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후끈한 남자의 체온이 손발이 오므라든 이승연이 낮은 소리로 말하며 그를 밀어낸다.“그만해......월영이 일이니까.”“유 비서는 또 왜?”이혁재는 별로 개의치 않은채 이승연의 셔츠 옷깃을 헤쳐 목에 입을 맞춘다.“서안 SK 간거 아니었어? 거기서도 사고 친다고?”야들야들한 목에서 촉촉한 감촉이 닿자 온 몸에 전율이 돋는 이승연이다. 그녀가 이혁재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묻는다.“당신 송도 서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윤영훈 이모부랑 이모?”“그래.”이혁재가 딱히 관심없다는듯 덤덤하게 말한다.“내 기억에 그 집엔 딸 하나밖에 없을걸. 금이야 옥이야 아낀다던데, 최근엔 재준이 아래서 프로젝트도 맡았고.”이내 이혁재가 뭔가 눈치챈듯 고개를 든다.“왜? 유 비서 이번엔 서씨 가문 건드린거?”이승연은 딱히 대답이 없다.아니, 지금은 뭐라 대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혁재는 냅다 이승연을 침대에 누르며 말한다.“그럼 망했네 뭐, 그 집안 좀 독하거든.”일처리가 독하다는건지, 어둠의 세계와 손잡은 독함이라는건지 모르겠는 이승연이다.“월영이만 결백하면 법은 월영이 편이야.”이혁재는 딱히 법이니 뭐니에 관심이 없어보인다.“이번엔 꽤나 오래 가있을것 같은데 차라리 오늘 밤에 자지 말고 몇번 더 하자.”그의 몸에서 일어난 생리적 반응을 눈치챈 이승연이 벌떡 일어나 서랍에서 뭔가를 꺼낸다.“......껴, 이거 끼라고.”이혁재가 그걸 툭 던져버리며 이승연 위에 올라탄다.“끼긴 무슨. 합법적인 부부 사이에 애까지 가질 생각인데 괜한 쓰레기만 만들잖아?”이때만큼은 의논의 여지를 주지 않고 옷을 꽁꽁 싸매는 이승연이다.“그럼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틀어박는 이혁재다.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이승연은 최후의 마지노선을 굳건히 지킬 생각이다.이혁재는 “젠장” 한 마디를 내뱉으며 이승연을 노려보더니 서랍을 덜컹 열며 말한다.“아! 알았다고! 낀다고 껴!”눈으로 직접 확인한 다음 순간, 집
비서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서류 봉투를 건네준다.“도련님.”“고생했다, 내년엔 연봉 올려줄게.”이내 봉투를 받아들고 문을 닫는 이혁재다.은은한 거실 조명 아래, 이혁재가 소파에 던져진 이승연의 가방을 찾아낸다.늘 서류들이 든 가방을 서재 금고에 넣어두는 이승연이었지만 오늘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혁재에게 붙잡이는 바람에 옷은 물론 가방까지 소파에 내팽개쳐버렸던거다.이혁재가 아무도 없는 2층을 확인하고는 이승연의 가방에서 약 한 통을 꺼내든다.알루미늄판을 확인하니 벌써 두 줄이나 먹어치웠다.참 나 이혁재가 매일 심으면 뭐하나, 이승연이 매일 살충제를 쳐버리는데.이혁재는 방금 받은 봉투에서 약을 꺼내 똑같이 두 줄을 빼낸뒤 이승연의 가방에 있던 약과 바꿔치기를 한다.만족스러운듯 입꼬리를 올린 이혁재는 곳곳에 널린 옷을 바구니에 넣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이승연을 끌어안고 잠에 든다.......한 편 서안.피곤에 찌든 유월영은 아예 욕조에 물을 받고 몸을 푹 담그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고 다행히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슬리퍼를 끌고 인터폰을 확인하니 다름 아닌 연재준이다.열어줘 말아?유월영은 방에서 겉옷을 가져와 목까지 꽁꽁 잠근 뒤에야 문을 빼꼼 연다.“사장님, 무슨 일이세요?”연재준은 조금이라도 어쨌다간 당장 문을 닫아버릴 기세로 문 뒤에 바짝 붙어있는 유월영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린다.그리고는 친히 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보여주며 말하는데.“저녁 안 먹었지?”그대로 굳어버리는 유월영이다. 연재준이......유월영에게 밥을?그저 놀라울 따름이다.연재준은 태생이 누구에게 서비스를 받았으면 받았지 절대 누구를 챙겨주는 타입이 아닌데.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고 그제야 문을 활짝 연다.“감사합니다 사장님.”허나 연재준은 손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 유월영이 그런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는데.“나도 저녁은 아직이거든.” 그 말인 즉 같이 먹을거라는 말 아닌가.유월영이 즉시 손을 놓는다.“사실 전 배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싫었던 유월영이 재빨리 전화를 끊는다.“윤 사장님 귀띔 감사합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늦었는데 얼른 쉬세요.”바로 다음 순간, 연재준이 유월영을 방밖으로 끌어내 벽에 콱 밀친다!두 손을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팍에 갖다대 밀어내는 유월영이다.“연재준!”연재준은 한 손으론 벽을, 다른 한 손으론 유월영의 턱을 잡고 쌀쌀맞게 쏘아붙인다.“평소에 이런 말이나 하고 그래? 난 너 도와준적 없어? 하 사모님 별장에서는? 지난번 박수진때는? 너희 엄마 인공심장은? 다 내가 도와준거 아니야?”유월영이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윤 사장님이 말한건데 불만 있으면 사장님한테 가서 따져야죠. 저한테 왜 이래요?”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빚쟁이들한테 쫓길때 내가 너 안 도와줬어?”“그건 이미 오래전 일이잖아요.”“괴롭힌것들만 생각하느라 그동안 도와줬던건 싹 다 잊은거야?”연재준은 대답없는 유월영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이내 휙 가버린다.유월영에게 화라도 난걸까.유월영은 복잡한 심정으로 멀어져가는 연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린다.윤영훈의 성격대로라면 방금 그가 한 말은 연재준이 신연우를 깎아내릴때와 같이 “적수”를 처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유월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뒤돌아서다 땅에 놓인 도시락통을 보고 이내 그걸 들어 방으로 들어가는데.배고픔이 극에 달하면 위병이 도진다는걸 안 뒤로 연재준은 유월영의 삼시세끼를 극진히 챙겨주는것 같다.도시락 통을 열어보니 전부 2인분으로 된 음식들이 눈에 띈다.연재준은 진짜 유월영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던거다.당연하겠지만 유월영은 그걸 다시 연재준에게 가져다줄 생각이 없다.기분전환이라도 할겸 휴대폰을 들어 집에 연락을 해본다.엄마는 병으로, 아빠는 다리때문에 힘든 상황인데다 딸들도 같이 있어줄 상황이 안 되니 유월영은 부모
“방금 일어나자 마자 확인한거야. 누가 보내온거고.”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이 사진들은 마치 유월영이 사주한 사람들이 일을 끝낸뒤 확인사살용으로 보내는 사진들 같아보였기 때문이다.휴대폰을 들고 있는 유월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멋도 모르고 있다가 크게 한 방 당할것 같은 두려움이랄까.하지만 두려움은 두려움일뿐 유월영은 당황하지 않고 메시지가 전송된 시간을 확인한다.“새벽 네시에 보낸거야, 다시 연락해보니까 꺼졌더라고.”“허구로 된 연락처가 아니고? 없는 번호가 아니고 진짜 있는 번호라는거야?”“응, 신주시로 뜨던데.”“이상하네. 아무튼 연락처 보내줘봐, 내가 친구한테 물어볼게. 그리고 나 지금 공항갈는 길이야, 요즘엔 서안까지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딱 한번 뿐이더라.”유월영이 연락처를 복사해 이승연에게 보내준다. 그러자 대뜸 이승연이 그녀를 부르는데.“월영아.”“어, 듣고 있어.”“이 사진, 이 일, 전부 너랑은 상관없는거 맞지?”확신이 필요한 이승연이라는걸 알고 있는 유월영이다.“단언컨대 나랑은 절대 아무 관계도 없어.”“그래, 그럼 내가 말한대로 해. 지금 바로 경찰한테 연락해서 사진 보여드려.”조금은 망설여지는 유월영이다.전달이 자 안돼 진짜 용의자로 몰리기라도 하면 어쩌나.허나 이승연이 말한다.“한 적 없는 일은 법이 반드시 결백하도록 만들어줄거야. 누구도 감히 널 해치진 않겠지만 네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말하지 않은게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픈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그 말에 유월영이 한숨을 푹 내쉰다.“알고 있어.”“그래,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생각하면 할수록 수상쩍어지는 이승연이다. 특히나 허구가 아닌 진짜 연락처를 썼다는 점이 말이다.유월영은 다시금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어젯밤엔 웨이터가 마침 들어가준 덕에 큰 일을 피할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었는데.사진이 남아 있을줄이야. 이 사진들이 퍼지기라도 할땐 서정희는 더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지 못할텐데.유월영이 어젯밤 조사실에 만난 경찰관에
경찰서에 도착한 유월영은 더는 사무실이 아닌 조사실로 들어가게 된다.이내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 경찰들과 마주앉는데.“전 그 사람들 알지도 못합니다. 사주는 더더욱 한적 없고요. 함정에 빠뜨려서 누명 씌우려는거라고요.”경찰관이 또다시 어제 보여준 사진을 내밀며 말한다.“그 남자들은 이때 유월영 씨에게 서정희 씨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하던데요.”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는 유월영이다.“거짓말이에요! 이때 저한테 길 묻고 있었다고요!”“가방속에서 현금 500만원 상당의 현금다발도 압수했습니다. 유월영 씨가 직접 준거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유월영 씨 지문도 검출됐고요.”“.........”음모의 냄새가 코를 심하게 찌른다. 대답이 없는 유월영을 보며 눈을 마주친 두 경찰관 중 한 사람이 종이 한 장을 앞에 내밀며 말한다.“유월영 씨, 지금 이 시간부로 구류에 처하니 여기에 사인하시죠. 휴대폰, 노트북은 바쳐주시고요. 집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심장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가라앉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 유월영이다.이내 얼마 못 가 사진들까지 들통나버린다.“누군가 저한테 보내준겁니다. 제가 아침에 연락드린것도 그것 때문이고요.”“발신인이 바로 그 두 사람입니다. 아가씨와 관련 없는거라면 왜 그 사람들이 아가씨한테 사진을 보냈을까요?’유월영이 입꼬리를 들썩인다.“그건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셔야죠?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건 제가 제지한다고 될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만.”“500만원은 선지급이고 사진 보내면 나머지 돈도 준다고 했다던데요.”“그 사람들이 한 말은 다 믿으시면서 왜 제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믿으세요?”“유월영 씨! 그게 무슨 태돕니까!” 발버둥칠수록 더욱 깊이 빠져버리는 거미줄같은 상황에 더이상 할말이 없는 유월영이다. “제 변호인 불러주세요.” ......서안에 금방 도착한 이승연에게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고 서로 갔을때 유월영은 이미 구금돼 있었다.구금은 최소 1일, 최대 15일까지 거의 경찰
생각만으로도 어이가 없어하며 유월영이 묻는다.“성추행 사주한건, 심지어 두 명이상이랑 공모한건 중형이지?”“증거가 명확하면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야.”유월영이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진다. 그래서 서정희가 그날 반드시 감옥 갈거라고 했던거구나.어젠 쌀쌀한 겨울 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며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창문도 없는 면회실에서도 뼈를 파고드는듯한 한기에 몸서리치는 유월영이다.사건을 맡을땐 늘 직설적인 화법을 고수하던 이승연은 유월영의 상태를 보고는 말투를 유하게 바꾼다.“내 말은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말이야. 돈다발에서 네 지문나온건 맞지만 증언보단 증거를 중요시하고 불충분한 증거는 입증되지 않는다는게 우리 나라 법률이야. 판사 역시 두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야 하겠지만 겨우 증거 하나로 죄를 입증할순 없다는거지. 그러니까 일단은 너무 걱정 안해도 돼.”증거불충분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 유월영이 조금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승연을 바라본다.“그 사람들도 이걸 잘 알게 아니야. 꼭 경찰한테 소위 ‘증거’라고 할만한것들을 넘길거라고.”이승연이 단번에 유월영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말한다.“그래도 가짜인건 맞잖아. 거짓 증거들이 늘어날수록 틈이 보일 확률도 커.”틈이 점차 커진다는건 유월영의 결백을 주장해주거니와 반대로 그들을 감옥에 처넣을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다.“서씨 가문에서 누르고 있어서 보석으로 데리고 나올수가 없어. 그래도 또 다시 시넝할거니까 넌 안심하고 나한테 맡겨.”“우리 엄마 아빠한텐 말하지 마.”“그래, 알아.”......면회가 끝나고 유월영은 다시 구치소로 들어간다.구치소에서 유월영의 자리는 가장 구석진 안쪽.유월영은 벽을 마주보고 팔로 무릎을 꼭 끌어안고 있는다.이승연의 능력을, 경찰 측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서정희는 반드시 또다른 ‘증거’를 넘길것이고 그들은 꼭 틈을 찾아 유월영을 내보내 줄것이다.허나 믿음과 두려움은 별개의 일 아닌가.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추워서 그런건지는 모르
비몽사몽 여러 생각들을 하는 사이, 구치소 문이 열리며 교도관이 소리친다.“다 일어나!”다들 손에 들린 밥그릇을 내려놓고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유월영 역시 이 곳 규정에 관해 듣고는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두 다리가 땅에 닿는 순간, 위가 꼬일듯이 아파오며 다리에 힘이 턱 풀려버린다. 거의 무릎을 꿇기 직전, 어디선가 팔이 쭉 뻗어져오며 유월영을 잡아주는데.상대의 가슴팍에 부딪치니 익숙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순간 뭐라 설명할수 없는 설움이 북받쳐 오른다.함정에 빠진 설움, 두끼나 굶은 설움과 위병이 도진 설움에 “왜 이제 왔냐”는 말을 내뱉을 뻔하지만 겨우 목구멍으로 넘기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의 목소리가 정수리에서 들려온다.“못 걷겠어?”유월영이 겨우겨우 한 마디 내뱉는다.“위 아파요......”“그러게 왜 이승연더러 나 찾아갈가고 말 안했어? 넌 아파도 싸.”무기력하게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하자 연재준은 아예 유월영을 가로로 번쩍 들어올린다.순간 중심을 잃은 유월영은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에 그의 옷깃을 꽈악 잡아끈다.연재준은 빨개지다 못해 실핏줄까지 터진 유월영의 눈가를 보고는 덩달아 마음이 찢겨지는듯한 느낌을 받고 미간을 찌푸린다.유월영이 중얼거리며 묻는다.“......저 이제 나가도 돼요?”“응. 보석 신청 통과됐어.”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면서 연재준이 말한다.아, 이승연이 못 한다고 연재준도 못한다는 법은 없구나.유월영이 고통과 피곤함에 눈을 질끈 감는다.구치소를 나오자 하정은이 곧바로 담요를 유월영에게 덮어준다.유월영은 170이나 되는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애벌레마냥 꽁꽁 싸진채 연재준에게 폭 안겨있는다.경찰서를 나와 유월영을 차에 앉히는 연재준이다.히터를 빵빵하게 튼 차 안 공기와 찬 바깥 공기에 유월영이 몸을 부르르 떤다.이내 입가에 뭔가가 닿는 느낌을 받는 유월영이다.본능적으로 입을 떼지만 달콤한 맛이 느껴진다.“포도당이니까 마셔.”기력회복엔 포도당 만한게 없다.유월영이 팔 하나
유월영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한다.“그 틈 타서 뭐라도 하시게요?”연재준은 도통 뜻을 알수 없는 묘한 눈빛으로 유월영을 바라보며 12층까지 올라간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서야 연재준이 입을 연다.“지금은 너무 더러워서 별로.”“......”그냥 곰팡이 냄새 밴 이불 덮고 얼마 있었을 뿐인데......연재준은 어디서 난건지 모르겠는 유월영의 방 카드를 가지고 문을 연다.물어볼 여력도 없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이 발로 문을 툭 닫는다. 결국 안으로 들어온 그다.연재준이 유월영을 소파에 앉혀준다. 드디어 손을 빼고 따뜻한 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린다.이내 문을 연 연재준은 어느새 손에 도시락통을 가지고 들어온다.이렇게 딱 맞춰 온걸 보면 아마 진작에 준비하라고 말해뒀을테지.뚜껑을 열자 해산물 향이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한다.연재준은 죽을 유월영의 앞에 갖다주며 먹으라는 눈빛을 보내온다.너무 배가 고팠던 유월영은 사양하지 않고 와구와구 먹어대기 시작한다.반 그릇을 비울때까지도 연재준은 계속 유월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다.“사장님은 안 드세요?”“너 너무 더러워서 입맛 떨어져.”“......”그러든지 말든지.연재준이 “혐의가 명확하고 증거가 충분한” 자신을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또다시 경찰관들과 이승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유월영이다.“거기에 왜 제 지문이 있었는진 모르겠어요. 현금 안 쓴지가 언젠데.”연재준이 회색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생각에 잠긴다.유월영이 두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연재준도 그 자리에 있었다.“너 그때 그 휴대폰 만졌었지?”그 말에 굳어버렸던 유월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맞아요! 어디로 가야되냐고 물어봐서 지도로 알려줬는데......그러니까 사장님 말은 그 사람들이 그걸 빌미로 제 지문 가져갔다는 말씀이세요?”연재준은 별다른 대답 없이 한 마디 한다.“서정희 부모님 서안 오셨어.”증거 조작이며, 보석 신청 거절같은건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