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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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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다른 이들의 눈엔 그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것 같은 네 사람이었지만 그 사이에 낀 유월영은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마침 그때 서정희가 연재준에게 귀띔해준다.“사모님 내려오셨대요. 저희 가서 인사 드려요.”연재준은 마지막으로 유월영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목례를 하며 말했다.“그럼 이만.”그리고는 서정희의 어깨를 감싼 채 자리를 떠버리는 연재준이다.“......”유월영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그 일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살벌한 복수도, 악의적으로 비꼬는것도 없이 탄탄대로를 기원하고는 떠나가 버렸다......강박이 먹히지 않으니 이젠 놔주겠다는 건가?예고도 없이 찾아온 자유에 유월영은 습관적으로 연재준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다. 갑자기 왜 성격이 한풀 꺾인거지?빠질듯이 쳐다보는 유월영을 보더니 윤영훈이 말한다.“현 남친이 여기있는데 자꾸 연 사장만 보면 내 체면이 뭐가 돼요?”“윤 사장님, 전 사귄다고 동의한 적 없습니다만?”“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말하는게 아니라 전엔 연 사장이랑 연회 참여했다가 이젠 나랑 같이 온다는거죠. 굳이 남녀 관계로만 특정지어 생각하는걸 보니 아하, 유 비서도 사실 나한테 마음 있는거죠?”할 말을 잃은 유월영이다.“윤 사장님, 입씨름하는게 재밌으시면 차라리 스탠딩 코미디 배우를 섭외하세요.”윤영훈은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숙이고 꽤나 진심을 다해 말했다.“사실 입씨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앞으로 차차 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런 말은 유 비서한테 함부로 할 말은 아닌거 같아서요. 난 진짜 유 비서한테 진심이거든. 잘못 말했다간 유 비서가 오해할까봐.”“......”열 살 정도 어린 여자애였다면 이 말에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렸겠지.허나 유월영은 아니다.“말씀하기 싫으시다면서 이미 말씀하셨잖아요?”희롱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말을 하고도 자기 합리화를 시전한다니, 대단한 사람이다.윤영훈이 억울해하며 말한다.“아, 미안해요. 누굴 좋아해보는게 처음이라서 어리숙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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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윤영훈은 아직도 연두색 치파오를 입고 유람선에 올랐던 그 날의 유월영을 기억하고 있었다.질끈 묶은 머리에 옥비녀를 하고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은 마치 봄날의 강가에서 선들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같은 느낌을 줬다.문득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던게 그 날 유람선에서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유월영이 무미건조하게 말한다.“윤 사장님 주문 잘못 넣으신것 같은데요.”윤영훈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떠들어댄다.“치파오 진짜 잘 만드는 선생님 아는데 흰색으로 제작해서 보내줄게요. 혹시 사이즈가 어떻게 돼요? 아니면 주말에 직접 가서 치수 재고 제작해도 되고. 그게 훨씬 낫겠죠?”“......”윤영훈은 듣고 싶은것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연재준같이 난폭한 남자도 만나봤고 신연우같이 예의바른 남자도 만나봤지만 이런 막무가내인 사람은 윤영훈이 처음이다.더는 비위를 맞춰주지 못한 유월영이 한 마디 한다.“죄송해요 사장님, 화장실 다녀올게요.”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뜨는데.한참을 걸어 다시 뒤돌아 봤을때 윤영훈은 다른 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제야 유월영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이내 몸을 돌리려는데 별안간 쟁반을 받쳐든 웨이터가 불과 몇미터를 사이두고 쏜살같이 그녀의 옆을 지나간다!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는 고연화다---행여 부딪히기라도 했으면 쟁반에 있던 술잔의 와인을 전부 유월영이 덮어썼을텐데. 그때 민감한 유월영의 뇌리에 뭔가가 번쩍 스친다. 설마 누군가 일부러?고개를 들어 웨이터를 바라보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목에 맨 리본줄을 풀어버린다!유월영이 오늘 입은 드레스는 겨우 그 리본줄 하나에 의거해 버티고 있는 예복이었는데 별안간 리본줄이 느슨해지며 드레스가 아래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든다!다행히 반응속도가 빠른 유월영이었기에 재빨리 옷이 흘러내리는걸 막을수 있었고 이내 그녀는 몸을 홱 돌렸다.뒤에 있던건 다름아닌 임지연.임지연은 오버스럽게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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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그 소리에 고개를 홱 돌리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이 차갑게 읊조린다.“난 유월영이랑 같이 온 것도 아니고 관계도 영......평범하긴 한데 이런 나도 나서서 도와주는거라 생각하진 않겠지.”“저......”평범한 관계긴 무슨! 유월영은 한때 연재준의 여자였거늘!윤영훈에겐 반박을 해도 연재준 앞에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임지연이다.연재준이 윤영훈보다 신분이 더 높아서가 아니라 윤영훈은 그렇게 말해도 화 내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연재준은 달랐기 때문이었다.저 남자의 분위기는 이미 서있는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저......당신들 왜 나만 괴롭혀!”되려 적반하장으로 억울해하는 임지연이다.유월영이 입꼬리를 씰룩거린다.“잘못한 사람이 고자질이라니! 분명 네가 먼저 하 사모님 괴롭힌거잖아.”“무슨 헛소리야 그게! 내가 언제!”“오늘은 사모님 손자를 위한 연회야. 사모님이 좋은 음식에, 좋은 술 베푸시면서 초대하신건데 넌 무슨 한이 그리도 깊어서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하필 분위기를 망쳐? 이게 괴롭히는게 아니면 뭔데?”윤영훈이 웃음을 참는다. 입씨름? 그건 유월영이 훨씬 센것 같다. 몇 마디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니.그저 망신만 주고 싶었던 임지연은 되려 본인이 망신을 당할 처지에 놓이자 안색이 어두워진다.“너......”“임 아가씨는 절대 일부러 그런게 아닐거야.”하 사모님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들 짜기라도 한 듯 길을 터준다.환갑이 지난 연세에도 여전히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고 계시는 하 사모님은 그들에게 다가와 무덤덤하게 말씀하셨다.“그저 술에 취했을 뿐이지. 자, 어서 아가씨 모셔다 드려.”이게 어디 ‘모셔다 드리는’건가, 그냥 쫓아내시는거지!임지연은 스스로 망신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던 가문과 부모님의 얼굴에도 먹칠을 해버렸다.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거리는 임지연은 그제야 돌로 자기 발을 내리치는 느낌이 뭔지를 절실히 깨달은것 같다. 그러게 왜 유월영을 건드렸는지......“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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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오늘의 연회는 하 씨 가문 집에서 열린 연회였고 별장 곳곳엔 조명이 반짝이고 있었다.밖에 있는 정원으로 나온 유월영과 신연우다. 신연우는 쌀쌀한 밤바람에 예복만 입은 유월영이 추울까 걱정이 된다.“이미 사모님이랑 인사도 나눴으니까 먼저 가도 돼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유월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좀만 더 있다가요. 아직 반도 안 됐잖아요.”지금 간다 한들 누구도 신경 쓸 사람은 없겠지만 유월영은 늘 누군가에게 발목 잡힐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흠집같은걸 남기지 않는 타입이었다.신연우는 유월영에게 덮어준 겉옷을 잘 여미어주더니 바람을 막아주기까지 했다.그는 파운데이션 밑에 가려진 유월영의 안색을 보더니 나지막이 물었다.“힘들어 보이네요. 일 때문에 쉬지도 못했죠?”“금방 입사해서 익숙하지 않아 그래요. 손에 익으면 훨씬 쉽겠죠.”유월영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정도 업무 강도라면 받아들일만 했다.“그래도 늘 신경써야죠. 둘째 형이랑 한약재 알려달라고 할게요. 우려마실 시간 없으면 마침 제가 방학이라 집에 있으니까 다려다가 회사로 가져도 줘도 되고요.”“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민폐를 끼치겠어요.”“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거니까 괜찮아요.”“교수님 마음만 잘 받을게요. 제가 덥석 받아버리면 너무 분수를 모르는것 같아서요.”어떤 관계여야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 말에 신연우가 말도 없이 유월영을 쳐다보지만 뭔가를 어필하고 있는것 같았다.유월영이 입술을 살짝 깨문다.연안에서 돌아와 지금까지 온라인을 빼고 다시 얼굴을 마주본건 오늘 밤이 처음이다.앞서 몇번이나 신연우가 식사 약속을 잡았지만 유월영은 늘 바쁘다고만 말하며 거절해왔다. 확실히 바쁜건 맞겠지만 그렇다고 밥 한끼 먹을 시간도 없다는건 말이 안 되지 않나.결국 유월영은 그를 피하고 있는거다.그가 숨기도 다른 모습 때문이 아니다. 그 날 차에서 연재준에게 반박할때 했던 말들은 전부 진심을 담은 말들이었다. 유월영은 신연우의 서로 다른 모습을 개의치 않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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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허나 결국 연재준과 신연우 둘 다 유월영의 대답을 듣지 못한다.바로 그때 신연우의 휴대폰이 울리며 신연아에게서 연락이 왔으니 말이다.“오빠! 오빠 어디야? 나한테 좀 와 줘!”신연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연아야, 침착하게 말 좀 해봐. 무슨 일인데?”신연아는 겁에 질려 어버버거린다.“내, 내가 운전하다가 잠깐 휴대폰을 본 사이에 누가 길을 건너더라고......”“그래서?”“급히 핸들 꺾어서 피하긴 했는데 차가 가드레일 사이에 끼는 바람에 움직이질 못하고 있어. 오빠 나 어떡해, 무서워. 얼른 와서 나 좀 구해주라......”“다친 사람 없는걸 다행으로 여겨. 누가 너더러 운전대 잡을때 휴대폰 보래? 그러고도 울음이 나와? 큰 형이 너 다리 끊어버리게 만들줄 알아.”신연아가 울먹거린다.“그만 좀 욕하고 나 좀 구해줘......”“일단 차에서 내려서 안전한데 피해 있어. 위치 보내면 내가 얼른 갈테니까.”유월영은 대충 무슨 일인지를 눈치채고 그에게 말한다.“얼른 가 봐요. 아가씨 엄청 놀랐을텐데.”동생이 걱정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성큼성큼 걸어가던 그는 뭔가 생각났는지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유월영에게로 다가와 말했다.“내일 점심 식사 대접할게요.”“내일 엄청 바빠서 시간 없어요.”“그럼 모레요.”“시간 되면 그때 다시 약속 잡아요.”신연우는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해 못마땅해했지만 신연아 일때문에 상황이 급박했으니 어쩔수 없이 말했다.“그럼 그것부터 약속해요. 더이상 나 피하지 않겠다고, 네?”유월영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네.”어렵게나마 답변을 얻어낸 신연우는 웃어보이더니 그제야 자리를 떴다.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 유월영은 시간을 확인하고 15분만 더 있다가 사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가려고 한다. 이 정도면 무례를 범한건 아닐테니 말이다.그 순간 뭔가가 머리 위로 툭 떨어졌고 아하며 소리를 내는 유월영이다.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주워보니 핑크색 모란꽃 한 송이다.이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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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유월영은 못 들은척 고개를 돌린다.“네?”보일러 때문에 따뜻한 방 안에서 연재준은 정장 겉옷을 벗고 흰 셔츠와 그레이 조끼만 입은 채 이따금씩 보이는 굴곡으로 섹시함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대놓고 물어본 질문을 못 들을리가 없겠지만 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이 말을 섞고 싶어 하지 않은걸 알고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야.”계속 쌍둥이를 들여다보는 유월영이다.그래, 별로 연재준의 말에 대꾸를 하고 싶지 않다.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는거지? 아이는 뜻밖의 유산이 아니었어도 연재준이 절대 낳게 못했을게 뻔하다. 그날 생리통 때문에 힘들어한것도 그는 유산 때문이라 오해하는걸 보면 답이 다 나온거 아닌가.그와 아이니 뭐니 하는 얘길 나누기도 싫었다. 이상하기도 하고 의미도 없으니까.유월영이 몸을 숙이고 쌍둥이들을 바라보려는 찰나 새근새근 잘 자고 있던 한 아이가 와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다른 아이도 덩달아 울음보를 터뜨리기 시작했다.자신이 그런줄로 알고 심장이 철렁하는 유월영이다.이때 연재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에서 멀리 떨어지게 한다.베이비시터가 다급히 다가와 아이를 안아주며 말한다.“왜 갑자기 울까요?”유월영이 입을 열려는 찰나 연재준이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쥔다. 이내 베이비시터가 말한다.“아이고, 응아했네. 우리 공주님, 왕자님은 늘 우는것도 따라서 울어. 죄송해요 두 분, 얼른 씻기고 올게요.”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네, 다녀오세요.”베이비시터와 하인이 아이들을 안고 욕실로 들어간다.그제야 한숨을 내쉬는 유월영이다. 손톱에 긁힌건줄 알았네.“너가 그런것도 아닌데 뭘 인정하기 급급해.”“인정하는게 아니라 아이들 울기 전 상황을 말씀드려서 왜 우는지 찾기 쉽도록 도와드리려는거죠.”“저 사람들 눈에는 그저 ‘해명’이나 ‘변명’하기엔 급급한 사람으로 보일뿐이야. 가만히 있다가 물어보면 그때 대답해도 늦지 않아.”다른 일이라면 가만히 있겠지만 어린 아이들이니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무서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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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뜨거운 손바닥의 온도를 무시할수 없었던 유월영은 몸에 힘을 빠짝 준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연재준은 유월영을 놔주더니 이내 예의를 갖춰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까지 한다.마치 진짜 ‘신사’답게 잡아주기만 했을 뿐이라는걸 어필이라도 하듯이 말이다.유월영은 다급히 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옷 돌려줘요.”연재준이 자신의 팔에 끼고 있던 옷을 건네준다.유월영은 손을 도로 거두며 말한다.“심 교수님 옷 말이에요. 돌려드려야 된다고요.”연재준은 표정으로만 보면 당장이라도 그 옷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릴것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잠시 뒤 다시 옷을 돌려준다.유월영은 갑자기 순순히 건네주는 연재준을 의아해하며 재빨리 옷을 받아쥔다.“남자가 무슨 향수야, 여자처럼.”신연우의 옷에서는 은은한 계피 향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허나 신연우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향 같았고 연재준이 말한것 같이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다. 유월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린다.“이건 일종의 예의같은 거라고요.”연재준이 향수를 쓰지 않는다고 그게 비정상이라는게 아니라 갑자기 이유도 없이 누구를 공격한다는게 어이없었을 뿐이다.허나 오늘 밤, 그는 벌써 세 번이나 유월영에게 ‘양보’를 해줬다.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옷을 다시 어깨에 걸치지 않고 팔목에 올린 유월영의 모습에 얼굴이 핀 연재준이다.“전에 은혜한테 빌려준 옷, 은혜가 나더러 너한테 돌려주래.”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퀵으로 보내주시면 돼요.”“그래, 지금 주소 보내줘 봐.”연재준의 말에 멈칫하는 유월영이다. 딱히 지금 서안에서의 거처를 알려주고 싶진 않았다.“SK그룹으로 보내주세요.”“내가 너 어디 사는지 알까봐?”연재준이 피식 웃어보인다.“진짜 알고 싶었으면 굳이 너한테 물어봤을까?”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는 연재준이다.유월영이 눈을 내리깔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다.“그런 뜻은 아니었어요.”“그럼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마침 가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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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사장님, 저흰 이미 끝난 관계예요. 제가 갑자기 가 버리는게 못마땅하신건 이해하지만 이젠 현실을 직시하셔야죠. 더는 저같이......너무 자서 싫증나버린 낡아빠진 신발엔 미련 갖지 마세요.”너무 자서 싫증나버린 낡아빠진 신발이라, 그건 연재준이 했던 말이다.연재준이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온다.가뜩이나 어두운 주차장인 탓에 그의 얼굴은 물론 감정변화조차도 보아내기가 어렵다.“말해, 계속 말해 봐. 또 뭔데, 내가 또 뭐라고 했었는데.”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저 같은건 싫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 너무 지 마음대로다......”이미 들은 말들을 다시 한번 입 밖에 꺼내는것 만으로도 유월영은 심장이 도려내는듯이 저려왔다.세상에 어느 여자가 이런 모욕 섞인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사장님은 손만 까딱해도 원하는 여자 마음껏 골라 만나실수 있겠지만 전 이미 가족들 먹여 살리는것 만으로도 힘이 딸려요. 진짜 이젠 더는 못 하겠어요.”유월영은 고개를 숙인 채 연재준의 모습을 올려다 보지도,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시간은 마치 그들 사이에서 멈춰버린듯 했고 바람만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를 뿐이었다.마침내 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옷을 돌려주고는 쌩하고 가버렸다.유월영은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손을 들어 눈가를 닦아냈다.촉촉하게 젖은 손가락을 보며 어이가 없는지 웃는 유월영이다.뭘 또 진짜 울어버리고 이러냐......신세 한탄을 한건 연재준의 동정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겨우 얼마 남지 않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랬던 것이다.산장에서도 느꼈지만 무뚝뚝한 연재준이 불쌍한 척하는 모습에 약하다는걸 발견했던 유월영이다.그러니까 백유진이 백전백승하는거다, 백유진은 늘 그런 “불쌍하고 가여워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택시를 예약한 유월영은 기다리는 사이 강소영에게 옷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몇 초도 안 지나 답장하는 강소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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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넋이 나가 문서를 열어보니 집주인은 다름 아닌 유월영 본인이다.위치 역시 SK그룹과 가까운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머리가 재빨리 돌아가는 유월영이다. 일단 신연우는 제외다, 그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유월영에게 귀띔 한 번 없이 해버릴 사람이 아니다.그렇다면......유월영이 곧장 윤영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윤 사장님, 오늘 회사로 저한테 뭐 보내셨어요?”전에 주구장창 꽃다발을 보내왔으니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수 밖에 없었다.윤영훈은 업무가 바쁜지 한 시간 뒤에야 연락을 해온다.“유 비서 지금 나한테 꽃다발 보내라고 귀띔해 주는거예요? 유 비서 말 듣고 그 돈 아껴서 기부하려던 참인데.”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린다.“그러니까 오늘 저한테 아무것도 보내신 적 없다는 말씀이세요?”윤영훈은 손가락 사이에 펜을 끼고 흥미진진하게 돌리며 묻는다.“듣자 하니 발신인 불명의 택배를 받았나 보네요?”윤영훈이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나간다.“다치지 말고 있어요. 내가 지금 갈 테니까. 혹시 폭탄이나 무기 같은거여서 우리 베이비 허니 다치면 안 되니까요.”이젠 익숙한 듯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내보내는 유월영이다.“사장님, 전 괜찮으니까 절대 오지 마세요. 업무 방해 안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윤영훈은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비서를 부른다.“조사하라는건 해봤어?”비서가 이내 서류 하나를 그에게 건네준다.윤영훈은 서류를 확인하더니 손가락으로 탁 튕기고는 차 키를 들고 밖을 나선다.“안 따라와도 돼.”......유월영은 아직도 집문서의 출처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윤영훈도 아니면 이제 남은건......연재준 뿐이다.불가능에 가까운 가설이지만 지금으로썬 다른 후보가 없다.한참을 고민하던 유월영은 집문서 사진과 함께 물음표 하나를 전송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을 해오는 연재준이다.“도대체 몇 사람 거쳐서 이제야 나인거 알아맞춘거야?”진짜로 연재준이었다니! 혼란스러운 유월영이다.“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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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이게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집 사주는건 보상이라 쳐도 꽃다발이 뭘 보상할수 있는거지?카드를 들여다보는 유월영이다. “연”이라고 인쇄한 듯한 글자 밑은 그의 필체로 보이는 듯한 유월영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수도 없이 많은 계약서 사인을 봐온 비서였던 유월영이 그걸 모를리가 없다. 그의 필체는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필체였으니 말이다.연재준은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때는 그가 뭘 하든 우러러보며 이따금씩 종이 위에 필체를 본 따 이름을 그의 이름을 끄적이곤 했다......한 획 한 획 어찌나 정성들여 써내려갔던지.한 번은 연재준에게 들켜 그가 흥미진진하게 눈썹을 치켜들며 놀리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너무 창피한 나머지 귀가 터질듯이 빨개지며 고개를 못 들었던 유월영이다.“.......”지금쯤이라면 무감각해지는게 맞겠는데 왜 그 생각에 또 유월영은 마음 속 깊은 어딘가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나는걸까.유월영은 카드를 다시 꽃다발에 꽂아넣고는 회사 앞 쓰레기통으로 와 무덤덤하게 던져버렸다.윤영훈 덕분인지 이젠 버리는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 유월영이다.버리자마자 등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온다.깜짝 놀라 뒤 돌아보니 윤영훈이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걸어온다.“매번 어떤 표정으로 버린건지 이제야 알겠네요.”“......”유월영은 순식간에 업무모드로 변해서는 정중하게 말한다.“윤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와보겠다고 했잖아요?윤영훈이 쓰레기통에 처참히 버려진 꽃다발을 힐끗 쳐다본다.“발신인 불명인 물건이라는게 이 꽃다발이에요?”유월영은 대답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돌려버린다.“그럼 저 괜찮은거 보셨으니 업무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업무는 다 봤고 유일한 임무라면 여자친구 따라다니는거죠.”음흉하게 웃어보이는 윤영훈이다.유월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시치미를 뚝 뗀다.“전 업무가 남아서요.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윤영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그때까지 기다릴게요.”유월영은 한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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