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아직도 고열이 나고 있었다.걸친 옷으로 숨겨지지 않는 군데군데 남아있는 퍼런 멍 자국들은 그녀의 하얀 살결 위에서 더 뚜렷이 보였다.그녀는 그런 몸을 겨우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 약지에 낀 반지와 귀에 걸린 다이아몬드 귀걸이, 그녀가 평소 자주 하고 다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하나하나 빼서 전부 침대 협탁 위에 놓아두었다.그리고 단단한 눈빛으로 유선우를 쳐다보았다.“내가 입고 있는 속옷, 팬티도 다 명품이에요. 당신 돈으로 산 거죠. 그건 내가 당신 집안 문턱을 나설 때 벗어서 돌려드릴게요.”이 말을 듣는 유선우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그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녀와 둘이 한창 사이가 좋았을 때 그녀가 그의 귓전에 대고 속닥였던 그 말.‘선우 씨, 나 좀 야한 란제리 슬립이랑 속옷 여러 벌 샀는데, 나중에 한 벌씩 입어 보여줄까요?’당시 그는 주체하지 못하고 차 안에서 그녀와 키스를 나눴었더랬다.이제 와서 그녀는 그걸 모두 벗어 돌려주겠다고 한다. 그것들이 필요 없다고.무슨 심정인지 자신도 가늠이 안 되는 그가 병상에 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두터운 울 카펫 위에서 걸어오는 그의 발걸음은 고요했다.눈에 그녀의 얼굴만 오롯이 들어오는 거리쯤에 서서, 손을 뻗어 그녀의 매끄러운 얼굴을 가볍게 감싸쥐었다.“유 사모님, 그런 얘기 말고, 제일 중요한 걸 얘기해야지.”그의 손길이 다가오자 조은서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피하려 했다.그녀의 목소리는 가냘팠지만 비장했다.“난 이제 더는 유 사모님이 아니에요. 선우 씨, 똑바로 들어요, 난 당신과 이혼할 거예요. 어르고 달래든, 협박하든, 내 생각은 변함없어요. 당신 물건들은 필요 없고, 그저 오빠 소송 관련한 박 변호사 대리 지정 위임서랑 YS그룹의 2퍼센트 지분만 가지고 나갈 거예요.”유선우는 그녀의 갸름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그게 제일 값나가는 건데?!”조은서가 개의치 않는 듯 웃었다.“주기 싫으면 우리 시간 갖고 질질 끌어봐요, 어디.”유선우는 뭐라 말하려고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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