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 Chapter 281 - Chapter 290

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281 - Chapter 290

966 Chapters

제281화

“글쎄요. 후회라기보단 속상하고 섭섭하네요. 몇 년이나 공 들여도 돌리지 못한 마음을 겨우 여기까지 돌려놨는데 이젠 남 좋은 노릇 해버린것 같아서요.”“그럼 시간이 흘러서 몇 년 뒤에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봐요. 그 시절속에 그 남자가 있었다는게 후회되는 안 되는지 말이예요.”소은혜가 웃으며 대답한다.“네.”나무 한 그루가 아닌 숲 전체를 내다보라는 말처럼 많은 이들은 때때로 변해가는 상황속에서야만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수가 있는 법이다.한결 마음이 편해진 소은혜가 그제야 의문을 품는다.“근데 왜 제 약혼자가 어느 도련님인지는 안 물어요?”“신연우씨겠죠.”앞서 영안에서 연재준은 신연우에게 약혼녀가 있다고 말해줬었다.신연우에게도 직접 물어봤으나 약혼녀가 있는건 맞지만 서로 마음은 없고 근래엔 형과 자주 붙어다닌다고 했었는데.퍼즐 조각이 딱 들어맞지 않는가.소은혜가 고개를 끄덕인다.이때 안에서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연회가 시작된것 같다.“가 봐요. 전 방 돌아갈게요.”딱히 흥미가 없었던 유월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제가 데려다 줄게요.”소은혜를 방에 데려다주고 유월영도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뭐랄까, 소은혜는 자신과 닮기도, 안 닮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남자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건 둘 다 닮았지만 소은혜는 연재준의 누이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연재준이 나서서 도와준다는게 다른점이였다. 유월영이 거의 방에 다다랐을때 소은혜에게서 문자가 온다.그녀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겉옷은 깨끗이 세탁해 보내주고 먼저 돌아간다고 한다.유월영이 걱정스럽게 묻는다.“술도 많이 마셨는데 내일 가요.”“고작 위스키 한 잔으로는 안 취해요. 산장 차 타고 갈테니까 걱정 마요.”“그래요, 조심히 들어가고요.”카드키를 찍어 문을 열며 생각에 잠긴다. 소은혜는 앞으로 SK그룹에 돌아갈까? 신현우에게 크게 실망한데다 “남 좋은 노릇”했다고까지 한걸 보면 돌아갈 생각이 없는거겠지?그럼 부모님들은 아마 딸을 용서하고 받아주시지 않을
Read more

제282화

그렇다. 차마 넘기지 못하고 남긴 그 양꼬리탕은 연재준에게로 넘어갔다.그때 보지 말아야 할걸 본 사람마냥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유월영이었는데.지금도 그녀는 점심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연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연재준은 냅다 그녀의 옷을 훌렁 들어올린다. 갑작스레 온 몸을 파고드는 혀의 촉감에 그만 소름이 돋아버리고 마는 유월영이다.급박한 순간 유월영이 버럭 소리친다.“사장님 잠깐만요! 저 생리 기간인데요!”연재준이 콧방귀를 뀐다.“오후엔 온천까지 간 애가 지금은 생리중이다?”유월영이 이를 꽉 악문다.“전 그냥 옆에서 발만 담그고 있었어요. 못 믿겠으면 서 아가씨한테 물어보세요.”연재준이 서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눈빛을 하고 묻는다.“하기 싫으면 계약서 얘기나 하자. 이승연은 답장 왔어?”침을 꼴깍 삼킨 유월영은 이때다 싶어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아직 메일 확인 못했어요. 지금 가 볼......읍!”유월영이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순간, 연재준은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은 채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고 만다!그 바람에 유월영의 날개뼈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침대머리 꽃무늬 장식에 부딫혔고 유월영은 순간의 고통에 숨을 거세게 들이쉰다.연재준은 이미 진작에 눈치를 채고 있었다.“유월영, 넌 날 바보로 아는구나? 계약서 이승연한테 보낸적도 없잖아. 넌 사인할 생각도, 해운으로 돌아올 생각도, 내 결에 돌아올 생각도, 나랑 할 생각도 없잖아.”“내 곁에 있겠다고 거짓말해서 엄마 수술받게 할 의사 보내게 하고는 병세 나아지고 고비 넘기니까 이젠 버리고 가면 그 뿐이라는거야?”어둠속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분노때문에 유월영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세상에 쉽고 대가없는 일이 있는줄 아나 봐?”어깨를 누르고 있던 그의 손은 목에로 옮겨간다. 손에 힘을 주기도 전에 이대로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얼굴이 창백해지는 유월영이다.“넌 대체 목숨줄이 몇갠데 감히 날 갖고 놀려는거야?”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한다
Read more

제283화

길고긴 밤이 지나고 동이 튼다.유월영은 거의 밤새 잠에 들지 못했다.귀를 쫑긋 세우고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지만 연재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수척해진 낯빛은 누가봐도 뭔 일이 있나 싶은 낯빛이었지만 화장품이 없으니 그냥 그러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유월영은 혼자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는 야외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모두들 이틀간의 휴가를 끝마친채 하나 둘 산장을 떠나갔지만 그때까지도 연재준은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에게 연락을 할 유월영도 아니다.점심 식사가 끝나도 오지 않자 유월영도 더는 신경쓰지 않은 채 짐을 정리하고 택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산장을 나가자 마자 앞에 차 한대가 멈춰선다.유월영은 길을 가로막은줄 알고 옆으로 비켜섰지만 이내 창문이 쭉 내려오더니 윤영훈이 모습을 드러냈다.“유 비서 혼자예요?”잠시 주춤하던 유월영이 대답한다.“윤 사장님.”“타요, 데려다 드릴게.”유월영이 완곡히 거절한다.“민폐 끼치지 싫어서요. 이미 택시도 예약했고요.”“그럼 예약 취소해요 지금.”보아하니 꼭 데려다 주겠다는 의지가 상당해 보인다.망설이던 유월영도 어쩔수 없이 대답한다.“그럼 실례하겠습니다.”캐리어도 없이 손에 옷가지만 들고있던 유월영은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연 사장이랑 왜 같이 안 가셨어요?”“아마 일이 있으신가 보죠.”“네? 어젯밤에 벌써 가셨는데 모르셨어요?”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린다. 어젯밤에 벌써 갔다니?“연 사장이 말씀 안 드렸나 보네요. 사장 스케줄을 비서가 모르다는게 드문 일이긴 하네요.”거친 운전에 적응이 안된 유월영이 머리 위에 있는 손잡이를 꽉 잡으며 말한다.“전 지금 연 사장님 비서 아닙니다.”“그럼 잘 됐네요. 우리 회사로 와서 일해요.”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있는다.여자의 촉은 유독 두가지에서 더욱 예민함을 발휘한다. 이성관계에서의 적수와 옳지 못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에 대해 말이다. 유월영이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묻는다.“업무때문에 데려가시
Read more

제284화

핸들을 돌리던 윤영훈은 유월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예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길래 개최자인 제가 접대를 잘 못해드린것 같아서 웃게 해드리려고 한거예요.”그런 별도의 서비스는 원치 않는다.유월영의 눈에 윤영훈은 그저 미친놈으로밖엔 비춰지지 않으니 말이다.허나 윤영훈이 어디 유월영 사람이 건드릴수 있을만한 인물인가.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유월영은 미소를 유지한채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 윤 사장님.”“별 말씀을요. 근데 좋아할거라는 말은 진짜였어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관대히 받아들여 주세요.”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말로 논리를 따져봤자 별 소용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돌려 병원으로 들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영훈은 습관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문득 그날 중식당에서의 일이 떠올랐는지 창문을 내리고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끊는다고 했으면 끊어야지.......윤영훈의 차가 떠나자 유월영은 다시 병원에서 나왔다.시계를 들여다보니 오후 세시 반, 어림잡아 티타임 시간이다.유월영은 다시 택시를 타고 고급스러운 디저트 가게로 들어섰다.“아가씨, 예약하셨나요?”유월영이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한다.“네, 연 사모님으로 예약했어요.”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엔 벨벳 소재의 짙은 녹색 원피스를 입은 연 사모님이 이미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 홍차를 음미하며 고혹적이고 우아한 자세로 유월영을 기다리고 있었다.지난 주 금요일에 여쭤봤었지만 어제가 돼서야 오늘 오후 시간이 남는다고 알려준 연 사모님이다.“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늦었어요.”유월영이 사과를 했지만 연 사모님은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눈치다.“괜찮아, 뭐 마실지부터 먼저 보렴.”실론 홍차를 주문한 유월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한다.“어머니 안색이 지난번보다 많이 좋아지셨네요.”“그래? 요즘 몸에 좋다는 차에 대해 공부를 좀 했더니 효과가 있나보네.”“근데 월영이 넌 오히려 안색이 안 좋아보인다? 내가 이
Read more

제285화

윤미숙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재준이가 너희 아버지 꺼내준거 라는거니? 수하 직원들한테 지시한건데 네가 그 날 연락해 오길래 당연히 우리 애들이 한건줄 알았지.”유월영이 그런 윤미숙에게 맞장구를 친다.“수하 직원들이 겉으론 복종하는 척 하면서 뒤에선 영 협조적이지가 않나 보네요.”“돌아가면 따끔하게 혼내줘야겠어.”윤미숙이 계속해 말을 이어간다.“그런걸 보면 재준이가 너한테 마음 있어 보이는데 왜 돌아가진 않으려는거야?”유월영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은 채 딱 한 마디만 했다.“어머니, 딱 하나만 도와주시면 돼요.”윤미숙이 별 수 없다는 듯 아쉬워하며 말했다.“에고......그래. 너의 그 결정을 존중하마. 마침 회장님이 아침에 그러셨어, 지인께서 돌아가셨다는데 본인은 몸 상태가 안 좋으셔서 대신 재준이 보내겠다고. 서울이니까 최소 3일 이상은 걸릴거야.”유월영이 그제야 한숨을 내쉰다.“감사합니다 어머니.”......유월영은 디저트 가게를 나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북적이는 거리 속, 택시 뒷좌석에 앉은 유월영은 덤덤히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연재준 말이 맞다.유월영은 애초부터 연재준의 인맥을 이용해 엄마를 치료해주고 그 뒤 그를 차버릴 생각이었던거다.절대 다시 돌아갈 일은 없다고 했으니 그 말을 지켜야지!......그 뒤 이틀간 연재준은 유월영에게 단 한 번도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그 날 산장에서의 일로 당분간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아하는 모양이다.허나 유월영에겐 훨씬 좋은 일이었다.화요일 오후, 유월영은 서안 SK그룹으로 가 당장에서 입사 준비를 마쳤다.신현우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유 비서님, 정식으로 SK그룹에 오신걸 환영합니다.”“기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비록 3개월이란 공백이 있긴 했으나 유월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츰 업무를 손에 익힐수 있었고 오후에는 신현우와 업계 회담자리에도 함께 했다.그 자리에서도 유월영의 프로패셔널함은 빛을 발했다. 급히 빈자리를 메우긴 했
Read more

제286화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었다. 사진으로 협박해 일을 시켜놓곤 정작 중요한 시각엔 사진같은건 없다며 사람을 두 번 죽이던 연재준을 유월영이 어찌 잊을까.연재준에게도 자신이 겪은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연재준, 그래봤자 더 손해보는건 나겠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수고롭게 참고 또 참았는줄 알아?”연재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한다.“그래, 고생이 많았네.”유월영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이내 전화를 끊어버린다.연재준은 뚜뚜 소리를 내더니 뚝 끊어진 화면을 들여다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보인다.유월영이 자신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겠다고 의심했던 것과 진짜 뒤통수를 한 대 맞았을때 기분은 하늘과 땅 차이다.그동안 수고롭게 참고 또 참았다?그동안 연재준이 뭘 어쨌던가?엄마 곁을 지키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유월영을 데리고 가 밥도 먹이고, 중환자실 복도 앞에서 힘들게 밤을 샐게 걱정돼 접이식 침대까지 사준데다 잠이라도 푹 자게 하려고 집까지 데리고 왔는데.배 타고 싶다면 배 태워주고, 활 쏘고 싶다면 같이 활도 쏴주고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하던 양꼬리탕도 대신 마셨줬단 말이다.이것들로는 부족했던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보답을 하는 걸까?또 죽고 싶어 환장을 하는게 분명하다.연재준은 다소 거칠게 셔츠 맨 위에 있는 단추를 풀어제낀다. 그때 누군가 그의 어깨를 탁 치는데.연재준이 고개를 틀자 소은혜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누가 또 심기 건드렸길래 죽일듯이 이러고 있는대? 깜짝이야.”소은혜도 장례식에 참석하러 왔던거다. 연재준은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으며 쌀쌀맞게 말했다.“아니야 아무것도.”“방금 유 비서 이름 부르던데 비서님이 뭐라고 하신거예요?”단번에 알아 맞춰버린 소은혜다.연재준은 그런 그녀를 흘겨보며 묻는다.“SK 안 돌아가?”소은혜는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말했다.“이미 퇴사했거든요. 이젠 연안 안 가려고요.”더 이상 소은혜이 아닌 서울 강씨 가문의 강소영으로 살아가겠다는 뜻이다.그 말에 연재준이 입꼬리
Read more

제287화

앞에 있던 운전기사는 그 말에 핸들을 놓칠 뻔한다. 사촌 동생이니까 감히 사장님한테 저렇게 말하는 거지......연재준의 눈꺼풀이 감긴다. 그건 일종의 경고 같은거다. 허나 강소영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계속해 말한다.“유 비서도 감정 있는 사람이잖아요. 반려견들도 자꾸 때리고 욕하고 밥 안 주면 도망쳐 버리고 싶어하는데 사람이라면 오죽하겠냐고요.”“기본 중의 기본인 존중은 해줘야 할거 아니에요. 하나의 인격체로는 취급해줘야 배척하려고 안 하지......솔직히 말하면 협박과 회유를 일삼아서 강압적으로 곁에 두는게 대단한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서 그 어떤것도 필요없이 곁에 있게 하는게 대단한거잖아요.”그 말에 3년 전 유월영이 모습이 떠오르는 연재준이다.한참을 침묵하던 연재준이 이내 강소영에게 묻는다.“넌 그렇게 똑똑하면서 왜 여태껏 바보같이 신현우 옆에 붙어있었냐?”“저도 모든게 처음이니까요, 실수해도 제때에 고치면 큰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수 있다고 어른들이 그랬어요. 게다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오빠한테 같은 실수 범하지 않게 조언해 주는건데 오빤 왜 인신공격이나 하고 그래요?”연재준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면 말했다.“네 앞가림이나 잘 해. 부고 소식 때문에 바쁘지만 않았으면 외삼촌이랑 외숙모 너 쉽게 놔주셨을것 같아?”강소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더이상 말이 없다.연재준의 호텔로 가기 전 운전기사는 강소영을 먼저 집에 데려다준다.강소영은 차에서 내리기 전, 한숨을 내쉬더니 말한다.“오빠도 내가 바보같아 보이죠? 그 말인 즉 다른 사람 눈에 유 비서가 그렇게 비춰진다는거예요. 유 비서도 오빠 곁에 있는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거고.”“난 신현우에게 감정이 바닥나서 떠나는거고 유 비서도 마찬가지예요. 신현우는 더 이상 날 찾지 않을테니까 우리 사이는 여기서 끝나는거지만 반대로 오빠는 그러고 싶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유 비서 대해줘요. 내 말 잘 기억하고.”강소영은 연재준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차 문을 닫아버리고는 집으로 들
Read more

제288화

윤영훈이다.“......”잠깐 사이 티 나지 않게 미간을 찌푸린 유월영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윤 사장님, 안녕하세요.”“윤 사장님 마음 아파서 안녕 못 하겠는데요.”윤영훈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입꼬리를 스윽 올리고 있는것이 오늘따라 더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도련님 같아 보였다.“유 비서한테 꽃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 말도 없어요 왜. 난 또 주소 잘못 적은줄 알고 오늘 친히 와 봤잖아. 청소 아주머니한테 듣기론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던데 그렇게 내 마음 짓밟아버리면 숨 막혀 죽어요.”그랬다.유월영이 SK그룹에 입사하자마자 윤영훈은 매일이다 싶이 튤립이며 장미며 하는 고가의 꽃들을 한아름씩 보내왔었다.처음엔 전화로 거절하고 두번째, 세번째엔 문자로 거절하다가 네번째부턴 아예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던 것이다.게다가 배송원 앞에서 대놓고 버렸으면 그가 꼭 윤영훈에게 알렸을텐데 윤영훈은 그걸 알면서도 유월영을 귀찮게 굴었다.유월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윤 사장님 그 일로 오신거라면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리죠. 앞으론 꽃 보내지 마세요, 차라리 그 돈 아끼셔서 자선기구에 기부라도 하세요.”윤영훈은 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고 턱을 괸채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을 한다.“꽃 안 좋아하면 케익은 어때요? 아니다 그럼 버블티? 그것도 아니면 유 비서 명의로 차나 한 잔씩 돌릴까요?”“윤 사장님 계속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신고할 겁니다.”윤영훈이 피식 웃는다.이때 신현우가 휴게실에서 나오며 윤영훈을 흘겨본다.“내 회사 와서 내 비서한테 소란 피우는건 너무 하셨네 윤 사장님.”“에이 그럴리가, 난 여자친구 보러 온 건데.”윤영훈이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말한다.“어찌나 아름다운지 자나 깨나 오배불망 유 비서 생각 뿐이지.”유월영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침착하게 말한다.“과찬이십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세상에 널린것이 여자인데 굳이 저한테 에너지 쏟지 마시죠.”허나 윤영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지금은 전혀
Read more

제289화

“자꾸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찾는거예요?”윤영훈이 유월영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별안간 묻는다.유월영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윤영훈은 테이블에 놓인 칵테일 잔을 들어 유월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연 사장 찾고 있는거면 오늘 꼭 올 거예요.”“신 사장님이 사모님께 축하인사 전하시라고 해서 온건데 제가 연 사장님을 왜 찾아요?”유월영이 침착하게 말하며 술잔을 사양한다.“윤 사장님, 전 괜찮습니다.”윤영훈은 상처 받은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고작 칵테일 한 잔도 싫어요? 대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거예요? 얼굴이 별론가? 아니면 이 정도 애정공세로는 안 되는건가?”“저도 잘 모르겠네요. 사장님 갑자기 왜 저한테 호감 가지시는거예요?”“그러게요. 꽃다발 안에 친필 편지까지 들어있었는데 그거 읽었더라면 이유를 알았겠죠.”유월영이 잠시 주춤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그 역시 반달처럼 굽은 눈에 높은 콧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늘 웃는 상인 입술에 키도 훤칠하고 다리도 길쭉한것이 슈트핏을 잘 소화해내는 사람이었다.그렇다 한들 어쩌겠나, 인상이 별로인것을.치근덕대며 작업 거는게 별로라는 뜻이다.윤영훈같은 남자는 오히려 클럽이나 술집같은 곳에서 여자들의 환대를 받는 케이스다. 잘 생긴데다 돈도 많으니 술 한 잔을 하든, 하룻밤을 보내든 좋은게 좋은거겠지.허나 그런 곳이 아닌 공적인 장소에서라면 9할은 그를 피하고 싶기 마련이다.딱 봐도 감정으로 장난치는 나쁜 남자 같았으니 말이다.“꽃엔 편지 없었는데요.”던져버리긴 했지만 행여 값비싼 무언가를 보지 못했다가 윤영훈이 갚아내라고 할게 두려워 안을 뒤적여 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던 유월영이다.“그럼 내가 깜빡하고 못 넣었나 보네요.”윤영훈이 실실 웃으며 말한다.“내일 보내는 꽃엔 넣을테니까 잊지 말고 꼭 봐요.”그래, 이 남자는 이런 식이다.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 없는.유월영은 대꾸도 하지 않는다. 아마 공백기라 유월영을 통
Read more

제290화

유월영이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명했다.“신 사장님께서 스케줄 때문에 대표로 절 보내신 겁니다. 사모님 쌍둥이 손주 안으신걸 축하드리라고요. 윤 사장님과는 그저 오는 길이 같았을 뿐이에요.”“그럼 아직도 SK에 있는거네.”연재준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를 애매한 태도로 손에 들린 와인잔을 흔들거린다.지금 이 순간 유월영의 마음은 마치 그 검붉은색의 와인처럼 연재준에게 꽉 잡혀 이리저리 흔들흔들 요동치고 있었다.그 일이 있고나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 둘이다.연재준은 과연 간크게 그의 뒤통수를 친 유월영을 어떻게 처리할까?아마 와인을 얼굴에 뿌리는 간단명료한 방법으로 유월영이 얼굴도 못 들게 망신을 주겠지?과연 연재준은 술잔을 유월영에게 들이민다. 그러나 뿌리는게 아닌 살짝 기울이면서 말이다.“그럼 SK그룹에서 탄탄대로만 걷길 기원할게.”지금 기원하다고 했나?잠시 정적이 흐리고 유월영이 대답한다.“감사합니다 사장님.”팅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술잔이 부딪힌다.입만 살짝 대려고 했으나 원샷을 때려버리는 연재준을 보고 어쩔수 없이 전부 마셔버리는 유월영이다.“아유~우리 자기, 공복에 술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아요.”갑작스런 윤영훈의 헛소리에 굳어버리는 사이 그는 유월영의 술잔을 가져가 한 모금 남은 술을 꿀꺽해버린다.유월영은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입가에까지 올라온 “미친거 아니야”라는 말을 겨우겨우 삼켜냈다.연재준도 눈을 가느다랗게 뜬다.서정희는 입을 떡 벌리고 말한다.“오빠, 아가씨랑......”윤영훈은 손에 들린 칵테일잔을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에 올려놓고는 웃으며 말했다.“연 사장님이 웃으실진 모르겠지만 요즘 유 비서 쫓아다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표현 좀 하느라고요.”연재준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무덤덤하게 말한다.“그러시군요.”“연 사장님 개의치 않으시죠?”유월영은 연재준의 사람이었으니 그런 그녀를 좋아하려는것에 개의치 않는지 “예의를 갖춰” 물어보는 윤영훈이다.연재준은
Read more
PREV
1
...
2728293031
...
9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