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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심정희는 번쩍거리는 열쇠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

“내가 올 때, 은서 아빠랑 이미 상의를 다 끝냈어. 간병인 두 사람은 이미 집에 돌려보냈고. 그렇게 큰 집도 우린 필요 없으니까, 오후에 새집으로 이사할 거야. 은혁이는... 유 서방이 마음이 가는 대로, 양심대로... 우리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 운이 좋으면, 우리가 다 늙어서는 볼 수 있겠지.”

심정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은서는...”

잠시 숨을 돌린 후에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랑 부부로 같이 있은 시간도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인제 그만 놓아 줘. 걔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면, 어릴 적에 자네를 좋아한 죄밖에 더 있겠어? 유 서방, 사람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니지, 그렇지?”

유선우는 갑자기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들어 눈앞의 반백이 되어 아이들 걱정에 마음 졸이고 있는 부인을 주시했다. 조은서까지 저렇게 된 마당에 조씨 집안에 이젠 사람이 없으니, 그녀라도 나서서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말을 마친 심정희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넓은 사무실에는 그와 은은한 커피 향만 남았다.

유선우는 혼자 덩그러니 앉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다가, 블라인드 틈으로 석양의 낙조가 비쳐 들어오자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이때 진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작은 소리로 그에게 소식을 알렸다.

“사모님의 부모님들이 이사를 하셨습니다. 간병인 두 명도 돌아왔고요. 대표님...”

주황빛 석양이 유선우의 얼굴을 비스듬히 비췄다.

그의 표정은 읽어낼 수 없이 복잡했다.

그리고 한참 뒤, 그는 차를 몰고 조은서 부모가 살고 있던 집으로 향했다.

이사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딱 해치운 모양인데 집안은 가구 한 점, 먼지 한 톨 없이 말끔하게 텅 비어있었다. 사람 자취가 전혀 닿지 않았던 곳인 양.

그는 조은서의 침실로 왔는데 역시나 텅텅 비어있었고, 분홍색 계열로 꾸몄던 인테리어 소품도 전부 가져가 아무런 살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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