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나서 그는 운전석이 있는 차 문으로 내려 펫샵에 들어갔다.5분도 안 돼, 유선우는 강아지 기저귀 한 팩을 들고 나와 트렁크에 실었다. 차에 다시 올라타서 그는 설리의 머리를 만지며 조은서한테 얘기했다.“스몰로 샀어. 돌아가서 해줘.”네, 하며 대답하고 조은서는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유선우는 잔잔하게 말을 걸어왔다.“성진그룹 사모님한테서 들었는데, 네가 가게를 할거라며?... 혹시, 돈 필요해서 그래? 모자라면 말해, 나한테.”담담한 말투 속에 가진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타인을 장악하고 있다는 그런 자신감도.듣기 거북했다. 말이 곱게 나갈 리 없었다.“선우 씨, 내 일에 참견하지 말아요!”“네가 걱정됐을 뿐이야.”마침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그는 골목에 차를 세웠다.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살살 녹아드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마치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녹여주기라도 하려는 듯.“우리가 아무리 이혼했다 해도, 여전히 가족이야. 은서야, 널 가족처럼 걱정하고 보살피고 싶어. 그래도 안 되겠어?”그의 말과 목소리와 표정들은 세상 다정했다. 이러한 전 남편이 어디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하지만 그와 같이 살아온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이 남자로 인해 너무 많은 실망과 상처만 떠안았다. 이것 역시 다 남자들의 얕은 수작이자, 그녀의 맘을 잠시 달래보려는 또 하나의 작전임을 알고 있다.“선우 씨, 우리 둘 사이의 제일 적절한 관계는 아무 관계도 아닌 거예요.”그의 호의건, 작전이건 그녀는 모두 거절할 셈이었다.차갑게 벽을 치는 그녀의 손을 그가 뜨거운 큰 손바닥으로 눌렀다.차 안은 어두컴컴하여 서로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지만, 서로 시선이 맞닿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둘의 눈은 똑같이 빛이 났지만, 그중 하나는 상처로 물든 물기 머금은 눈이었고, 다른 하나는 갖고 싶다는 욕망만 잔뜩 들어찬 눈이었다.그녀의 손을 꼭 다잡은 큰 손은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공간이 넉넉한 차임에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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