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니저가 전해준 말에 의하면 어젯밤 친구들과 바에서 놀다가 갑자기 음악이 끊기고 조명이 밝아지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는거다.일상적인 도박이나 마약 불시 점검을 하러 온줄 알았지만 유독 한 방 앞에만 사람들이 가득 둘러싸서는 경찰들이 한 여자를 데리고 나갔단다.술에 취해 몹쓸 짓을 당했다는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인채 옷으로 머리가 덮여져 있어 얼굴을 보아낼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매니저는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단번에 오전에 행패를 부리러 온 서정희가 입고있던 옷임을 알아차렸다.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제법 놀라는 유월영이다.서정희와의 묘한 대치와 신경전이 싫증나긴 했지만 단 한번도 이런 일이 생기라고 빈적은 없는데......게다가 하필 어젯밤?연재준이 어젯밤에 서정희를 서안으로 돌려보낸다고 하지 않았나?샤브샤브집에서 연재준이 무심결에 내뱉었던 “마음대로 하라고 해”라는 말이 떠오른다.그러니까 그 연락 뒤에 저런 일을 당했다?유월영이 이내 휴대폰을 들어 하정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서정희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네.”질문을 이어나가려는 찰나, 낯선 연락처로 누군가 연락을 해온다.“여보세요, 누구시죠?”“안녕하십니까, 서안 경찰서입니다. 혹시 유월영 아가씨 맞으십니까?”“......”유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이 없는 창가 쪽으로 가서야 입을 연다.“네, 맞습니다만.”경찰이 묻는다.“아가씨, 서정희라는 분 아십니까?”“네, 아는데 무슨 일이시죠?”“어제 사고가 좀 있어서요. 오늘 서로 와서 수사에 협조 좀 해주시겠습니까?”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린다.“서정희와는 안면만 있지 친하지도 않습니다......무슨 일 생겼죠? 저한테서 뭘 알아내시려는 겁니까?”“시간 내서 한 번 내주시죠. 언제 퇴근하십니까?”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건 국민으로서의 응당한 의무다.유월영이 시계를 내려다 본다.“일곱시 쯤에 끝나서 건너갈게요.”“그럽시다.”별다른 말없이 끊는 경찰에 유월영은 그저 관례적인 조사를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유월영이 그 중 두 장을 앞으로 내밀며 말한다.“이 두 사람 낯이 익습니다. 어젯밤 퇴근길에 두 사람이 제 앞을 가로막고는 영광 빌딩이 근처에 있는지 물었거든요.”두 경찰관은 이내 두 남자가 길을 묻는 감시 카메라 캡쳐본을 유월영에게 보여주며 묻는다.“휴대폰 보여주면서 그냥 길만 물었습니까?”“네.”“길만 묻는데 왜 감시 카메라를 피해야 하죠?”“피한다니요?”경직돼 굳어버리는 유월영이다.“전 피한 적 없습니다. 지하철 역 가는 길에 마침 코너에서 절 가로막은겁니다. 그래서 멈춰서서 알려준것 뿐이고요. 엎어지면 코 닿을데가 사거리인데 그리 편벽하지도 않은것 같네요.” 경찰관은 별다른 말이 없다.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을 이어나간다.“정말 카메라를 피할 생각이었다면 여기 찍히지도 않았겠죠? 근데 지금은 버젓이 찍혀있잖아요.”“찍히긴 했으나 뚜렷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몸을 비껴 카메라를 피하는것으로 의심되는 행동까지 보이고요.”“......”이쯤되니 강한 촉이 몰려오는 유월영이다.“이 두 남자 서정희에게 몹쓸 짓을 한거군요?”경찰관은 대답 대신 말을 돌린다.“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알려드릴수 없지만 도망가는 바람에 아직 검거하진 못했습니다.”유월영이 주먹에 힘을 꽉 준다. 그들이 하는 말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유월영이 경찰관들을 직시하며 침착하게 묻는다.“두 사람과의 단순한 접촉만으로 절 의심하시는건가요? 제가 두 사람한테 사주해 서정희를 괴롭혔다고요?”안색이 점차 창백해지는 유월영이다. 어쩌다 이 일에 엮이게 된걸까......이내 유월영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강단있게 말한다.“전 그런 짓 한 적 없습니다. 두 사람은 휴대폰에 있는 지도 앱을 켜고 길을 묻고 있었을 뿐입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감시 카메라 화면 확대해보시......”그 순간 머릿속에 뭔가 번뜩이는 유월영이다.“설마 그 각도에선 휴대폰 화면이 찍히지 않은건가요?”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카메라를 피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지.경찰관은 흥분에 겨
윤영훈 역시 유월영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하는 복잡한 심정을 지어보인다.유월영은 개의치 않고 논리정연하게 대답한다.“아가씨, 방금 그 말은 전부 제가 연재준 때문에 아가씨한테 적대심을 품었다는 말로 밖엔 안 들리네요. 허나 저희는 6개월도 훨씬 전에 정식으로 헤어졌고 전 시종일관 재회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요. 그러니 전 그럴만한 명분이 전혀 없는겁니다.연재준은 하정은과 경찰서로 들어오다 마침 유월영의 그 여지없인 매정한 대답을 듣고는 멈춰서 그녀를 어두운 눈빛으로 쳐다본다.복도 끝에 마주서있던 유월영도 두 사람 뒤로 서있는 연재준과 눈을 마주치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데.허나 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또한 종신 그룹은 그저 잠시 계약을 미룬것 뿐이지 SK그룹과의 협력을 파기한건 아닙니다.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거죠. 그러니 아가씨가 제 계약을 망쳤다는 말 역시 틀린 말이거니와 전 거기에 대해 원한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저 기댈곳도 없는 평범한 일개 직원인 전 서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아가씨 뒤를 지키고 있다는것 또한 잘 압니다. 제가 얼마나 멍청해야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을까요? 논리와 부합되지 않으니 전 정말 아닙니다.”윤영훈은 사실 유월영에게 의심을 품으며 동생 관리를 잘하라는 말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 그녀의 조리정연한 말을 듣고는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허나 서정희의 귀엔 유월영의 말들이 들어갈리가 없다.“빈틈없는 계획이라 절대 들키지 않을거라 생각하니까 무슨 일이든 다 하겠지!”이내 서정희는 윤영훈의 품에 파고들어 통곡하며 소리친다.“오빠! 쟤야, 쟤라고! 유월영이 그 남자들한테 사주했어! 돌아온지 얼마 안 돼서 충동 생긴건 유월영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쟤가 아니면 누구겠어!”어이없어 말문이 막히는 유월영이다.“정 절 물고 늘어질거라면 법정에서 옳고 그름을 밝혀보죠. 법 앞에선 그 누구든 공평할거니까요.”“재회할 마음 없다면서 요즘엔
“저 아니에요.”겨우 몇 시간 동안 아니란 말을 벌써 몇십번을 하는지 모르겠다.“전 그런 짓 하지도 않았고 할 사람도 아니에요......진짜 제가 했으면 그런 단서가 될만한건 남기지도 않았고 경찰들이 찾아오게끔 하지도 않았겠죠.”마지막 한 마디에 연재준이 차갑게 콧방귀를 뀐다.믿는지 안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시 안전벨트를 채우는 유월영이다.이내 유월영은 이승연에게 메시지를 남긴다.“승연아, 늦게라도 시간돼? 일이 좀 생겨서 말이야, 연락해서 말할게.”아직은 답장이 없는 이승연이다. 연재준이 하정은에게 덤덤하게 묻는다.“서정희 부모는 알고 있나?”“네, 이미 아십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휴가 중이셔서 돌아오시라면 시간이 걸리실것 같아 모든걸 윤 사장님께 맡긴듯 하네요.”여전히 사건 경위를 알고 싶어하는 유월영이 앞으로 몸을 기울여 하정은에게 묻는다.“하 비서님 어젯밤에 서정희 찾으러 가시지 않으셨어요?”하정은은 연재준을 힐끔 보더니 눈을 지그시 감는 그를 보고는 그제야 입을 연다.“어젯밤 제가 바에서 서 아가씨를 찾은건 맞습니다. 오늘 생일이셔서 서안에 이틀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겠냐는 말에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 사장님께 동의를 구한 사이 자리에서 사라지셨던겁니다. 웨이터가 혼자서 갔다고 하니 화장실에 간줄로만 알고 찾아가봤지만 없었고 한 바퀴 빙 돌아봤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었습니다.”유월영이 묻는다.“그럼 일 생긴건 어떻게 알았어요?”“룸에서 물건 던지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 들어가본 웨이터가 발견한겁니다. 다행히 웨이터가 마침 들어간 덕분에 큰 일은 피할수 있었죠.”“그 말은 결국 그런 짓은 안 당했다는거네요?” “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두 가문 모두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겁니다.”서정희에게 좋은 감정이라곤 전혀 없던 유월영이지만 그런 짓은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이 일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같은 여자로써 충분히 이해가 갔으니 말이다.연재준이 유월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눈
후끈후끈한 남자의 체온이 손발이 오므라든 이승연이 낮은 소리로 말하며 그를 밀어낸다.“그만해......월영이 일이니까.”“유 비서는 또 왜?”이혁재는 별로 개의치 않은채 이승연의 셔츠 옷깃을 헤쳐 목에 입을 맞춘다.“서안 SK 간거 아니었어? 거기서도 사고 친다고?”야들야들한 목에서 촉촉한 감촉이 닿자 온 몸에 전율이 돋는 이승연이다. 그녀가 이혁재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묻는다.“당신 송도 서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윤영훈 이모부랑 이모?”“그래.”이혁재가 딱히 관심없다는듯 덤덤하게 말한다.“내 기억에 그 집엔 딸 하나밖에 없을걸. 금이야 옥이야 아낀다던데, 최근엔 재준이 아래서 프로젝트도 맡았고.”이내 이혁재가 뭔가 눈치챈듯 고개를 든다.“왜? 유 비서 이번엔 서씨 가문 건드린거?”이승연은 딱히 대답이 없다.아니, 지금은 뭐라 대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혁재는 냅다 이승연을 침대에 누르며 말한다.“그럼 망했네 뭐, 그 집안 좀 독하거든.”일처리가 독하다는건지, 어둠의 세계와 손잡은 독함이라는건지 모르겠는 이승연이다.“월영이만 결백하면 법은 월영이 편이야.”이혁재는 딱히 법이니 뭐니에 관심이 없어보인다.“이번엔 꽤나 오래 가있을것 같은데 차라리 오늘 밤에 자지 말고 몇번 더 하자.”그의 몸에서 일어난 생리적 반응을 눈치챈 이승연이 벌떡 일어나 서랍에서 뭔가를 꺼낸다.“......껴, 이거 끼라고.”이혁재가 그걸 툭 던져버리며 이승연 위에 올라탄다.“끼긴 무슨. 합법적인 부부 사이에 애까지 가질 생각인데 괜한 쓰레기만 만들잖아?”이때만큼은 의논의 여지를 주지 않고 옷을 꽁꽁 싸매는 이승연이다.“그럼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틀어박는 이혁재다.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이승연은 최후의 마지노선을 굳건히 지킬 생각이다.이혁재는 “젠장” 한 마디를 내뱉으며 이승연을 노려보더니 서랍을 덜컹 열며 말한다.“아! 알았다고! 낀다고 껴!”눈으로 직접 확인한 다음 순간, 집
비서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서류 봉투를 건네준다.“도련님.”“고생했다, 내년엔 연봉 올려줄게.”이내 봉투를 받아들고 문을 닫는 이혁재다.은은한 거실 조명 아래, 이혁재가 소파에 던져진 이승연의 가방을 찾아낸다.늘 서류들이 든 가방을 서재 금고에 넣어두는 이승연이었지만 오늘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혁재에게 붙잡이는 바람에 옷은 물론 가방까지 소파에 내팽개쳐버렸던거다.이혁재가 아무도 없는 2층을 확인하고는 이승연의 가방에서 약 한 통을 꺼내든다.알루미늄판을 확인하니 벌써 두 줄이나 먹어치웠다.참 나 이혁재가 매일 심으면 뭐하나, 이승연이 매일 살충제를 쳐버리는데.이혁재는 방금 받은 봉투에서 약을 꺼내 똑같이 두 줄을 빼낸뒤 이승연의 가방에 있던 약과 바꿔치기를 한다.만족스러운듯 입꼬리를 올린 이혁재는 곳곳에 널린 옷을 바구니에 넣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이승연을 끌어안고 잠에 든다.......한 편 서안.피곤에 찌든 유월영은 아예 욕조에 물을 받고 몸을 푹 담그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고 다행히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슬리퍼를 끌고 인터폰을 확인하니 다름 아닌 연재준이다.열어줘 말아?유월영은 방에서 겉옷을 가져와 목까지 꽁꽁 잠근 뒤에야 문을 빼꼼 연다.“사장님, 무슨 일이세요?”연재준은 조금이라도 어쨌다간 당장 문을 닫아버릴 기세로 문 뒤에 바짝 붙어있는 유월영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린다.그리고는 친히 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보여주며 말하는데.“저녁 안 먹었지?”그대로 굳어버리는 유월영이다. 연재준이......유월영에게 밥을?그저 놀라울 따름이다.연재준은 태생이 누구에게 서비스를 받았으면 받았지 절대 누구를 챙겨주는 타입이 아닌데.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고 그제야 문을 활짝 연다.“감사합니다 사장님.”허나 연재준은 손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 유월영이 그런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는데.“나도 저녁은 아직이거든.” 그 말인 즉 같이 먹을거라는 말 아닌가.유월영이 즉시 손을 놓는다.“사실 전 배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싫었던 유월영이 재빨리 전화를 끊는다.“윤 사장님 귀띔 감사합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늦었는데 얼른 쉬세요.”바로 다음 순간, 연재준이 유월영을 방밖으로 끌어내 벽에 콱 밀친다!두 손을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팍에 갖다대 밀어내는 유월영이다.“연재준!”연재준은 한 손으론 벽을, 다른 한 손으론 유월영의 턱을 잡고 쌀쌀맞게 쏘아붙인다.“평소에 이런 말이나 하고 그래? 난 너 도와준적 없어? 하 사모님 별장에서는? 지난번 박수진때는? 너희 엄마 인공심장은? 다 내가 도와준거 아니야?”유월영이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윤 사장님이 말한건데 불만 있으면 사장님한테 가서 따져야죠. 저한테 왜 이래요?”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빚쟁이들한테 쫓길때 내가 너 안 도와줬어?”“그건 이미 오래전 일이잖아요.”“괴롭힌것들만 생각하느라 그동안 도와줬던건 싹 다 잊은거야?”연재준은 대답없는 유월영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이내 휙 가버린다.유월영에게 화라도 난걸까.유월영은 복잡한 심정으로 멀어져가는 연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린다.윤영훈의 성격대로라면 방금 그가 한 말은 연재준이 신연우를 깎아내릴때와 같이 “적수”를 처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유월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뒤돌아서다 땅에 놓인 도시락통을 보고 이내 그걸 들어 방으로 들어가는데.배고픔이 극에 달하면 위병이 도진다는걸 안 뒤로 연재준은 유월영의 삼시세끼를 극진히 챙겨주는것 같다.도시락 통을 열어보니 전부 2인분으로 된 음식들이 눈에 띈다.연재준은 진짜 유월영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던거다.당연하겠지만 유월영은 그걸 다시 연재준에게 가져다줄 생각이 없다.기분전환이라도 할겸 휴대폰을 들어 집에 연락을 해본다.엄마는 병으로, 아빠는 다리때문에 힘든 상황인데다 딸들도 같이 있어줄 상황이 안 되니 유월영은 부모
“방금 일어나자 마자 확인한거야. 누가 보내온거고.”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이 사진들은 마치 유월영이 사주한 사람들이 일을 끝낸뒤 확인사살용으로 보내는 사진들 같아보였기 때문이다.휴대폰을 들고 있는 유월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멋도 모르고 있다가 크게 한 방 당할것 같은 두려움이랄까.하지만 두려움은 두려움일뿐 유월영은 당황하지 않고 메시지가 전송된 시간을 확인한다.“새벽 네시에 보낸거야, 다시 연락해보니까 꺼졌더라고.”“허구로 된 연락처가 아니고? 없는 번호가 아니고 진짜 있는 번호라는거야?”“응, 신주시로 뜨던데.”“이상하네. 아무튼 연락처 보내줘봐, 내가 친구한테 물어볼게. 그리고 나 지금 공항갈는 길이야, 요즘엔 서안까지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딱 한번 뿐이더라.”유월영이 연락처를 복사해 이승연에게 보내준다. 그러자 대뜸 이승연이 그녀를 부르는데.“월영아.”“어, 듣고 있어.”“이 사진, 이 일, 전부 너랑은 상관없는거 맞지?”확신이 필요한 이승연이라는걸 알고 있는 유월영이다.“단언컨대 나랑은 절대 아무 관계도 없어.”“그래, 그럼 내가 말한대로 해. 지금 바로 경찰한테 연락해서 사진 보여드려.”조금은 망설여지는 유월영이다.전달이 자 안돼 진짜 용의자로 몰리기라도 하면 어쩌나.허나 이승연이 말한다.“한 적 없는 일은 법이 반드시 결백하도록 만들어줄거야. 누구도 감히 널 해치진 않겠지만 네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말하지 않은게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픈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그 말에 유월영이 한숨을 푹 내쉰다.“알고 있어.”“그래,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생각하면 할수록 수상쩍어지는 이승연이다. 특히나 허구가 아닌 진짜 연락처를 썼다는 점이 말이다.유월영은 다시금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어젯밤엔 웨이터가 마침 들어가준 덕에 큰 일을 피할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었는데.사진이 남아 있을줄이야. 이 사진들이 퍼지기라도 할땐 서정희는 더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지 못할텐데.유월영이 어젯밤 조사실에 만난 경찰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