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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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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너 은서 씨가 딴 놈하고 붙어먹었을까 봐 그러는구나?!”“헐... 그러니까 너 왜 이혼했어? 내가 너면 절대 이혼 안 해 줘.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게 맞다면, 죽을 때까지라도 안 놓아줬을 거란 말이야! 비겁한 새끼, 와이프 대신 회사를 선택해 놓고 이제 와서 뭔 사랑꾼 코스프레야!”......이지훈은 신랄하게 욕을 뱉었다.때마침 유선우의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유선우는 차 안에 있는 비상용 망치를 꺼내 들고 다시 컬리넌 옆으로 다가가 팔을 들어 내리치며 부수기 시작했다.급해 난 이지훈은 얼른 차 안에 있는 여자애를 데리고 나왔다.그러나 이지훈은 유선우를 막아서지 않고 그의 미친 짓거리를 차갑게 바라보며 멀쩡한 차가 폐차되는 과정을 구경하고 있었다.“너 그러고도 은서 씨 사랑 안 한다고 발뺌할 거야? 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찌질이 같은 놈, 술 먹고만 행패지? 넌 술 먹어야 자신한테 솔직해질 수 있어? 너 그 여자 없으면 안 되잖아, 그 여자가 떠나니까 이렇게 미친 또라이가 돼버리는 거잖아!”그리고 그는 이어 진유라한테도 말을 걸었다.“저 또라이 잡을 놈은 은서 씨밖에 없는데, 진 비서님도 참 힘들겠어요.” 진유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내일 이 대표님 회사로 수표가 전달될 겁니다.”이지훈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차갑게 웃더니 여자애를 데리고 떠났다.진유라는 앞으로 나가 비틀거리는 유선우를 부축했다.차와 몇 발짝 거리 둔 그는 지금 긴 코트 차림으로 손에 망치를 들고 자신의 손에서 고철 더미로 탈바꿈한 컬리넌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로 말했다.“걔가 남아서 내 약이 되기가 싫대......”보다 못한 진유라가 그를 말리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먼발치에서 이쪽을 향해 보고 있는 그룹 관리층들을 발견했다.그들은 모두 놀랍고 흥미진진한 눈길로 내일 회사 메신저 창의 일면을 장식하게 될 대표님의 가십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다.기존 유선우의 이혼 사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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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어느덧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섣달그믐날 밤, 심정희는 만두와 떡국과 각종 나물 반찬으로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 바쁜 와중에 임지혜도 부르라고 주방에서 소리 질렀다.“걔가 친척 하나 없는데, 우리랑 같이 설을 쇠 야지. 얼른 전화해.”조은서는 손으로 만두 하나를 슬쩍 집어 입에 넣었다.“이미 얘기했어요! 이따 올 거예요!”심정희가 주방에서 나오며 힐끗 보더니만 음식을 향해 쭉 뻗은 조은서의 손을 탁 치며 꾸지람했다.“이따 같이 먹어! 게걸스럽게, 참.”조은서는 헤헤하며 웃었다.심정희는 나쁜 기억에서 오래 뒹굴지 않고 빠져나온 듯한 조은서가 정말 고마웠다. 뭐라고 말하려던 참인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어보니 임지혜가 와있었다.두 손에는 사 온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조승철 부부한테 사 온 영양제 한가득과 조은서한테 선물 할 비싼 명품 스카프까지. 스타일이 딱 마음에 들었지만 조은서는 입버릇처럼 한마디 했다.“또 돈 막 쓰지.”임지혜는 그 스카프를 조은서의 목에 둘러보며 말했다.“예쁘잖아. 네 피부색에 너무 잘 어울린다.”조은서도 그녀한테 설 선물을 준비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명품 가방이었다.임지혜는 보자마자 꺄악 소리를 질렀다.“넌 뭐 나한테 돈을 막 쓴다더니... 이 가방, 최소 사오천은 하지 않냐? 와, 히말라야 악어가죽이잖아!”조은서가 짐짓 시큰둥해하며 물었다.“싫으면 갖다 물릴까?”그 말에 누가 뺏어갈 것처럼 임지혜는 가방을 품속에 꼭 안다.“안돼. 줬다가 뺏는 거 제일 치사한 거야, 너.”그녀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라 심정희는 그저 반갑기만 하여 빙그레 웃으며 남편을 식사하라고 불렀다.조승철은 요즘 컨디션이 좀 많이 나아졌다. 그는 방에서 나오며 손에 든 세뱃돈 봉투를 임지혜한테 쑥 내밀었다.그걸 보자 매우 겸연쩍어하는 임지혜다.“이거 참... 와서 공짜로 먹고 돈까지 챙기면...”조은서는 그녀한테 반찬을 집어 주며 말했다.“여기가 네 집인데 뭘.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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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입구에는 설리의 장난감과 사료, 간식들이 담긴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유선우가 설리를 여기에 버리고 간 것이다.조은서는 작은 상자를 안으로 들여오며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그 사람이 금방 큰 프로젝트를 따내서 기분이 하늘로 올라갔을 텐데, 뭐 어쩌려고 온 건 아닐 거야. 이제 설리는... 내가 키울 거야.”새까만 눈망울로 설리는 그녀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작은 머리를 그녀의 품에 파묻으며 애틋해하는 모습이었다.임지혜가 시무룩해하며 말했다.“에이그, 정들었네, 정들었어.”그때, 조은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보나 마나 유선우였다.조은서는 테라스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휴대전화 너머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더불어 남자의 가벼운 숨결이 들려왔다.서로 잠시 할 말을 잃었는지 침묵이 흘렀다.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야, 새해 복 많이 받아!”마음속에 난 생채기가 너무 깊게 파여 아직 채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사도 못 받아줄 만큼 너무 얼굴 붉힐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다.“유선우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녀는 이어나갔다.“내가 설리를 키워도 되지만, 앞으로 설리 보겠다고 찾아오지 마세요. 사진 찍어달라 하지도 말고요. 당신이 여기에 버린거니까, 이젠 내 강아지예요.”유선우의 약간 쉰 목소리가 다소 다급하게 울렸다.“난 버린 게 아니야!”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난 그냥... 엄마 따라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유선우 씨!”먼 곳에서 현란하게 터져버리는 불꽃을 바라보며 조은서는 살짝 목이 멘 채 말을 했다.그녀의 목소리가 이처럼 까마득할 수가 없었다.“앞으로 전화도 하지 말고, 그런 애매모호한 말도 다신 꺼내지 말아요. 유선우 씨, 우리 이혼했어요!”한치의 주저도 없이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마음은 여전히 저릿하게 아팠다.한 번의 결혼으로 그녀는 가슴에 상처들만 남았다. 그녀의 팔처럼, 흐린 날씨만 만나면 욱신욱신 아파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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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순간 유선우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유 대표님?그녀가 부르는 호칭이 맘에 들지 않았다.둘의 시선이 맞물리며 한참을 얽혀있었다.유선우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유선우 쪽으로 상체를 들이밀며 물었다.“내가 자리 좀 비켜줘요? 선우 씨?”그녀는 친근하게 선우 씨라 부르며 테이블에 걸친 유선우의 팔 위에 손을 살짝 얹었다. 마치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듯이.유선우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피하려다가 미세하게 떨리는 조은서의 속눈썹을 보고는, 피하기는커녕 더 다정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아니에요.”그가 대답하는 사이, 조은서는 곁을 스쳐 지나 예약한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유선우는 시선을 내리깔며 팔 위에 얹혀 있는 손을 주시했다.손의 주인은 뻘쭘하게 다시 손을 거둬들였다.방금 유선우의 마음을 테스트해 보려던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기뻤지만, 조은서가 지나간 후 유선우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고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오늘 매우 정성껏 꾸미고 나왔다. 손짓 하나, 눈길 하나, 모두 계산된 것처럼 완벽했다. 긴 머리칼을 살짝 쓸어 넘기며 고개를 15도 각도로 숙이고는 식사 중인 것처럼 하다가 부드럽게 물었다.“아직도 많이 신경 쓰이나 봐요?”그 말에 유선우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는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쓱 닦고, 몸을 뒤로 물려 명품 셔츠로 감싼 탄탄한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처음부터 그의 시선은 오직 한쪽에만 고정되어 있었다.몇 테이블 밖에 있는 조은서는 입었던 코트를 벗어 연보라색 롱드레스를 입은 매끈한 몸매를 드러냈다.그 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착 감겨 여성미를 물씬 풍겼고 곱슬곱슬한 검은색 웨이브는 어깨 위에서 찰랑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비록 이혼 후라고 해도 여전히 강한 소유욕과 성인 남자의 갈증 한 스푼이 담겨있었다. 오히려 이혼 때문에 한동안 여자와 깊은 관계가 없었던 탓인지 굶주린 사자의 애잔하면서도 찜해놓은 먹잇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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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미쳤어요, 선우 씨?”조은서는 팔을 뿌리치려 애썼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유선우가 살짝 힘을 주며 끌어당기는 바람에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찰싹 달라붙게 되었다.쌉싸름한 연초 향과 시원한 애프터셰이브의 냄새가 섞여 은은하게 코를 찔렀다.“잘 지냈어, 요즘?”유선우는 몸을 반쯤 돌려 담배를 꺼버리고 고개를 숙여 부드러운 중저음으로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그녀는 그 물음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붉어진 눈시울로 쳐다보며 단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대체 뭐 하는 거예요. 우리 이혼했잖아요. 당신 나한테 이럴 권리 없는 거 몰라?!”그의 시선이 그녀를 뚫고 지나갈 듯 쳐다보았다. 캄캄한 눈동자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꽉 잡고 있던 손이 느슨해짐을 느꼈다. 이대로 그녀의 손목을 그만 놓아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뒤로 밀며 벽과 그의 가슴 사이에 그녀를 가두었다. 한 손은 그녀의 뒷덜미를 부드럽게 감싸쥐며 끌어당겨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얼굴이 확대되어 오며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머금었다.원하지 않는 키스였다.하지만 뜨거운 뭉툭함이 그녀의 여린 입안을 사정없이 휘저으며 죄 삼켜버리려는 것 같았다.“선우 씨...”“싫어... 그만...”강렬한 키스보다 한없이 맥없어 보이는 그녀의 말이 그의 혓바닥에 짓눌리고 부서져 누군가에 의해 삼켜져 버렸다.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아릿한 감각에 그녀는 머릿속이 아찔하고 숨이 막혀왔다.얼마나 지났을까.그의 입술이 그녀한테서 떨어지는 다음 순간, 그녀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내리쳤다.“개새끼! 우리 이혼했다고! 또다시 이런 짓하면 그 혓바닥 물어뜯을 거야!”시뻘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노려봤다.“물어, 괜찮아. 그리고 우리 같이 뉴스에 나가면 되겠네.”말이 안 통하는 남자였다. 양아치도 이런 양아치는 없을 거다.그녀는 화장을 고치러 들어왔지만 이젠 그냥 나가고 싶었다.그런데 그의 손이 또 그녀를 붙잡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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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조은서가 서둘러 집에 돌아가 보니 설리는 과연 기운이 없어 보였다.사료도 별로 먹지 않았고, 평소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도 구미가 안 당기는 모양이었다.심정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하였다.“아픈 건 아니겠지... 내가 들어가서 옷 입고 나올 테니 병원에 한번 같이 가보자. 이러다 큰일 생기겠어.”설리를 품에 안고 잠깐 고민을 하던 조은서는 그녀한테 말했다.“아버지도 편찮으신데, 집에 아무도 없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저 혼자 갔다 올게요... 어머니, 제 생각인데 집에 간병인 한 분 모시면 어때요? 그럼 어머니도 좀 여유시간이 생길 텐데요.”“알았어. 너 밤길 조심해서 갔다 와.”심정희도 조승철이 시름이 안 놓였던지 그렇게 하라고 했다.조은서가 집을 나설 무렵, 조승철이 방에서 걸어 나와 설리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리고 문이 닫히자 심정희를 보며 짓궂게 한마디 했다.“평소에는 칠색 팔색을 하더니만. 아프다니까 누구보다도 더 걱정하는구먼.”심정희는 주방에 들어가 컵에 물을 따라놓고 약을 건네주며 심드렁하게 받아쳤다.“당신도 똑같잖아. 나 말할 처지나 돼?”말문이 막힌 조승철은 싱글벙글하며 웃었다.......정누리 동물병원.병원 안에서 의사는 한창 설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고, 조은서는 설리한테서 한시라도 눈을 떼지 않았다. 설리도 그녀를 매우 의지하는지 그녀의 손바닥에 머리를 올려놓고는 끙끙하며 큰 눈망울로 조은서만 쳐다보고 있었다.그때 병원 현관 유리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오자, 동물병원 프런트 직원이 놀랍게 소리를 질렀다.“유 대표님!”유... 대표님?설마 하며 고개를 들어 입구를 보니 틀림없이 유선우였다.늦은 밤에 급히 달려왔는지, 옷도 대충 걸치고 나온 것 같았다. 검은색 셔츠에 검정 바지, 겉엔 검정 패딩... 옷걸이가 받쳐주니 뭘 걸쳐도 패션이었다.그는 조은서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약간 숨이 찬 목소리로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여기 회원가입 할 때 내 번호로 되어있었어. 네가 접수하자마자 문자를 받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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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말하고 나서 그는 운전석이 있는 차 문으로 내려 펫샵에 들어갔다.5분도 안 돼, 유선우는 강아지 기저귀 한 팩을 들고 나와 트렁크에 실었다. 차에 다시 올라타서 그는 설리의 머리를 만지며 조은서한테 얘기했다.“스몰로 샀어. 돌아가서 해줘.”네, 하며 대답하고 조은서는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유선우는 잔잔하게 말을 걸어왔다.“성진그룹 사모님한테서 들었는데, 네가 가게를 할거라며?... 혹시, 돈 필요해서 그래? 모자라면 말해, 나한테.”담담한 말투 속에 가진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타인을 장악하고 있다는 그런 자신감도.듣기 거북했다. 말이 곱게 나갈 리 없었다.“선우 씨, 내 일에 참견하지 말아요!”“네가 걱정됐을 뿐이야.”마침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그는 골목에 차를 세웠다.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살살 녹아드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마치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녹여주기라도 하려는 듯.“우리가 아무리 이혼했다 해도, 여전히 가족이야. 은서야, 널 가족처럼 걱정하고 보살피고 싶어. 그래도 안 되겠어?”그의 말과 목소리와 표정들은 세상 다정했다. 이러한 전 남편이 어디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하지만 그와 같이 살아온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이 남자로 인해 너무 많은 실망과 상처만 떠안았다. 이것 역시 다 남자들의 얕은 수작이자, 그녀의 맘을 잠시 달래보려는 또 하나의 작전임을 알고 있다.“선우 씨, 우리 둘 사이의 제일 적절한 관계는 아무 관계도 아닌 거예요.”그의 호의건, 작전이건 그녀는 모두 거절할 셈이었다.차갑게 벽을 치는 그녀의 손을 그가 뜨거운 큰 손바닥으로 눌렀다.차 안은 어두컴컴하여 서로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지만, 서로 시선이 맞닿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둘의 눈은 똑같이 빛이 났지만, 그중 하나는 상처로 물든 물기 머금은 눈이었고, 다른 하나는 갖고 싶다는 욕망만 잔뜩 들어찬 눈이었다.그녀의 손을 꼭 다잡은 큰 손은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공간이 넉넉한 차임에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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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집에 돌아오니 심정희는 자지 않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설리의 상황을 얘기하니 심정희는 입을 딱 벌리며 놀라 하였다.“강아지한테도 그런 게 오는구나...”기저귀 포장을 뜯어 설리한테 착용해 줬다. 사이즈가 딱 맞았다.강아지한테 자존감이 있는지는 몰라도, 팬티형 기저귀를 착용하니 설리는 물도 마시고 사료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새 조은서의 품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불을 끄고 조은서도 잠을 청했다. 힘든 밤이었다.왠지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이 거의 되어서야 희미하게 잠이 들었다.......이틀 후, 조은서는 임지혜와 같이 서미연이 소개한 가게를 보러 갔는데, 확실히 그녀 말대로 흠잡을 데 없는 좋은 가게라 조은서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그리하여 서미연을 통해 로이드 빌딩의 건물주 현덕배와 약속을 잡았다.서미연은 미리 조은서한테 귀띔을 해주었다.“그 건물주 현 사장은 데릴사위인데, 자존심이 강해요. 그러니까, 그쪽 방면에서만 말조심하면 다른 건 별문제 없을 거예요. 사람이 원래 좋으신 분이니까.”그녀의 말을 듣고 조은서는 한시름을 놓고, 소개시켜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이 가게가 너무 욕심나 조은서는 현덕배와의 약속 장소를 최고급 비즈니스 레스토랑으로 정했고, 가격도 시세의 5%나 더 얹어주겠다고 했다.현덕배 사장도 그 조건이 꽤 흡족할 만했고, 계약에 동의하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조은서의 곁에 앉아 열성스레 찻물을 따르는 임지혜를 보고는 하려던 말을 잠시 삼켰다.그는 임지혜를 알고 있었다.예전에 모델이었던 것도, 차준호와 몇 년 동안 사귀다가 그가 다른 부잣집 여자랑 약혼하며 그녀를 찬 것도 알고 있었다. 나중에 그 약혼녀가 임지혜한테 장애를 입힌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현덕배는 마침 이런 스타일에 환장을 하는 호색광이었다. 특히 가까이에서 보니 속이 더 근질근질해졌다.그 후 술이 몇 잔 들어간 그는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임지혜는 그의 나쁜 손을 쳐내며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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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서미연은 마흔이 넘었지만, 마치 세월을 비껴간 듯, 미모와 여성스러운 자태는 여전하였다. 특히 아몬드형의 눈매로 눈빛을 지그시 던질 때는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요즘 밖에 애인이 생긴 이성철은 서미연과의 잠자리가 한동안 뜸했었다. 하지만 거울을 마주하고 그를 힐끔 쳐다보는 모습이 요염하게만 느껴져, 그는 저도 몰래 다가가서 아내의 허리를 감싸안고 성급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남편의 외도를 잘 알고 있는 서미연은 그의 손길이 반갑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의 손등을 툭 치며 가볍게 나무랐다.“왜 그래요, 대낮부터. 집에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그리고 나... 그거 와서 안 돼요.”좋다 만 이성철은 바로 아무 핑계나 대고 떠났다. 회사에 일이 있다고는 하였으나, 서미연은 그가 애인을 찾아가서 욕구를 풀러 갔다는 걸 알고 있다.......조은서는 서미연의 선물을 임지혜한테 전달했다.선물도 선물이지만, 서미연한테서 충분한 존중을 받았다는 점에서 임지혜는 더 감동하였다. 그 후 그녀는 요즘에 현덕배가 스토커처럼 자주 눈앞에 나타나 치근덕댄다는 얘기를 조은서한테 했다. 심한 행위는 없었지만, 그녀의 거처 앞에 자주 나타나 귀찮게 하는 걸 대처하는 것도 엄연한 에너지 소비였다.조은서는 생각을 한참 고르더니 한마디 뱉었다. “미친놈, 그런 것들은 한번 혼쭐이 제대로 나야 하는데.”임지혜는 조은서가 무슨 생각인지 몰라 그녀의 뒷이야기를 기다렸다.조은서는 한동안 임지혜를 빤히 쳐다만 보았다. 진짜 무슨 궁리가 있긴 한 건지.“나한테 그 자식이 다신 수작 못 부리게 할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잘 되면 매장 계약도 따낼 수 있을 거야. 근데 좀... 험할 수 있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고. 어떡할래?”조은서는 끝내 입을 열었다.“은서야, 난 뭐든지 해!”임지혜가 조은서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러자 조은서는 가까이 가서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현덕배 와이프가 엄청 성깔 있대. 그런데 또 일 처리는 되게 시원스럽다는 얘기가 있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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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유선우는 그녀들이 자취를 완전히 감출 때까지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어둑한 차 안에서 그는 공들여 재단 된 슈트 차림으로 천연가죽 좌석에 몸을 맡기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항상 서늘하고 차갑기만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넘쳐흐르는 귀티를 감출 수 없는 그였다.기사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 물었다.“대표님, 별장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그것에 대답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어머니였다.유선우는 마디가 선명한 긴 손가락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무표정으로 귓가에 가져다 댔다. 말투는 역시나 서늘했다.“무슨 일이에요?”......유씨 집안 저택.화려한 가운으로 몸을 두른 함은숙은 지금 럭셔리한 이태리 패브릭 소파에 앉아 손에 사진 몇 장을 쥐고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그 사진에는 유선우와 조은서가 차 안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너 이젠 이혼했는데, 아직도 은서랑 이렇게 가깝게 지내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우리 집과 연을 맺으려는 명문가 영애들이 이걸 알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겠니?”함은숙이 못마땅한 듯 아들을 꾸짖었다.이쪽에서 유선우는 자세를 바꿔 앉으며 말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꾸지람을 아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말했다.“난 그 영애들 중에서 지우가 제일 맘에 든다. 집안, 학벌, 얼굴,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있어야지. 은서보다는 백배 나아... 너 뭘 그렇게 망설여? 너도 알 거 아니야, 한 그룹의 대표가 부인이 없다는 게 말이 돼?!”유선우는 피곤하다는 듯 눈두덩이를 누르며 말투는 여느 때보다도 더 차가워졌다.“그 여자들한테 아무 느낌 없어요.”“그리고 내가 말했죠. 내 사생활에 끼어들지 말라고요.”화가 치민 함은숙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난 네 엄마야! 너 정말... 하, 네가 조은서한테 아무리 잘해봤자 뭘 어쩌겠니? 걔 고집 만만찮아, 그리고 너한테 맘이 진작에 식었어, 너랑 재혼 할 일은 절대 없을 거란 말이야...”이런 모자간의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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