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천억대 몸값 비서님: Bab 361 - Bab 370

966 Bab

제361장

“그럼요, 당연히 별 일 없으시죠.” 그제야 유월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금방 심장이식수술을 끝낸 엄마가 놀래서는 안되니 보모에게 신신당부를 한다.“요즘 모르는 번호로 연락해오는건 최대한 받지 마세요. 신원불명인 소포도 받지 마시고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시거나 경찰에 신고하세요.”보모는 갑작스런 유월영의 말에 말을 더듬거린다.“네, 네 알겠어요......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뭔가 큰 일이 난것만 같은 이 느낌은 뭐지?“아니에요, 엄마 아빠한텐 뭐라고 말하지 마세요. 주말엔 저 대신 큰언니 보내서 정기검진 모셕가게 할게요.”“네, 네.”전화를 끊은 유월영은 힘이 쭉 빠져 터벅터벅 자리로 돌아온다.이윽고 이 매니저가 상자 하나를 건네주는데.“유 비서님, 카운터에 비서님 소포도 있길래 제가 같이 가져왔어요.”유월영이 애써 웃음 지어 보인다.“고마워요.”이틀전 주문한 캔들인줄로 알고 박스를 열자 순간 뭔가가 풀쩍 튕겨나온다!예고도 없는 갑작스런 상황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건을 던져버리는데.콰당하며 떨어지는 소리에 동료들이 하나둘 몰려든다.“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인데요?”놀란 유월영이 창백해진 얼굴로 뒷걸음질 치자 매니저 두 명이 앞으로 다가간다. 해골 모양을 한 장난감이 땅에 떨어지더니 안에서 정체불명의 붉은 액체가 서서히 흘려나오며 소름돋는 괴상한 효과음을 내기 시작한다.“이, 이게 뭐예요? 몰래 카메라인가?”“유 비서님, 이거 누가 보낸거예요?”당연히 알리없는 유월영이 경직된 몸을 이끌고 땅에 떨어진 박스를 주워들어보지만 발신지는 한 눈에 봐도 가짜인게 확실했다.가까이 가보니 정체모를 붉은 액체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이윽고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 냄새를 맡아내는데.“저, 저거 설마 진짜 피는 아니겠죠?”“닭피 같은데......”“네티즌들 아닐까요? 유 비서님 개인정보 새나간 뒤로 ‘서프라이즈’ 해줄거라고 그러던데.”“온라인에서 그랬으면 됐지, 왜 이런걸 보내서 사람 놀래키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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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장

자신에게 달려올줄이라곤 생각도 못했던 연재준도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두 팔 벌려 달려오는 유월영을 껴안을 준비를 한다.하지만 유월영은 안기는 대신 바로 코 앞에서 걸음을 멈춰버리는데.연재준은 비틀거리는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그만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보인다.“그렇게 달려올 정도야?’“......”유월영은 코끝이 빨개져서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이를 꽉 깨물고 있는다.농담이라도 던지려던 연재준은 뭔가 이상한 유월영을 보고는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하게 묻는다.“무슨 일 있었어?”유월영이 힘들게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젓는다.“집 가고 싶어요, 엄마아빠 보고싶어요. 나 데리고 갈 방법 없어요?”“너 지금 서안 못 벗어난다는거 알잖아.”유월영이 고개를 들고 그렁그렁거리는 눈으로 묻는다.“사장님도 안 되는거예요?”연재준은 대답 대신 겉옷을 벗어 유월영에게 씌워준다.아침엔 분명 입고 있었는데 얼마나 정신없이 나왔는지 지금은 겉옷도 걸치지 않고있는 유월영이다.습관적으로 거절해보지만 연재준은 아예 유월영의 손을 끌고 회사에서 나온다.뒤에서 걸어가던 유월영의 눈 앞에 연재준의 듬직하고도 넓은 어깨가 보인다.문득 그제서야 연재준만 있다면 그 어떤 음모와 함정 속에서도 안전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연재준이 자신의 손을 잡고 나가는 모습은 당연히 회사 직원들의 입방아에 오르겠지만 더 이상은 뭐라하든 상관없다.어차피 하루 이틀도 아니고.차에 올라타 문이 닫기는 순간, 동료들의 쉴새없던 말소리와 온라인에서 행해지던 무분별한 언어폭력들이 삽시간에 물 밑으로 가라앉듯 조용해진다.유월영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드향 방향제 냄새에도 문 옆에 바짝 웅크려 있는다.“무슨 일 있었는데?”말하고 싶지 않다.말하기 뭐한게 아니라 그냥 말하기가 싫다. 며칠 내내 똑같은 일에만 갇혀있다보니 지칠대로 지쳤으니까.연재준은 지그시 유월영을 바라보더니 더이상 묻지 않고 지시를 내린다.“가지.”소리없이 나아가는 차 안에서 유월영은 창가를 바라본 채 아무 생각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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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장

그렇게 유월영은 반강제적으로 차에서 끌려나온다.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서안에서 가장 큰 시장 광장엔 새해를 맞이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화려한 조명과 빼곡한 인파들에 새해 분위기가 물씬 난다.연재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유월영, 그리고 그들 곁으로는 젊은 커플과 화목한 세식구, 그리고 폴짝 폴짝 뛰는 어린아이의 손을 붙잡고 걷는 노부부들이 지나가고 있다.웃음소리, 말소리, 음악 소리로 어우러진 이곳은 시끄러운게 아닌 뜨거운 열기로 북적인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 아닌가.광장엔 먹거리들을 파는 이동식 포차도 즐비해 있었다. 그중 한 꼬치구이 집을 지나가고 있을때 별안간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불꽃이 이는데.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 연재준의 가슴팍에 부딪히는 유월영이다. 연재준은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고는 고개를 숙여 유월영을 내려다본다.일렁이는 불길이 새하얀 유월영의 두 볼을 밝게 비춰진다. 어느새 저조하고 방황하던 유월영의 얼굴에도 다시금 생기가 돌며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불쇼를 감상하고 있다.연재준도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불쇼는 저기 서커스 하는데서도 볼수 있어.”거기엔 서커스 뿐만 아니라 마술 코너도 있었다.처음으로 코 앞에서 앙상한 나뭇가지가 벚꽃 만발한 나뭇가지로 변하는 마술을 본 유월영이다. 곁에 있던 사람들도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어릴때 봉현군에서 새해를 맞을때에야만 이런 북적이는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을 다름 아닌 연재준과 함께 한다는게 참 묘하다.유월영이 고개를 들어 연재준을 올려다 본다.“사장님도 이런데 와요?”“네 눈에 난 무슨 동굴속에 사는 괴물이야?”연재준이 유월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며 말한다.광장 돌계단에서는 앳된 남자 아이들이 보드타기에 한창이다.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아이도, 땅에 넘어지고서도 아무렇게 일어나서는 아이도 전부 하나같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는다.유월영의 입꼬리도 어느새 제법 올라가 있다. 연재준이 괴물같다는게 아니라 이런 따뜻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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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장

연재준은 한 손으로 유월영의 볼을 붙잡고 그녀더러 고개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보게 한다. 눈부신 불빛 때문인지 연재준의 눈빛이 전과는 달리 나긋해져 보인다.“전엔 죽기살기로 피하기만 하고 날만 서있는게 미웠는데 지금은 우울해하고 무서워하는게 보기 싫어졌어. 이 정도 이유면 충분해?”그 말에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유월영이다.하루종일 흙탕물에 담겨져 있었던듯한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으며 뭔가가 울컥하고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다.“재밌어? 내가 있는 한 너 보고싶을땐 언제든지 볼수 있을거야.”“......”유월영이 다급히 고개를 숙인다. 무슨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호흡이 가빠진다.이때, 광장에서 빠른 리듬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누가 시작했는진 모르지만 남녀노소 할것없이 전부 춤을 추기 시작했다.연재준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뭔가 떠올랐는지 뒤로 한발 물러나 유월영에게 손을 내밀었다.“주말에 춤 춰줄거라고 했잖아, 몇시간 남지도 않았는데 미리 소원권 쓸게.”아......되새겨보면 늘 화려한 무대 위에서나, 고급진 연회장에서만 춤을 췄던 연재준은 이런 시장 광장에서 춤을 춰 본 적이 없었다.이내 어쩔수 없이 그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려놓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은 살짝 유월영을 자신에게로 당겨 춤을 추기 시작한다. 유월영은 그런 연재준을 아까부터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다. 먼 훗날 완전히 등 돌려 서로 갈길 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밤 친히 유월영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주고 춤도 같이 줘주며 한 해의 마지막을 함께해준 연재준을 잊지 못할것 같다.그 생각에 하루 종일 참고 또 참아왔던 눈물이 그만 왈칵 터져버리고 만다.연재준이 보기라도 할까 다듭히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아내는 유월영이다.사실 연재준은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지만 별다른건 묻지 않은채 유월영이 한바퀴 빙 돌수 있도록 잡은 손을 높이 들어준다.유월영의 어깨에 걸쳐져있는 연재준의 옷은 오직 그를 위해 제작된 옷이라 마침 딱 들어 맞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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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장

호텔 맨 위층 펜트하우스 문이 열리고 남자가 여자를 꼬옥 끌어안은채 들어온다.유월영이 입구에 놓인 발판에 발을 헛디뎌 휘청대자 연재준은 아예 유월영을 번쩍 들어올려 현관에 있는 신발장 위에 앉힌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연재준이 유월영의 다리 사이에 자리잡고는 입을 맞추기 시작하는데.열렬하고도 적극적인 그의 입맞춤은 어쩐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얼음장 같이 차갑고 매정하기만 하던 사장님이 아니라.......그저 온전한 남자 그 자체랄까.자기 여자에게 목말라 있는 남자 말이다.자기도 모르게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입이 벌려진 유월영의 뒤통수를 받쳐주던 연재준은 거칠게 돌진해오며 숨 쉴 틈도 주지 않는다. 머리속은 하얘지고 어딘가 아득해지기도 하는 유월영이다. ......허락한 적 없는것 같은데?그냥.......그냥 뭐였더라?혼을 쏙 빼놓는 연재준 때문에 생각의 흐름마저 끊겨버린 유월영의 머리속엔 그저 방금 봤던 불꽃놀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연재준은 자신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유월영을 눈치챘는지 입을 떼고 여리고 얇은 그녀의 눈 밑에 입을 맞춘다.저도 모르게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유월영은 바로 코 앞에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보기 드물게 따뜻하고 온순한 남자를 발견한다.요즘, 특히나 오늘은 더욱 그랬다.단 한번도 누군가의 이런 따뜻함을 느껴본적 없던 유월영은 상처 투성이인 자신의 몸에 부드럽게 약을 발라주곤 호호 불어주는듯한 연재준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이내 잔뜩 경직돼있던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마치 암묵적인 동의와도 같달까.당연히 그걸 눈치챈 연재준이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린다.웃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웃어보이니 어딘가 쎄해진 유월영은 냅다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허나 연재준이 어디 그런 언행불일치의 기회를 줄 사람인가?그는 늘 그랬듯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기세로 또다시 유월영의 턱을 붙잡고 입을 맞춘다.조명도 없는 신발장은 영 아니었는지 냅다 유월영을 안고 안방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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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장

오늘 밤엔 수면제의 도움 없이도 숙면을 취할수 있는 유월영이다.잠들기 직전 그런 생각도 했었다.백유진이 나타난 뒤로는 겨우 몇번 없었던 잠자리도 발악하기만 바빴던 탓에 뭘 느끼질 못했었는데 오늘은 온 몸의 힘을 풀고 그를 받아들이니 편하기도, 심지어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그렇게 한참을 단잠에 빠져있을때, 유월영은 어딘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비몽사몽 눈을 떴고 연재준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걸 발견한다.“뭐하는.......”연재준은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웃어보인다.“깼어?”마치 유월영이 눈을 뜬게 암묵적으로 뭔가를 동의한것마냥 곧바로 발목을 잡고 유월영의 한 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연재준이다.다음 순간, 유월영은 정신이 번쩍 든다. “하지 마.......”허나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연재준에 의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마는데.연재준은 이번엔 쉽사리 유월영을 놔줄 생각이 없어보인다.눈물자국으로 흥건해진 베개 위에서 유월영은 저 멀리 지평선을 밝혀오는 아침해를 보고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울면서 부탁한다. 그제야 연재준도 멈추고는 유월영을 안고 욕실로 들어가는데.샤워를 마친 뒤 여전히 비몽사몽 상태였던 유월영은 또다시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입만 간신히 열고 말한다.“싫어, 제발 그만해......”“한번만 더 빌어봐.”“제발 그만하라고......”그제야 연재준이 유월영의 눈가에 입을 맞춘다.“자 이젠.”그 말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듯 유월영을 단잠에 빠져들게 했다.연재준은 잠도 안 오는지 샤워를 끝내고 헐렁한 잠옷으로 갈아입은뒤 옆으로 누워 꿀잠에 빠진 유월영을 바라본다.그나저나 아까 “준아”라고 불렀던것 같은데?잘못 들은걸까? 아니면 잘못 부른걸까?연재준 역시 그렇다 할 확신이 서진 않는다.그저 오래도록 힘겹게 공을 들여 결국엔 꽃봉오리를 피워낸 기분일뿐.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연재준의 눈가를 비춘다.잠시 후, 연재준은 유월영의 볼에 붙은 머리를 귀 뒤로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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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장

노현재가 고개를 휙 돌린다.잠시 주춤하던 그는 이내 귓볼을 슬쩍 만지며 연재준을 올려다본다.“재준아, 너 유 비서랑 화해했어?”연재준은 한 손엔 유리컵을, 다른 한 손엔 컵받침을 들고 덤덤히 응이라고 답한다.“그럼 왜......”그 말에 연재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는데.이내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는 노현재다.이내 뭔가 알겠다는듯 콧방귀를 뀌던 노현재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한다.“아픔과 고통이 제일 좋은 선생님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네......그래, 알겠어.”웨이터가 아침밥을 가져다 줬고 노현재는 맛있는거라도 없나 둘러보려 하지만 연재준이 매정하게 선을 그어버린다.“네건 없어.”“참나 안다 알아! 넌 일만 시키지! 밥은 내가 알아서 먹을거거든!”연재준은 아침밥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테이블 위에 차키를 휙 던져주며 말한다.“조심해라.”노현재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밖으로 나가려다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안방 쪽을 슬쩍 바라본다.문이 닫기자 마자 여유롭던 표정은 어디가고 떡하니 서서는 담배에 불을 지피는 노현재다.......연재준은 물컵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간다.침대 맡에 서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유월영은 걸어들어오는 연재준을 보며 잠시 주춤하더니 입을 연다.“어제 옷은요?”“세탁 맡겼어.”연재준은 성큼 다가가 유월영의 허리를 감싸더니 이내 자연스레 셔츠 밑단에 가려진 몸 쪽으로 손을 옮겨가며 물었다.“옷 없으면 나 부를줄 몰라? 이러고 나오면 어떡해?”어젯밤에야 잠시 이성의 끈을 잃었으니 뭐든 자연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런 스킨십이 익숙치 않은 유월영이다.“......노현재 있을줄은 몰랐죠, 방해했어요?”연재준이 고개를 숙여 유월영의 입술 가까이에 대고 말한다.“다른 사람이 이런 모습 보는거 난 싫어.”유월영은 차갑고 도도해보이는 외모때문에 평소에는 늘 냉정하고 이타적이여 보인다.허나 방금 잠에서 깨 조금은 정신을 덜 차린 모습은 길 잃은 꽃사슴마냥 자꾸만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만든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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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장

흠칫 놀라는 유월영이다.복잡하게 얽혀있던 여러생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허리를 꼿꼿이 편채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는데.“사장님, 잊으셨나본데 전 어젯밤 뭘 허락한 적이 없는데요.”연재준이 또다시 그 익숙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월영을 쏘아본다.“그래? 그럼 안방 쓰레기통에 있는게 뭔지나 보고 와.”어젯밤에 쓰고 버린......어젯밤 뭘 했는지를 귀띔해 주고 있는것 같다.그렇게까지 했는데 허락한적 없다고 말할거냐 뭐 이런 뜻이랄까?이내 유월영은 미니케익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가며 중얼거린다.“늘 이런식 아니셨어요? 그래놓고도 딱히 그렇다 할 신분은 안 주잖아요 늘.”그를 따라다녔던 3년동안 유월영에겐 신분이 없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그의 서늘한 얼굴을 마주본다.“사장님이 백유진한테 신분 줬다는 얘기도 들은적이 없네요? 두 사람도 그런적 꽤나 많았을텐데.”이때, 전자레인지가 “띠띠”소리를 내고 연재준은 아무 말 없이 그 곳으로 다가간다.이내 그는 식탁에 돌아와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눈에 띄게 짜증섞인 말투로 대답한다.“늘 이런식이라고? 내가 누구랑? 이름이나 대보지 그래. 백유진이랑 그런 적 많다는건 또 어디서 주워 들은거야?”앞 부분 질문엔 그렇다 할 증거가 없었지만 뒷 부분은......“어디서 주워 들은건 아니고 안 했을 리가 없잖아요. 둘이 결혼 말도 오고갔는데.”연재준은 여전히 대답 대신 어두운 표정을 유지한다.유월영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케익 위에 있는 딸기를 포크로 찍어내리는데.그때, 연재준이 갑자기 입을 연다.“그런 적 없어.”이내, 딸기가 접시에서 튕겨나가 버리고 마는데.“단 한번도. 연애도 해 본 적 없거든.”유월영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번쩍 든다. 6개월이 거의 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그래 뭐, 잠자리야 백유진이 “가정교육 잘 받고”, “혼전순결”을 지킨다는걸 존중해서 그랬다고 치자.근데 애초에 남자, 여자친구 관계도 아니었다?어떻게 그럴수가 있지?그렇게 지켜주고 도와주고 심지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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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장

“......”그런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거지 미리 준비하라고 공지를 하는 사람이 어디있나?!그 말 한 마디에 유월영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식사를 마치곤 로비에 연락해 옷을 가져다달라고 한다.이때, 연재준이 뒤로 훅 다가와 냅다 유월영을 번쩍 안아들며 말하는데.“보상부터 해야지.”진짜 이럴줄은 생각도 못한 유월영이 발버둥을 치며 내려가려고 안달을 낸다.“연재준! 이거 놔! 너 이러면......또 이러면......잠깐만!”마지막 한 마디는 “쾅”하고 닫히는 안방 문에 의해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만다.평소 묵던 고급 호텔과는 비할바도 못 됐지만 펜트하우스답게 방음 하나는 끝내준다.유월영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들리질 않으니.......밖으로 내려와 차에 올라탄 노현재는 일단 부하들에게 연재준이 맡긴 일부터 처리하도록 지시하고는 또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독한 담배를 선호하는 그는 담배를 쭉 들이키고는 폐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역류하는 짜릿하고도 독한 느낌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그렇게라도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그 장면을 지워버려야 할것만 같았다.부스스한 머리, 얇은 셔츠 뒤로 비치는 보여서는 안 될 곳과 허벅지를 다 가리지도 못한 셔츠 밑단, 무릎에 남은 멍자국과 여린 발목까지......여느때와 다름없지만 또 어딘가 다른 유 비서였다.같다고 함은 일부러 그런 척을 하는게 아닌 타고난 섹시함이랄까.굳이 뭘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해도 하지 말아야 할 상상을 하게 만든다.다르다고 함은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훤칠한 키의 유월영에게 남자의 셔츠는 넓고 펑퍼짐하긴 했지만 길이는 겨우 엉덩이 아래까지 닿을락 말락한것이 희고 쭉 뻗은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담배 두 까치를 펴도 도저히 안정이 되지가 않는다. 허나 노현재보다 더욱 진정을 못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고개 숙여 내려다본 노현재가 낮은 소리로 “젠장”이라며 중얼거린다.이윽고 살을 에이는듯한 겨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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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장

유월영이 깼을땐 이미 점심 시간을 넘긴 때였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연재준 때문에 어느새 밖엔 또다시 땅거미가 졌다.사실 이 펜트하우스는 좋긴 하다. 앞엔 더 높은 건축물이 없어 통유리로 밖을 내다보면 구름 위에 사뿐이 걸터앉은 둥근 달만이 보일 뿐이니 말이다.유월영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비몽사몽해하고 있을때, 연재준은 벌써 옷을 갈아입고 침대 맡으로 다가와 유월영을 잡아끈다.또 하려는건줄 알고 투덜거리며 이불 속으로 숨어드는 유월영이다. 신분이니 뭐니 그딴 소리를 하는게 아니었는데.속 좁고 뒤끝 장난 아닌 연재준은 일부러 그때 유월영을 궁지로 내몰며 다신 다른 여자 있단 말 안 하겠다, 다신 퉁 치자는 말 안 하겠다고 하도록 했다.그만하라고 할때면 연재준은 또다시 유월영의 허리를 붙잡고는 목 마른지 오래인거 믿지 못하는거 아니냐며, 지금 다 내주겠다고 하기도 했다......그걸 믿지 못하는게 아니라 백유진과의 관계를 잘 모르겠는건데.묻기라도 했다간 또다시 신분이 어쩌고 저쩌고, 여자 친구여야만 물을 자격 있다고 할것 아닌가?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연재준은 더욱 거칠게 유월영을 다루기 시작했고 여덟개나 들어있던 한 박스는 하룻 밤 사이에 동이 나 버렸다.연재준은 정수리만 내놓고 있는 유월영을 보고는 입꼬리를 스윽 올리더니 이불을 아래로 끌어당긴다. 그러자 유월영은 또다시 이불 깊숙이 머리를 파묻으며 점점 아래로 내려가버리는데.“자기야, 새해라 밖에 북적이니까 좀 나가보게.”허리며 다리며 온 몸이 쑤셔오는 유월영에게 지금 필요한건 오로지 숙면이다.“싫어요, 안 가.”“연휴 내내 침대에서만 보낼래 그럼?”그 말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저 말은 안 일어나면 며칠 내내 침대에서 안 놔주겠다는것 아닌가.더는 안 된다. 목까지 쉬어버린 유월영이 그 즉시 이불 밖으로 뛰쳐나온다.“아, 아뇨. 지금 당장 가요.”연재준이 일부러 관심하는 척 놀려댄다.“굳이 안 그래도 돼, 내가 너 못 자게 하는것도 아니고.”그래, 기절해서 자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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