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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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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유월영이 호텔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연은 그녀에게 전화하고, 그녀가 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올라왔다.이승연도 지금 이 호텔에 묵고 있었다.방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목도리를 벗고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월영아, 오후에 혁재가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그와 먼저 갔어. 미안해, 너한테 말 안 하고.”“괜찮아, 그래서 일은 다 봤어?”“...”이승연은 그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혁재가 말한 급한 일이란,‘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임신 시기’였으며, 그는 그녀를 호텔로 급하게 끌고 갔다...모든 게 끝난 후 이승연은 그의 뺨을 한 대 때렸다.남자의 희고 준수한 얼굴에 붉은 자국이 하나 더 생겼지만, 보고 있자니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이혁재는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듯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은 채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계산해 준 건데, 이 시간에 잠자리 하면, 하나는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쌍둥이도 낳을 수 있다 했어.”이혁재는 마마보이가 아니었으며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순전히 이승연 때문에 지성에 왔지만, 그녀는 매일 그를 버리고 일하러 나갔고, 혼자 있는 것이 지루한 나머지 피가 끓어올라 그녀를 꾀어냈다.황당하지만, 스물 몇 살의 청년이 충분히 꾸며낼 수 있는 일이었다. 이승연은 대충 둘러댔다.“잘 해결했어. 근데 아까 가면서 윤영훈을 본 것 같은데?”유월영은 소파에 웅크린 채 손에 컵을 들고 있었다. 눈밭에서 잠시 떨었더니 아직도 코끝이 약간 빨갰다.“응. 20억 줄 테니 자기 사촌 여동생을 한 번만 봐 달라고 부탁했어.”이승연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면 물었다.“그럼 너의 생각은 어떤데?”“거절했어.”이승연의 약간 망설이는 표정을 눈치채고, 유월영은 가볍게 물었다.“언니도 내가 합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이승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법적 차원에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는 이 소송에서 이길 수 있기에 충분해. 서정희는 1년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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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유월영은 반사적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러다 그의 몸에서 나는 열에 그만 놀랐다. 그녀의 손은 연재준의 가슴팍에 닿았고, 옷을 몇 겹을 사이에 두고도 그의 열기가 느껴졌다. 연재준은 그녀가 그렇게 밀치자 '저항할 힘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거실의 불빛에 비친 연재준의 하얀 얼굴에는 붉은빛이 살짝 감돌고 있었다.이마에 짧은 머리도 늘어뜨려져 그의 가느다란 눈을 가려 평소의 날카로운 모습이 감춰졌다. 유월영은 아랫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입술에 아직도 그의 온기가 가시지 않아, 그녀는 눈썹을 찡그렸다.유월영은 연재준에게 그녀의 방 키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여긴 왜 왔어요?”오늘 밤 사람들이 그녀에게 계속 비슷한 말을 건넨 생각에,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연 대표님도 서정희와의 화해를 권유하러 오셨나요? 현재 가격은20억인데, 연 대표님은 얼마를 더 추가하실 생각인가요?”10억?아니지. 적어도 대표님인데 아마 기세등등해서 바로 두 배를 부를 수도.유월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그가 감히 입을 연다면 그녀는 정말...그녀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연재준은 고개를 들고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과 마주치자 유월영은 잠시 사고가 정지되었다.그는 잠긴 목소리로 완전히 다른 얘기를 꺼냈다. "자기야, 나 열 나.”유월영은 목구멍이 갑자기 무언가에 짓눌린 것 같았다.그녀는 잠이 덜 깨서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연재준을 보면서 마치 강아지를 보는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귀를 축 늘어뜨린 채 가엾게 사람들 앞으로 달려가 구애의 손길을 청하는 버림받은 강아지 같았다.“...”유월영은 그가 눈밭에 서 있던 장면을 떠올리며 가슴이 막혀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열이 나면 하 비서더러 병원에 데려가서 의사를 불러달라고 해야죠, 왜 나를 찾아왔어요? 난 병을 고칠 줄 몰라요.”연재준은 대답했다.“지난번에 내가 아팠을 때 당신이 날 돌봐줬잖아.”유월영의 마음은 바람이 부는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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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연재준은 평소 항상 컨디션이 좋아 손이 따뜻했다. 그래서 지금 화로처럼 뜨거운 열기가 유월영의 몸에까지 전해졌다. 연재준은 또 그녀를 불렀다. “자기, 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유월영은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뭘 해줬다고 나 보고 화 풀라고 하는 거지?’그녀는 자기 손을 빼려 했지만, 연재준은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실랑이하다 유월영은 마음이 심란해서 힘껏 자신의 손을 빼냈다.연재준은 그렇게 밀리고 좌절감을 느낀 듯 무거운 눈꺼풀을 들며 나른해서 말했다“간병인을 매수한 사람은 백유진이 아니야. 그럴 배짱이 없어. 자기, 날 한 번만 믿어줘.”말할 때 내뱉는 숨결까지도 뜨거운 온도가 느껴졌다.하지만 유월영은 변명이라고만 생각했다.‘백유진이 아니면 누구야?’‘그럼 누군지 말을 하던지!’유월영은 출근할 필요가 없었지만 서둘러 지성을 떠나려 했던 건 그를 다시 만나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그가 지성까지 쫓아올 줄 생각도 못 했다.그녀는 짜증이 나고 마음이 심란해져 눈앞의 손님을 바로 내쫓았다. “외간 남녀가 한 방에 이렇게 있으면 부적절하죠. 연 대표님, 이만 가보시죠?”하지만 그는 연재준이었다. 그녀에게 굽신거리고 목소리를 낮춰 그녀를 달래보고, 설명도 했지만 그녀가 봐주지 않자 그의 목소리도 한결 차가워졌다.“어디가 부적절해? 당신 부모님이 아래층에서 주무시는데, 다락방에서 나랑 할 때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안 들고, 지금 호텔 방에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유월영은 그가 이 묵은 일을 꺼내자, 쿠션 하나를 들어 그에게로 던졌다. “나쁜 자식! 꺼져버려! 내 방에서 나가라고!”연재준은 천천히 일어나서 그녀를 담담하게 쳐다보다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겨우 두 발짝 걸어가고, 소파를 지나가다 그는 결국 비틀거리다 앞으로 꼬꾸라졌다.유월영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를 안았으며, 그 역시 그녀의 몸 위에 쓰러져 다시 그녀를 소파로 밀어붙였다.자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자, 유월영은 즉시 알아챘고 연재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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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았다. 몇 초 후, 연재준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자기, 날 돌봐줘, 내가 죽으면 더 이상 널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그 한마디에 유월영은 화가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그가 처음으로, 그녀를 좋아한다고 자기 입으로 명확하게 말했다.이 남자는 정말 약점을 잘 찔렀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좋아해 준 사람은 별로 없었다.엄마, 아빠가 그녀를 좋아했는지? 하지만 그녀는 가끔 그들이 그녀로 빚을 갚기로 약속했던 일을 기억나곤 했다.제 부모도 이런데, 다른 사람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윤영훈은 말로만 그녀를 좋아한다고 했고, 현시우는 그녀를 두고 해외로 나가버렸다.줄곧 그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몇 없었다. 연재준의 이 직설적인 말에 그녀는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도 그녀를 좋아한다니? ‘그가 좋아하는 것은 백유진이 아니었어? 개자식.’그도 그녀를 속이고 있었다. 유월영의 침대에 담요가 깔려 있었고, 그녀는 담요의 가장자리를 잡고 힘껏 아래로 잡아당겨 연재준을 담요와 함께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침대가 높지 않지만 땅에 부딪히면 조금 아플 것 같았다. 연재준은 얼굴을 찡그린 채 끙 소리를 냈지만, 기력이 없었는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유월영은 혼자 침대에 누운 채 더 이상 그를 상관하지 않았다‘그가 죽든 말든 내가 왜?’그의 사랑하는 여인은 그녀의 어머니를 거의 죽일 뻔했다. 하지만 그는 온갖 변호를 다 하더니, 이제 와서 몇 마디 말로 불쌍한 척하고 있었다.‘흥. 아프다고 해서 내가 봐줄 줄 알고.’유월영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밤은 깊어졌고, 숨소리를 제외하고는 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유월영은 오늘 많은 사람을 상대하느라 피곤했는데, 시간도 늦어서, 그녀는 이내 잠들었다.하지만 깊게는 자지 못하고 줄곧 비몽사몽인 상태였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잠을 푹 자지 못해서 머리도 약간 아파졌다. 일어나 보니 연재준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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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연재준은 줄곧 유월영이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그녀는 용의주도한 비서였고, 사회에서 오랜 세월을 사람들을 겪어보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많이 겪어봤었다. 그래서 보통 한 끼 식사 시간이면, 그녀는 상대방을 거의 다 꿰뚫어 보고 그 사람에게 맞춰 줄 수 있었다. 연재준과 같이 지낸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단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와 같아, 그녀가 떠나도 그는 눈 하나 깜작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자 그는 오히려 거의 집착하다시피 그에게로 돌아오도록 압박했다. 그녀는 그의 주위에 여자들이 무수히 많아,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는 그녀에게만 중독되어 있고 그녀만을 원한다고 했다.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기껏해야, 정복 욕구나 소유욕 그리고 약간의 지기 싫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 그는 또 그녀를 데리고 불꽃 보러도 가고 그녀에게 새해 인사도 해주었다. 자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고 하기도 했었다...“난 백유진을 좋아하지 않아.”지금 그는 또 그녀에게 백유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유월영은 단념하듯 방바닥에 누웠다. 하얀 카펫 위로 갈색 긴 머리가 굽이굽이 늘어뜨려서 마치 뒤죽박죽된 그녀의 마음과 영혼과도 같았다. ‘좋아하지 않는다고?’그는 백유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월영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믿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다. 연재준은 그녀의 턱을 감싸 안아 더는 흔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 곁에 그녀가 설 수 있었던 거 다 네가 먼저 날 화나게 했기 때문이야.”“내가 뭘 화나게 했어요?”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그를 화나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었다...지금은 마치 그가 그녀를 추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월영은 자신이 그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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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다가 입을 열었다. “재준 씨, 나는 당신이 백유진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는 걸 믿지 않아요. 그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며, 어떻게 지금까지 그녀를 감싸고 있을 수 있어요? ”“우리 엄마, 백유진의 짓 때문에 인공심장으로 연명하고 있어요. 거기다 백유진 때문에 머리도 다쳤어요... 나 너무 겁이 나요. 다음에 집에 가면 엄마가 날 못 알아볼까 봐. 아니 다음에 집에 가면 엄마가 없을까 봐 나 너무 겁이 난다고요!”"나에게서 떨어져요. 지금 재준 씨를 보면, 내가 매번 백유진을 찾아가서 따질 때마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당신이 생각나요. 당신은 그녀를 감싸 돌고, 그녀를 그렇게 편애했어요. 당신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에요. 정말 그렇지 않다고요. ”연재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 발견했다. 정말 억울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이런 눈빛으로 본 건 이번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용주사건 때도, 백유진은 유월영이 밧줄을 잡아당겨서 사람들이 다치게 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그는 백유진의 편을 들어 그녀를 혼냈었다... 3년 동안, 그는 사실 그녀에게 한 번도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으며 그때만 그녀에게 입을 다물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날도 유월영은 연재준을 그런 눈으로 바라봤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그녀는 아무리 고생하고, 힘든 일을 당해도 다시는 그렇게 그를 바라본 적이 없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 그녀는 우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저 그녀가 울지 않는 건 울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일찍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또 그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연재준은 목이 막혀왔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말했다.“거짓말한 게 아니야, 난 감싸주지 않았어.”“그동안 백유진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당신 아버지가 감옥에서 싸우셨다는 것을 알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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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유월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서씨 가문이 현우 씨에게 무언가를 약속했나요?”신현우는 암묵적으로 동의했다.상인은 끊임없는 교환 속에서 이익을 창출한다. 서씨 가족이 신현우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으니 신현우가 자연스럽게 합의를 권유하는 행렬에 가입하게 되었다.신현우도 충분히 인간미가 넘쳤다. 그는 상사의 신분으로 유월영에게 합의를 강요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녀에게 혜택까지 마련했다.그 혜택은 5%의 급여 인상뿐만 아니라 유월영이 최근에 회사 내에서 보인 형편없는 업무 내용 때문에 해고되지 않을 것을 간접적으로 보장하는 사항도 포함되어 있었다.유월영은 크게 숨을 내쉬었고 서씨 가족의 행동에 가슴이 뭉클했다. 서씨 가족은 서정희를 구하기 위해 사각지대가 없는 모든 면에서 때로는 강경한 태도로, 때로는 회유하는 태도로 유월영을 전면적으로 침투시켰다. 세상 그 어느 부모라도 다 이렇게 전력을 다할 것이다.“현우 씨, 제가 다시 생각해 볼게요.”전화를 끊고 유월영은 면을 다 먹었다.그러고는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로비를 지나가면서 객실 서비스에 환자가 먹을 수 있는 담담한 음식을 보내달라고 주문했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마자 유월영에게 또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신연우였다.반 달 전, 신연우는 유월영에게 자기가 한 달 동안 비밀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래서 유월영이 메시지를 보내면 자기가 받을 수 있지만 늦게 답장할 수 있어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주저하지 말고 신현우에게 직접 도움을 청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그래서 이번에 유월영한테 문제가 생긴 것은 신연우가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 전화를 걸어온 것을 보면 아마도 알게 된 것 같았다.유월영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연우 씨.”그녀가 예상한 대로 신연우는 방금 서울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것 같았고 처음으로 건넨 말은 유월영에 대한 사과였다.“월영 씨, 미안해요.”유월영은 이 사과가 약간 우스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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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전화를 끊고 유월영은 그대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예전에 레온 정원에서 온천을 즐기던 중, 유월영은 서정희한테서 현시우가 국내 한 회사를 인수해 우회 상장이라는 경로를 통해 그 동안 해외에서의 산업을 국내로 이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 있었다.당시에는 이 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방금 신연우의 얘기를 듣고 보니...설마 현시우가 진짜 외국에서 돌아오려고 하는 건가?유월영은 뒤통수를 벽에 기댄 채 고개를 살짝 들어 작년 섣달 그믐날을 떠올렸다.연재준의 마음에 쭉 두고 있었던 지난해 섣달 그믐날에 그녀도 현시우를 만났다.신연우는 최근 몇 년 동안 가끔 국내로 돌아오곤 했으며 유월영과도 여러 번 만난 적 있었다.유월영의 눈빛은 추억 속에 잠겼고 너무 감성에 젖어 있었던 나머지 문 앞에 있는 연재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이 뭔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표정을 보며 이 순간 그녀가 도대체 어떤 추억 속에 빠졌는지 알고 싶었다.잠시 후, 유월영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이승연이었다.유월영은 전화를 받았다. “승연 언니.”이승연이 말문을 열었다.“서씨 가족이 방금 나에게 연락했어. 너랑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그러더라.”유월영은 담담하게 거절했다. “난 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유월영이 서씨 가족을 만나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후 3시로 약속을 잡자.”유월영이 만남에 동의하자 이승연은 되려 약간 놀랐다. “너, 생각이 바뀌었구나?”유월영은 눈을 내리꽂으며 말했다. “승연 언니, 합의서를 나 대신 준비해 줄 수 있어? 금액은 30억 원으로 적어놔. 그들이 이 금액에 동의하면 내가 그들과 합의할게.”이승연은 그 말에 살짝 의아해했다. 어젯밤 유월영은 분명히 합의하는 데 강한 반대의 의지를 보여줬는데 어떻게 갑자기 마음을 고쳐 먹은 걸까?하지만 유월영이 합의하는 데 동의하고 이 사안에 마침표를 찍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승연은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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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호텔 방 안에서 연재준은 전화를 걸어 사람을 시켜 바꿔 입을 옷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연재준의 이 병은 갑자기 발작한 것이 아니었다.일찌감치 봉현진에서 살짝 불편함을 느꼈고 유월영 때문에 밤새도록 서울에 와 피곤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폭설까지 맞자 결국 열이 나고 말았다.연재준은 전신 거울을 보며 셔츠를 입었고 긴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끼워 넣었다. 입체적인 얼굴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유월영 앞에서 보였던 그 무례한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그렇다. 연재준이 어젯밤 유월영의 방에서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 무례함과 뻔뻔함 때문이었다. 사실 유월영은 연재준을 완전히 용서하지 않았다.과거에 있었던 그 일들 때문에 유월영은 연재준이 무척이나 거북했다. 그들의 화해도 한 장의 종이처럼 가냘팠고 힘이 없었다. 새해 첫날에 겨우 쌓은 호감은 백유진 덕분에 깔끔하게 파괴되었고 유월영은 지금 다시 연재준에게 높은 가슴의 담벼락을 세웠다.정말 인과응보가 따로 없다.연재준은 짜증을 내며 외투를 입고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눌렀다.그리고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는 이혁재를 만났다.이혁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약간 놀란 듯이 말했다. “재준아, 너 신주시로 돌아갔지 않았어?”연재준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어제 왔어.”이혁재는 친구의 썩 좋지 않은 인상을 살펴보며 물었다.“너 정말 병들었어? 병원에 가봤어?”연재준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이젠 다 나았어.”이혁재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연재준은 미동도 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우뚝 서서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이혁재는 그제야 눈앞의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 그렇구나, 넌 일부러 아픈 척 핑계를 대고 유 비서와 화해하려고 온 거구나? 참 잘했네, 재준아. 넌 이제 하다 하다 불쌍한 컨셉까지 잡고 달려드는구나.”그는 연재준을 20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연재준이 이 정도로 비참한 수단까지 이용하는 것을 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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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유월영은 자리를 바꾸기 귀찮아서 그냥 점심때 이승연과 식사한 식당에서 서씨 가족과 만났다. 다만 실내 식당에서 실외의 양산 아래로 이동한 것뿐이었다.새해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정상적인 업무 진행 상태로 돌아왔다. 조금 적막해진 거리를 보며 유월영은 갑자기 새해 밤에 연재준과 손을 잡고 북적이는 거리를 걸으며 연극을 보기 위해 연극관에 갔던 일을 떠올리며 정신을 놓고 있었다.마침내 맞은편의 의자가 누군가에게 밀려내자 유월영은 다시 정신을 차렸고 무의식중에 시선을 맞은편에 돌렸다.하늘에서 눈이 사뿐히 내리고 있었고 자리에 앉은 사람은 연재준이었다.어젯밤과 이른 아침의 병에 찌든 창백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깔끔하고 비싼 정장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옷깃부터 소매까지 세부적으로 정교했고 잘 다리미질 되어있는 상태를 보니 언제나 높은 곳에서 위풍당당하게 내려다보던 평소의 연재준이었다.유월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연재준에게 질문했다. “재준 씨가 굳이 아픈 몸을 끌고 나를 위해 참전했나요? 그 진심은 고맙지만 난 이 변호사만 있으면 충분해요. 이 변호사는 방금 공증 사무소에 서류를 가지러 가서 곧 돌아올 것이에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신주시로 돌아가세요. 연말에 회사가 얼마나 바삐 돌아가나요.”예전에 연재준과 함께 있을 때 매년 연말은 연재준에게 가장 바쁜 시기였다. 그렇게 바쁜 시기에 이따위 보잘것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하정은은 업무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었으니 부디 해고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당신에게 꼭 도움이 될 거예요.”연재준은 유월영이 주동적으로 말문을 떼자 살짝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병든 내 몸 상태를 걱정해? 아니면 회사를 걱정해? 아니면 내가 너무 빡세게 일할 걸 걱정해?”유월영은 커피를 들며 유유하게 말했다. “난 다만 나 때문에 하정은에게 피해가 가는 게 괴로울 뿐이에요.”연재준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딴 사람을 신경 쓰는 건 이렇게 잘 하면서 왜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분명히 합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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