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엔 수면제의 도움 없이도 숙면을 취할수 있는 유월영이다.잠들기 직전 그런 생각도 했었다.백유진이 나타난 뒤로는 겨우 몇번 없었던 잠자리도 발악하기만 바빴던 탓에 뭘 느끼질 못했었는데 오늘은 온 몸의 힘을 풀고 그를 받아들이니 편하기도, 심지어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그렇게 한참을 단잠에 빠져있을때, 유월영은 어딘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비몽사몽 눈을 떴고 연재준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걸 발견한다.“뭐하는.......”연재준은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웃어보인다.“깼어?”마치 유월영이 눈을 뜬게 암묵적으로 뭔가를 동의한것마냥 곧바로 발목을 잡고 유월영의 한 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연재준이다.다음 순간, 유월영은 정신이 번쩍 든다. “하지 마.......”허나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연재준에 의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마는데.연재준은 이번엔 쉽사리 유월영을 놔줄 생각이 없어보인다.눈물자국으로 흥건해진 베개 위에서 유월영은 저 멀리 지평선을 밝혀오는 아침해를 보고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울면서 부탁한다. 그제야 연재준도 멈추고는 유월영을 안고 욕실로 들어가는데.샤워를 마친 뒤 여전히 비몽사몽 상태였던 유월영은 또다시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입만 간신히 열고 말한다.“싫어, 제발 그만해......”“한번만 더 빌어봐.”“제발 그만하라고......”그제야 연재준이 유월영의 눈가에 입을 맞춘다.“자 이젠.”그 말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듯 유월영을 단잠에 빠져들게 했다.연재준은 잠도 안 오는지 샤워를 끝내고 헐렁한 잠옷으로 갈아입은뒤 옆으로 누워 꿀잠에 빠진 유월영을 바라본다.그나저나 아까 “준아”라고 불렀던것 같은데?잘못 들은걸까? 아니면 잘못 부른걸까?연재준 역시 그렇다 할 확신이 서진 않는다.그저 오래도록 힘겹게 공을 들여 결국엔 꽃봉오리를 피워낸 기분일뿐.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연재준의 눈가를 비춘다.잠시 후, 연재준은 유월영의 볼에 붙은 머리를 귀 뒤로 부드
노현재가 고개를 휙 돌린다.잠시 주춤하던 그는 이내 귓볼을 슬쩍 만지며 연재준을 올려다본다.“재준아, 너 유 비서랑 화해했어?”연재준은 한 손엔 유리컵을, 다른 한 손엔 컵받침을 들고 덤덤히 응이라고 답한다.“그럼 왜......”그 말에 연재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는데.이내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는 노현재다.이내 뭔가 알겠다는듯 콧방귀를 뀌던 노현재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한다.“아픔과 고통이 제일 좋은 선생님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네......그래, 알겠어.”웨이터가 아침밥을 가져다 줬고 노현재는 맛있는거라도 없나 둘러보려 하지만 연재준이 매정하게 선을 그어버린다.“네건 없어.”“참나 안다 알아! 넌 일만 시키지! 밥은 내가 알아서 먹을거거든!”연재준은 아침밥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테이블 위에 차키를 휙 던져주며 말한다.“조심해라.”노현재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밖으로 나가려다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안방 쪽을 슬쩍 바라본다.문이 닫기자 마자 여유롭던 표정은 어디가고 떡하니 서서는 담배에 불을 지피는 노현재다.......연재준은 물컵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간다.침대 맡에 서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유월영은 걸어들어오는 연재준을 보며 잠시 주춤하더니 입을 연다.“어제 옷은요?”“세탁 맡겼어.”연재준은 성큼 다가가 유월영의 허리를 감싸더니 이내 자연스레 셔츠 밑단에 가려진 몸 쪽으로 손을 옮겨가며 물었다.“옷 없으면 나 부를줄 몰라? 이러고 나오면 어떡해?”어젯밤에야 잠시 이성의 끈을 잃었으니 뭐든 자연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런 스킨십이 익숙치 않은 유월영이다.“......노현재 있을줄은 몰랐죠, 방해했어요?”연재준이 고개를 숙여 유월영의 입술 가까이에 대고 말한다.“다른 사람이 이런 모습 보는거 난 싫어.”유월영은 차갑고 도도해보이는 외모때문에 평소에는 늘 냉정하고 이타적이여 보인다.허나 방금 잠에서 깨 조금은 정신을 덜 차린 모습은 길 잃은 꽃사슴마냥 자꾸만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만든다.유
흠칫 놀라는 유월영이다.복잡하게 얽혀있던 여러생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허리를 꼿꼿이 편채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는데.“사장님, 잊으셨나본데 전 어젯밤 뭘 허락한 적이 없는데요.”연재준이 또다시 그 익숙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월영을 쏘아본다.“그래? 그럼 안방 쓰레기통에 있는게 뭔지나 보고 와.”어젯밤에 쓰고 버린......어젯밤 뭘 했는지를 귀띔해 주고 있는것 같다.그렇게까지 했는데 허락한적 없다고 말할거냐 뭐 이런 뜻이랄까?이내 유월영은 미니케익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가며 중얼거린다.“늘 이런식 아니셨어요? 그래놓고도 딱히 그렇다 할 신분은 안 주잖아요 늘.”그를 따라다녔던 3년동안 유월영에겐 신분이 없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그의 서늘한 얼굴을 마주본다.“사장님이 백유진한테 신분 줬다는 얘기도 들은적이 없네요? 두 사람도 그런적 꽤나 많았을텐데.”이때, 전자레인지가 “띠띠”소리를 내고 연재준은 아무 말 없이 그 곳으로 다가간다.이내 그는 식탁에 돌아와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눈에 띄게 짜증섞인 말투로 대답한다.“늘 이런식이라고? 내가 누구랑? 이름이나 대보지 그래. 백유진이랑 그런 적 많다는건 또 어디서 주워 들은거야?”앞 부분 질문엔 그렇다 할 증거가 없었지만 뒷 부분은......“어디서 주워 들은건 아니고 안 했을 리가 없잖아요. 둘이 결혼 말도 오고갔는데.”연재준은 여전히 대답 대신 어두운 표정을 유지한다.유월영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케익 위에 있는 딸기를 포크로 찍어내리는데.그때, 연재준이 갑자기 입을 연다.“그런 적 없어.”이내, 딸기가 접시에서 튕겨나가 버리고 마는데.“단 한번도. 연애도 해 본 적 없거든.”유월영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번쩍 든다. 6개월이 거의 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그래 뭐, 잠자리야 백유진이 “가정교육 잘 받고”, “혼전순결”을 지킨다는걸 존중해서 그랬다고 치자.근데 애초에 남자, 여자친구 관계도 아니었다?어떻게 그럴수가 있지?그렇게 지켜주고 도와주고 심지어는
“......”그런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거지 미리 준비하라고 공지를 하는 사람이 어디있나?!그 말 한 마디에 유월영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식사를 마치곤 로비에 연락해 옷을 가져다달라고 한다.이때, 연재준이 뒤로 훅 다가와 냅다 유월영을 번쩍 안아들며 말하는데.“보상부터 해야지.”진짜 이럴줄은 생각도 못한 유월영이 발버둥을 치며 내려가려고 안달을 낸다.“연재준! 이거 놔! 너 이러면......또 이러면......잠깐만!”마지막 한 마디는 “쾅”하고 닫히는 안방 문에 의해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만다.평소 묵던 고급 호텔과는 비할바도 못 됐지만 펜트하우스답게 방음 하나는 끝내준다.유월영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들리질 않으니.......밖으로 내려와 차에 올라탄 노현재는 일단 부하들에게 연재준이 맡긴 일부터 처리하도록 지시하고는 또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독한 담배를 선호하는 그는 담배를 쭉 들이키고는 폐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역류하는 짜릿하고도 독한 느낌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그렇게라도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그 장면을 지워버려야 할것만 같았다.부스스한 머리, 얇은 셔츠 뒤로 비치는 보여서는 안 될 곳과 허벅지를 다 가리지도 못한 셔츠 밑단, 무릎에 남은 멍자국과 여린 발목까지......여느때와 다름없지만 또 어딘가 다른 유 비서였다.같다고 함은 일부러 그런 척을 하는게 아닌 타고난 섹시함이랄까.굳이 뭘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해도 하지 말아야 할 상상을 하게 만든다.다르다고 함은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훤칠한 키의 유월영에게 남자의 셔츠는 넓고 펑퍼짐하긴 했지만 길이는 겨우 엉덩이 아래까지 닿을락 말락한것이 희고 쭉 뻗은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담배 두 까치를 펴도 도저히 안정이 되지가 않는다. 허나 노현재보다 더욱 진정을 못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고개 숙여 내려다본 노현재가 낮은 소리로 “젠장”이라며 중얼거린다.이윽고 살을 에이는듯한 겨울의
유월영이 깼을땐 이미 점심 시간을 넘긴 때였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연재준 때문에 어느새 밖엔 또다시 땅거미가 졌다.사실 이 펜트하우스는 좋긴 하다. 앞엔 더 높은 건축물이 없어 통유리로 밖을 내다보면 구름 위에 사뿐이 걸터앉은 둥근 달만이 보일 뿐이니 말이다.유월영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비몽사몽해하고 있을때, 연재준은 벌써 옷을 갈아입고 침대 맡으로 다가와 유월영을 잡아끈다.또 하려는건줄 알고 투덜거리며 이불 속으로 숨어드는 유월영이다. 신분이니 뭐니 그딴 소리를 하는게 아니었는데.속 좁고 뒤끝 장난 아닌 연재준은 일부러 그때 유월영을 궁지로 내몰며 다신 다른 여자 있단 말 안 하겠다, 다신 퉁 치자는 말 안 하겠다고 하도록 했다.그만하라고 할때면 연재준은 또다시 유월영의 허리를 붙잡고는 목 마른지 오래인거 믿지 못하는거 아니냐며, 지금 다 내주겠다고 하기도 했다......그걸 믿지 못하는게 아니라 백유진과의 관계를 잘 모르겠는건데.묻기라도 했다간 또다시 신분이 어쩌고 저쩌고, 여자 친구여야만 물을 자격 있다고 할것 아닌가?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연재준은 더욱 거칠게 유월영을 다루기 시작했고 여덟개나 들어있던 한 박스는 하룻 밤 사이에 동이 나 버렸다.연재준은 정수리만 내놓고 있는 유월영을 보고는 입꼬리를 스윽 올리더니 이불을 아래로 끌어당긴다. 그러자 유월영은 또다시 이불 깊숙이 머리를 파묻으며 점점 아래로 내려가버리는데.“자기야, 새해라 밖에 북적이니까 좀 나가보게.”허리며 다리며 온 몸이 쑤셔오는 유월영에게 지금 필요한건 오로지 숙면이다.“싫어요, 안 가.”“연휴 내내 침대에서만 보낼래 그럼?”그 말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저 말은 안 일어나면 며칠 내내 침대에서 안 놔주겠다는것 아닌가.더는 안 된다. 목까지 쉬어버린 유월영이 그 즉시 이불 밖으로 뛰쳐나온다.“아, 아뇨. 지금 당장 가요.”연재준이 일부러 관심하는 척 놀려댄다.“굳이 안 그래도 돼, 내가 너 못 자게 하는것도 아니고.”그래, 기절해서 자는것도
극장에서 가져다준 홍차는 입에 닿은 순간엔 달면서도 목넘김은 쓰다. 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고는 말한다.“연재준......”“준이라고 부른거 아니었어?”그 말에 찻잔을 들고있던 유월영의 손이 파르르 떨리며 차가 테이블에 쏟아진다.역시나 어젯밤에 들었었구나.“전에도 그렇게 부른 적은 없었는데 언제 그런 호칭은 생각해낸거야?”휴지로 물기를 닦아내 보지만 여전히 테이블 위엔 자국이 남아있다.연재준은 아직도 유월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보통 친구들은 “재준아”, “재준이 형”이라고들 부르는데 “준아”라고 부른건 유월영이 처음이다.“재준아”보다 훨씬 친근해 보인달까.“며칠 사이에 생각해낸거야?”요즘 곁에 있어주며 평소와는 다른 따뜻함으로 대해줬기에 생겨난 애칭인줄로만 아는 연재준이다.사실은 그게 아니다.이 호칭은 벌써 유월영의 가슴 한 켠에 오래도록 자리잡고 있었다. 그를 좋아하고 난 뒤, 어떤 호칭으로 부르면 좋을지를 고민할때 부터랄까?“사장님”은 너무 서먹서먹하고 “연재준”은 너무 딱딱하고 “재준이”는 너무 평범했다.그러면 “준이”가 낫겠네,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으니까.그때의 유월영은 틈만 나면 종이에 그의 이름을 써내려가곤 했었다.허나 정식으로 입 밖에 꺼내기도 전에 그 날 아침 연재준은 딱딱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넌 비서니까 앞으론 사장님이라고 불러.”하필이면 많고많은 호칭 중에 제일 서먹서먹한 “사장님”이라니.혼자서만 품고 있던 기대와 설렘이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었다.유월영이 고개를 푹 숙이고 할 수 없이 대답했다.“네, 사장님.”하도 사장님, 사장님 거리니 가끔은 두 사람이 정말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저릿해나곤 했었다.그런 날 밤이면 혼자 침대에 누워 공적인 얘기들 사이에 가끔씩 끼어있는 사적인 둘만의 채팅기록을 살펴보며 둘 사이는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며 위안 삼기도 했던 유월영이다.그리고는 그의 연락처 이름을 “준이”라고 저장했다. 이러면 또다시 가
“......”유월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대기 층을 누른다.연재준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서정희 사건같은건 생각않고 편히 쉴수 있었지만 한 이불 덮고 같이 잔다는건 말로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럽고 이상했다.지난 3년이든, 이번 며칠이든지를 막론하고 두 사람은 한 침대에서 잠만 잔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 그럴만도 했다.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던 연재준은 오늘따라 자신에게서 눈을 떼질 않는다.“사장님, 이게 훨씬 낫겠어요.”연재준이 콧방귀를 뀐다.12층에 다다르고 유월영이 앞서 나가며 말한다.“사장님 좋은 밤......”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재준은 갑자기 유월영의 팔을 붙잡고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냅다 거칠게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기는 그 짧은 찰나, 연재준은 무서운 기세로 유월영의 입 속을 파고 들더니 완전히 닫기기 1초전 유월영을 놔준다.그리고는 고집스러운 말투로 웨치는데.“식으면 다시 덥히면 되지!”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친 유월영이 연재준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문은 완전히 닫겨버리고 만다.“......”방금 뭐라는거야? 뭘 다시 덥혀? 무슨 뜻이지?멍하니 서서 아직도 남자의 촉감이 남아있는 자신의 입술을 다쳐보는 유월영이다.이내 유월영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이번엔 진심이라고 믿을거야?......연재준이 올라갔을때, 노현재는 그의 방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드는 노현재다.“재준아.”“언제 왔어? 연락도 없이?”“유 비서랑 밥 먹으러 나갔겠구나 하고 기다린거지, 어차피 별 일도 없으니까.”“유 비서는 같이 안 왔어”라는 말이 입가에서 근질거리지만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버리는 노현재다.유월영이 왔는지 안 왔는지는 그와 딱히 상관이 없지 않은가.연재준이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노현재는 코를 훌쩍이더니 들어가지 않고 선 자리에서 말을 이어가는데.“별거 아니니까 여기서 말하고 갈게. 주영문이 그러는데 당시 유비서네 집 빚더미에
뭣이라?!유월영이 허리를 바짝 세우며 묻는다.“진짜요?”연재준의 유월영의 휴대폰을 이불 위에 던져주며 눈치를 준다.다름 아닌 이승연에게서 걸려온 전화다.“승연아?”이승연은 유월영의 목소리를 듣자 그제야 한숨을 푹 쉰다.“드디어 목소리 듣네, 너 이틀 내내 어디 있었던거야? 메시지도 안 받고 연락도 안 받고 호텔 방 찾아가도 없어서 난 또 네가 서정희네 집에......오늘까지 연락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어.”유월영이 눈을 꿈뻑거린다. 이틀 내내 연재준과 함께 있느라 휴대폰이 든 가방은 펜트하우스에 버려두고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거다.“난 괜찮아.”“괜찮으면 다행이야. 맞다, 너 통행금지 풀렸으니까 이젠 자유의 몸이야. 그거 알려주려고 연락했어.”“근데 왜 갑자기 풀린거지?”“남자들이 경찰 조사 받다가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서정희가 벌인 자작극이라고 폭로했대. 판은 서정희가 짜놓고 두 사람한테 3천만원씩 송금해줬다네. 경찰들이 이미 서정희 데리고 갔거든, 부모들은 변호사 찾아서 보석시키려고 수소문하고 있고.”“......”반전이 이렇게도 빨리 다가올줄은 생각지도 못한 유월영이다.잠시 침묵하던 유월영이 이내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사주 뿐만 아니라 증거까지 조작했잖아. 자살 소동 벌여서 온라인에 퍼뜨리고 일부러 나 공격하게 악플로 선동질하고 개인정보까지 퍼뜨렸어. 이틀 전엔 테러 비슷한 소포까지 받았거든! 그게 다 서정희 짓이잖아! 내가 고소할거야!”이대로 끝날 생각은 없다.서정희는 반드시 유월영이 감내해야만 했던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한다.“법을 무기 삼아서 널 지키는건 나도 찬성이야. 내가 증거들 다 모으면 분명 법정에서도 성립될거고 이젠 서정희가 감옥살이 하게 되겠지.”“너무 고생이 많다.”이승연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한다.“나도 이런 황당한 사건은 또 처음이라.”“그럼 그렇게 하고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유월영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찰나 이승연이 말한다.“잠깐만.”“무슨 일이야?”“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