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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유선우의 다리가 무의식에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파들파들 떨리는 그녀의 입술에서 독한 말이 나왔다.

“내가 미쳐 돌아... 당신 애인한테 손대게까지는 하지 말라고요.”

......

유선우의 목울대가 잘게 아래위로 움직였다.

한참 후,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피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난 걔 안 좋아해, 내가...”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건 사실 은서 너라고, 백아현과는 남녀 간의 정 같은 거 아니라고. 그래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몸을 덮쳐 구한 건 와이프인 네가 아니라 백아현이었다고... 그런 개새끼같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숨이 죽은 우거지상을 하고 그는 병실을 나갔다.

조은서와 이제 더는 가능성이 없다.

끝이다, 이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낯설고도 미움만 들어찼다.

미워해야지, 그게 맞았다.

그녀는 이제 음악가로서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는데, 자기가 그 말도 안 되는 애인을 구한다고 그녀를 나 몰라라 했다.

그가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말, 그 말에 심술이 나 그녀를 괴롭히고 상처를 줬지만, 틀린 거 하나 없이 조목조목 맞는 말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릴 때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 왔다는 것부터? 이익만 추구하고 권력 지상이 신조였던 그한테는 가족애 따위는 필요에 따라 희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진작에 그녀를 놓아주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그녀는 더 잘 살았을 것이다. 이지훈한테 가던지, 허민우한테 가던지... 그는 축복을 해줬어야 했다. 그녀한테 빚 갚는 마음으로.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그녀가 자신을 원망만 가득 찬 눈으로 노려봐도, 여전히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갖고 싶었다.

이것이 정말 남녀 간의 단순한 욕심뿐일까?

그냥 욕심뿐이라면 왜 그녀의 우는 모습에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익숙하고도 낯선 가슴속의 울림.

좋아한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자기가 사실은, 좋아하는 것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구두 밑창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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