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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장

“방금 일어나자 마자 확인한거야. 누가 보내온거고.”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이 사진들은 마치 유월영이 사주한 사람들이 일을 끝낸뒤 확인사살용으로 보내는 사진들 같아보였기 때문이다.휴대폰을 들고 있는 유월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멋도 모르고 있다가 크게 한 방 당할것 같은 두려움이랄까.하지만 두려움은 두려움일뿐 유월영은 당황하지 않고 메시지가 전송된 시간을 확인한다.“새벽 네시에 보낸거야, 다시 연락해보니까 꺼졌더라고.”“허구로 된 연락처가 아니고? 없는 번호가 아니고 진짜 있는 번호라는거야?”“응, 신주시로 뜨던데.”“이상하네. 아무튼 연락처 보내줘봐, 내가 친구한테 물어볼게. 그리고 나 지금 공항갈는 길이야, 요즘엔 서안까지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딱 한번 뿐이더라.”유월영이 연락처를 복사해 이승연에게 보내준다. 그러자 대뜸 이승연이 그녀를 부르는데.“월영아.”“어, 듣고 있어.”“이 사진, 이 일, 전부 너랑은 상관없는거 맞지?”확신이 필요한 이승연이라는걸 알고 있는 유월영이다.“단언컨대 나랑은 절대 아무 관계도 없어.”“그래, 그럼 내가 말한대로 해. 지금 바로 경찰한테 연락해서 사진 보여드려.”조금은 망설여지는 유월영이다.전달이 자 안돼 진짜 용의자로 몰리기라도 하면 어쩌나.허나 이승연이 말한다.“한 적 없는 일은 법이 반드시 결백하도록 만들어줄거야. 누구도 감히 널 해치진 않겠지만 네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말하지 않은게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픈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그 말에 유월영이 한숨을 푹 내쉰다.“알고 있어.”“그래,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생각하면 할수록 수상쩍어지는 이승연이다. 특히나 허구가 아닌 진짜 연락처를 썼다는 점이 말이다.유월영은 다시금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어젯밤엔 웨이터가 마침 들어가준 덕에 큰 일을 피할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었는데.사진이 남아 있을줄이야. 이 사진들이 퍼지기라도 할땐 서정희는 더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지 못할텐데.유월영이 어젯밤 조사실에 만난 경찰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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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장

경찰서에 도착한 유월영은 더는 사무실이 아닌 조사실로 들어가게 된다.이내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 경찰들과 마주앉는데.“전 그 사람들 알지도 못합니다. 사주는 더더욱 한적 없고요. 함정에 빠뜨려서 누명 씌우려는거라고요.”경찰관이 또다시 어제 보여준 사진을 내밀며 말한다.“그 남자들은 이때 유월영 씨에게 서정희 씨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하던데요.”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는 유월영이다.“거짓말이에요! 이때 저한테 길 묻고 있었다고요!”“가방속에서 현금 500만원 상당의 현금다발도 압수했습니다. 유월영 씨가 직접 준거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유월영 씨 지문도 검출됐고요.”“.........”음모의 냄새가 코를 심하게 찌른다. 대답이 없는 유월영을 보며 눈을 마주친 두 경찰관 중 한 사람이 종이 한 장을 앞에 내밀며 말한다.“유월영 씨, 지금 이 시간부로 구류에 처하니 여기에 사인하시죠. 휴대폰, 노트북은 바쳐주시고요. 집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심장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가라앉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 유월영이다.이내 얼마 못 가 사진들까지 들통나버린다.“누군가 저한테 보내준겁니다. 제가 아침에 연락드린것도 그것 때문이고요.”“발신인이 바로 그 두 사람입니다. 아가씨와 관련 없는거라면 왜 그 사람들이 아가씨한테 사진을 보냈을까요?’유월영이 입꼬리를 들썩인다.“그건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셔야죠?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건 제가 제지한다고 될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만.”“500만원은 선지급이고 사진 보내면 나머지 돈도 준다고 했다던데요.”“그 사람들이 한 말은 다 믿으시면서 왜 제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믿으세요?”“유월영 씨! 그게 무슨 태돕니까!” 발버둥칠수록 더욱 깊이 빠져버리는 거미줄같은 상황에 더이상 할말이 없는 유월영이다. “제 변호인 불러주세요.” ......서안에 금방 도착한 이승연에게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고 서로 갔을때 유월영은 이미 구금돼 있었다.구금은 최소 1일, 최대 15일까지 거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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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장

생각만으로도 어이가 없어하며 유월영이 묻는다.“성추행 사주한건, 심지어 두 명이상이랑 공모한건 중형이지?”“증거가 명확하면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야.”유월영이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진다. 그래서 서정희가 그날 반드시 감옥 갈거라고 했던거구나.어젠 쌀쌀한 겨울 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며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창문도 없는 면회실에서도 뼈를 파고드는듯한 한기에 몸서리치는 유월영이다.사건을 맡을땐 늘 직설적인 화법을 고수하던 이승연은 유월영의 상태를 보고는 말투를 유하게 바꾼다.“내 말은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말이야. 돈다발에서 네 지문나온건 맞지만 증언보단 증거를 중요시하고 불충분한 증거는 입증되지 않는다는게 우리 나라 법률이야. 판사 역시 두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야 하겠지만 겨우 증거 하나로 죄를 입증할순 없다는거지. 그러니까 일단은 너무 걱정 안해도 돼.”증거불충분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 유월영이 조금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승연을 바라본다.“그 사람들도 이걸 잘 알게 아니야. 꼭 경찰한테 소위 ‘증거’라고 할만한것들을 넘길거라고.”이승연이 단번에 유월영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말한다.“그래도 가짜인건 맞잖아. 거짓 증거들이 늘어날수록 틈이 보일 확률도 커.”틈이 점차 커진다는건 유월영의 결백을 주장해주거니와 반대로 그들을 감옥에 처넣을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다.“서씨 가문에서 누르고 있어서 보석으로 데리고 나올수가 없어. 그래도 또 다시 시넝할거니까 넌 안심하고 나한테 맡겨.”“우리 엄마 아빠한텐 말하지 마.”“그래, 알아.”......면회가 끝나고 유월영은 다시 구치소로 들어간다.구치소에서 유월영의 자리는 가장 구석진 안쪽.유월영은 벽을 마주보고 팔로 무릎을 꼭 끌어안고 있는다.이승연의 능력을, 경찰 측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서정희는 반드시 또다른 ‘증거’를 넘길것이고 그들은 꼭 틈을 찾아 유월영을 내보내 줄것이다.허나 믿음과 두려움은 별개의 일 아닌가.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추워서 그런건지는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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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장

비몽사몽 여러 생각들을 하는 사이, 구치소 문이 열리며 교도관이 소리친다.“다 일어나!”다들 손에 들린 밥그릇을 내려놓고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유월영 역시 이 곳 규정에 관해 듣고는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두 다리가 땅에 닿는 순간, 위가 꼬일듯이 아파오며 다리에 힘이 턱 풀려버린다. 거의 무릎을 꿇기 직전, 어디선가 팔이 쭉 뻗어져오며 유월영을 잡아주는데.상대의 가슴팍에 부딪치니 익숙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순간 뭐라 설명할수 없는 설움이 북받쳐 오른다.함정에 빠진 설움, 두끼나 굶은 설움과 위병이 도진 설움에 “왜 이제 왔냐”는 말을 내뱉을 뻔하지만 겨우 목구멍으로 넘기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의 목소리가 정수리에서 들려온다.“못 걷겠어?”유월영이 겨우겨우 한 마디 내뱉는다.“위 아파요......”“그러게 왜 이승연더러 나 찾아갈가고 말 안했어? 넌 아파도 싸.”무기력하게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하자 연재준은 아예 유월영을 가로로 번쩍 들어올린다.순간 중심을 잃은 유월영은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에 그의 옷깃을 꽈악 잡아끈다.연재준은 빨개지다 못해 실핏줄까지 터진 유월영의 눈가를 보고는 덩달아 마음이 찢겨지는듯한 느낌을 받고 미간을 찌푸린다.유월영이 중얼거리며 묻는다.“......저 이제 나가도 돼요?”“응. 보석 신청 통과됐어.”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면서 연재준이 말한다.아, 이승연이 못 한다고 연재준도 못한다는 법은 없구나.유월영이 고통과 피곤함에 눈을 질끈 감는다.구치소를 나오자 하정은이 곧바로 담요를 유월영에게 덮어준다.유월영은 170이나 되는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애벌레마냥 꽁꽁 싸진채 연재준에게 폭 안겨있는다.경찰서를 나와 유월영을 차에 앉히는 연재준이다.히터를 빵빵하게 튼 차 안 공기와 찬 바깥 공기에 유월영이 몸을 부르르 떤다.이내 입가에 뭔가가 닿는 느낌을 받는 유월영이다.본능적으로 입을 떼지만 달콤한 맛이 느껴진다.“포도당이니까 마셔.”기력회복엔 포도당 만한게 없다.유월영이 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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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장

유월영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한다.“그 틈 타서 뭐라도 하시게요?”연재준은 도통 뜻을 알수 없는 묘한 눈빛으로 유월영을 바라보며 12층까지 올라간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서야 연재준이 입을 연다.“지금은 너무 더러워서 별로.”“......”그냥 곰팡이 냄새 밴 이불 덮고 얼마 있었을 뿐인데......연재준은 어디서 난건지 모르겠는 유월영의 방 카드를 가지고 문을 연다.물어볼 여력도 없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이 발로 문을 툭 닫는다. 결국 안으로 들어온 그다.연재준이 유월영을 소파에 앉혀준다. 드디어 손을 빼고 따뜻한 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린다.이내 문을 연 연재준은 어느새 손에 도시락통을 가지고 들어온다.이렇게 딱 맞춰 온걸 보면 아마 진작에 준비하라고 말해뒀을테지.뚜껑을 열자 해산물 향이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한다.연재준은 죽을 유월영의 앞에 갖다주며 먹으라는 눈빛을 보내온다.너무 배가 고팠던 유월영은 사양하지 않고 와구와구 먹어대기 시작한다.반 그릇을 비울때까지도 연재준은 계속 유월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다.“사장님은 안 드세요?”“너 너무 더러워서 입맛 떨어져.”“......”그러든지 말든지.연재준이 “혐의가 명확하고 증거가 충분한” 자신을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또다시 경찰관들과 이승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유월영이다.“거기에 왜 제 지문이 있었는진 모르겠어요. 현금 안 쓴지가 언젠데.”연재준이 회색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생각에 잠긴다.유월영이 두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연재준도 그 자리에 있었다.“너 그때 그 휴대폰 만졌었지?”그 말에 굳어버렸던 유월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맞아요! 어디로 가야되냐고 물어봐서 지도로 알려줬는데......그러니까 사장님 말은 그 사람들이 그걸 빌미로 제 지문 가져갔다는 말씀이세요?”연재준은 별다른 대답 없이 한 마디 한다.“서정희 부모님 서안 오셨어.”증거 조작이며, 보석 신청 거절같은건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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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장

유월영은 훤칠하고 약한 몸이긴 하지만 깡 마른게 아닌 있을건 다 있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별 모양새도 없는 잠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굴국이 그대로 보이는 정도다.전엔 늘 유월영의 귀에 대고 “넌 날 위해 태어난거야”라고 속삭이던 연재준이었는데. 뭐든 마침 딱 맞다고, 조금만 더 컸으면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았을거라고.그럴때마다 유월영은 미친놈이라고 욕하며 몸을 잔뜩 웅크리곤 했었다.이내 연재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연다.“나 불렀어? 무슨 일이야?”유월영은 속옷을 입지 않고 있는줄도 모르고 멍하니 기다란 복도 중간에 서있는다.“승연이가 서정희 사진 인터넷에 퍼졌다고......사장님이 이미 처리하셨어요?”“응.”갈피를 잡고 흔들리던 마음이 다시금 안정을 찾는다.“감사합니다.....”연재준은 셔츠 맨 위 단추를 풀며 유월영에게로 다가간다.“이젠 도움 청할줄도 알아?” 늘 뭐든 혼자 감내하고 혼자 해결하던 유월영은 방금 처음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로 달려왔다.저도 모르게 그만......방금은 그저 사진이 퍼지면 언론 압박이 커져 또다시 잡혀갈까 걱정돼서 그랬을 뿐인데......다시 구치소로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그걸 해결해줄 사람은 연재준밖에 없었고......언제부터였지?언제부터 연재준이 절대 자신을 도와줄리 없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도와줄 유일한 구원자가 됐단 말인가?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앞을 뒤덮는다. 고개를 번쩍 드니 어느새 연재준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려하자 연재준이 손목을 낚아채 유월영을 안방으로 끌어가려 한다. 문을 덥석 잡으며 유월영이 묻는다.“왜 이러세요?”“거울이나 봤어? 눈 충혈된거 봐, 피곤하면 자 얼른.”연재준이 보기 드문 유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다.“너 겁 없잖아? 유람선 땐 혼자서 신현우 앞세우고 윤영훈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나더러 너 넘기지 못하게 협박하더니 지금은 내가 있는데도 뭘 무서워해?”“......”돌멩이 하나가 고요하던 유월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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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장

“너 방에서 일 좀 보느라고.”연재준이 유월영에게로 다가온다.“자, 손 줘봐.”연재준의 방은 꼭대기 최고급 펜트하우스 아닌가, 굳이 일을 왜 여기서......유월영이 의문스럽게 손을 내민다.이내 약 두 알이 손바닥 위에 놓여진다.“수면제니까 먹고 자.”“잘거예요......사장님 방 가세요.”연재준은 복잡해하는 유월영이 표정과 부스스한 정수리를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허리를 숙여 예고도 없이 입을 맞춘다.“-----!”머리를 뒤로 훅 젖히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은 큰 손으로 유월여의 뒷통수를 꽉 붙잡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뒤 더욱 거칠게 입을 맞춘다. 호흡이 가빠진 유월영은 허겁지겁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낸다.“웁.”연재준은 마지막으로 유월영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고 드디어 해방된 유월영은 재빨리 이불 깊숙이 들어가 눈만 빼꼼 내밀고 그를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연재준은 한 손에 물컵을 느긋하게 든채 덤덤하게 말한다.“지금 너 3년전에 내가 주워왔을때랑 똑같은거 알아?”그때의 유월영은 지금처럼 불안감에 잔뜩 휩싸여 먹지도, 자지도 못한채 구석에 몸을 숨기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처량한 길고양이처럼 말이다.“......”눈가가 반짝 빛나며 그때를 회상하는 유월영이다.그때는 사람들이 또다시 자신을 찾아내 몹쓸 곳에 팔아넘길까, 약에 취해 몹쓸 짓을 당하고 소리 소문없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까 그게 무서웠었다.그래서 유일한 동아줄인 연재준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애를 쓰며 간크게 입도 맞췄었고 별 보잘것 없는 스킬들로 자신에게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며 거둬주고 곁에서 지켜주게 만들었었다.......3년이나 지났는데도 왜 여전히 제자리걸음인것 같지?유월영이 이불을 꽈악 움켜쥐며 자신에게, 그리고 연재준에게 말한다.“전 3년전의 유월영이 아니에요.”연재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그래야 할거야.”이내 연재준이 말을 이어간다.“제 정신 아니니까 푹 자야돼. 평범한 수면젠데 내가 너 보는 앞에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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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장

연재준은 서정희의 자살소동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은채 유월영의 정갈한 옷차림을 보고는 말한다.“출근하게?”유월영도 대답대신 질문을 던진다.“서정희 부모님 만나러 가요? 가서 무슨 얘기하는데요?”연재준은 어젯밤 자기 방으로 돌아간걸까? 아니면 거실에서 밤새 앉아있었던걸까? 늘 검정색 셔츠에 검정색 바지만 입었던터라 바꿔입었는지를 모르겠다. 허나 그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여전히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궁금해서 그래 아니면 불안해서 그래? 내가 그 사람들한테 매수라도 당할까봐?”아마도......후자일듯 싶다.만남을 제안하는건 그가 유월영을 데리고 있는걸 알고 후한 조건을 내밀며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하는걸텐데. 과연 연재준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받아들인다면 그로써 유월영의 유일한 희망은 눈 앞에서 사라지는 꼴이 될테지.끔찍한 생각에 벼락이라도 맞은듯 머리가 저려나며 마음이 복잡해지는 유월영이다.유일한 희망? 연재준을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서씨 가문 사람들보다 자신의 오락가락하는 감정상태가 더 무서워진다.단 한번도 연재준을 자신의 희망이라고 생각한적 없다. 늘 혼자였으니까, 믿을건 자신뿐이었으니까.지금은 되려 연재준에게 기댈 생각을 하고 있다니......유월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소파에 놓인 가방을 들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출근해요 저!”연재준은 허둥지둥 나가는 유월영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스윽 올린다.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단단히 얼어있던 호수면이 한번 또 한번의 타격으로 깨질 기미를 보이는 순간이다.하정은은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져있다.“사장님, 서 선생님 만나실건가요?”연재준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아침 식사 시간 20분 정도 있어.”“네, 그럼 얼른 오시라고 전하겠습니다.”......여전히 같은 호텔 조식 뷔페, 하정은이 연재준을 위해 닭고기버섯죽을 비롯한 여러 메뉴들을 가져다 준다.연재준은 서양식보단 죽을 마시는걸 선호하는 편이다.“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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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장

연재준이 당장이라도 입을 벌려 꿀꺽해 버릴것같은 살벌한 눈빛으로 서정희 엄마를 바라본다.사모님은 겁을 먹었는지 저도 모르게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어려도 한참이나 어린 자식한테 기가 꺾인게 창피했는지 다시 벌떡 일어나려다가 남편에 의해 손목이 붙잡히고 마는데.그나마 침착한건 서정희 아빠다. 그는 연재준이 직접적으로 유월영을 감싸줄거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재준아 미안하다, 이 사람 성격이 좀 급해서 말이야. 말하는것도 직설적이고......”연재준은 더이상 포장된 형식적인 말을 들어줄 인내심이 없다.“하실 말 있으면 바로 하시죠.”서정희 아빠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직설적으로 한마디를 내뱉는다.“유월영이 장본인이야, 걔가 우리 딸 다치게 만든거니까 꼭 콩밥 먹어야겠어!”그들이 있던 테이블 바로 뒤에서 식사를 하고있던 여자가 손에 들린 숟가락을 툭 그릇에 떨궈버린다.연재준이 뒤를 슬쩍 흘겨보는데.“재준이 너만 끼어들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다면 우리 서씨 가문은 물론 유씨 가문 역시 앞으로 쭉 널 지지해주마.”이내 서정희 아빠가 계약서 한장을 내민다.“이건 우리가 남쪽에 가지고 있는 광산 채굴권이야. 너한텐 별것도 아닌 돈인거 알지만 우리 성의를 봐서라도 받아주고 집이라도 한채 바꾸렴.”역시 큰 손은 큰 손이다. 신주에서 연재준이 살만한 집이라면 적어도 몇십억은 될텐데.보아하니 유월영을 감옥에 집어넣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것 같다!구석진 테이블에 자리잡은 그들 주위엔 별다른 손님이 없이 조용했다.숨막히는 침묵이 몇분간 이어지고 연재준은 다시 계약서를 밀어내며 서늘하게 말한다.“맞는 말은 겨우 한 마디 뿐이군요. 그 돈이 저한텐 별것도 아니라는것 말입니다.”서정희 아빠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진다.“네!”연재준은 등받이에 느긋하게 기대서는 쌀쌀맞게 쏘아붙인다.“저란 사람은 말이죠, 위협이 제일 안 통하거든요.”“그렇다면 연 사장도 우리가 영리하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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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장

그런 확신에 찬 연재준의 말에도 유월영은 완전히 시름을 놓을수가 없었다.몇십억을 앞세우며 연재준더러 유월영을 포기하라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더 못할까?심지어는 경찰서에서 또다시 조사에 협조하라는 연락을 해올까 오전 내내 정신이 거기에만 팔려있던 유월영이다.점심 시간, 동료들이 유월영과 함께 구내식당으로 가자고 조른다. 아직 동료들과 그리 가깝지 않아 식사자리를 함께 한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유월영은 그들을 따라나선다.다 가서야 그들이 부른 진짜 이유를 알게된다.그건 바로 가십거리를 듣기 위함이었던것.“유 비서님, 듣기론 어젯밤에 서 아가씨 자살하려고 했다던데 진짜예요?”“유 비서님, 어제는 왜 출근 안 하셨어요? 누가 그러는데 비서님 경찰서 가는거 봤대요.”“유 비서님, 서 아가씨 일이랑 진짜 관련 있으세요?”“......”특종에 눈이 기자들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 유월영은 도통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아, 숨기지 말고 말 좀 해주세요. 다들 동료들인데 뭐가 부끄러워요?”“그러니까요, 저흰 다른 뜻이 아니라 근야 궁금해서 그러는거잖아요.”“출근까지 했으면 그 일이랑은 상관 없으신거 아니에요?”“......”유월영은 들끓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한다.“굳이 그런 질문을 할거라면 제 대답은 ‘모른다’입니다. 썩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이라면 경찰들한테 직접 물어보세요.”동료들이 입을 삐쭉 내민다.“너무 혼자만 겉도는거 아니에요? 그냥 업무 시간 외에 수다나 떨려는건데 뭘 그렇게 차갑게 굴어요?”유월영은 마음속에 불 지펴진 화를 참지 못하고 발산하려 하지만 마침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발신자는 다름 아닌 신현우다.어젯밤에도 수면제 도움으로 간신히 잠에 들더니 지금은 마치 PTSD라도 걸린것마냥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대로 갔다간 정신쇠약으로 죽을게 뻔한데.입맛 떨어져 밥은 입에 대지도 못하고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월영이다.몇 발자국 떼기도 전에 동료들의 중얼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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