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그녀들이 자취를 완전히 감출 때까지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어둑한 차 안에서 그는 공들여 재단 된 슈트 차림으로 천연가죽 좌석에 몸을 맡기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항상 서늘하고 차갑기만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넘쳐흐르는 귀티를 감출 수 없는 그였다.기사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 물었다.“대표님, 별장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그것에 대답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어머니였다.유선우는 마디가 선명한 긴 손가락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무표정으로 귓가에 가져다 댔다. 말투는 역시나 서늘했다.“무슨 일이에요?”......유씨 집안 저택.화려한 가운으로 몸을 두른 함은숙은 지금 럭셔리한 이태리 패브릭 소파에 앉아 손에 사진 몇 장을 쥐고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그 사진에는 유선우와 조은서가 차 안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너 이젠 이혼했는데, 아직도 은서랑 이렇게 가깝게 지내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우리 집과 연을 맺으려는 명문가 영애들이 이걸 알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겠니?”함은숙이 못마땅한 듯 아들을 꾸짖었다.이쪽에서 유선우는 자세를 바꿔 앉으며 말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꾸지람을 아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말했다.“난 그 영애들 중에서 지우가 제일 맘에 든다. 집안, 학벌, 얼굴,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있어야지. 은서보다는 백배 나아... 너 뭘 그렇게 망설여? 너도 알 거 아니야, 한 그룹의 대표가 부인이 없다는 게 말이 돼?!”유선우는 피곤하다는 듯 눈두덩이를 누르며 말투는 여느 때보다도 더 차가워졌다.“그 여자들한테 아무 느낌 없어요.”“그리고 내가 말했죠. 내 사생활에 끼어들지 말라고요.”화가 치민 함은숙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난 네 엄마야! 너 정말... 하, 네가 조은서한테 아무리 잘해봤자 뭘 어쩌겠니? 걔 고집 만만찮아, 그리고 너한테 맘이 진작에 식었어, 너랑 재혼 할 일은 절대 없을 거란 말이야...”이런 모자간의 대화를
밤이 점점 깊어져 갈수록 유선우는 마음이 축축하게 적셔지는 것 같았다.......로이드 빌딩 입구 옆의 이 600평 남짓한 가게는 이 건물의 제일 알짜배기 위치에 있다. 네모반듯한 구조라 디저트 가게로 쓰기에도 매우 적합하였다.내부 인테리어가 한창 진행 중인데 의뢰한 사무소가 비싸기로 유명하고 또 그만큼 칭찬도 자자하여 완공된 모습을 매우 기대해 볼 만하였다.임지혜와 조은서는 함께 곳곳을 살펴보고 있었다.한창 계산기를 두드리던 임지혜가 감탄이 나왔다.“1년 임대료가 4억이고, 인테리어비용이 10억. 와... 우리 언제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거야?”벽을 가볍게 만지며 조은서가 대답했다.“이 가게로 돈 버는 거 아니야. 그냥 보여주는 거지. 우리 브랜드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와서 가맹하게 하는 거야. 나중에 다른 체인점이 생기면 이렇게 좋은 가게는 필요 없어. 이렇게 클 필요도 없고. 그땐 원가가 많이 줄 거야. 하지만 품질은 반드시 보장해야 해. 그건 우리가 꼭 관리해 줘야 하고.”임지혜는 알 듯 모를 듯 음, 하며 대답했다. 장사에 관해 그녀는 완전 문외한이었다.둘이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는 택시가 한 대 멈춰 섰다.이순영은 커다란 자단목 액세서리 상자를 손에 들고 택시에 내렸다.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손주며느리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코끝이 찡했다.그리고 속으로 유선우를 원망했다.남편 노릇을 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혼까지 하게 되고, 이왕 이혼했으면 돈이라도 넉넉히 쥐여줄 것이지, 어찌했으면 여자 혼자 바깥에서 장사를 하겠다고 저 고생인가 하면서 말이다.아무래도 어제저녁에 덜 때렸지 싶었다.이순영을 본 조은서는 너무 갑작스러워 어리둥절했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걸어 나가 이순영을 부축했다.“할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그러자 이순영이 조은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네가 아직도 나한테 말하지 않는구나, 말을 안 해! 어제 선우한테서 다 들었다. 너희 둘 이혼했다면서. 그놈이 대체 무슨 짓을
유선우가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6시 반쯤이었다.이순영은 가게 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임지혜가 사준 핫도그를 먹고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는 유선우를 보고 이 핫도그가 맛있다 하며 유선우를 보고 핫도그 가게를 차리라 했다.유선우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유선우는 차 문을 닫고 어르신 옆으로 다가가 웅크리고 앉아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에서 뛰쳐나온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찾고 있는지 알아요? 결국엔 여기서 어린아이처럼 길거리에 앉아서 핫도그를 드시고 있군요.”유선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할머니의 핫도그를 가로챘다.할머니는 언짢아하며 다시 핫도그를 뺏어오며 말했다.“난 내 손자며느리를 보러 왔어!”“...”조은서는 말이 없었다.유선우도 잠깐 조용히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조은서 앞에 걸어왔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 멀리 서있지 않았으나 이혼한 부부 사이라 아무래도 좀 서먹서먹했다.조은서는 액세서리 보관함을 유선우한테 건네며 말했다.“할머니가 가져온 거예요, 다시 가져가세요.”하지만 유선우는 받지 않았다.유선우는 그윽한 눈길로 조은서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 안에는 조은서가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이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선우가 입을 열었다.“그냥 갖고 있어! 할머니의 마음이잖아.”조은서는 그래도 다시 유선우한테 건네주며 말했다.“불편해요.”“그럼 어쩌면 안 불편해?”유선우는 조은서가 거의 자신의 품에 안길 정도로 액세서리 보관함과 조은서를 함께 꽉 사로잡으며 말했다. 조은서가 고개를 드니 유선우의 그윽한 눈길이 한눈에 들어왔고 유선우는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서야 나한테 알려줘, 어쩌면 안 불편한 거야? ”할머니는 이러는 그들을 보다가 핫도그 한입에 체할 뻔했다.‘아주 영화를 찍고 있네!’임지혜가 생각에 잠겼다....마침내, 할머니는 차에 올랐다.차에 오를 때 할머니는 또 참지 못하고 유선우한테 잔소리했다.“은서를 좋아하면 다시 그 사람을 되돌려 오란 말이야! 건달
다음날, 조은서는 YS 그룹에 다녀왔다. 그녀는 진유라에게 물건을 건네주며 전해 달라고 하자 진유라는 머뭇거리면서 물었다.“아니면 대표님과 얘기해 보시겠어요? 요 며칠, 계속 사모님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던데.”조은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미 이혼했는데요 뭐. 그럴 필요 없어요!”그리고 돌아서 자리를 떠났다. 진유라는 멀어져 가는 조은서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조은서는 이젠 정말 손을 놓은 것 같았다.잠시 후 진유라는 맨 위층으로 올라와 유선우에게 물건을 건네주었다. 유선우는 부드럽게 상자를 쓰다듬으면서 물었다.“전해 달라고 한 말은 없어?”진유라는 고개를 저었다.“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그러자 유선우는 덤덤하게 말했다.“알았어. 나가봐.”진유라가 떠난 후 유선우는 계속 상자를 쓰다듬었다. 이혼 후 그는 조은서에게 잘못을 인정해 보기도 하고 아부도 떨어보고 선물도 주었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조은서는 아무 미련도 없이 그를 잊었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러지 못했다.조은서가 떠날 때 유선우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만약 이렇게 미치도록 그녀를 그리워할 줄 알았더라면 유선우는 이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은서와의 결혼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만약에라는 단어가 없다. 그들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돌이킬 수 없다!유선우는 가죽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으로 불빛을 가렸다...너무 눈부셨다!...조은서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지냈다. 보름 후면 조은혁의 재판이 열리는 날이다. 그녀의 가게 인테리어도 곧 완성될 것이고 임지혜는 그녀에게 미슐랭 셰프 세 명을 소개해 주었으며 시용 기간이 끝난 후 조은서는 아주 맘에 들어 했다.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토요일 저녁, 서미연 집에서 연회가 열린다. 서미연과 조은서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 조은서를 먼저 초대하여 음식 테스트를 시켰다. 조은서는 맛을 본 후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서미연은 개량 한복을 입었으며
조은서는 서미연이 자리를 떠날 때 가볍게 눈웃음을 지었다. 웨이터가 옆을 지날 때 반 대표는 샴페인 두 잔을 들고 조은서에게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았다.오늘 밤 조은서는 블랙 드레스를 입었다. 몸에 딱 붙는 얇은 블랙 드레스는 허리와 발목 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었고 벨벳 재질이었다. 그리고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자 너무 고혹적이었다!반 대표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은서 씨처럼 아름답고 고혹적인 여자는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그러자 조은서가 대답했다.“과찬입니다!”반 대표는 비록 서울에서 시장을 개척해 볼 생각이었지만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조은서에게 제안했다.“은서 씨, 제주도에는 관심이 있는지요? 제가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데.”조은서는 반 대표가 이렇게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제 가족이 모두 B시에 있어서 당분간은 가지 못할 것 같네요.”반 대표는 몹시 아쉬워했다. 그는 이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몇 년 전 그의 부인이 뜻밖에 세상을 떠나고 그는 홀로 딸을 키우면서 지금까지 지내왔다... 재혼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마땅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오늘 밤, 그는 조은서에게 첫눈에 반했다. 반 대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실례합니다만, 은서 씨는 결혼했어요?”조은서도 성숙한 여자인지라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 그녀는 당연히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음을 짐작했다. 물론 반 대표도 매력적이었지만 조은서는 지금 연애와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샴페인을 들고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결혼에 대한 아픈 과거가 있었고 아직도 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반 대표도 똑똑한 사람인지라 거절의 뜻을 눈치채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매너있게...이때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조은서!”조은서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더니 서너 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차준호가 서있었다... 그의 잘생긴
연회가 끝나자 서미연은 차를 준비하여 조은서를 데려다주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린 후 집 밑에 주차된 검은색 랜드로버를 보았다. 박연준이 차 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모처럼 시가를 피우지 않고 일반 담배를 피웠다.조은서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자료를 건넸다.“조은혁 님 사건 재판 기일이 두 달 뒤로 지연되었습니다!”조은서는 떨리는 손으로 자료를 받았다.“어떻게 된 일이죠?”박연준은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면서 말했다.“제가 알아봤지만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말하려 하지 않았어요. 사모님, 제 생각에는 대표님께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저보다 소식이 더 빠르실 수도 있어요.”그리고 그는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어떤 일들은 법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건드릴 수 없지만 대표님은 쉽게 할 수도 있어요.”조은서는 눈을 번쩍 치켜들었다. 어두운 가로등 아래 비친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박연준도 이런 방법은 조은서에게 무척 잔인하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권세는 원래 소수의 손에 있는 것이다... B 시에서 유선우의 권세로라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다. 조은서가 먼저 다가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박연준은 담배를 끄고 돌아서 차를 타고 떠났다. 조은서는 집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조승철과 심정희가 이 사실을 알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떨리는 손으로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늦은 밤, 핸드폰이 몇 번 울린 후, 유선우는 전화를 받고 비교적 온화한 말투로 물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왜 무슨 일이야?”조은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우리 오빠 재판이 두 달 연기되었어요.”유선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래. 나도 들었어.”“선우 씨, 이 일은...”유선우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그럼 만나서 하자! 별장에서 기다릴게.”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조은서는 가로등 아래 서 있었고
조은서는 건네받지 않았다.유선우는 가볍게 웃더니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왜? 못 보겠어?”조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럴 리가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유선우한테서 건네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몇 줄의 글자만 보고는 멍해졌다.‘이건... 이건 JH 그룹이 망하기 전에 아버지께서 계약했던 일부 프로젝트잖아. 그중에서 어떤 프로젝트는 이미 정리됐다고 뉴스에까지 실렸었는데, 만약 이 파일이 유출된다면 아버지는 아마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보내시게 될지도 몰라.’그의 얼굴은 삽시에 하얗게 질려버렸다.유선우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파일을 가져오더니 라이터를 켜고는 불을 붙여버렸다.그리고 가볍게 툭 말을 뱉었다.“그때 네 아버지도 아마 뭐에 홀리셔서 실수로 계약하셨을 거야. 아버님도 피해자인 셈이지. 이 파일은 원본밖에 없어. 태워버리면 그만이야. 그러니 네 오빠가 두 달 후에 재심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야.”서류들은 유선우의 손에서 잿더미로 변했다...조은서는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이건 유선우가 그녀에게 준 큰 선물이다. 하지만 그가 괜히 이유 없이 해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유선우 앞에 바짝 다가서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원하는 게 뭐에요?”유선우는 그녀의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챘다.그는 손에 있던 물건을 집어 던지고는 소파에 기대어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매우 직설적으로 말을 뱉었다.“너랑 자고 싶다면? 같이 있어 줄래?”조은서의 빨간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치마 지퍼를 살며시 내렸다. 치마는 흘러내려 하이힐 위에 겹겹이 쌓였다... 가느다란 하얀 다리가 드러났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녀는 서재에서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었다.유선우가 그녀를 강박했던 일을 말이다. 그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그녀를 난폭하게 대했다... 그녀는 그의 손바닥 아래서 마치 걸레같이 함부로 당했다.그녀는 울먹거리며 말을 이
유선우의 목소리는 깊은 밤에 더욱 낮게 흐르고 있었다.“분위기 맞춰 놀아주는 게 뭔지는 알아? 응?”조은서는 모른다. 그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유선우는 그녀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두 골반은 서로 붙어있었다... 몸에 걸쳐진 두 겹의 얇은 옷감으로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다.그녀는 잔뜩 화난 채 말했다.“말했잖아요. 난 밖에 여자들이랑 다르다고!”그가 내려다보니 검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작고 갸름한 얼굴에 눈썹은 그리지 않아도 진했고 입술은 마치 말린 장미와 같은 빛깔이었다. 그녀의 몸은 날씬하면서도 풍만했다.그녀의 외모는 탑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유선우는 눈썹을 치켜들더니 무심결에 중얼거렸다.“조은서, 내가 갖고 논 여자는 너뿐이야!”이 한마디를 들을 수 없던 조은서는 그를 때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버티다가 여전히 부끄러워서는 그의 다리에 걸터앉은 채 그한테 멋대로 당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유선우는 아예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고는 가볍게 토닥였다. 천박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은 마치 부부 사이에만 있을 법한 농담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이제 부부 사이가 아니다.조은서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을 열었다.“안 할 거면 그만 놔주세요. 저 이제 갈 거예요.”유선우는 그녀를 떠나보내기에 아쉬웠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늘밤 나랑 같이 있어 줘. 얘기도 좀 하고. 네가 떠나고 나니까 집이 너무 썰렁하더라.”조은서는 입술을 바르르 떨더니 울먹이며 말했다.“선우 씨, 우리 아버지 일은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 사이가 왜 끝났는지는 당신과 나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때 우리한테 재결합의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저를 속이고 저한테 상처를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깐요. 게다가 백아연까지! 지금도 그녀와 연락하고 있잖아요? 선우 씨, 백아현이 하루라도 살아 있는 한, 당신이 그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