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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966 챕터

제381화

유월영은 휴대전화를 꽉 잡았다. 그는 아까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 지금은 오히려 차분해졌다.“또 무슨 짓을 했어? 다 말해”간병인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없어요, 정말 없어요.”하정은의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네, 알겠습니다.”“유 비서, 지금 이 일을 연 대표님께 보고할게. 대표님이 처리해 줄 거야.”하정은은 후회했다. 지금 이 일이 백유진과 관련될 줄 알았더라면 그녀는 제멋대로 유월영을 도와 찾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백유진이 또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우리... 먼저 어머님을 뵈러 가자, 의사가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문제가 좀 있다고 하더라고.”유월영은 눈을 한번 감더니 일어났다.“그래.”하정은은 망설이며 간병인을 바라보았다.“그럼 이 사람은...”“그냥 놔줘.”아니면? 설마 그들이 간병인을 처리해 줄 수 나 있고?유월영은 손에 녹음도 없었다. 그저 그녀를 속인 것뿐이었다.유월영은 이 간병인이 엄마를 죽일 뻔 했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을수록 백유진에 대한 원한이 다시 깊어져만 갔다!유월영은 의사를 뵈러 왔고 하정은은 따라 들어가려다가 다시 연재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였다.조수는 영어로 말을 하였고 유월영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한마디로 이영화의 반응이 늦어진 것은 수술 후유증이 아니라 수술 전 뇌에 산소가 부족해 실신한 것이 뇌세포 손상을 입혔다는 것이다.유월영은 그게 언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어서 그녀는 또 그 간병인 때문이지 않을까 의심했다.유월영은 항상 남이 자신을 건들지 않으면 그녀도 남을 건들지 않았다. 그때의 그녀는 연재준과 아무 사이도 아니고 백유진을 먼저 건들지 않았지만 백유진은 계속해서 그녀를 해쳤고 심지어 그녀의 엄마의 목숨까지 건드렸다!‘내가 이렇게 만만해?’하정은은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발견했다.“월영아, 좀 진정해. 이미 이 일을 연 대표님에게 말했으니 널 도와드릴 거야.”유월영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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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아파트 입구에 빠르게 도착한 유월영은 차에서 내려 아파트 안으로 향했다.노현재는 사람 하나 죽일 듯한 그녀의 태세에 주저하지 않고 따라갔고, 유월영은 그를 무시한 채 곧장 백유진의 집 대문으로 향했다.그런데 그때 입구에서 연재준이 기다리고 있었다.유월영은 바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고, 아니나 다를까 백유진의 집은 이미 한참 전에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문밖으로 나와 연재준을 바라보았다.“백유진 어디 숨겼어?”연재준은 말했다.“애초에 여기 없었어.”“여기 없었다고? 그럼 여긴 왜 왔어?”유월영은 그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하정은이 미리 그에게 알려줘서 자신이 백유진에게 복수하러 올 거라고 짐작한 그가 백유진을 일찍 보낸 것이 분명했다!연재준은 얼굴을 찡그렸다.“월영아, 그건 간병인 입장일 뿐이지 그 말이 꼭 사실인 것도 아니잖아. 한 번 매수한 사람 두 번은 못 하겠어?”“그럼 누군가 백유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간병인을 매수했다는 거야?”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연 대표님께서 어디 말씀해 보시죠. 그 간병인은 누구한테 뇌물을 받았고, 그 사람은 왜 백유진을 모함한 거죠?”연재준의 얼굴이 검푸르게 상기되며 서늘한 바람 속에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고 유월영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말 못 하시겠죠?”그녀는 매섭고도 독한 어투로 말했다!“애초에 백유진이 한 짓이니까! 그 여자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처음엔 나를 함정에 빠뜨리고, 그다음엔 우리 엄마의 심장을 훔치고, 인터넷에서 나를 비방하면서 명예훼손까지 했어. 그렇게 더러운 일을 하나씩 저지르고 있었다고. 내가 모진 게 아니라 그 여자가 날 계속 저격한 거라고! 난 이미 참을 만큼 참았어. 연재준, 이래도 그 여자 나한테 안 넘겨?”연재준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제대로 얘기를 나누려는 듯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려 했지만, 유월영은 이제 그의 입장을 알고 그의 손이 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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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유월영은 즉시 그의 품에서 벗어나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대낮에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연재준의 눈꺼풀이 살짝 내려앉으며 대꾸했다.“그럼 밤에 다시 올까?”유월영은 쓸데없는 그의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아 마른침을 삼켰다.“오늘 밤 서울로 돌아가는 KTX 예매했어. 짐 챙겨야 하는데 연 대표님이 여기 계시면 불편하니 나가주세요.” “신현우가 출근하라고 하지 않았잖아.”연재준은 자리에 앉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며칠만 더 있어 줘.”“굳이 출근하지 않더라도 연 대표님께 제 눈앞에서 사라지셨으면 좋겠네요.”연재준이 고개를 들자 바로 뒤에 발코니 창문으로 어스름한 불빛이 비쳤다. 빛을 등진 채 살짝 흐려진 그의 윤곽은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았으며, 말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백유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유월영은 그가 자신을 달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보기 드문 일이네. 나를 달랠 때도 있고.’사실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나름 그녀를 잘 대해주는 편이었다.도와주고, 곁에 있어 주고, 지켜주고, 그녀의 말대로 다 해주는 걸 봐서 자신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연재준이 아무리 잘해줘도 유월영은 다시 만나자는 그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대체 왜일까?과거의 일들은 심장 끝에 박힌 가시와 같아서 심장이 한 번씩 뛸 때마다 가시는 한 뼘씩 더 깊숙이 박히며 설렘의 대가가 무엇인지 고통스럽게 상기시켜 주었다.오늘 백유진을 보호하려는 그의 행동 또한 그녀에게 악몽 같은 과거를 떠올리게 했고 그 과정에서 피가 흥건해질 때까지 여러 차례 그녀를 찔렀다.유월영이 물었다.“연 대표님,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연재준은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고 지는 노을처럼 타오르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고작 말 몇 마디에 거슬려 하시는데,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백유진이 저한테 어떤 짓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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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부드럽게 말했다.“이미 다 지나간 일이고, 난 아빠한테 불만 없어. 대부분 딸은 원래 크면서 아빠랑 유현석은 그녀의 말을 못 들었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래도 걱정 마. 다시는 너한테 미안할 짓 안 해. 그 사람들이 널 찾으러 오면 이번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널 지켜줄게.”걸음을 멈춘 유월영은 그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고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유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괜찮아,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모든 걸 깔끔하게 처리할 거다.골목 입구에 도착했을 때 미리 부른 택시가 이미 와 있었다.캐리어를 차에 싣는 유현석을 보며 유월영은 뭔가 생각난 듯 이렇게 말했다.“아빠, 그 한의사가 아빠를 치료해 주긴 했어도 조금 이상한 사람이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니까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다시 가지 마.”알겠다는 유현석의 대답을 뒤로하고 유월영은 차를 타고 역으로 이동해 서울로 돌아가는 KTX에 탑승했다.자리에 앉은 그녀는 조용한 주위와 반대로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으로 이승연에게 전화를 걸어 백유진의 교사 행위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역시나 유월영이 생각한 것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힘들어. 증거도 없고 간병인이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해도 승소하기 어려워. 증거가 너무 약해서 법원이 네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즉 그녀는 백유진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백유진은 이미 도망친 상태였다.유월영이 한숨을 쉬자 이승연은 말했다.“한숨 쉬지 마. 아직 좋은 소식이 있어. 서정희의 범죄에 대한 모든 증거를 수집했고 형을 선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어.”이건 확실히 좋은 소식이었다.유월영은 콧대를 꾹 누르며 미소를 지었다.“이런 쪽에 전문인 친구를 두니 좋긴 좋네. 휴가 중에도 날 위해 일해주다니. 내일은 고생한 우리 이 변호사님을 위해 내가 특별히 저녁 살게.”“내일은 안 될 것 같아. 방금 호텔에서 나와서 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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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이승연은 멈칫했다.“하 비서가 월영이를 도와 간병인을 구해줬는데, 그 간병인이 백유진인 걸 밝혔다고 하 비서를 잘랐어?”이승연은 코웃음치며 말했다.“백유진을 그렇게 싸고 돌 거면 월영이랑 화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대체 누가 짐승이라는 거야?”“그래그래, 사람은 원래 끼리끼리야. 나도 지금 기분 안 좋아. 더 이상 유월영 씨 사건 맡지 말았으면 좋겠어.”이혁재는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크지 않은 병실 침대에 덩치 큰 남자가 올라오자 이승연은 그에게 단단히 갇혀버렸고 움직일 틈이 전혀 없었다.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이승연이 남자를 발로 차 침대에서 떨어뜨렸다.이혁재가 워낙 민첩해서 볼썽사납게 넘어지진 않았지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있었고 여자에게 발로 차여 침대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무척 자존심 상했다.얼굴이 확 굳어진 그가 처음으로 여자의 이름 세 글자를 외쳤다.“이승연!”이승연은 무표정하게 대꾸했다.“내가 있는 한 네가 나설 곳은 없어.”웃는 이혁재의 눈가에 서늘함이 스며 나왔다.“왜, 다른 사람들이 동부 지역 최고의 형사 전문 변호사라고 칭찬하니까 정말 잘난 것 같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넌…”“난 뭐?”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하던 이승연의 얼굴이 이제 완전히 차가워졌다.“말해봐.”“내가 네 부모님 무덤 앞에 가서 일러바칠 거야, 하나도 조신하지 않다고. 다른 집 아내들은 다 남편 말 듣는데 당신만 안 듣잖아.”곧바로 말투가 바뀐 이혁재는 조금 전까지 보였던 날카로움은 온데간데없이 푸들처럼 그녀에게 달라붙었다.“여보, 의사 선생님이 이 상태에서도 할 수 있다고 했어? 병원에서는 안 해봤는데.”남자가 목에 입을 맞추려 했지만 이승연이 그의 턱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어찌 보면 자기가 커오는 걸 옆에서 함께 봐온 남자는 어렸을 때보다 더 잘생기고 성숙해지면서 점점 더 속내를 알 수 없게 변했다.“이혁재, 당신과 당신 엄마가 왜 나를 데려갔는지 나 다 알아. 나도 마침 당신이 필요했고, 우린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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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그들은 단순히 전화 한 통으로 끝내지 않고 신현우를 통해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이승연은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굳이 고소할 거면 재판 기일 전까지 상대방과 접촉하지 않는 게 좋아.”한편 유월영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내가 거절할 줄 알았기 때문에 가운데 있는 심 대표님께 부탁한 거야.”그들이 무슨 말을 할 지는 두렵지 않았다. 그녀도 나름 몇 년 동안 비서실장 직책을 맡았던 터라 그런 말 속에 담긴 함정을 간파하는데 능통했다.결국 유월영은 그들과 만나기로 했고 이승연이 동행했다. 장소 역시 그녀가 정한 플로팅 라이프였다.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 이승연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표정이 굳어졌다.“서씨 가문에서 방금 서정희를 보석으로 풀어줬어요.”“대체 무슨 근거로요?”유월영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서정희가 함정을 꾸민 증거가 명백한데도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서정희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서를 가져왔습니다. 구치소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이 보석으로 석방하고 주거 감시로 변경하기로 합의했습니다.”우울증이라니, 허.보석도 보석인데, 그것도 하필 유월영을 만나기 전에 풀려났다. 이는 그녀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 아닌가?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플로팅 라이프'의 사진을 올려다보고 안으로 들어갔다.룸에는 서씨 가문 내외가 이미 와 있었는데 그들이 와도 일어나기는커녕 안진화가 유월영을 바라보는 눈엔 원망과 증오까지 담겨 있었다.그들 눈에는 아직도 유월영이 귀한 자기 딸을 망친 걸로 보이나 보다.마침 유월영도 그럴 생각이었다.자리에 앉기 바쁘게 안진화가 거만하게 말했다.“유월영 씨,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솔직하게 얘기하죠. 얼마를 주면 합의해 주실래요?”합의서만 있다면 서정희는 가벼운 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유월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커다란 원탁을 사이에 두고 그들에게 되물었다.“합의금으로 얼마를 주실 생각인데요?”서권일은 차분하게 말했다.“SK그룹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월세 아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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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유월영은 덤덤하게 말했다.“따님이 이번 교훈을 통해 앞으로 더 큰 사고를 치지 않기 위해 모든 행동에 신중을 가할 거라 믿습니다.”안진화는 테이블을 에둘러 유월영 앞에 달려갔다.“네까짓 게 뭔데 내 딸을 가르치려고 들어! 잘 생각해 봐. 내 딸이 정말 감옥에 가면 우리 서씨 가문은 널 끝장낼 거야!”이승연은 안진화를 말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사모님, 지금 제 의뢰인을 협박하는 겁니까?”“서로 속 시원히 털어놓고 얘기하자는 겁니다. 알 거 다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유월영 씨, 어차피 다친 것도 없는데 돈 받고 맘 편히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왜 굳이 저희와 맞서려는 겁니까!”서권일이 비웃으며 말했다.“아까 그쪽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됐다고 했는데 일부 네티즌들은 원래 공격적으로 행동합니다. 설마 당신과 당신 가족이 영원히 공포 속에서 살길 원하는 건 아니겠죠?”유월영은 자신에 대한 명백한 경고라는 걸 알아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감히 건드리기만 해 봐요!”“우리가 못할 것 같아?”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한 겨울 차가운 눈 같은 서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좋습니다. 저도 할 수 있는지 보고 싶네요.”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였다.연재준이 등장하자마자 방금 전까지 오만했던 서일권 내외는 순식간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돌변했다.일부러 연재준이 신주에 있다는 걸 알고 온 건데 어떻게 이곳 서울에 나타난 걸까?연재준의 무심한 눈빛이 서씨 내외를 휩쓸고 지나갔다.“두 분께서는 뭘 하실 생각입니까?”“...”연재준이 있는데 그들이 감히 무슨 짓을 하겠나.안진화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연재준, 이 무정한 놈! 우리 정희는 10년 가까이 널 좋아하면서 청춘을 바쳤어.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여자 때문에 그 애한테 상처를 줘? 걔가 얼마나 아파할지 생각해 봤어?”연재준은 이를 흥미롭게 여겼는지 눈매가 살짝 휘어지는 모습이 상당히 보기 좋았다.“그 여자가 나를 10년 동안 좋아했으면 나도 좋아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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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그제야 연재준에게 시선을 옮긴 유월영은 두 눈에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이렇게 ‘싸구려’인 내가 어떻게 연 대표님과 어울리겠어요?”연재준은 잠시 당황했다.똑똑한 그는 당연히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조금 전 서일권 부부에게 했던 말이 그녀에게도 상처를 준 것이다.“널 말한 게 아니야.”연재준은 나지막이 말했다.“그리고 내가 지금 너한테 푹 빠져 있다는 거 모르겠어?” 유월영은 똑같은 방식으로 그를 공격했다.“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일일이 다 반응해야 하나?”“...”하, 젠장.그녀를 도와주려고 했던 말이 그녀에게 무기가 되어 이젠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연재준은 지금처럼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다.느리고 무거운 숨결을 뱉으며 연재준이 뭐라 말을 꺼내려는데 문 뒤에서 갑작스럽게 조롱하는 듯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사실 룸 문은 그저 형식만 갖춘 가림판이었고, 누군가에게 열린 문 뒤로 윤영훈이 벽에 기댄 채 숨넘어갈 정도로 웃고 있었다.“굿! 아주 맞는 말입니다, 유월영 씨. 저처럼 그쪽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죠. 아시다시피 전 이 남자랑 달라요. 좋아한다고 해서 대답을 요구한 적이 없었죠. 저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차라리 날 만나는 게 낫지 않겠어요?”유월영은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요?”둘 중 하나?‘윤영훈이 나랑 비교가 돼?’연재준은 낮게 깔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윤 대표님, 조금 전에 이모와 이모부 두 분 다 가셨는데 배웅도 안 해드립니까?”윤영훈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기사가 있는데 제가 왜 굳이 나가요. 오랜만입니다, 유월영 씨.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연재준은 강경한 태도로 막았다.“저랑 같이 안 가도 밖에 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니 윤 대표님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윤영훈은 단번에 허를 찔렀다.“이 변호사님요? 방금 남편분이 데리러 오신 걸 봤는데요. 두 분이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걸 보아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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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여기가 윤 대표님이 운영하는 식당도 아니고, 그쪽도 오는데 제가 왜 못 옵니까?”연재준이 의자를 꺼내 유월영 바로 옆에 앉았다.메뉴판을 넘기는 유월영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당연히 오셔도 되는데 왜 연 대표님께서는 굳이 우리 테이블에 앉으시는 거죠?”연재준은 유월영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식당이 만석이라서요.” 눈도 깜박이지 않고 헛소리를 해댄다. 분명 빈자리가 저렇게 많은데... 윤영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재준을 보호하기 위해 몰래 숨어 있던 경호원들이 무리 지어 들어와 두 사람당 한 테이블씩, 식당의 나머지 빈 자리를 한꺼번에 차지했다.“...”윤영훈은 삐딱하게 말을 바꾸었다.“자리가 없더라도 연 대표님과의 합석을 동의한 적 없는데요? 저희는 지금 연인끼리 데이트 중인데 연 대표님처럼 큰 분이 끼어드시니 조금 불편하네요.”연재준은 줄곧 유월영만 바라보며 말했다.“너랑 저 사람 연인 사이야?”유월영의 속눈썹이 흠칫 떨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영훈은 콧방귀를 뀌었다.“말이 없으면 인정하는 거죠. 대답이 되셨나요, 연 대표님?”“윤 대표님의 억지스러운 논리대로면 그렇죠.”연재준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난 네 남자 아니야? 해가 바뀌고 며칠 동안 우리 매일 밤 같이 있지 않았나?”“?!”연재준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낼 거라고 유월영은 상상이나 했을까?“무언은 곧 긍정. 새해 첫날에도 같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됐어?”연재준이 덧붙였다.“못된 여자네.”“...”이 사람이 미쳤나!유월영은 짜증도 나고 화도 치밀었다. 일부러 그녀가 말하게끔 자극한다는 걸 알지만 그럴수록 더 말하기 싫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나가려고 했지만 연재준이 길을 막자 그를 노려보았다.‘일어나!’윤영훈의 손이 테이블을 가로질러 유월영을 붙잡았다.“가더라도 저 사람이 가야죠. 연 대표님께서 오시니 제 여자 친구가 밥도 제대로 못 먹잖아요.”연재준은 대놓고 몰아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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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유월영은 말이 없었다.윤영훈은 잠자코 있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떠보면서 물었다.“혹시 화났어요?”사실 유월영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윤영훈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꼭 말을 꺼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의 사촌 여동생이고, 사이도 좋아 그녀를 도와 입을 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유월영은 비꼬듯 말했다.“1억에서 20억이라니, 그냥 가격이 너무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드네요.”20배였다.윤영훈은 코웃음 쳤다.“당신이 이모부한테 100억 얘기한 걸 알고 있어요.”그는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 100억은 어디 연 대표님한테 드리는 돈인가요? 까놓고 말해서 미래 사위한테 주는 돈이죠. 우리 이모부하고 이모가 연씨 가문이랑 사돈 맺고 싶어 하는데, 정말 결혼이 성사되면 그건 부부 공동 재산이 되겠죠. 그러니 그 100억은 그냥 주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거예요.”유월영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 만약 연재준이 그 100억을 받았다며, 그녀가 연재준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며, 그러면 그들은 시름 놓고 그녀를 상대할 것이고 서정희도 연재준과 잘 될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정말 꿩 먹고 알 먹고였다.“저희 이모와 이모부가 워낙 정희를 예뻐하셔서 정말 정희가 감옥에 간다면 모든 걸 걸고 당신을 상대할 거예요. 협박하는 건 아니고, 물론 그분들이 당신에게 뭘 하려는지 알게 되면 제가 막을 겁니다...그리고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연재준 씨도 아마 당신을 도울 거예요.”“다만 이런다고 당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평생 이렇게 숨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당신도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밖에도 나가고 평생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항상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할 수도 없고.”유월영은 가만히 듣고 있었고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당신도 언젠가 혼자 일 때가 있을 텐데, 그들이 그 틈을 타 손을 쓸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생명에 지장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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