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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유선우는 목 안에 솜이 들어찬 것만 같았다.

그녀를 다시 붙잡았을 때 원했던 게 바로 이런 거였는데, 그녀가 자기를 위해 이쁜 짓도 하고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거.

하지만 그녀는 이젠 실망, 아니 절망에 절어있었다. 남편한테서 또 한 번 치 떨리게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커프스를 바라보며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이 커프스는 그녀가 유선우를 또 한 번 사랑했다는 증거였다. 이걸 살 때 기분이 얼마나 날아갈 듯했다면 그에 의해 책상 위에 짓눌렸던 기억이 얼마나 비참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그럴 일 다시 없을 거예요. 더는... 선우 씨, 우리 인제 그만, 그만해요.”

피투성이가 된 마음을 안고 그녀는 짐을 챙겨 병실을 나왔다.

임지혜가 퇴원 절차를 하러 갔다.

병실은 텅 비었고, 조은서가 남기고 간 환자복과 속옷들만 남았다.

그녀는 말한 대로 명품 속옷과 팬티들을 벗어서 유선우한테 돌려준 것이다.

벗을 때 심지어 유선우를 피하지도 않았다.

감정이 없는 로봇인 양 속옷들을 하나하나 벗어 임지혜가 사 온 값싼 옷으로 갈아입었다.

울지도 않고, 조용하고 담담하게.

옷을 다 갈아입은 그녀는 고요한 눈빛으로 말했다.

“선우 씨. 당신과 부부가 못 된다고 하더라도, 원수지간은 되고 싶지 않아요. 인생 길잖아요. 피차 너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연락 기다릴게요.”

그녀와 몸이 엇갈릴 때 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람처럼 빠르게 스쳐 갔다.

그녀가 병실을 나와 아래층에 다 내려간 후에야 유선우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개어 놓은 옷가지와 환자복, 속옷을 그는 멍하니 쳐다봤다.

그한테 시집올 때 혼수만 몇 트럭은 됐을 텐데, 떠나갈 때는 팬티까지 벗어주고 갔다. 떠나려는 결심이 얼마나 굳건하길래 이러는가 싶었다.

유선우는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손바닥 안에 있는 커프스가 배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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