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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장

“......제가 계속 협상해서 빠른 시일내로 사인 받아내겠습니다.”할수 있는 약속이 이것밖에 없는 유월영이다.신현우가 잠시 유월영을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하루 빨리 해내요.”“네.”뒤돌아 나가려는 유월영의 뒤통수에 신현우가 한마디 더 보탠다.“이번달 보너스는 없어요.”’“......”속으로 서정희를 미친년이라고 욕해대는 유월영이다.사무실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가서도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몇년동안 한번도 보너스를 깎인적도 없거니와 이번달은 SK그룹에 입사한 첫 달인데 계약도 못 따낸건 물론이오, 회사의 가십거리로 등극했으니 앞으로의 길이 순탄할리가 없었다!겨우 진정을 시킨채 목을 축이려 하지만 보온병은 텅 비어있었고 어쩔수 없이 탕비실로 걸음을 옮기는 유월영이다.자고로 탕비실, 화장실은 수군수군 가십을 떨기 가장 좋은 곳이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탕비실로 다가가니 두 동료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방금 그 분 해운 서대리님 맞지? 대리님이 거짓말 할리는 없지 않나?”“그러니까 그 말은 유 비서님이 해운에서 나온게 연 사장님이랑 헤어져서다?”“헤어졌다고? 그건 남자친구 한테나 쓰는 말이지. 연 사장님은 여자친구라고 공개했던 사람이 없다고 들었는데?”“그럼 설마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건가?”“박수진이 그랬잖아. 신씨 가문 넷째 도련님 추천으로 바로 들어온거라고. 거기다가 윤 사장님까지. 쯧쯧, 우리 수석 비서님 쉽지 않으시겠네~”“......”윤영훈이 집쩍댔을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해왔던 유월영이지만 역시나였다.유월영은 또다시 도마에 오르는걸 막기 위해 탕비실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한참 뒤, 유월영이 연재준에게 문자를 보낸다.“사장님, 사장님 사람들 잘 관리하세요. 서대리 다시 한번 여기 와서 소란 피우면 신고할겁니다.”답장이 없는 연재준 대신 윤영훈의 메시지가 튀어나온다.“유 비서, 오늘 점심식사 어때요? 마침 유 비서 회사 근처라.”잠시 고민하던 유월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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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장

윤영훈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당연하지, 내 동생인데.”“오늘 한 말 잊지 마.”이내 서정희는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윤영훈은 화가 나면서도 어이 없었는지 웃음을 터뜨린다. 누가 서정희를 괴롭힐수 있기라도 할까?이모부, 이모 사이의 보물 같은 외동딸인데, 그런 살점과도 같은 딸을 감히 누가 생각없이 괴롭힐수 있단 말인가.......퇴근 뒤, 유월영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지하철 역으로 걸어간다.조서희가 요즘 일은 어떻냐며 메시지를 보내왔던거다.기분이 별로였던 유월영이 그녀에게 오늘 일들을 하소연한다. 한 성깔하는 조서희는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서정희를 신랄하게 욕해대더니 이내 이런 결론을 내린다.“연재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제정신이 아닌것 같아.”이를테면 백유진이나 서정희나......어?갑자기 말을 잘못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 조서희가 다급히 입을 막는다.“읍, 넌 빼고.”“나 뺄 필요 없어. 나도 전엔 정상은 아니었지 뭐.”“젊었을때 쓰레기 같은 남자 안 만나는 여자들이 어딨냐. 넌 이미 빠져나왔으니까 포함시키면 안 되지.”유월영도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입꼬리를 스윽 올린다.이내 코너를 돌때 갑자기 앞을 막아선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명에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꽉 움켜쥐며 경계심을 곤두세우는 유월영이다.허나 그들은 그저 길을 물으려는 행인같다.“아, 안녕하세요. 길 좀 물을게요. 영안 빌딩 이 근처에 있는거 맞아요?”유월영이 그들의 휴대폰에 켜져있는 지도를 들여다본다.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죄송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도로 못 찾으시겠어요?”“지도 보고 온 건데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네요.”금방 서안에 온 유월영 역시 알리가 없었다.“다른 분들한테 물어보시죠.”남자가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들이민다.“그럼 아가씨가 좀 봐줘요. 어느쪽으로 가야돼요?”유월영의 그의 휴대폰 지도를 터치한다.“보행자 모드로 바꾸면 화살표 뜰거예요. 그거 보시면서 따라가면 돼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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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장

유월영이 무뚝뚝하게 말한다.“사장님, 전 지하철 시간 맞춰야 해서요. 먼저 가겠습니다.”연재준은 유월영을 막아서지 않는다. 허나 겨우 몇미터 가지도 못한채 발목을 잡아끄는 경적소리에 의해 결국 멈춰서 복잡하고 짜증 섞인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유월여이다.연재준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가로등 불빛 아래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뒤에서 경적소리를 울려대던 차주는 똑같은 숫자 배열로만 이루어진 값비싼 앞차 번호판을 보고는 연재준이 쉽게 건드릴만한 사람이 아니란걸 눈치챈것 같다.이를 꽉 깨문 유월영이 결국 차에 올라탄다.문이 닫히자 기사가 묻는다.“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너한테 묻잖아.”유월영은 어쩔수 없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지도를 켜 기사의 네비게이션에 입력해준다.“하 비서님은요?”“너한테 시비 건 사람 신주 데려다주러 갔어.”연재준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말한다.“사과하려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줘야지.”......하정은이 서정희를 찾아낸 곳은 다름 아닌 바였다.서정희는 벌써 두 세병은 동낸듯 취기가 잔뜩 올라와있다.“아가씨.”“응?”서정희가 반쯤 풀린 눈으로 하정은을 바라본다.“하 비서네요. 하 비서가 여긴 웬 일로? 재준 씨가 보낸거예요?”“네, 서안에서의 업무는 끝나셨으니 저더러 오늘 밤으로 신주 데려다 주시랍니다.”“서안을 떠나라? 참나......”서정희가 몸을 비틀대며 일어난다.“나 안 가! 왜 내가 유월영한테 자리 내줘야 하는데? 싫다고!”“아가씨, 사장님 성격 아시잖아요. 하란대로 안 하는거 제일 싫어하십니다.”서정희가 또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오늘 밤에 꼭 가야 돼요?”“네.”“근데 내일 무슨 날인지 알아요?”하정은이 고개를 저어보이자 서정희가 대답한다.“내일은 내 생일이라고.”잠시 주춤하는 하정은이다.“미리 생일 축하드립니다.”서정희가 고개를 들고 입술을 꽉 깨물며 하정은에게 묻는다.“생일만 보내고 다시 가면 안 돼요? 오빠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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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장

이 매니저가 전해준 말에 의하면 어젯밤 친구들과 바에서 놀다가 갑자기 음악이 끊기고 조명이 밝아지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는거다.일상적인 도박이나 마약 불시 점검을 하러 온줄 알았지만 유독 한 방 앞에만 사람들이 가득 둘러싸서는 경찰들이 한 여자를 데리고 나갔단다.술에 취해 몹쓸 짓을 당했다는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인채 옷으로 머리가 덮여져 있어 얼굴을 보아낼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매니저는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단번에 오전에 행패를 부리러 온 서정희가 입고있던 옷임을 알아차렸다.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제법 놀라는 유월영이다.서정희와의 묘한 대치와 신경전이 싫증나긴 했지만 단 한번도 이런 일이 생기라고 빈적은 없는데......게다가 하필 어젯밤?연재준이 어젯밤에 서정희를 서안으로 돌려보낸다고 하지 않았나?샤브샤브집에서 연재준이 무심결에 내뱉었던 “마음대로 하라고 해”라는 말이 떠오른다.그러니까 그 연락 뒤에 저런 일을 당했다?유월영이 이내 휴대폰을 들어 하정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서정희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네.”질문을 이어나가려는 찰나, 낯선 연락처로 누군가 연락을 해온다.“여보세요, 누구시죠?”“안녕하십니까, 서안 경찰서입니다. 혹시 유월영 아가씨 맞으십니까?”“......”유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이 없는 창가 쪽으로 가서야 입을 연다.“네, 맞습니다만.”경찰이 묻는다.“아가씨, 서정희라는 분 아십니까?”“네, 아는데 무슨 일이시죠?”“어제 사고가 좀 있어서요. 오늘 서로 와서 수사에 협조 좀 해주시겠습니까?”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린다.“서정희와는 안면만 있지 친하지도 않습니다......무슨 일 생겼죠? 저한테서 뭘 알아내시려는 겁니까?”“시간 내서 한 번 내주시죠. 언제 퇴근하십니까?”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건 국민으로서의 응당한 의무다.유월영이 시계를 내려다 본다.“일곱시 쯤에 끝나서 건너갈게요.”“그럽시다.”별다른 말없이 끊는 경찰에 유월영은 그저 관례적인 조사를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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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장

유월영이 그 중 두 장을 앞으로 내밀며 말한다.“이 두 사람 낯이 익습니다. 어젯밤 퇴근길에 두 사람이 제 앞을 가로막고는 영광 빌딩이 근처에 있는지 물었거든요.”두 경찰관은 이내 두 남자가 길을 묻는 감시 카메라 캡쳐본을 유월영에게 보여주며 묻는다.“휴대폰 보여주면서 그냥 길만 물었습니까?”“네.”“길만 묻는데 왜 감시 카메라를 피해야 하죠?”“피한다니요?”경직돼 굳어버리는 유월영이다.“전 피한 적 없습니다. 지하철 역 가는 길에 마침 코너에서 절 가로막은겁니다. 그래서 멈춰서서 알려준것 뿐이고요. 엎어지면 코 닿을데가 사거리인데 그리 편벽하지도 않은것 같네요.” 경찰관은 별다른 말이 없다.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을 이어나간다.“정말 카메라를 피할 생각이었다면 여기 찍히지도 않았겠죠? 근데 지금은 버젓이 찍혀있잖아요.”“찍히긴 했으나 뚜렷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몸을 비껴 카메라를 피하는것으로 의심되는 행동까지 보이고요.”“......”이쯤되니 강한 촉이 몰려오는 유월영이다.“이 두 남자 서정희에게 몹쓸 짓을 한거군요?”경찰관은 대답 대신 말을 돌린다.“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알려드릴수 없지만 도망가는 바람에 아직 검거하진 못했습니다.”유월영이 주먹에 힘을 꽉 준다. 그들이 하는 말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유월영이 경찰관들을 직시하며 침착하게 묻는다.“두 사람과의 단순한 접촉만으로 절 의심하시는건가요? 제가 두 사람한테 사주해 서정희를 괴롭혔다고요?”안색이 점차 창백해지는 유월영이다. 어쩌다 이 일에 엮이게 된걸까......이내 유월영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강단있게 말한다.“전 그런 짓 한 적 없습니다. 두 사람은 휴대폰에 있는 지도 앱을 켜고 길을 묻고 있었을 뿐입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감시 카메라 화면 확대해보시......”그 순간 머릿속에 뭔가 번뜩이는 유월영이다.“설마 그 각도에선 휴대폰 화면이 찍히지 않은건가요?”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카메라를 피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지.경찰관은 흥분에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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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장

윤영훈 역시 유월영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하는 복잡한 심정을 지어보인다.유월영은 개의치 않고 논리정연하게 대답한다.“아가씨, 방금 그 말은 전부 제가 연재준 때문에 아가씨한테 적대심을 품었다는 말로 밖엔 안 들리네요. 허나 저희는 6개월도 훨씬 전에 정식으로 헤어졌고 전 시종일관 재회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요. 그러니 전 그럴만한 명분이 전혀 없는겁니다.연재준은 하정은과 경찰서로 들어오다 마침 유월영의 그 여지없인 매정한 대답을 듣고는 멈춰서 그녀를 어두운 눈빛으로 쳐다본다.복도 끝에 마주서있던 유월영도 두 사람 뒤로 서있는 연재준과 눈을 마주치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데.허나 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또한 종신 그룹은 그저 잠시 계약을 미룬것 뿐이지 SK그룹과의 협력을 파기한건 아닙니다.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거죠. 그러니 아가씨가 제 계약을 망쳤다는 말 역시 틀린 말이거니와 전 거기에 대해 원한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저 기댈곳도 없는 평범한 일개 직원인 전 서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아가씨 뒤를 지키고 있다는것 또한 잘 압니다. 제가 얼마나 멍청해야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을까요? 논리와 부합되지 않으니 전 정말 아닙니다.”윤영훈은 사실 유월영에게 의심을 품으며 동생 관리를 잘하라는 말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 그녀의 조리정연한 말을 듣고는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허나 서정희의 귀엔 유월영의 말들이 들어갈리가 없다.“빈틈없는 계획이라 절대 들키지 않을거라 생각하니까 무슨 일이든 다 하겠지!”이내 서정희는 윤영훈의 품에 파고들어 통곡하며 소리친다.“오빠! 쟤야, 쟤라고! 유월영이 그 남자들한테 사주했어! 돌아온지 얼마 안 돼서 충동 생긴건 유월영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쟤가 아니면 누구겠어!”어이없어 말문이 막히는 유월영이다.“정 절 물고 늘어질거라면 법정에서 옳고 그름을 밝혀보죠. 법 앞에선 그 누구든 공평할거니까요.”“재회할 마음 없다면서 요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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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장

“저 아니에요.”겨우 몇 시간 동안 아니란 말을 벌써 몇십번을 하는지 모르겠다.“전 그런 짓 하지도 않았고 할 사람도 아니에요......진짜 제가 했으면 그런 단서가 될만한건 남기지도 않았고 경찰들이 찾아오게끔 하지도 않았겠죠.”마지막 한 마디에 연재준이 차갑게 콧방귀를 뀐다.믿는지 안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시 안전벨트를 채우는 유월영이다.이내 유월영은 이승연에게 메시지를 남긴다.“승연아, 늦게라도 시간돼? 일이 좀 생겨서 말이야, 연락해서 말할게.”아직은 답장이 없는 이승연이다. 연재준이 하정은에게 덤덤하게 묻는다.“서정희 부모는 알고 있나?”“네, 이미 아십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휴가 중이셔서 돌아오시라면 시간이 걸리실것 같아 모든걸 윤 사장님께 맡긴듯 하네요.”여전히 사건 경위를 알고 싶어하는 유월영이 앞으로 몸을 기울여 하정은에게 묻는다.“하 비서님 어젯밤에 서정희 찾으러 가시지 않으셨어요?”하정은은 연재준을 힐끔 보더니 눈을 지그시 감는 그를 보고는 그제야 입을 연다.“어젯밤 제가 바에서 서 아가씨를 찾은건 맞습니다. 오늘 생일이셔서 서안에 이틀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겠냐는 말에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 사장님께 동의를 구한 사이 자리에서 사라지셨던겁니다. 웨이터가 혼자서 갔다고 하니 화장실에 간줄로만 알고 찾아가봤지만 없었고 한 바퀴 빙 돌아봤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었습니다.”유월영이 묻는다.“그럼 일 생긴건 어떻게 알았어요?”“룸에서 물건 던지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 들어가본 웨이터가 발견한겁니다. 다행히 웨이터가 마침 들어간 덕분에 큰 일은 피할수 있었죠.”“그 말은 결국 그런 짓은 안 당했다는거네요?” “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두 가문 모두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겁니다.”서정희에게 좋은 감정이라곤 전혀 없던 유월영이지만 그런 짓은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이 일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같은 여자로써 충분히 이해가 갔으니 말이다.연재준이 유월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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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장

후끈후끈한 남자의 체온이 손발이 오므라든 이승연이 낮은 소리로 말하며 그를 밀어낸다.“그만해......월영이 일이니까.”“유 비서는 또 왜?”이혁재는 별로 개의치 않은채 이승연의 셔츠 옷깃을 헤쳐 목에 입을 맞춘다.“서안 SK 간거 아니었어? 거기서도 사고 친다고?”야들야들한 목에서 촉촉한 감촉이 닿자 온 몸에 전율이 돋는 이승연이다. 그녀가 이혁재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묻는다.“당신 송도 서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윤영훈 이모부랑 이모?”“그래.”이혁재가 딱히 관심없다는듯 덤덤하게 말한다.“내 기억에 그 집엔 딸 하나밖에 없을걸. 금이야 옥이야 아낀다던데, 최근엔 재준이 아래서 프로젝트도 맡았고.”이내 이혁재가 뭔가 눈치챈듯 고개를 든다.“왜? 유 비서 이번엔 서씨 가문 건드린거?”이승연은 딱히 대답이 없다.아니, 지금은 뭐라 대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혁재는 냅다 이승연을 침대에 누르며 말한다.“그럼 망했네 뭐, 그 집안 좀 독하거든.”일처리가 독하다는건지, 어둠의 세계와 손잡은 독함이라는건지 모르겠는 이승연이다.“월영이만 결백하면 법은 월영이 편이야.”이혁재는 딱히 법이니 뭐니에 관심이 없어보인다.“이번엔 꽤나 오래 가있을것 같은데 차라리 오늘 밤에 자지 말고 몇번 더 하자.”그의 몸에서 일어난 생리적 반응을 눈치챈 이승연이 벌떡 일어나 서랍에서 뭔가를 꺼낸다.“......껴, 이거 끼라고.”이혁재가 그걸 툭 던져버리며 이승연 위에 올라탄다.“끼긴 무슨. 합법적인 부부 사이에 애까지 가질 생각인데 괜한 쓰레기만 만들잖아?”이때만큼은 의논의 여지를 주지 않고 옷을 꽁꽁 싸매는 이승연이다.“그럼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틀어박는 이혁재다.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이승연은 최후의 마지노선을 굳건히 지킬 생각이다.이혁재는 “젠장” 한 마디를 내뱉으며 이승연을 노려보더니 서랍을 덜컹 열며 말한다.“아! 알았다고! 낀다고 껴!”눈으로 직접 확인한 다음 순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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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장

비서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서류 봉투를 건네준다.“도련님.”“고생했다, 내년엔 연봉 올려줄게.”이내 봉투를 받아들고 문을 닫는 이혁재다.은은한 거실 조명 아래, 이혁재가 소파에 던져진 이승연의 가방을 찾아낸다.늘 서류들이 든 가방을 서재 금고에 넣어두는 이승연이었지만 오늘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혁재에게 붙잡이는 바람에 옷은 물론 가방까지 소파에 내팽개쳐버렸던거다.이혁재가 아무도 없는 2층을 확인하고는 이승연의 가방에서 약 한 통을 꺼내든다.알루미늄판을 확인하니 벌써 두 줄이나 먹어치웠다.참 나 이혁재가 매일 심으면 뭐하나, 이승연이 매일 살충제를 쳐버리는데.이혁재는 방금 받은 봉투에서 약을 꺼내 똑같이 두 줄을 빼낸뒤 이승연의 가방에 있던 약과 바꿔치기를 한다.만족스러운듯 입꼬리를 올린 이혁재는 곳곳에 널린 옷을 바구니에 넣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이승연을 끌어안고 잠에 든다.......한 편 서안.피곤에 찌든 유월영은 아예 욕조에 물을 받고 몸을 푹 담그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고 다행히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슬리퍼를 끌고 인터폰을 확인하니 다름 아닌 연재준이다.열어줘 말아?유월영은 방에서 겉옷을 가져와 목까지 꽁꽁 잠근 뒤에야 문을 빼꼼 연다.“사장님, 무슨 일이세요?”연재준은 조금이라도 어쨌다간 당장 문을 닫아버릴 기세로 문 뒤에 바짝 붙어있는 유월영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린다.그리고는 친히 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보여주며 말하는데.“저녁 안 먹었지?”그대로 굳어버리는 유월영이다. 연재준이......유월영에게 밥을?그저 놀라울 따름이다.연재준은 태생이 누구에게 서비스를 받았으면 받았지 절대 누구를 챙겨주는 타입이 아닌데.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고 그제야 문을 활짝 연다.“감사합니다 사장님.”허나 연재준은 손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 유월영이 그런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는데.“나도 저녁은 아직이거든.” 그 말인 즉 같이 먹을거라는 말 아닌가.유월영이 즉시 손을 놓는다.“사실 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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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장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싫었던 유월영이 재빨리 전화를 끊는다.“윤 사장님 귀띔 감사합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늦었는데 얼른 쉬세요.”바로 다음 순간, 연재준이 유월영을 방밖으로 끌어내 벽에 콱 밀친다!두 손을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팍에 갖다대 밀어내는 유월영이다.“연재준!”연재준은 한 손으론 벽을, 다른 한 손으론 유월영의 턱을 잡고 쌀쌀맞게 쏘아붙인다.“평소에 이런 말이나 하고 그래? 난 너 도와준적 없어? 하 사모님 별장에서는? 지난번 박수진때는? 너희 엄마 인공심장은? 다 내가 도와준거 아니야?”유월영이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윤 사장님이 말한건데 불만 있으면 사장님한테 가서 따져야죠. 저한테 왜 이래요?”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빚쟁이들한테 쫓길때 내가 너 안 도와줬어?”“그건 이미 오래전 일이잖아요.”“괴롭힌것들만 생각하느라 그동안 도와줬던건 싹 다 잊은거야?”연재준은 대답없는 유월영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이내 휙 가버린다.유월영에게 화라도 난걸까.유월영은 복잡한 심정으로 멀어져가는 연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린다.윤영훈의 성격대로라면 방금 그가 한 말은 연재준이 신연우를 깎아내릴때와 같이 “적수”를 처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유월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뒤돌아서다 땅에 놓인 도시락통을 보고 이내 그걸 들어 방으로 들어가는데.배고픔이 극에 달하면 위병이 도진다는걸 안 뒤로 연재준은 유월영의 삼시세끼를 극진히 챙겨주는것 같다.도시락 통을 열어보니 전부 2인분으로 된 음식들이 눈에 띈다.연재준은 진짜 유월영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던거다.당연하겠지만 유월영은 그걸 다시 연재준에게 가져다줄 생각이 없다.기분전환이라도 할겸 휴대폰을 들어 집에 연락을 해본다.엄마는 병으로, 아빠는 다리때문에 힘든 상황인데다 딸들도 같이 있어줄 상황이 안 되니 유월영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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