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매우 담담한 얼굴로 병실에 들어섰다.눈부신 조명보다 껴안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그의 눈을 더 자극했다.어느 한순간은 그 혼자만이 가질 수 있었던 그녀의 따뜻한 품이었는데...유선우의 평온한 표정에 반해, 임도영은 차분하지 못하였다.그는 그녀 허리에 휘감은 팔을 천천히 내려뜨려 그녀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나오지 말라고 했다.또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 단추를 풀어 소매를 걷어 올렸다.느릿느릿한 동작이면서도 뭔가 짐승 같은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그건 유선우도 마찬가지였다.두 남자는 주먹으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상대방의 급소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임도영은 시뻘건 눈으로 치고받다가 짐승같이 부르짖었다.“은서가 뭘 잘못했길래 네가 이래? 왕년에 쟤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운동장 두 바퀴는 돌고도 남았어. 쟤가 눈이 멀었지, 네 딴 걸 다 남편이라고.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붙잡고 안 놔줘! 왜?!”“너도 좋아했겠네?”유선우가 차갑게 물었다.셔츠를 정돈하며 임서영은 통쾌하게 인정했다.“그래, 맞아! 좋아했다! 내가 고백도 하기 전에 네깟 거한테 시집갔더라. 됐냐, 이 개자식아!”둘은 또다시 맞붙었다.30분이 지난 뒤, 임도영은 외과 응급실로 들어갔고, 유선우도 여기저기 피 터진 채 소파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의료진이 그한테 처치를 해주려고 했으나 그의 눈빛에 겁을 먹고 병실을 나가버렸다.VIP 병실에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두컴컴했다.소파에 기대 긴 다리를 쭉 뻗은 유선우는 초조한 마음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었다.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초조한 마음은 확실했다.회사에서 아무리 복잡한 사안과 프로젝트에 부딪혀도, 단 한 번도 이런 마음이 든 적이 없었던 그였다. 오직 그녀 때문에, 그녀만이 자신을 이토록 심란하게 만들어 버리곤 했다.임도영은 자기가 조은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대체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그도 잘 모르지만, 요 며칠 전, 그녀와 같이 생활했던 나날들이 그립고, 그녀가 자신을 향해 웃는 모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