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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유선우는 그녀들이 자취를 완전히 감출 때까지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어둑한 차 안에서 그는 공들여 재단 된 슈트 차림으로 천연가죽 좌석에 몸을 맡기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항상 서늘하고 차갑기만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넘쳐흐르는 귀티를 감출 수 없는 그였다.

기사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 물었다.

“대표님, 별장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그것에 대답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유선우는 마디가 선명한 긴 손가락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무표정으로 귓가에 가져다 댔다. 말투는 역시나 서늘했다.

“무슨 일이에요?”

......

유씨 집안 저택.

화려한 가운으로 몸을 두른 함은숙은 지금 럭셔리한 이태리 패브릭 소파에 앉아 손에 사진 몇 장을 쥐고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그 사진에는 유선우와 조은서가 차 안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너 이젠 이혼했는데, 아직도 은서랑 이렇게 가깝게 지내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우리 집과 연을 맺으려는 명문가 영애들이 이걸 알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겠니?”

함은숙이 못마땅한 듯 아들을 꾸짖었다.

이쪽에서 유선우는 자세를 바꿔 앉으며 말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꾸지람을 아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난 그 영애들 중에서 지우가 제일 맘에 든다. 집안, 학벌, 얼굴,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있어야지. 은서보다는 백배 나아... 너 뭘 그렇게 망설여? 너도 알 거 아니야, 한 그룹의 대표가 부인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유선우는 피곤하다는 듯 눈두덩이를 누르며 말투는 여느 때보다도 더 차가워졌다.

“그 여자들한테 아무 느낌 없어요.”

“그리고 내가 말했죠. 내 사생활에 끼어들지 말라고요.”

화가 치민 함은숙은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난 네 엄마야! 너 정말... 하, 네가 조은서한테 아무리 잘해봤자 뭘 어쩌겠니? 걔 고집 만만찮아, 그리고 너한테 맘이 진작에 식었어, 너랑 재혼 할 일은 절대 없을 거란 말이야...”

이런 모자간의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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