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73장

Author: 고나름
뭣이라?!

유월영이 허리를 바짝 세우며 묻는다.

“진짜요?”

연재준의 유월영의 휴대폰을 이불 위에 던져주며 눈치를 준다.

다름 아닌 이승연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승연아?”

이승연은 유월영의 목소리를 듣자 그제야 한숨을 푹 쉰다.

“드디어 목소리 듣네, 너 이틀 내내 어디 있었던거야? 메시지도 안 받고 연락도 안 받고 호텔 방 찾아가도 없어서 난 또 네가 서정희네 집에......오늘까지 연락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어.”

유월영이 눈을 꿈뻑거린다. 이틀 내내 연재준과 함께 있느라 휴대폰이 든 가방은 펜트하우스에 버려두고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거다.

“난 괜찮아.”

“괜찮으면 다행이야. 맞다, 너 통행금지 풀렸으니까 이젠 자유의 몸이야. 그거 알려주려고 연락했어.”

“근데 왜 갑자기 풀린거지?”

“남자들이 경찰 조사 받다가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서정희가 벌인 자작극이라고 폭로했대. 판은 서정희가 짜놓고 두 사람한테 3천만원씩 송금해줬다네. 경찰들이 이미 서정희 데리고 갔거든, 부모들은 변호사 찾아서 보석시키려고 수소문하고 있고.”

“......”

반전이 이렇게도 빨리 다가올줄은 생각지도 못한 유월영이다.

잠시 침묵하던 유월영이 이내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주 뿐만 아니라 증거까지 조작했잖아. 자살 소동 벌여서 온라인에 퍼뜨리고 일부러 나 공격하게 악플로 선동질하고 개인정보까지 퍼뜨렸어. 이틀 전엔 테러 비슷한 소포까지 받았거든! 그게 다 서정희 짓이잖아! 내가 고소할거야!”

이대로 끝날 생각은 없다.

서정희는 반드시 유월영이 감내해야만 했던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한다.

“법을 무기 삼아서 널 지키는건 나도 찬성이야. 내가 증거들 다 모으면 분명 법정에서도 성립될거고 이젠 서정희가 감옥살이 하게 되겠지.”

“너무 고생이 많다.”

이승연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한다.

“나도 이런 황당한 사건은 또 처음이라.”

“그럼 그렇게 하고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

유월영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찰나 이승연이 말한다.

“잠깐만.”

“무슨 일이야?”

“휴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74장

    서안에서 신주까지는 차로 네시간 거리밖엔 되지 않는다.서정희라는 크나큰 장애물이 없어지자 더는 걱정할게 없었던 유월영은 가벼운 마음으로 “사라진” 이틀동안 놓친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 난 뒤 또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차 안 가득한 계피향 때문인지 어느새 차창에 기대 천천히 눈을 감는 유월영이다.선잠에 빠져있던 유월영은 연재준이 손을 뻗어 머리를 받쳐주는걸 느끼고는 눈을 떴다.연재준은 한 손으론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다른 한 손으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때 유월영이 머리라도 박을까 손으로 머리를 받쳐주고 있다.너무도 당연하다는듯 자연스레 행동하는 연재준이다.그래서 다들 남자들은 마음 있을때랑 없을때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하는거였구나.이내 코너를 돌때 유월영은 금방 잠에서 깬듯 눈을 떴다.연재준이 고개를 튼다.“안 자?”유월영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말한다.“네, 거의 다 왔어요?”기사가 대답한다.“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유월영은 이내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척하며 앉아있는다.연재준도 손을 빼내고는 다시 이메일을 읽는데 몰두하는데.한 시간 정도가 흐른 뒤, 그들은 봉현군에 도착했고 유월영은 가방을 메고 차에서 내린다.허나 연재준은 딱히 내릴 생각이 없어보인다.“안 내리세요?”연재준은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유월영을 바라본다.“부모님한테 소개라도 해주려고? 뭐라고 소개할건데?”“......”그 생각은 미처 못해본 유월영이다.“그렇다 할 신분 생기면 그때 다시 와야지 뭐.”“......”참 그 놈의 신분을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사장님 얼른 가서 쉬세요, 조심히 들어가시고요.”연재준은 콧방귀를 뀌고는 차 문을 닫고 휙 가버린다.유월영은 시야에서 사라지는 차량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마을로 들어간다.허나 코너를 돌았던 차량이 다시 방향을 틀고 연재준이 어두운 눈빛으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을거라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유월영이다.......말도 없이 돌아온 유월영을 가장 반갑게 맞아주는건 엄마 이영화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75화

    모녀 둘은 마을의 오솔길에서 함께 걷고 있다.유월영은 이영화한테 나쁜 소식은 잠시 묻어 두고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이영화는 듣더니 기뻐하며 말했다.“네 아빠가 침을 맞으러 가셨으니 우리가 데리러 가자.”“좋아.”유월영은 가정부한테서 유현석이 최근 한 달 동안 한의원에서 침을 놓으며 절뚝거리는 다리를 치료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영화를 따라 시장으로 가서 갈비며 닭, 오리, 생선 등 여러가지 고기와 야채를 사며 장을 보았다.유월영은 자기가 겨우 이틀만 묵으니 너무 많이 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이영화는 어쩌다 한번 온 자식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시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이렇게 많이 장을 봤으니 유월영은 유은영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밤 조카을 데리고 와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메시지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내는 사이 이영화는 콜리플라워를 하나 더 샀고 유월영이 돈을 내려고 했지만 이영화가 자신이 내겠다고 고집했였다. 결국 이영화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유월영은 그저 한 손에 음식을 들고 한 손에는 이영화의 팔짱을 꼭 끼면서 계속 걸었다.이 작은 마을에는 인구가 많지 않아 모두가 가까운 이웃처럼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그녀들이 장을 보는 이 길에서만 해도 네다섯 명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이영화는 아는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서서 수다를 떨었고 유월영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면서 팔방미인인데다 비서 일도 한다면서 그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월영은 옆에서 듣는 게 너무 민망해서 서둘러 이영화를 끌고 갔다.“남의 부모님들은 겸손하게 자식 칭찬을 하지 않으시는데 엄마는 왜 이렇게 오버해? 남들이 뒤에서 비웃을까 두렵지 않아? ”이영화는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집 월영이가 최고지, 예쁘고 일도 잘하고.”유월영은 이영화의 말에 비위를 맞추어줬다.“맞아, 엄마 딸이 젤 잘났어.”이영화의 표정이 살짝 이상해졌다.하지만 유월영은 눈치채지 못하고 길을 찾고 있었다.“엄마, 아빠가 침을 놓는 데가 여기야?”이영화는 대답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76화

    연재준은 한참을 쳐다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빨리도 오셨네, 모셔 와.”“네.”하정은이 손을 흔들자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르는 경호원이 나타나 그 차를 막았다.하정은이 차 옆으로 가서 몇 마디 했고 곧 차에 탄 사람이 내렸다.역시 윤영훈이었다.윤영훈은 연재준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미소를 살짝 띠었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하정은을 따라왔다.연재준은 카페 야외 테이블 의자에서 앉아 있었다. 윤영훈은 말했다.“연 대표님 요즘 너무 한가하시네요. 서울에 있으시다가 또 여기로 오시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이세요.”연재준은 말했다.“윤 대표는 친사촌 동생이 경찰에 연행됐는데 도와주지 않고 여기까지 오고 무슨 중요한 일 있나 봐요?”젊고 잘생긴 두 남자가 이 작은 마을에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덤덤했지만 말속에는 신경전이 가득했고 불꽃이 튀었다.윤영훈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맞은편으로 가 앉은 후 다리를 번쩍 치켜올렸다.“사촌 동생은 이모부 이모가 있는데 내 여자친구가 이번에 놀랐을 테니 제가 와서 위로해 줘야죠.”연재준은 말했다.“둘이 사귀기로 했어요?”“거절은 안 했어요.”연재준은 무표정하게 말했다.“나는 너무 많이 거절당했어요.”윤영훈은 비꼬며 말했다.“저와 월영씨 사이의 일인데 연 대표님이 간섭할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요? 지난번에 내가 그녀를 좋아해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 남자친구가 자꾸 나타나서 방해하면 곤란해요.”연재준은 윤영훈을 쳐다보았고 윤영훈은 매우 차갑고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연 대표님, 더 하실 말 없으시면 저는 제 예비 여자친구를 찾아가서 가겠어요.”윤영훈이 떠나려 하자 연재준이 말했다.“윤 대표가 그녀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어요.”윤영훈의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 연재준을 돌아보았다.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회사가 하필이면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생겼네요. 저는 또 어쩔 수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77화

    연재준은 검은 슈트를 입고 목에는 짙은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그는 마치 극야의 한 줄기 빛처럼 어둠을 가로질러 오는 듯했고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두근거렸다.“...”배가 천천히 기슭에 닿자 연재준은 유월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기와 함께 배에 타자는 뜻이었다.그러나 유월영은 움직이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서 그때를 제외하고 그녀는 다시 주동적으로 그에게 마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저 보기만 하였다.연재준은 배를 모는 사부님께 좀 더 앞으로 닿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해안까지 아직 사오십 센티미터 정도 남았을 때 그는 갑자기 훌쩍 뛰어 한 걸음으로 유월영 앞에 섰다!유월영은 갑자기 달려드는 그를 보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하였으나 연재준 그런 그녀를 단숨에 품에 안았다.연재준은 어깨가 넓고 허리가 좁은 몸매에 검은색 코트를 입어서인지 유월영을 품에 쏙 안을 수 있었다.찬바람에 살짝 시린 유월영의 코가 따뜻한 연재준의 가슴에 부딪쳐 후끈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녀는 어색하게 살짝 그를 밀쳐냈다.“왜 아직 안 갔어요?”유월영은 그가 일찍 마을을 떠났다고 생각했다.연재준은 대답했다.“내가 가긴 어디가? 명절 연휴에, 너희 마을의 딱 두 개 밖에 없는 호텔도 자리가 없어서 잘 데도 없어.”...거짓말.그는 연재준이 원하는 곳이라면 사막에서도 묵을 곳을 찾고 더구나 봉현진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연재준은 바로 동해안까지 갈 수 있었다. 반 억짜리 이층 빌라도 있으면서 갈 데가 없다고?유월영은 연재준이 그녀 앞에서 핑곗거리를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연재준이 그녀 앞에서 이러는 것이 그녀는 낯설게 느껴졌다. “놔줘요, 동네 사람들이 봐요.”연재준은 턱을 그녀의 머리에 괴고 말했다.“그럼 몰래 나를 너희 집에 데려가. 네 방에 숨기면 다른 사람들이 모를 거잖아.”유월영은 미쳐서인지 그의 꼬드김에 현혹되어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연재준의 이런 황당한 요구를 들어주었다.언니와 형부는 조카를 데리고 밥을 먹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78화

    유월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서 나를 찾아온 게 단지 이것 때문이에요?”그녀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것이 그의 새로운 수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는 강제로 권세를 이용하고 강제로 그녀를 옆에 두며 잠자리를 가졌는데 이제는 그가 회유책으로 바꾼 것일까. 그녀는 또 그에게 속은 걸까?유월영이 싫다고 하며 연재준을 밀어냈다. 연재준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사랑하기에 하고 싶은 거야.”유월영은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으며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고였다.“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남자들은 아무 여자랑도 다 상관 없지 않나요?”“난 안 돼, 너여야만 해해.”유월영은 어물쩡하게 말했다.“남자들은 여자랑 자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을 못 하겠어요.”연재준은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날이 밝으면 다시 한번 말해줄게.”유월영은 오늘 밤의 모든 일들이 황당하게 느껴졌다.그를 집으로 데려온 황당함, 그의 말을 믿고 싶은 황당함, 그리고 마침내 그가 하겠다고 약속하는 황당함.아마도 그가 뱃머리에 서서 그녀에게 다가왔을 때 그녀는 이미 정신을 못 차렸을 지도 모른다.……다락방은 나무로 되어서 침대가 흔들릴 때‘끼익' 소리가 났다.아래층에서 소리를 들은 아버지는 이상한 생각에 가까이 가서 소리쳤다.“월영아, 월영아?”유월영은 순간 긴장해서 온몸이 굳어 졌다!연재준은 숨을 들이켜며 말했다.“자기야, 너 내가 죽는 것을 보고 싶어?”유월영은 자신의 입을 막고 소리를 참느라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유월영의 아버지는 계단으로 올라가 다락방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물었다. “월영아, 너 돌아왔구나.”유월영은 그녀의 아버지가 올라가는 발자국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아버지는 문을 두드렸다.문은 잠겨 있었지만 유월영은 문이 열릴까 봐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연재준는 빙그레 웃었다.”“——!”유월영은 그의 어깨에 꼭 누르면서 울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79화

    유현석은 돌부리를 밟아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려 하는 순간 연재준은 그의 팔을 잡으며 그를 일으켰다.유현석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이 고급스러운 슈트 차림의 남자를 보고 멍했지만 이내 감사함을 표했다.“고마워요.”연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닙니다.”유현석은 계속 앞으로 걸었고 연재준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걸 보아서 그와 같은 길인 것 같았다.유현석은 괜히 압박감을 느껴 어색하게 인사치레로 물었다.“자네도 아까 골목에서 나온 것 같던데 우리 집도 골목쪽에 있어요. 자네는 어느 집 친척이지? 나는 이곳에서 몇 년을 살았지만 자네를 본 적이 없네.”연재준은 기질을 발휘해 대답했다.“제가 이름 하나 말하면 들어보았을 거예요.”“그래요? 그럼 말해봐요.”유현석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연재준도 잠시 걸음을 멈추며 대답했다.“주영문.”유현석도 걸음을 멈추었다!연재준은 말을 이어갔다.“당신과 ‘삼천억' 얘기를 좀 하고 싶어요.”주영문의 이름을 듣는 것이 놀라움이었다면‘삼천억'이 나왔을 때에는 그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창백해졌다.삼천억...삼천억...유현석은 멍하니 연재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슈트와 외투를 입고 있었고 당당하고 고귀한 모습이 그때의 누군가를 꼭 닮은 것 같았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드디어 찾아왔구나.유현석은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어디에 걸어 넘어뜨린 것인지, 단순히 다리가 다리에 힘이 풀렸지는 그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유월영은 어머니를 모시고 택시를 타 병원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병원 입구에 서 있는 하정은을 보았다.유월영은 너무 의외라고 생각했다.“이런 우연이 다 있나? 하 비서, 어디 아픈 거야?”하정은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연재준이 자리에 없는 한 그들은 오랜 동료 사이였다.유월영은 의문에 차서 물어보았다.“날 기다려?”하칭은 이영화를 힐끗 쳐다보고 유월영에게 다가가 말했다.“연 대표님의 뜻은 너희 엄마 수술은 조린 팀이 하면 좋을 것 같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80화

    옆에서 듣던 하정은도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았다.이 일을 연 대표님이 아시명 반드시 유 비서를 도와드릴 거라고 생각해서 하정은은 먼저 떠났다.“유 비서, 어머님 잘 보살펴. 난 그 간병인을 알아보러 갈게.”하정은은 그녀가 아는 인맥들이 있어서 그녀가 찾는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다.유월영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부탁해.”하정은은 일 처리가 매우 효율적이었다. 이영화의 재검사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그녀는 그 간병인을 찾아서 직접 데려왔다.병원 주차장 구석.간병인은 몇 번이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네 명의 건장하고 험상궂게 생긴 경호원들이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놀라서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간병인은 침을 삼키고 목을 뻣뻣하게 쳐들고 말했다.“당신들은 누구야? 뭐 하는 짓이야? 납치는 불법이야!”“너도 법을 알아?”유월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간병인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그녀라니!간병인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너, 너 뭐 하는 거야? 잘 들어, 사람을 때리는 건 불법이야!”유월영은 말했다.“사람을 죽이면 불법이 아닌가?”간병인은 순간적으로 대답했다.“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유월영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만약 증거가 없었다면 오늘에 너를 찾지 못했을 거야. 우리 엄마가 차고 있는 시계는 녹음 기능이 있어. 네가 그날 그녀에게 한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녹음되었으니 넌 끝났어.”녹음, 녹음??어떻게 녹음까지 된다고! 간병인은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안색이 점점 나빠졌고 이때 유월영은 그녀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결국 벽에 부딪혔다.“엄마가 충격을 받으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아빠의 안 좋은 얘기를 꺼냈지.네 덕분에 엄마의 심장이 멎어 죽을 뻔했어! 이게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면 뭐야!”간병인은 당황했다.“나, 나, 난... 아냐”유월영은 크게 소리쳤다.“네가 직접 한 말이니 법원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381화

    유월영은 휴대전화를 꽉 잡았다. 그는 아까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 지금은 오히려 차분해졌다.“또 무슨 짓을 했어? 다 말해”간병인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없어요, 정말 없어요.”하정은의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네, 알겠습니다.”“유 비서, 지금 이 일을 연 대표님께 보고할게. 대표님이 처리해 줄 거야.”하정은은 후회했다. 지금 이 일이 백유진과 관련될 줄 알았더라면 그녀는 제멋대로 유월영을 도와 찾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백유진이 또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우리... 먼저 어머님을 뵈러 가자, 의사가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문제가 좀 있다고 하더라고.”유월영은 눈을 한번 감더니 일어났다.“그래.”하정은은 망설이며 간병인을 바라보았다.“그럼 이 사람은...”“그냥 놔줘.”아니면? 설마 그들이 간병인을 처리해 줄 수 나 있고?유월영은 손에 녹음도 없었다. 그저 그녀를 속인 것뿐이었다.유월영은 이 간병인이 엄마를 죽일 뻔 했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을수록 백유진에 대한 원한이 다시 깊어져만 갔다!유월영은 의사를 뵈러 왔고 하정은은 따라 들어가려다가 다시 연재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였다.조수는 영어로 말을 하였고 유월영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한마디로 이영화의 반응이 늦어진 것은 수술 후유증이 아니라 수술 전 뇌에 산소가 부족해 실신한 것이 뇌세포 손상을 입혔다는 것이다.유월영은 그게 언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어서 그녀는 또 그 간병인 때문이지 않을까 의심했다.유월영은 항상 남이 자신을 건들지 않으면 그녀도 남을 건들지 않았다. 그때의 그녀는 연재준과 아무 사이도 아니고 백유진을 먼저 건들지 않았지만 백유진은 계속해서 그녀를 해쳤고 심지어 그녀의 엄마의 목숨까지 건드렸다!‘내가 이렇게 만만해?’하정은은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발견했다.“월영아, 좀 진정해. 이미 이 일을 연 대표님에게 말했으니 널 도와드릴 거야.”유월영은 연재

Latest chapter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0화

    방금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축 늘어져 있었다.이승연은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릴까 봐 걱정되어 이혁재에게 맡기기로 했다.“경험 있는 네가 좀 맡아줘.”이혁재는 황당했다.“내가 무슨 경험이 있다고 그래!”이승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처지가 비슷하잖아.”화가 난 이혁재는 이승연을 들어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곱게 바른 립스틱을 번지게 했다.“전혀 비슷하지 않거든!”이혁재의 사무실.이혁재와 연재준은 일 얘기를 하고 있었고 두 아이는 옆에서 놀고 있었다.그때 이혁재가 무심코 고양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호두야, 누나를 잘 돌봐야 해.”기어다니기 시작한 윤아는 갑자기 호두의 꼬리를 잡았다.호두는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했지만 꼬리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이혁재의 말 때문인지 꼬리를 잡힌 채로 억울한 듯 야옹 소리만 냈다.윤아는 깔깔 웃으며 꼬리 끝을 입에 넣으려 했고 그제야 호두는 꼬리를 빼내더니 아기에게 돌아서서 야옹 소리를 내며 경고했다.마치 “입에 넣으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러자 윤아는 호두를 향해 돌진하며 그를 덮쳤다.두 아빠가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을 때 윤아는 카펫 위에서 잠들어 있었고 호두는 듬직한 몸을 베개 삼아 윤아를 받치고 있었다.그 동화 같은 장면에 연재준과 이혁재는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고양이가 어린이를 알아본다더니 진짜인가 봐.”퇴근 시간이 되어 이혁재는 호두를 데리고 이승연의 사무실로 향했다.이승연은 호두를 품에 안고 기뻐하며 입을 맞췄고 이어 호두가 이혁재에게도 뽀뽀하도록 했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이혁재는 고양이 털을 한가득 삼키고 서둘러 뱉어냈다.“퉤퉤퉤.”그 순간, 호두도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토해냈다.이혁재는 어이가 없어 발끈했고 이승연은 웃음을 참지 못해 의자에 쓰러지듯 폭소했다.사실 고양이는 털을 핥으며 스스로를 청소하는 습성 때문에 위에 털 뭉치가 생겨 종종 토하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9화

    작은 고양이는 케이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치료로 인해 털이 대부분 깎인 채 볼품없는 모습이었다.이혁재가 싫은 소리를 내자 새끼 고양이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승연을 알아본 듯 비틀거리며 케이지 가장자리로 다가와 그녀를 향해 야옹 울었다.이승연은 손가락을 내밀어 고양이를 살짝 만졌다. 그러자 고양이는 꿈틀거리며 그녀의 손가락에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그녀는 미소 지었고 이를 지켜보던 이혁재가 말했다.“여보, 얘 다 낫고 나면 집에 데려가 키우자. 이렇게 작고 못생긴 애가 혼자 힘으로 먹을 걸 찾기도 힘들고, 다른 고양이들이 받아주지도 않을 거야.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얘 어떻게 살겠어.”이승연도 같은 생각이었다.두 달 후, 고양이는 건강을 회복했다.이혁재는 직접 고양이를 씻기고 구충한 뒤 집으로 데려갔다.시간이 지나면서 고양이는 털이 윤기 나게 자랐고 살이 올라 뼈만 앙상했던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결국, 고양이는 기름지고 윤기 나는 털을 자랑하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이혁재의 몸 위로 덮치는 대형 고양이가 되었다.“이런 젠장!”이혁재는 고양이의 기습에 또 당했고 숨이 턱 막힐 뻔했다.고양이가 도망치려 하자 그는 재빨리 붙잡아 들어 올리며 따졌다.“너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지 전혀 모르는 거야? 아니면 정말 날 깔아뭉개려고 작정한 거야?”고양이는 억울하다는 듯 야옹거리며 반응했다. 그러나 고양이가 이승연에게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기에 이혁재는 고양이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고양이는 이승연이 일할 때 그녀의 발등 위에 앉아 체온으로 발을 따뜻하게 해주었다.그녀가 서류를 검토할 때는 네 발을 모아 단정한 자세로 그녀 곁에 앉아 ‘독서’에 동참했다.때로는 앞발로 서류를 톡톡 두드리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이혁재는 고양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양이를 뒤집어 배를 위로 한 채 들어 올려 얼굴을 고양이 배에 묻고 한 번 흡입했다.고양이는 저항하며 네 발로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8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한 후, 이혁재는 정관 절제술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피임 수술’을 통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이혁재는 이 일을 이승연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련 정보를 철저히 조사한 뒤, 직접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수술은 간단했고 외래 진료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수술을 마친 그는 바로 퇴원했고 그날 오후에는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열기도 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그 불편함조차 완전히 사라졌다.수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이혁재는 가벼운 농담처럼 이 일을 이승연에게 털어놓았다.이승연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 재빠른 두뇌 회전과 날카로운 눈치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혁재는 그녀가 ‘수술’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혹시 일이 심각하다고 오해했을까 봐 그녀를 안고 달래며 자세히 설명했다.“여보, 내가 요즘 아이를 갖는 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랐지? 피임을 해도 혹시 실수라도 생길까 봐 계속 걱정했어. 만약 사고가 생기면 낳든 낙태하든 둘 다 누나 몸에 무리가 갈 거잖아. 그래서 아예 근본적으로 위험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이승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이 수술 알아. 우리 아빠가 받았거든.”그녀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 시절에는 보통 여자가 피임 수술을 받곤 했는데 우리 아빠는 알아보니 여자가 받는 수술이 훨씬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됐대. 그래서 엄마가 고생하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자신이 받았지.”“아빠는 우리 동네에서 피임 수술을 받은 유일한 남자였고 사람들은 우리 아빠를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자라고 칭찬했어. 엄마도 복 받은 거라고 하셨고.”이혁재는 그녀가 아버지를 칭찬하며 은근히 자신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 소파와 카펫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7화

    이혁재는 전문가를 찾아가 시험관 아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의사가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길이 30cm에 달하는 바늘을 꺼내 보이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걸로 난자를 채취합니다.”의사의 말에 몇 초간 멍해 있던 이혁재가 물었다.“이걸로 제 아내의 자궁에 찔러서 난자를 채취한다고요?”“네, 그렇습니다.”이혁재는 순간 격분하며 소리쳤다.“당신들 사람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의사는 급히 진정시키려 했다.“선생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이 수술은 정식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산모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그러나 이혁재는 진정할 수 없었다.“이승연이 손가락에 바늘 하나만 찔려도 아픈데 이런 무시무시한 바늘을 아내 몸에 넣겠다고요? 미친 짓이야!”그는 곧바로 차를 몰아 이승연이 있는 로펌으로 갔다.“이승연!”그녀의 이름을 직설적으로 부르며 사무실로 들어왔다.이승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미쳤어?”“당신이 정말 시험관 아기를 하러 간다면 나 진짜 미쳐버릴 거야!”이혁재는 속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제발 내 생각 한 번만 해 줄 수 없어?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아이가 그렇게나 중요해? 그 아이가 나보다 더 중요해?”이승연은 그의 붉어진 눈과 분노, 억울함이 섞인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보였다.“네가 먼저 말해봐. 왜 그렇게 아이를 원하지 않는 거야?”그 순간, 이혁재는 폭발하며 외쳤다.“몰라서 물어? 내가 왜 아이를 원하지 않는지 몰라? 당신이 그 사고로 다쳐서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나는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이 누워 있는 모습을 지켜봤어! 다신 그런 꼴을 못 봐!”“당신이 괜찮아질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누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당신이 아이 하나를 위해 다시 건강을 걸겠다고 한다면 난 절대 못 해. 절대!”이승연은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말했다.“나도 더는 아이를 원하지 않아.”이혁재는 믿을 수 없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6화

    의사는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의학적으로 35세 이상의 임산부를 고령 산모로 정의하는 이유는 나이가 증가할수록 염색체 이상, 임신성 당뇨병, 고혈압 같은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임산부가 이런 문제를 겪는 건 아니며 사람마다 다릅니다.”이혁재가 물었다.“문제가 없을 확률이 높은가요?”“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즉, 그들이 아이를 원한다면 가질 수는 있지만 이승연의 건강이 크게 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병원을 나서며 이혁재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우리, 아이 가지지 말자.”이승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의사가 아직 가능하다고 했잖아. 좋은 소식 아니야?”“그게 무슨 좋은 소식이야! 난 본 적도 없는 아이 때문에 누나 몸이 상하는 걸 절대 두고 볼 수 없어!”이혁재의 단호한 태도는 1%의 타협도 없었다. 두 사람은 3분간 대치하다 결국 이승연이 등을 돌려 걸어갔다.이혁재는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다. 그는 평소 거의 모든 일에서 아내에게 맞춰주었지만 이번만큼은 단호했다.결국 그는 부부 생활을 단절하기로 결심했다. 매일 밤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마치 순결을 지키는 사람처럼 행동했다.이승연은 이를 눈치채고 일부러 그의 가슴 근육을 만지며 도발했지만 이혁재는 곧바로 거리를 벌리며 경고했다.“그만해! 더 장난치면 난 손님방에서 잘 거야.”이승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잠옷 끈이 흘러내려 부드러운 피부가 드러났다.“손님방에 간다고? 정말?”이혁재는 다시 반응해 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침대를 박차고 욕실로 들어가 찬물을 끼얹었다.다음 날, 이승연은 그에게 쇼핑 링크를 보냈다. 링크를 열어본 이혁재는 남성용 순결 벨트를 보고 기가 막혔다.“...”그는 그것을 살지 말지 10초 동안 고민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국 쇼핑몰 창을 닫고 억울한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 후 가장 ‘순수한’ 한 달을 보냈다.이혁재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5화

    “...그런 헛소리를 믿어?”“당연히 안 믿지. 중요한 건 그 집에 CCTV가 있다는 거야. 영상 속에서 그의 행동이 정말 이상했거든. 정신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말이야. 만약 정신병으로 판정된다면 내 의뢰인은 원하는 판결을 받기 어려워질 거야. 귀찮아.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그러니 날 귀찮게 하지 마.”이승연이 사건 얘기를 마친 뒤, 이혁재는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혹시 아이 문제로 마음 쓰고 있진 않은지 조심스럽게 그녀를 몇 번 훔쳐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다른 고민으로 보였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밤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웠다. 이혁재는 별다른 생각 없이 누워 있었지만 불을 끄자마자 이승연이 몸을 돌려 그의 위로 올라탔다.이승연의 이런 행동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이혁재는 순간적으로 놀라며 긴장했다.“여보...”이승연은 아무 말 없이 그의 셔츠 단추를 풀어 헤쳤다. 그녀가 행동하기도 전에 이혁재는 이미 흥분한 상태가 되었다. 마치 뼈다귀를 발견한 강아지처럼 그는 즉각 반응하며 그녀의 실크 잠옷을 벗겼다.뜨거운 밤이 네 시간 넘게 지속된 후, 새벽에야 모든 것이 끝났다. 이혁재는 기진맥진한 이승연을 안아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콘돔 사용을 거부한 이유를 곱씹었다.‘혹시 누나도 아이를 원하기 시작한 걸까?’욕조 옆에서 물결을 손가락으로 장난치던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여보, 혹시 아이를 갖고 싶어진 거야?”이승연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졸린 눈으로 대답했다.“모르겠어.”“내가 정말로 아이를 좋아해서 갖고 싶은 건지, 아니면 첫 아이를 잃고 그걸 잊지 못해 다시 아이를 ‘찾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아마도 내가 아이를 가지기 전에는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할 거야.”이혁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장난스럽게 말했다.“나 하나로 부족해?”이승연은 피곤한 얼굴로 그를 밀치며 답했다.“...저리가.”이승연이 아이에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4화

    유월영이 딸 고윤아를 낳은 후, 가족 외에 이 아이를 가장 아끼고 사랑한 사람은 이승연이었다.유월영이 봉현진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이승연은 바쁜 일정에도 3일마다 시간을 내어 찾아왔다.그녀는 유월영보다도 윤아에게 더 신경을 썼다. 매번 아이를 위한 선물을 사 왔는데 지난번에는 액운을 막아준다는 작은 방울이 달린 은팔찌를, 이번에는 귀여운 아기용품을 들고 나타났다.“너무 귀여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아이의 성장이 조금 느껴지자 다음번에는 신상 옷을 사줘야겠다고 계획까지 세웠다.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윤아가 승연 언니를 대모로 모셔야 할 것 같네.”이승연이 윤아를 보기 위해 올 때마다 남편 이혁재도 동행했지만 그의 목적은 달랐다. 그는 아이가 아니라 아내를 따라오는 데만 신경 썼다. 한 번도 윤아를 안아본 적이 없는 그는 윤아에게 가장 무관심한 사람 중 하나였다.이 사실을 눈치챈 연재준이 물었다.“너, 우리 딸한테 무슨 불만 있어?”이혁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아니, 그냥 난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관심이 없을 뿐이야.”연재준은 흥미로운 듯 물었다.“그래? 그럼 예전에 이 변호사가 임신했을 때는 왜 그렇게 들떴었는데?”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혁재는 급히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경계의 눈빛으로 이승연 쪽을 확인한 뒤 그녀가 듣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내 아내 앞에서 그 얘기 꺼내지 마!”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윤아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것도 아니야. 넌 이 변호사가 네가 아이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첫 아이를 잃은 걸 떠올릴까 봐 두려운 거지.”역시, 연재준은 이혁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이승연은 올해 35세였다.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뒤 매일 운동과 요가를 하며 건강을 유지했지만 의학적으로 고령 산모에 해당했다. 더구나 첫 아이를 잃은 사고로 자궁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의사들은 그녀가 다시 임신하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3화

    이승연은 속았다고 느꼈다.이 남자의 따뜻함에 넘어가 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기분 좋겠지? 드디어 내 유산을 손에 넣게 됐으니.”이혁재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유산, 유산, 유산. 왜 항상 이 얘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야?’그는 복잡한 심정을 억누르며 허리를 숙여 그녀의 배를 감싸안았다.“여보, 내가 돈이 부족해 보여? 난 돈이 부족하지 않아. 지금 있는 돈으로 다음 생까지 살아도 충분해. 그 많은 돈을 뒀다 뭐 하겠어? 난 당신 돈을 원하지 않아. 그 유산이 당신한테 주는 부담을 덜어주고 싶을 뿐이야. 난 그냥 당신을 돕고 싶어. 내가 어떻게 해야 날 믿어줄 거야?”이승연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녀는 그런 시선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충성스러운 강아지를 다독이듯. 이혁재는 항상 그녀에게 충실한 강아지처럼 느껴졌다.그 후로 두 사람은 함께 평생을 보내기로 결심했고 아이가 태어나면 행복한 세 식구가 될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법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며 아이를 잃었고 이승연은 깊은 혼수 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깨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처음 한 달 동안 이혁재는 살이 빠져 송장처럼 변해갔다. 그는 며칠씩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으며 잠조차 자지 않았다. 생존 본능에 이끌려 겨우 물 한 모금을 마시곤 했지만 결국 집에서 쓰러지고 말았다.공주연이 아들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의사들은 그가 극심한 기아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의 굶어 죽을 뻔했다.이혁재가 깨어났을 때 공주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뺨을 내리쳤다.“넌 네 엄마도 필요 없니? 네 아빠는 이미 날 버렸어. 세상에선 네가 전부야! 그런데 너마저 날 버리려 해?”하지만 이혁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공주연은 울면서 말했다.“승연이 아직 죽지 않았어! 곧 깨어날 거야. 그런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2화

    이혁재의 시점사실, 두 사람의 불화와 이별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갈등이 발생했다.이혁재의 어머니인 공주연이 이승연에게 출산을 재촉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공주연은 겉으로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승연의 유산을 노리고 있었다.그녀의 계산은 간단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씨 성을 가진 그 아이가 이승연의 유산을 당당히 상속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이혁재 역시 어머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아이에게 상속자가 생기면 이승연의 친척들도, 우리 가족도 유산에 대한 욕심을 접고 물러나겠지. 그러면 그녀의 부담도 줄어들 거야.”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이승연에게 가서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이승연은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가 지금 따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갖자고?”그리고 이내 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결혼 전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여기에 사인하기 전에는 꿈도 꾸지 마.”이승연은 이미 이혁재가 자신과 결혼한 이유가 그녀의 유산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혁재는 말로 그녀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치사한 방법을 선택했다.그녀가 복용하는 피임약을 엽산제와 임신 보조제로 몰래 바꿔치기한 것이다. 결국 이승연은 그의 의도대로 임신하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그들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이승연은 약을 바꿔치기한 사실에 격분했고 심지어 이혁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반면, 이혁재는 호텔에서 이승연과 오성민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오성민과 다시 만나고 있다고 오해했다.그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크게 다퉜고 이혁재는 한강에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너 정말 적당히 좀 해라.”연재준이 기가 막혀 혀를 찼다.“뭘 적당히 하라고!”이혁재는 술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내 첫사랑은 이제 날 원하지 않는데, 내가 살아서 뭐 하겠어!”서지욱이 나서서 말렸다.“그렇게 미련이 남으면 그냥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