 떠난 후 또 글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민들레꽃이 지면.]이 일이 있고 난 뒤로 분위기는 한껏 가라앉았다. 하지만 유선우는 여전히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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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깊은 밤, 유선우는 침실로 돌아갔다.어두컴컴한 침실에서 조은서는 고른 숨을 내뱉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잠이 든 모양이다.그는 옷을 벗고 그녀의 뒤로 누웠다.그녀의 따뜻한 목덜미에 얼굴을 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몸을 가볍게 건드리며 일부러 깨우려고 했다.한참 후, 조은서는 점점 정신이 들었다.유선우는 그녀가 깬 걸 알고는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나 아직 사랑한다고 말해.”조은서가 천천히 눈을 떴다.하지만 그녀는 유선우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그녀는 유선우의 아내인 척 모임에 가고 그와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또 그의 일상생활의 모든 걸 챙길 수 있었지만 양심을 어기며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그들 사이에는 거래가 있지 않았던가? 사랑과는 전혀 무관한 거래 말이다.조은서가 한참 침묵하자 유선우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조은서를 몸 아래로 다시 눕힌 후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봤다.“선우 씨, 왜 그래요?”조은서는 그와 한참 눈을 마주친 후 물었다.그녀의 빨간 입술에서 성숙한 여인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몸을 일으킨 조은서는 그의 부드러운 입술을 어루만졌다.하지만 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은서는 그런 반응을 살피더니 몸을 돌려 협탁 서랍에서 작은 박스 하나 꺼냈다. 그리고 또 입술에 가까이 대고는 물었다.“잠이 안 오니까 다른 거라도 할래요?”유선우의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조은서는 그와 잠자리를 가지더라도 절대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거짓말로도 할 수 없었다.유선우는 갑자기 그녀의 두 손목을 한 손으로 쥐고는 침대 위로 세게 눌렀다.조은서는 어쩔 수 없이 허리를 튕겨 올렸다.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힘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선우 씨!”유선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며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어둠 속에서 보인 그의 얼굴에는 바람기가 더해졌는데 그들이 처음 결혼했을 때보다도 훨씬 매혹적으로 느껴졌다.그는 그윽한 눈으로 조은서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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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임지혜가 웃으며 대답했다.“얼른 가.”...유선우는 홀 앞쪽에 있는 파란 통 유리창 앞에 서 있으면서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오늘 그는 특별히 옷을 차려입었다.새하얀 셔츠에 겉은 수제 벨벳 양복을 입고 있어 유난히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하지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또 그렇게 쓸쓸해 보였다.그가 도착한 지 30분이 다 되어갔다.그가 도착했을 때 빌딩 앞에 두 줄의 화환이 놓인 걸 봤는데 유난히 그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민들레꽃으로 이룬 화환이었는데 이 계절에 민들레꽃 찾기란 쉽지 않았다.그리고 그 위에는 허민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조은서는 그 화환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가운데에 놨다.하지만 남편인 그가 정성껏 고른 8개의 꽃바구니는 그저 외롭게 옆에 방치되어 전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그걸 본 유선우는 안으로 더 들어가지 않았다.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도 그는 어젯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조은서 생각뿐이었다.그녀는 분명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게 맞았다. 아니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선뜻 내뱉지 못할 리가 없었다.조은서는 쓸쓸한 뒷모습의 유선우를 발견했다.그녀는 천천히 그의 옆으로 걸어간 뒤 그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봤다.사실 그녀도 유선우가 기분이 우울한 걸 눈치챘다.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머리가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녀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까치발을 들어 그가 물고 있던 담배를 뺏었다.“담배 그렇게 많이 피우지 마세요. 곧 커팅식인데 들어갈까요?”유선우는 그저 그윽한 눈으로 조은서를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조은서는 그를 위해 넥타이를 정리해 주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유난히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 같던데, 몸에 안 좋아요.”“나 걱정하는 거야?”유선우가 물어보자마자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백아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지난주 백아현의 몸에 맞는 신장과 심장의 기증자가 나타났다. 그녀가 살아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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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파티가 끝나고.모든 손님을 보낸 조은서는 가게를 정리하고 나서야 임지혜와 작별 인사를 건넸다.임지혜도 당연히 그들 부부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걱정 어린 얼굴을 보였다.조은서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싸우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그녀는 임지혜를 택시에 태운 후 차가 떠난 걸 지켜보고서야 두 팔을 안고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걸어갔다.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그녀는 어떻게 유선우를 마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검은 벤틀리를 몬 유선우는 차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옅은 회색 연기가 얇은 입술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곧 밤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 광경은 남자로 하여금 더 차갑게 보이게 했다.조은서가 차에 올라탄 후 고개를 숙여 안전벨트를 매려고 했다.유선우가 담뱃불을 끄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내가 할게.”“괜찮아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워낙 가까이에 있어 조은서는 유선우의 뜨겁고도 간지러운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유선우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일조차도 이젠 거부하는 거야?”조은서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선우 씨, 그게 아니잖아요. 나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더니 너무 피곤해요.”철컥.유선우는 조은서에게 벨트를 매준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하니까 나 상대하기도 싫다는 거야?”어두운 차 안에서 조은서는 그를 바라봤고 유선우도 그녀를 바라봤다.약 1분이 지난 후, 유선우가 허리를 곧게 펴고는 다시 핸들을 잡았다. 마치 조금 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그는 시동을 걸면서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이제 집에 가자.”어쨌든 심기가 불편했는지 유선우는 침실이 아닌 서재에서 잠을 청했다.서재의 소파는 푹신하지 않았기에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래서 LP로 ‘명상곡’을 틀고는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했다.그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마다 이 곡을 들으면 항상 마음이 진정되고 감정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하룻밤이 지나니 화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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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하지만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 다른 남자 때문이었다.유선우는 의자에 살짝 등을 기대더니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는 하루 종일 어떻게 조은서와의 관계를 개선할지 고민했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 때문에 눈물이나 흘리고 있었다.허민우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남은 평생 아쉬워할 거란 말인가?조은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허민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허민우를 마음에 두고 있는 마당에 전남편은 어디 눈에라도 들어오겠는가?요즘 따라 유선우는 조은서에게 많은 배려를 베풀었다.조은서가 부드러운 남자를 좋아하는 걸 알아 그도 똑같이 그녀에게 부드럽게 대했을 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잠자리를 강요한 적이 없었다.분명 서로가 원해서 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다고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조은서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티를 낼 때마다 그는 욕구를 참곤 했었다.그가 최선을 다해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고, 또 곁에 있어준 것도 결국 쓸모없는 짓이었다. 이것들은 모두 조은서가 필요하고 원한 게 아니었다.그는 또 서운했던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요즘 그는 술자리가 있거나 야근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곤 했는데 조은서는 단 한 번도 걱정하며 그에게 연락한 적이 없었다.두 사람이 화목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했으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결국 조은서는 그들의 결혼 생활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니 화기애애하다는 가상이 이루어졌다.그의 모든 걸 신경 쓰지 않으면서 조은서는 허민우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유선우는 무표정으로 담뱃불을 지폈다.가게로 들어간 조은서가 민들레꽃을 꽃병에 꽂아 넣었다. 그를 대충 쳐다볼 때와는 달리 아련한 눈빛으로 꽃들을 바라보는 그녀였다.유선우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조은서에게도 전화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목적지 없이 운전하기 시작했는데 저녁 8시가 될 때 차준호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준호야, 어디에 있어? 나와 술 안 마실래?”유선우는 눈앞에서 빛나는 네온 간판을 보며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어디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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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룸 안은 여전히 떠들썩했다.이지훈도 자리에 있었는데 조은서 때문인지 그와 유선우의 관계는 줄곧 어색했고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새벽이 다 되고 나니 사람들이 모두 떠나 남아있는 사람이 몇 없었다.유선우가 소파에 기대고는 무표정으로 담배를 피웠다.그의 앞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가득 꽂혀 있었다.이지훈이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왜? 요즘 결혼 생활이 안 즐거워? 당신도 이런 곳에 와서 술이나 마실줄이야. 하긴. 여자의 마음을 얻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나. 은서 씨가 예전에 그렇게 따라다녔으니 이제 당신도 어디 한 번 당해봐야 하지 않겠어?”유선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우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말을 마친 그는 담뱃불을 끄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랑하지만 얻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인간들보다는 행복하지 않겠어? 이지훈, 조은서를 탐낼 생각은 하지도 마.”이지훈이 일부로 그를 도발했다.“그래? 난 쉽게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유선우는 더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화장실에 다녀간 후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금색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뒤에서 어떤 가녀린 팔이 그를 꼭 안았다.여자는 경험자인지 손끝으로 셔츠 자락을 가로지르면서 남자의 욕구를 자극했다.유선우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등 뒤에 있는 여자는 매우 몰입했다. 그녀는 분명 유선우를 손에 넣으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그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도 모자라 그의 손에 손을 얹고는 자신의 몸을 쓰다듬게 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유선우는 바로 그녀의 가슴에 실리콘이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세면대에 기댄 채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는데 얼굴에는 바람기가 묻어났다.그가 거절하지 않자 여자는 더욱 대담해졌다.“그만!”유선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옆으로 뿌리친 후 계속 손을 씻었다.그녀는 한창 잘나가는 배우였기에 거절을 당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연예계 바닥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거절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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