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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966 챕터

제321장

마침 유월영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사장님 전화시네요. 급한 일 있으신것 같은데 나가서 받고 올게요. 다들 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드세요.”유월영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발코니 문을 열어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윤영훈은 알수 없는 눈빛으로 유월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술 한 모금을 홀짝 들이킨다.밖으로 나오자 마자 알람을 끄는 유월영이다.오늘 밤이 지나면 더는 이러지 말라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윤영훈에게 말해야겠다.규모가 엄청난 발코니엔 여러가지 꽃들과 식물들이 빼곡이 심어져 있었고 스탠드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 탓에 빛이 그리 밝지 않았다.급히 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반시간 정도 시간을 때우기로 하는 유월영이다.생각없이 정원을 거닐던 유월영은 엄마한테 연락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나이가 드신데다 대수술까지 하시고 나니 사실 엄마의 회복 상태는 그리 좋은편이 아니었다. 반응도 많이 둔감해지셔서 가끔은 유월영의 말에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을 할때도 있었다.선생님과 상담도 해봤지만 선생님 역시 그렇다 할 의견을 없이 그저 곁에서 잘 보살펴 주라는 말씀만 하셨다.서안에서 출근하는 요즘은 매일마다 신주로 돌아갈 여력도 없었으니 주말에만 얼굴 보러 간 뒤 평일엔 연락으로만 대체하고 있다. 유월영이 금방 휴대폰 귀에 갖다댄 찰나, 등 뒤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와 그녀를 구석진 곳에 밀쳐버린다!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던 유월영은 그만 휴대폰을 땅에 떨어뜨렸고 이내 연락도 끊겨버리고 만다.차가운 벽에 등이 닿아 순식간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은 유월영이 소리친다.“윤 사장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가뜩이나 어두운 발코인데다 구석진 곳엔 조명조차 없었으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유월영은 일시적으로 상대가 미쳐 날뛰는 윤영훈이라고 여겼던거다.남자가 풉하고 웃음을 터뜨린다.익숙한 느낌이다. 윤영훈이 아니었다.“어쭈? 둘이 이젠 그런 사이야?”“!”유월영은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더욱 격렬히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연재준?! 네가 여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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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장

“뻥 치지 마!”유월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왜 거절 안 하냐고? 윤영훈 같은, 아니 너희들 같은 인간들이 과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 구겼으면 노발대발 화 안 낼까? 과연 쿨하게 날 놔줄까?”그런 사람들의 속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유월영이다.내킬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면서 잘 해주다가도 일단 체면 구겨지면 내일 당장이라도 회사생활 그만두게 만들 사람들인데.연재준이 바로 그렇지 않았던가?그게 아니었으면 오랜 고향을 떠나, 병도 호전되지 않은 엄마 곁을 떠나 신주에서 서안까지 도망쳐 왔을까?유월영의 말에 그제야 연재준의 안색이 좋아진다.“룸 값은 내가 냈어. 앞으론 돈이든, 사람이든 뭐든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연재준한테 말하라고? 둘이 무슨 사이라고?유월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기회를 틈타 연재준을 밀어냈지만 얼마 밀지도 못하고 오히려 연재준에 의해 더욱 바짝 눌려버리고 만다.유월영은 들끓는 화를 간신히 누르며 말한다.“연재준, 너 그게 말이야 방구야? 나 안 괴롭히겠다며!”기적의 논리를 펼치는 연재준이다.“내가 룸값까지 내줬는데 그게 괴롭히는거야? 그리고 너 그런 말은 누구한테서 배웠어? 윤영훈?”“그건 너고......그래 맞아, 너 지금 윤영훈 따라하는거지?”유월영은 아침 내내 들었던 의구심을 입 밖에 꺼냈고 연재준은 딱히 부정을 하지 않는다.부정을 하지 않는다?!진짜 윤영훈을 따라하는건가?!유월영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묻는다.“왜? 왜 이러는건데?”연재준은 대답 대신 유월영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애기야, 빚 진건 언제 갚을래?”매번 애기야 소리를 들을때면 숨이 턱 막혀오고 심장이 조여오면서 눈 앞이 아찔해난다.남들이 말하는 “애기야”는 연인, 여자 친구, 와이프를 부르는 애칭이겠지만 연재준에게 “애기야”는 유월영을 속여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같은 것이었다.그렇다, 연재준은 유월영의 몸을 탐하고 있을뿐이다.지난번 산장에서 바램을 이루지 못해 요즘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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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장

밤 열시가 넘은 시각, 그들은 내일 출근을 해야 한다는걸 인지하고서야 겨우 뿔뿔이 흩어졌다.윤영훈은 술 한번 입에 대지 않고 누가 따라주려고 할때마다 한 마디를 했다.“이따가 유 비서 데려다 줘야 해서요.”그래서인지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유월영은 결국 윤영훈의 차로 호텔에 도착했다.윤영훈에겐 어디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 허나 이 남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유월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다른 곳으로 옮길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보안도 철저하고 청소와 조식까지 포함한데다 출근도 편한 이런 가성비 좋은 호텔을 다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문득 짜증이 난다. 이 남자들만 아니었어도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진 않았을텐데.유월영은 안전벨트를 풀고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은채 입을 열었다.“윤 사장님.”윤영훈은 겉옷을 벗은 채 잔근육들이 이따금씩 돋보이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허나 이 남자는 입만 열면 순식간에 호감도가 뚝 떨어지게 하는 대단한 매력이 있다. “음? 올라가서 있다가 가라고요? 에이 됐어요. 야밤에 그러는건 좀 그렇네요. 유 비서가 그럴만한 명분이라도 주면 모를까.”이미 윤영훈의 헛소리에 면역이 생겨버린 유월영이다.“사장님, 제가 분명 몇번이고 거절했잖아요. 누굴 좋아하는지는 감히 다른 이가 간섭할수 없는 개인의 자유지만 이런 식으로라면 제가 곤란해질수 밖에 없습니다.”“내가 유 비서 좋아하는게 유 비서를 곤란하게 만든다는거예요? 뭐가 곤란해요? 난 왜 내가 유 비서를 위해 근심거리들을 해결해준것 같지?”“사장님이 그러시니까 전 회사에서 비서 신분 뿐만이 아니라 ‘윤 사장님 여자친구’라는 딱지까지 붙어버리잖아요. 이런 일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건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윤영훈은 콘솔박스에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담배 안 피기로 약속했잖아요. 이젠 사탕만 먹어요.”유월영은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이 없거늘. 또 무슨 억지스러운걸 끼워 맞추려는건지.윤영훈은 창문을 내리고 밤바람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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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장

유월영이 묵묵부답인 사이 윤영훈은 웬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말한다.“종신 그룹 자료들이에요. 잘 봐봐요.”유월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봉투를 받아쥔다.“감사합니다 윤 사장님.”“올라가서 쉬어요. 자기 전에 잊지 말고 약 챙겨먹고요. 소리 들으니까 아직도 쉰것 같던데.”유월영이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더 묻는다.“근데 사장님 저 거기 가는거 어떻게 아셨어요?”그 말에 윤영훈은 진지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한다.“인연줄이 길면 천리 밖에서도 알수 있죠.”냉큼 차에서 내려버리는 유월영이다.윤영훈은 그런 유월영의 뒷모습을 보며 웃는다.......이튿날, 유월영은 신현우와 밖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극장에서 약속을 잡은 그들은 사업 얘기를 하는 동시에 극도 감상했고 극이 끝나 막이 드리울때쯤 얘기도 거의 마무리됐다.빠뜻하게 이어지는 다음 일정으로 얼른 일어나 2층으로 내려가던때, 층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하정은을 만나게 된다.하정은이 공손하게 말한다.“신 사장님, 다음 극은 저희 연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극인데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보시지 않으시겠냐고 물으십니다.잠시 고민한던 신현우가 고개를 돌려 유월영에게 말한다.“유 비서는 먼저 진 차장한테 가서 좀 늦을거라고 말해줘요.”“네.”신현우는 하정은과 함께 특실로 들어가고 유월영은 계속 아래로 내려간다.1층으로 계단에서 고개를 든 유월영은 마침 2층 난간 쪽 특실에 앉아있는 연재준을 보게 되는데.그는 오늘 보기 드물게 자수가 박힌 흰색 정장을 입고는 고급스러움을 더욱 뽐내고 있었다.차 한 모금을 홀짝 하던 연재준은 이내 덤덤한 눈빛으로 유월영을 쳐다본다.어젯밤 발코니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 유월영은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온 뒤에야 겨우 숨을 내뱉었다.연재준이 신현우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리없는 유월영이지만 점심 식사때문에 차로 동승하던 신현우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인사부더러 박수진한테 해고통지서 보내라고 해요.”“박 매니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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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장

회사엔 직원 식당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 들어가 봤자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나 들을게 뻔하다고 생각한 유월영은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한다.문을 활짝 열어놓은 식당 앞을 지나던 서정희가 우연히 안에 있는 유월영을 보게 됐던거다.“월영 씨, 여기서 만나네요.”그날 밤, 별장에서 참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서정희를 쏘아붙인 유월영이지만 사람이 다 그런거 아닌가. 완전히 등 돌리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친한 척 할 수 있는게 바로 사회생활이다. “그러게요. 아가씨가 여긴 웬일이세요?”서정희는 자연스럽게 유월영의 반대편에 앉더니 그녀와 같은 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다. “여기 있는 오래된 책방에 구하기 힘든 옛날 책들도 있다고 들어서 찾아보러 왔어요.”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인다.“그래서 찾으셨어요?”“아니요. 괜찮아요, 아직 연 회장님 생신까진 꽤나 남았으니까 친구들한테 도와달라고 해도 돼요.”그 말에 유월영이 잠시 주춤한다.“연 회장님 선물해 드릴거예요?”“그럼요.”서정희가 표달하고 싶었던건 연재준이 자신을 부모님께 데리고 갔을 뿐만 아니라 회장님도 꽤나 마음에 들어 하셨다는 것일지도 모른다.서정희가 국수를 받아들고 일회용 젓가락을 빼들며 말한다.“어젯밤에 백 아가씨부터 쫓아내라고 하셨는데 그럴 필요 없을것 같아요.”유월영이 고개를 들고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서정희도 더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한다.“월영 씨는 모르겠지만 회장님은 재준 씨랑 백 아가씨 동의하셨다가 어떤 일 때문에 지금은 절대 동의 못하신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둘은 가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유월영도 의문을 감추지 않고 직접 묻는다.“무슨 일 있었는데요?”“아무튼 백 아가씨랑은 지난 관계니까 저도 신경 안 써요.”아, 서정희도 무슨 일인진 모른다.허나 자신이 알고 있는게 없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쿨한척을 하고 있는것 뿐이다.식사가 마무리 될 때쯤 서정희는 자신이 연재준과 고등학교 시절 만났었고 서로가 첫사랑이라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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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장

상대에게 끌려가 비틀대던 유월영이 겨우 중심을 잡는다. 박수진이다.박수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거린다.“유 비서님, 저 용서해 주세요. 다시 돌아가게 해주세요.”잠시 놀라던 유월영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매몰차게 박수진의 손을 뿌리치며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절 너무 과대평가하셨네요. 해고는 저와는 상관없는 사장님의 뜻입니다.”그리고는 이내 등을 돌려 가버린다.박수진은 눈물 콧물 범벅이 돼 울부짖으며 유월영의 등 뒤에 대고 소리친다.“유월영! 이 나쁜 년! 너 남자덕에 그렇게 된거잖아! 사장님 남동생 덕에 여기 들어온거 우리가 모를줄 알아?! 그러더니 이젠 또 윤 사장님 믿고 나대! 두고 봐, 언젠간 그 콧대 꺾어줄테니까!”회사와도 가까운데다 점심 시간까지 겹치는 사람에 많은 직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만다.유월영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회사로 들어가버렸다.식당에서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본 서정희는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박수진에게로 다가간다.......유월영은 여전히 저기압인채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참 웃기다.박수진은 나이도 두 살이나 많다. 그때 유월영은 연재준 때문에 어느 회사에서도 일자리를 못 찾으면서도 이 정도로 실성한채 길바닥에서 울며 불며 통곡을 치진 않았었는데.해고 당했다고 해도 SK그룹에서 일한 이력으로는 여전히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수 있을텐데 왜 저렇게 난리지?유월영은 연재준에게 어장관리를 당한 사실 때문인지 박수진과의 일 때문인지 화가 치밀어 올라 서류들을 책상에 탕탕 내리친다.엎친데 덮친격으로 점심에 먹은 고춧기름 때문인지 목상태가 더욱 악화돼 이튿날 아침엔 말도 못할 정도가 돼버린다.......연재준은 유월영이 있는 호텔에 묵고있다.연재준이 평소 묵는 고급호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지만 그가 여길 선택한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거다.최고급 호텔방이라고 한들 연재준은 깊은 잠에 들지 못했고 금방 일어난 그는 평소보다 더 짜증섞인 눈빛을 하고 있다.하정은이 다급히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준다.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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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장

“......”유월영은 간신히 침을 꼴깍 삼키고는 잔뜩 쉬어버린 약해빠진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앉으실거면 제가 비켜드릴게요.”연재준이 미간을 찌푸린다.“목은 왜 그래?”여전히 대답없이 발버둥만 치는 유월영에게 연재준이 명령조로 말한다.“앉아서 먹어. 다 먹고 나서 병원 데려다 줄테니까.”“사장님께 실례 범하기 싫습니다.”유월영은 어떻게든 가려고 하지만 연재준은 절대 놔줄 생각이 없어보인다.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그릇에 있던 뜨거운 죽이 엎어지며 유월영의 손등에도 떨어졌고 유월영은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이 올라와버린다.이내 유월영은 탁하는 소리와 함께 접시를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고 이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연재준의 얼굴도 순식간에 어두워진다.“누가 너한테 접시 던지라고 가르쳤어.”친아버지가 식탁을 탕 쳤을때도 얼굴을 일그러뜨며 자리를 떴던 연재준인데 다른 사람이라면 오죽할까.간이 부을대로 부은 유월영이다.......유월영은 거의 접시를 던짐과 동시에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자신이 어장속 물고기일 뿐이었다는 사실과 박수진이 사람들 앞에서 행패를 부린 사실에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해버린다.“사장님은 마음대로 사람 손바닥에 쥐고 흔들면서 전 화 한번 낼 권리도 없어요?”연재준은 힘겹게 한 마디를 이어나가는 유월영을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유월영은 이젠 지쳤다는 표정으로 꼼짝않고 그 자리에 서있는다.그래, 화 내든 훈육을 하든 마음대로 해라지 뭐.연재준은 뒤통수를 맞고도 아직도 유월영에게 복수를 안 하고 있다.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유월영이다.차라리 매 순간마다 마음 졸일 바엔 하루 빨리 처단당하는게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연재준은 무서울게 없다는 유월영의 표정을 보고는 되려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한다.“그래, 화 내고 싶은대로 다 내봐.”......응?연재준은 옷에 튀긴 죽을 종이로 닦아내며 느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감히 내 뒤통수까지 치는데 화 한 번 못 내겠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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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장

유월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죽을 먹고 있다. 구기자와 대추의 단맛은 오히려 목의 통증을 더욱 격화시켜버린다.맑은 사골 국물로 만든 국수 한 그릇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어쩔수 없다, 다 먹는 수밖에.연재준은 유월영의 정수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연다.“미성년자 때 철없이 내뱉었던 한 마디도 다 속하는거야?”유월영이 고개를 번쩍 든다.방금은 접시까지 던지고 엮인 여자들 깨끗이 청산하라고 할때까지 화를 안 내던 연재준이 지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본다.“네가 현시우랑 진지한 관계였다고 다 그런줄로 착각하진 마. 우린 어린 나이에 그냥 놀자고 한 말일 뿐이었거든. 첫사랑은 무슨.”유월영이 숟가락을 꽉 움켜쥐더니 이내 입을 연다.“첫사랑은 고사하고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요? 그럼 왜 서정희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데요?”언제 그런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는 연재준이다. 걸쭉한 죽에 목이 끈적해난 유월영은 배즙 한 컵을 뜨러 자리에서 일어난다.등받이에 기대있던 연재준은 뭐가 생각났는지 눈빛이 서늘해진다.이윽고 유월영이 돌아오자 그는 테이블을 탁탁 치며 말했다.“얼른 먹고 병원 데려다 줄테니까 싸울거면 목 다 나은 뒤에 싸워.”“저 혼자 갈수 있어요. 사장님 차값 감당 못하거든요.”연재준이 피식 웃어보인다.“말 끝마다 차값 차값, 언제까지 그럴래? 내가 그 70만원 받았어? 너 계좌로 다시 들어간거 아니었던가?”그건 미처 확인 못 한 유월영이다.그제야 휴대폰을 열어 확인해보니 70만원은 24시간 초과로 자동으로 다시 유월영의 계좌에 돌아와 있었다.......데려다준다던 연재준을 한사코 거절하고 홀로 병원에서 나온 유월영은 마침 정류장에 정차한 회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 안에 있던 연재준이 하정은에게 지시한다.“유월영 뭐 때문에 저렇게 바쁜지 좀 알아봐.”연재준이 유월영을 모를리가 없다. 그녀는 신현우를 위해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반차를 낼수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저토록 견결하게 구는것일거다.하정은이 얼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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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장

얼빠진 유월영을 앞에 두고 박수진은 보란듯이 부회장의 팔짱을 낀채 친밀감을 과시한다.유월영의 머릿속에 문득 윤영훈이 전해준 서류 내용이 떠오른다.부회장은 애 둘까지 딸린 유부남이지만 밖에선 부인 몰래 여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던 내용.그러니까 박수진은 SK그룹에서 해고된 뒤 곧바로 호 부회장을 찾아간건가?조금 안타깝다.사실 업무능력은 딱히 흠 잡을데가 없었지만 개인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었던 유월영은 아예 박수진을 무시한 채 부회장에게로 다가갔다.“부회장님, 저는 SK그룹 비서 유월영입니다.”그는 이내 유월영을 쭉 훑어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백번 듣는것보단 한번 보는게 낫네요.”악수를 하던 그는 유월영의 손을 놓지 않은채 계속 말했다.“유 비서 해운에 있을때 이름 있었던건 알았어요. 퇴사하고 나서 우리 종신 그룹에 데려오려고 했지만 연 사장이 못하게 하는 바람에 대단한 인재를 잃었었는데 결국은 돌고돌아 SK로 갔던거군요.”유월영이 자연스럽게 손을 빼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렇게 따져보면 저희 다 아는 사이인것 같으니 제가 술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룸 예약해 뒀으니 안으로 드시죠.”“그래요 그래.”부회장이 손을 거두자 박수진이 이내 그의 팔짱을 끼고는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앞에서 가던 박수진은 별안간 유월영을 돌아보더니 턱을 쳐들어 보였다.마치 그 날 쫓아냈어도 오늘 다시 들어왔다는 식이랄까.“......”유월영은 당연히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엔 두 명의 매니저와 상무팀 직원 한명도 함께다.그 중 한 매니저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말한다.“박수진이 어떻게......”유월영이 묻는다.“저 오기 전에 박수진이 잠깐 비서직 맡았다던데 SK는 그때 이미 종신 그룹과 연이 닿았던건가요? 그때 부회장님도 만났었고요?”“맞아요. 그때 사무실에서 부회장님이 자기랑 메신저도 추가하고 가방 선물도 해줬다고 자랑했었거든요. 근데 진짜 부회장님한테 갈줄은 몰랐어요......좀 거북하네요.”전 직장 동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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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장

부회장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다.“유 비서 춤도 잘 추는군요?”박수진이 음침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그럼요. 심지어 고전무용이에요. 학교 축제때 췄다가 남학생들 혼을 쏙 빼놨더랬죠. 그 덕에 연애편지도 책상 터질만큼 받았어요. 유 비서는 어릴때부터 남자들이 좋아하는건 다 해줬으니까 지금 이렇게 일도 잘 풀리는거예요.”그리고는 술잔 뿐인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말한다.“마침 주문한 메뉴도 안 올라왔는데 무대 삼아 여기서 춰봐요 한번.”같이 온 매니저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이건 난처하게 하는걸 넘어 모욕 수준 아니던가!테이블 위에서 춤을 춰라? 유월영도 주문하면 올라오는 음식들 중 하나란 말인가?협력을 핑계삼아 말도 안 되는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상대들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그들 뒤엔 SK그룹이 지켜주고 있었다. 허나 오늘같이 금방 회사에서 해고된 전 직원에게 이런 수모를 당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반대로 유월영은 표정 변화 하나 없다. 여태 겪어온 일들로 면역이 생긴터라 이 정도 일엔 쉽게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다.유월영의 의문은 단 하나. 박수진은 자신이 학창시절 댄스 동아리였던 사실을 어떻게 알며 축제에서 고전무용을 췄던건 또 어떻게 알까?누가 알려줬던거지?부회장은 술도 들어가겠다, 슬슬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유 비서는 참 팔방미인이네요! 재능 숨기지 말고 좀 춰봐요!”“여기엔 전문적인 무용수들이 제공하는 연출이 따로 있습니다. 부회장님 필요하시면 제가 불러올게요.”유월영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박수진이 또 실실 웃으며 말한다.“부회장님, 유 비서가 부회장님 체면 다 깎아먹네요.”“4:6이면 SK그룹이 종신 그룹에 대한 성의는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춤 한번 추는것보다 훨씬 더 체면 살려드리는 일이죠.”부회장은 딱히 별 생각도 없었지만 박수진은 되려 또 유월영을 걸고 넘어진다.“부회장님이 유 비서 춤 한번 볼 지위도 안 된다는건가요?”유월영이 쌀쌀맞게 쏘아붙인다.“박수진 씨, 저한테 수석 비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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