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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사장님, 저흰 이미 끝난 관계예요. 제가 갑자기 가 버리는게 못마땅하신건 이해하지만 이젠 현실을 직시하셔야죠. 더는 저같이......너무 자서 싫증나버린 낡아빠진 신발엔 미련 갖지 마세요.”

너무 자서 싫증나버린 낡아빠진 신발이라, 그건 연재준이 했던 말이다.

연재준이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온다.

가뜩이나 어두운 주차장인 탓에 그의 얼굴은 물론 감정변화조차도 보아내기가 어렵다.

“말해, 계속 말해 봐. 또 뭔데, 내가 또 뭐라고 했었는데.”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저 같은건 싫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 너무 지 마음대로다......”

이미 들은 말들을 다시 한번 입 밖에 꺼내는것 만으로도 유월영은 심장이 도려내는듯이 저려왔다.

세상에 어느 여자가 이런 모욕 섞인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사장님은 손만 까딱해도 원하는 여자 마음껏 골라 만나실수 있겠지만 전 이미 가족들 먹여 살리는것 만으로도 힘이 딸려요. 진짜 이젠 더는 못 하겠어요.”

유월영은 고개를 숙인 채 연재준의 모습을 올려다 보지도,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시간은 마치 그들 사이에서 멈춰버린듯 했고 바람만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를 뿐이었다.

마침내 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옷을 돌려주고는 쌩하고 가버렸다.

유월영은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손을 들어 눈가를 닦아냈다.

촉촉하게 젖은 손가락을 보며 어이가 없는지 웃는 유월영이다.

뭘 또 진짜 울어버리고 이러냐......

신세 한탄을 한건 연재준의 동정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겨우 얼마 남지 않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산장에서도 느꼈지만 무뚝뚝한 연재준이 불쌍한 척하는 모습에 약하다는걸 발견했던 유월영이다.

그러니까 백유진이 백전백승하는거다, 백유진은 늘 그런 “불쌍하고 가여워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택시를 예약한 유월영은 기다리는 사이 강소영에게 옷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몇 초도 안 지나 답장하는 강소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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