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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어느덧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섣달그믐날 밤, 심정희는 만두와 떡국과 각종 나물 반찬으로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 바쁜 와중에 임지혜도 부르라고 주방에서 소리 질렀다.

“걔가 친척 하나 없는데, 우리랑 같이 설을 쇠 야지. 얼른 전화해.”

조은서는 손으로 만두 하나를 슬쩍 집어 입에 넣었다.

“이미 얘기했어요! 이따 올 거예요!”

심정희가 주방에서 나오며 힐끗 보더니만 음식을 향해 쭉 뻗은 조은서의 손을 탁 치며 꾸지람했다.

“이따 같이 먹어! 게걸스럽게, 참.”

조은서는 헤헤하며 웃었다.

심정희는 나쁜 기억에서 오래 뒹굴지 않고 빠져나온 듯한 조은서가 정말 고마웠다. 뭐라고 말하려던 참인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임지혜가 와있었다.

두 손에는 사 온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조승철 부부한테 사 온 영양제 한가득과 조은서한테 선물 할 비싼 명품 스카프까지. 스타일이 딱 마음에 들었지만 조은서는 입버릇처럼 한마디 했다.

“또 돈 막 쓰지.”

임지혜는 그 스카프를 조은서의 목에 둘러보며 말했다.

“예쁘잖아. 네 피부색에 너무 잘 어울린다.”

조은서도 그녀한테 설 선물을 준비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명품 가방이었다.

임지혜는 보자마자 꺄악 소리를 질렀다.

“넌 뭐 나한테 돈을 막 쓴다더니... 이 가방, 최소 사오천은 하지 않냐? 와, 히말라야 악어가죽이잖아!”

조은서가 짐짓 시큰둥해하며 물었다.

“싫으면 갖다 물릴까?”

그 말에 누가 뺏어갈 것처럼 임지혜는 가방을 품속에 꼭 안다.

“안돼. 줬다가 뺏는 거 제일 치사한 거야, 너.”

그녀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라 심정희는 그저 반갑기만 하여 빙그레 웃으며 남편을 식사하라고 불렀다.

조승철은 요즘 컨디션이 좀 많이 나아졌다. 그는 방에서 나오며 손에 든 세뱃돈 봉투를 임지혜한테 쑥 내밀었다.

그걸 보자 매우 겸연쩍어하는 임지혜다.

“이거 참... 와서 공짜로 먹고 돈까지 챙기면...”

조은서는 그녀한테 반찬을 집어 주며 말했다.

“여기가 네 집인데 뭘.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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