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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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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그제야 유월영은 유람선에서 연재준이 2층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던게 생각났다. 윤영훈은 테이블에 앉아 유월영더러 담배에 불을 붙이라고 지시했었는데.그때는 시키는 대로 하는게 싫었던 유월영이 그의 요구를 거절했었다.그런 윤영훈이 별안간 다 지나간 얘기를 꺼낼줄은 상상도 못했던거다.정신을 차려보니 또다시 그때와 같이 멸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오늘은 농락같은 느낌까지 든다.울화통이 치민다.허나 다른것도 아니고 고작 불 붙이는것 뿐인데 화를 낼만한 명분도 없었던거다.연재준은 무표정으로 유월영을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윤영훈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방금보다 훨씬 차가운 말투를 하고 있었다.조용히 먹고있던 유월영이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신연우가 데이터에 관해 물어보는 문자에 얼른 답장을 한다.신연우가 자연스레 질문을 이어간다.“어머니는 어떠세요? 아직도 병원에 계신거죠? 제가 큰 어머니 뵈러 갈게요.”천천히 청경채 하나를 씹고 있던 유월영은 뭔가 생각하는듯 싶더니 답장을 보냈다.그리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식사에 집중하는데.윤영훈은 화는 나지만 말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코웃음 쳤다. 일개 비서가 그렇지 뭐.그리고는 또다시 연재준에게 말을 거는 윤영훈이다.“듣자 하니 앞전 영안에서 큰 프로젝트 하나 맡으셨다던데 맞아요?”“소식 참 빠르시네요.”연재준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소문을 들었거든요. 거기서 알박기 세대주 마주쳤다고 하시던데 처리 잘 안 되시면 제가 도와드릴수도 있어요.”윤영훈이 뽀얀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말한다.“저희 부동산 종사자들은 허다하게 만나는 사람들이거든요. 대처방법은 저희가 더 잘 알죠.”연재준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별 일도 아닌데요. 윤 사장님께 민폐 끼치고 싶진 않네요. 마음만 받겠습니다.”앉은 자리에서 냅다 담배 세 까치를 피는 윤영훈은 어지간한 담배 중독이 아닌것 같다. 다행히도 고급 담배여서 코를 찌르는 니코틴 냄새가 조금 덜 했지, 그게 아니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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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서영희가 입술을 꽉 깨물며 몸을 일으킨다.“오빠 잠시만요.”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룸을 나가는데.......연재준은 회사로, 유월영은 병원으로 가야한다.입구에서 흝어지며 유월영이 형식적인 작별인사를 건넸다.“사장님, 저 먼저 가볼게요.”연재준이 그녀를 흘겨보며 말한다.“신고 네가 한 거야?”유월영이 전혀 티내지 않고 말한다.“진짜 저 아니에요.”연재준은 믿지 않는 눈치로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잘못했다고 말한것도 아닌데 뭘.”그렇게 말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 믿을만한건 자신 뿐이었으니.다른 사람은 언제 뒷통수를 칠지 가늠할수가 없다.“정말 제가 한거 아니라니까요.”연재준도 더는 꼬치꼬치 따지기 싫었는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게슴츠레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론 나 빼고는 해달라는대로 해주지 마---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지 말고, 그런다고 돈 주는것도 아니잖아?”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문다.“네.”연재준이 또 한마디 거든다.“어머니 보고 얼른 와서 짐 챙겨, 주말에 산장 놀러가게.”유월영이 뭐라고 하려 하자 연재준은 그녀의 턱을 흔들며 말했다.“아님 계속 너희 아버지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이 주제는 그의 심기를 건드려 엄마를 보러 가는 일에 차질이 생기는것 외엔 그 어떤 의의조차 없었다. 결국 유월영은 산장에 가겠다고 응할수 밖에 없었다.그는 한번 결정한 일엔 절대 말을 바꾸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알겠어요.”그제야 연재준이 턱을 놔준다.유월영은 택시에 앉아 병원으로 떠난다.운전기사도 연재준을 데리고 왔고 마침 그가 차에 올라타려고 할때 등 뒤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사장님.”뒤돌아보니 서영희가 서있다.“서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서영희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 짙은 갈색의 눈동자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진짜 저 기억 못 하시는거예요?”연재준이 실눈을 뜬다.뭍에서 처음 그녀를 마주쳤을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으나 누군인지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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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그랬구나.연재준은 어젯밤 백유진의 사고 때문에 동해안 집을 떠났던거다.코트에 밴 핏자국과 소독제 냄새도 전부 백유진 거였구나.밤새 곁에 있어줬다고? 뭐 관심이 많나보네.유월영은 눈앞의 모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난 오늘밤에도 동해안에 있을거야. 내일도 아마 연재준이랑 같이 있을거고. 백유진, 계속 연락해서 불러내도 돼. 연재준이 가고 싶어하면 흔쾌히 보내줄테니까.”넋이 나간 백유진은 허리를 바짝 세우며 소리쳤다.“너! 너!”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상처를 여전히 입었는지 말도 못하고 있었다.백유진의 엄마는 딸보다 더 화가 났는지 냅가 유월영을 밀려 든다.“이 년이! 뭐라는거야!”유월영은 가볍게 그녀를 피하고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씨익 올린채 자리를 떴다.백유진 엄마는 유월영의 뒷통수에 대고 욕을 퍼부었다.“둘 사이에 끼어든 주제야 감히 어디서 큰 소리야! 뻔뻔한것 같으니라고!”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모녀는 유월영의 말을 거의 전쟁선포로 받아들인것 같다.허나 유월영은 정말 진심을 담은 속심말을 그대로 전한것 뿐이다. 정말 누구보다도 백유진이 힘을 내 연재준을 칭칭 감아 자신에게 말 걸 겨를조차 없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유월영이다.중환자실로 가니 놀랍게도 엄마는 이미 의식을 되찾으신 상태다. 호스를 달고 있어 말을 할수는 없으시지만 말이다.중환자실 간호사가 유월영을 알아본다. 늘 걱정을 한가득 안고 며칠 내내 곁을 지키고 있던 유월영을 기억했던 그녀는 엄마의 귀에 대고 몇마디를 한다.그러자 엄마가 겨우겨우 손을 들어 눈꺼풀을 깜빡이신다.유월영은 그게 엄마의 인사임을 알고 있었다.그 순간 만큼은 며칠동안의 인내심이 참 의미있게 느껴졌다.엄마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회복중이셨던거다.전엔 의식이 없으셔서 곁을 떠나기 싫었지만 이젠 의식을 되찾으시니 더우기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유월영은 또다시 병실 유리로 엄마를 들여다봤다.연재준도 밤새 백유진 곁을 지키는데 유월영은 왜 엄마 곁을 지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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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차라리 연재준이 죽는걸 택하겠다.겨울이고 땀도 안 나니 이틀정도는 괜찮을거다.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다. 유월영은 옷가게 사장님에게 연락해 비용을 더 얹어주고 퀵으로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미 퇴근한 늦은 시간이라 내일 일찍이 보내줄수밖에 없다는 거다.그들이 산장에 도착했을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친히 배웅을 나온 윤영훈은 유월영을 보더니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유 비서도 데리고 오셨어요? 그래요 뭐, 사람 많으면 더 북적거리고 좋으니까. 잠도 안 오고 해서 카드게임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하실래요?”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월영을 바라봤다.“갈래?”유월영이 거절의 의사를 표한다.“사장님, 전 좀 피곤해서요.”“유 비서는 그럼 돌아가서 쉬어요. 잘 쉬어야 내일 잘 놀죠.”윤영훈이 음침한 웃음을 지어보인다.연재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쉬라고 한다.윤영훈이 하인더러 유월영을 방으로 안내하라고 지시한다.바로크 풍의 인테리어를 뽐내는 산장은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복도 벽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유화들이 걸려있었다. 은은한 조명을 수놓은 마당엔 비너스 조각상까지 자리하고 있다.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유월영의 발 아래엔 꽃무늬로 수놓은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느낌은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듯 했고 공기속에서조차 고급 향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문득 무언가 떠오른 유월영이 하인에게 묻는다.“저 혹시 일회용 속옷이랑 생리대 있나요?”하인이 공손하게 답한다.“욕실 서랍에 있습니다.”유월영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알겠어요.”방에 거의 다다를때쯤 유월영은 마주해 다가오고 있는 서영희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잠시 주춤하던 서영희도 미소를 띠고 인사를 건넨다.이윽고 유월영은 방에, 서영희는 카드게임을 하러 간다.......이곳 산장은 전부 스위트룸으로 방 두개와, 서재, 거실이 갖춰져 있었다.유월영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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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연재준은 손을 뻗어 탁상등을 켰다.연속 몇번이나 재채기를 한 유월영은 코끝이 빨개져서는 눈가에마저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연재준이 내려다 보고 있는 와중에도 또다시 재채기를 해대는 그녀다.흥미가 떨어진 연재준은 유월영의 몸 위에서 일어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추워?”유월영이 코를 훌쩍거리며 대답한다.“아마 사장님 몸이 차서 그런걸거예요.”방금 들어온 연재준은 한겨울 새벽녘의 쌀쌀한 한기를 그대로 머금고 들어왔다.그 말에 몸을 슬쩍 뒤로 빼던 연재준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유월영의 모습을 보고는 또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청바지 입고 자면 안 불편해?”불편해도 참아야지, 그렇다고 호텔 샤워가운을 입을순 없지 않은가? 누구 좋은 노릇 하려고?“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대충 이러고 있으려고요.”연재준은 셔츠 단추를 풀며 유월영을 덤덤히 바라봤다.“네 옷도 캐리어에 있으니까 직접 가져가.”깜짝 놀라는 유월영이다.“사장님 제 옷도 정리해 주신거예요?”연재준이 콧방귀를 뀌며 웃는다.“아니면 내 옷이 더 입고 싶은건가?’조금은 의외다, 그가 옷을 챙겨줬다니.전엔 출장이든 외출이든지를 막론하고 전부 유월영이 정리해줬는데......지금은 아주머니가 정리해 주시겠지?아무튼 본인이 직접 해준건 절대 아닐거라고 믿는 유월영이다.아주머니더러 자신의 옷을 챙기라고 말한것 자체만으로도 양심은 있어보인다.유월영이 마음을 가다듬고 말한다.“제가 며칠동안 옷도 안 갈아입으면 사장님 체면이 말이 아닐것 같아 그게 걱정이더라고요.”“이렇게 내 생각을 해준다고?”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을 보며 또다시 흥미를 느끼는듯 했지만 그녀는 다시금 종이를 꺼내 콧물을 닦아냈다.“......”연재준은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유심히 소리를 듣던 유월영은 욕실 문이 딸깍 닫기는 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그쪽으로 향했다.이미 활짝 열려져있는 연재준의 캐리어는 절반이 유월영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유월영은 자신의 옷을 모조리 가지고 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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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연재준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이내 휴대폰을 꺼내 하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이 선생님 보조 아직도 유월영 어머니 돌봐주고 계셔?”“네, 내일까지 봐주실거예요.”“법무부더러 계약서 준비하라고 해.”......유월영은 조식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하인에게 묻고 있다.하인은 그런 그녀를 식당으로 데려갔다.라면 한 그릇을 시키고 메뉴판을 돌려주려고 하는 찰나 누군가 반대편에 와 앉는다.편한 옷차림의 연재준이었다.“나도 한 그릇 시켜줘.”어쩔수 없이 한 그릇 더 주문하는 유월영이다.썩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연재준을 보고 방금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유월영은 관심섞인 말투로 물었다.“사장님 왜 더 안 주무세요? 어젯밤에도 늦게 주무셨는데.”“누가 잠 다 깨게 만드는 바람에.”연재준은 깨끗한 컵을 가져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랐다.“그럼 다 드시고 다시 돌아가 주무셔요, 아님 낮잠이라도.”연재준이 새까만 눈동자를 하고 그녀를 바라본다.“너가 옆에서 같이 자줄래?”유월영이 살살 비위를 맞춰주며 말한다.“졸리면 저도 잘게요.”연재준은 시선을 옮기지 않고 계속 유월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유월영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연재준이 갑자기 묻는다.“어제 병원 갔을때 어머니 어떠셨어?”“이미 깨셨어요.”깨어난 엄마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유월영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선생님이 잘 호전되고 있다세요. 다 사장님이 모셔온 조이 선생님 덕분이에요.”연재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그럼 메일 확인해 봐.”“메일이요? 왜요?”휴대폰을 꺼내 메일에 들어가본다.들어가자마자 떡하니 보이는 제목 하나---해운 그룹 업무 계약서.유월영이 놀라기도 전에 연재준은 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무릎에 잔을 받치고 덤덤하게 말했다.“법무부에서 계약서 보냈을거야. 문제 없으며 사인해.”방금 전까지 좋던 기분이 180도 돌변한다!계약서 사인이라......유월영의 눈이 반짝인다.마주 앉아있던 연재준은 조용히 유월영을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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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유월영이 숨을 고르고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 전 3년이나 5년일줄 알았지, 10년 일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놀랐던거 뿐이에요. 근데 생각해보면 어디서 하든 다 제 일인데 해운 그룹 위해 10년 헌신하는것도 나쁘진 않죠.“연재준이 대답한다.“그럼 사인해. 전자사인도 똑같이 법적효력 있으니까 내가 보고 있을게.“그가 천천히 유월영의 목을 옥죄어온다.유월영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당연히 사장님 믿지만 이 10년이라는게……제가 80까지 산다고 가정했을때 인생의 8분의 1을 차지하는 거잖아요. 거기다 이미 지나간 25년까지 빼면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연재준이 피식 읏음을 터뜨린다.“계약서 작성하라는데 곧 죽을 사람처럼 말하네.““전부는 아니지만 제 목숨 반 정도는 앗아가는거죠.”유월영이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었다.“스물두살 대학교 졸업하고나서 떠나기 직전까지 사장님 따라다녔어요. 장장 3년동안 병가 한번 빼고는 반차 낸적조차 없고요.“화장품이 없어 민낯인 그녀였지만 도자기같은 피부는 아침햇살 아래서도 전혀 굴욕이 없었다. 립스틱과 블러셔만 없을 뿐이지 피부는 여전히 백옥같이 새하얗다.연재준의 눈빛은 바닥이 보이지 않은 시꺼먼 저수지마냥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반대로 고개를 든 유월영의 눈은 그렁그렁해 보이는것이 불쌍하고 처량해보이는 느낌을 물씬 줬다.“제 자리에서 조금 유명세를 떨친다 한들 퇴사직후엔 그 어느 회사에서도 절 채용할 엄두를 못낼텐데 그것마저 수확의 일종인거라면 분명 제가 먼저 사장님 곁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백유진 모녀에게 삿대질을 당하며 내연녀라는 소리를 듣는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인건가요? 사실 제가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유월영은 약한 티를 낸 적이 드물다.아니, 전혀 티 내지 않는다는 말이 더 맞겠지.살집도 없는 약해빠진 몸에 목소리도 가냘픈데다 짜증도 낼줄 모르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도 누굴 욕하는 법이 없었지만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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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나름의 신경전을 벌인 탓에 힘이 쏙 빠진 유월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저기 잔디 위에 있는거 과녁 맞죠? 양궁용이에요, 사격용이에요?”웨이터가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며 친절히 대답해줬다.“양궁용 과녁입니다. 사격장도 있긴 하나 그건 실내에 있어요.”유월영이 흥미를 보인다.“양궁 표적이구나.”연재준은 버섯새우죽을 한 술 뜨더니 유월영을 보고 말한다.“활 쏘고 싶어? 그럼 내가 너 데리고 갈게.”낮잠과 활쏘기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거다.아침 식사를 마친 그들은 잔디밭으로 걸음을 옮겼다.둘 뿐인줄 알았던 양궁장엔 신현우와 소은혜, 그리고 처음 보는 여자애가 있었다.여자 둘에 남자 하나라, 꽤나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연재준과 유월영이 다가가자 셋 다 각자 시선을 돌려버린다.신현우가 그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웃었다.“저희만 일찍 나온줄 알았더니 연 사장님과 유 아가씨도 오셨네요?”연재준은 소은혜를 쳐다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늘 날씨가 좋아서 야외 운동하긴 딱이겠더라고요.”신현우가 고개를 끄덕인다.“맞아요, 이틀간 날씨 좋아보여서 영훈씨 제안을 받아들인거죠. 아마 여럿 데리고 왔을겁니다.”말이 나온 김에 그가 곁에 있던 여자애를 소개시켜줬다.“태영건설 따님 임지연이에요.”임지연이 발랄하게 손을 흔들어보인다.“안녕하세요~”연재준이 고개를 까딱한다. 어쨌든 마주쳤으니 그가 신현우에게 묻는다.“신 사장님 같이 하실까요?”신현우가 흔쾌히 수락한다.“마침 그러려던 참인데 잘 됐네요.”소은혜가 별안간 입을 연다.“그럼 팀은 어떻게 정해요? 연 사장님네는 두분이니까 제가 나갈게요.”임지연은 그 말에 반박하며 말한다.“네가 뭔데 나서?”흰색 바탕에 빨간색 포인트를 준 운동복을 맞춰입은 소은혜는 오늘따라 아리땁고 요염해 보였다. 허벅지까지밖에 오지 않는 미니 스커트에도 전혀 추워하지 않는 소은혜가 웃는것 같지도, 웃지 않는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활 쏠줄 아는데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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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허나 본체 만체 하는 신현우다.임지연은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해하며 말했다.“어떤 사람들은 참 비열하단 말이지. 오라는 말도 안했는데 낯짝 두껍게 따라오고는 들러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말이야. 받들어 모시는걸 좋아하면 잘 모시기나 할 것이지, 겨우 그만한 가치밖에 없으면서.”이 말은 곁에서 제3자의 입장으로 듣고 있던 유월영마저 거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임지연이 눈을 꿈뻑거리며 말한다.“아이고~ 소대리 오해하지 마, 소대리 말하는거 아니야. 근데 우산 좀 씌워줄래? 소중한 피부 다 타버릴것 같거든~”화장에 가려져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소은혜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유월영은 이상하게도 소은혜가 임지연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 감정이 동요한게 아닌 분명 그 말을 듣고도 꼼짝않고 있는 신현우로 인해 더욱 기분이 상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유월영이 무의식적으로 연재준을 바라본다. 소은혜는 연재준 곁에서도 잠깐 일했었는데 이런 모습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연재준이 미간을 찌푸린다.하지만 그 대상은 소은혜가 아닌 유월영이었다.“너 그 체스트가드 반대로 입은거 아니야?”당황한 유월영이 고개를 숙여 내려다 본다. 정말 반대로 입긴 한것 같다......한 쪽만 있는 체스트 가드는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입어야 했다.“네 심장은 오른쪽에 있나 봐?”연재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가와 도와주려 하자 유월영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치며 말했다.“저 혼자 하면 돼요!”너무 민감한 위치라 안 된다.유월영은 얼른 찍찍이를 떼내 다시 반대로 입는다. 연재준은 체스트가드에 꽉 조여진 굴곡을 바라보며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유월영이 갈아입는 사이 소은혜는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은 채 우산을 들고 순순히 임지연 뒤에 서 있었다.유월영은 썩 마음이 좋지 않다. 생각해보면 남자들이란 쉽게 질려하는 동물이라 전엔 아무리 가까운 사이였어도 눈 깜짝할 새에 낯선 사람 취급을 하기도 한다.연재준이 묻는다.“어느 활 고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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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한숨을 쉰 연재준도 활을 빼들었다.세사람의 활 쏘기 실력은 막상막하였지만 임지연은 세번 연속 과녁 근처에도 가지 못한채 한 번은 힘없이 땅에 내리꽂히기도 했다.자연스레 1라운드 승자는 연재준과 유월영이었다.마침 이때 연재준의 휴대폰이 울린다. 그가 신현우에게 눈짓을 보내자 신현우도 고개를 끄덕인다.“편히 연락 받으세요. 전 아가씨한테 배우고 있을게요.”유월영이 SK그룹에 입사하려던걸 연재준은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연재준이 유월영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나긋하게 말했다.“그럼 2라운드는 두 분이 겨루세요. 누가 이기든 다 상관없어요. 유 비서, 잘 가르쳐드려.”유월영이 입술을 깨문다.“네.”연재준은 그제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연락을 받았다.복합활로 바꾼 신현우가 그녀에게로 다가와 말한다.“복합활은 전통활보다 훨씬 힘이 드는데 아가씨같은 약한 몸에서 어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네요.”“힘은 쓰면 생기죠. 전통활은 활 받침대가 없어서 조준하기가 어려워요. 두 분 전통활 잘 다루시던데 그게 더 대단하신거죠.”유월영이 진심으로 말했다.“저희는 오히려 받침대가 있는게 더 구속이라고 느껴지던데요.”그러면서 신현우가 활시위를 당긴다.유월영이 눈썹을 치켜든다. ‘그래서 그런거였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신현우의 말이었다.복합활에 있는 받침대는 활을 어디에 놔야 하는지, 어떻게 쏴야 하는지를 정해주고 있었다.허나 연재준이나 신현우같은 대기업 사장들은 본래가 누군가에게 제한당하고 조종당하는걸 싫어하는데 전통활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걸까?아마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일거다. 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쏠수 있으니까.이런게 집착성이 강하다는 표현 아니고 뭐란 말인가?신현우가 손을 놓는다. 활은 힘차게 뻗어나가더니 또한번 정중앙에 꽂혔다.저기 멀리 연재준이 돌아온다.“사장님, 이틀째 저 보러 안 오셨어요......”전화너머 처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연재준은 별다른것 없이 활만 쏘고 있는 둘을 보고 그제야 시선을 거둔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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