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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966 챕터

제251화

엄마의 수술 전날 밤을 당연히 뜬 눈으로 지샐줄 알았던 유월영은 어찌나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지 눈 떠보니 벌써 아침 7시임을 깨달았다.이영화의 수술은 한 시간 뒤다. 유월영은 침대를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한 뒤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갔다.큰 언니와 형부는 벌써 와 계신다.8시 정각이 되자 의료진들이 엄마를 수술실로 데려갔고 이윽고 ‘수술중’이라는 빨간색 표시등이 켜졌다.유월영의 걱정도 동시에 시작된다.수술 잘못되면 어쩌지, 돌발상황 생기면 어쩌지, 수술 동의서에 사인한것 부터가 잘못된 건 아닐까......속으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엄마의 현재 상황엔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라는걸 말이다.큰 언니도 긴장됐는지 흐느끼기 시작했다.형부가 큰 언니를 토닥여주며 말한다.“걱정 마, 잘 되실 거야. 다들 해외에서 온 의료진들인데 100% 아무 일 없어. 맞지, 월영아?”유월영도 그럴거라고 굳게 믿고 싶었다. 연재준이 거액으로 맞바꿔온 의료팀은 꼭 할 수 있을거라 말이다. 허나 그 고작 10%밖에 안 되는 감염률이 문제였다.어쩌다 운 나쁘게 그 10%에 걸려드는게 무서웠던 거다.연재준에게서 문자가 왔다.“수술 시작했어?”유월영은 네라고 보냈다가 다시 한 마디를 거들었다.“저 너무 긴장돼서 그래요. 끝나면 문자 할게요.”엄마가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기 전까진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니까.연재준은 더이상 답장이 없다. 유월영도 신경쓰지 않고 휴대폰을 잠궈버린다.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을땐 네다섯시간이면 된다고 하셨는데 여섯시간이 넘어가는데도 수술실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큰 언니가 투덜대며 말한다.“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다른 환자들 있나 보지. 나 맹장 수술할때도 환자들 몇명이서 수술방 대기하고 있었는데.”형부가 큰 언니를 안심시킨다.“근데 저 의료팀은 엄마 수술만 맡은거 아닌가?”“마취 빠지길 기다리고 있을수도......”모르겠다, 그들은 수술실 안쪽 상황을 알리가 만무하니 말이다.유월영도 덩달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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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큰 언니와 형부도 자리에 있었다.하지만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 그들은 의사가 유월영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더우기 월영이가 달려가 저 안긴 저 사람은 누군지 알리가 없었다.연재준이 하정은을 힐끗 쳐다보자 단번에 눈치챈 하정은은 언니 부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얼른 그들을 내보내는 것이었다.유월영이 이마는 마침 연재준의 쇄골이 있는 위치에 닿아있다.무사히 수술을 마친 엄마 생각에 눈물 흘리며 드디어 안심한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감격스럽고 기분이 좋았었다.감격에 냅다 그의 품에 안긴것 또한 진심으로 우러나온 순간의 행동임을 그녀 자신은 잘 알고 있고 있었다.마음을 진정시키고 연재준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는 유월영이다.허나 이번엔 연재준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은 채 허리를 감싸 안았다. 깜짝 놀라 유월영이 소리 친다.“사장님?”연재준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더니 생각을 되뇌어본다.“네가 처음으로 먼저 나 안아준 거지?”유월영은 그의 옷깃을 꽉 움켜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조이 선생님 아직 저기 계세요.”“앞으론 이렇게 나한테 의지하고 기대는거야.”연재준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중저음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가슴팍에 바짝 붙어있던 유월영이 귀도 따라서 윙윙 울린다.“말 좀 들어. 무슨 일이든 내가 다 도와서 해결해 줄수 있으니까.”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문다.그가 다시금 자신을 소유물로 지정했기에 당연하다는 듯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다는걸 유월영은 알고 있었다.그녀를 도와 문제를 해결할순 있으나 그 전제는 고분고분 말을 듣는거다.유월영이 살짝 몸부림치자 연재준도 그제야 그녀의 허리를 놔주고는 손을 잡은채 조이에게로 다가갔다.“보호자가 유념해야 할 점이 더 있을까요?”조이가 두 손을 가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음, 지금은 환자 자신의 몸 상태가 중요하지 보호자가 할 수 있는건 극히 드물어요. 편히 쉬세요, 아가씨 너무 피곤해 보여요.”연재준이 그녀를 내려다 본다.유월영의 눈 밑 다스써클은 턱까지 내려올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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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연재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돌발상황 생긴다 해도 의료진들이 있잖아. 그 사람들이 못하면 너라고 할 수 있을것 같아?”그렇게 유월영은 별다른 반박도 못한채 동해안으로 끌려갔다.한 편, 동해안으로 운전해 가던 백유진도 멀지 않은 곳에서 연재준의 차를 보게 된다. 순간 얼굴이 활짝 핀 백유진이 그를 만나기 위해 속도를 올리는데.하지만 이윽고 그녀는 차에서 내려 함께 저택으로 들어가는 유월영을 보게 된다.잠시 넋이 나가있던 그녀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아니 이건---!...... 안방에 들어온 연재준은 옷장을 열어 슥 훑더니 유월영이 전에 입던 잠옷을 무심하게 건네주며 말했다.“깨끗이 씻어.”그리고는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가버린다.옷장을 마주하고 있던 유월영은 손에 들린 잠옷을 꽉 움켜쥔다. 방금 겨우 걱정을 내려놨더니 이젠 또 다른 불안감이 엄습해온다.수술이 끝났으니 그가 말하는 소위 보상이라고 하는걸 거절할만한 명분이 없어진거다.닫기지 않은 안방 창문 밖으로 짙게 깔린 먹장구름으로 뒤덮은 도시의 밤하늘이 보인다. 습하고 쌀쌀한 밤바람이 그녀의 옷 틈 사이를 파고든다.또 비가 오려나 보다.별안간 뭔가 떠오른 듯한 유월영은 갑자기 옷장 밑을 뒤지기 시작한다.아주 오래 전, 연재준과 하룻밤을 보냈던게 생각났기 때문이다.이튿날 먼저 눈을 뜬 연재준은 무심코 하늘색 침대 커버의 붉은색 자국을 보고는 넋을 일고 말았다. 너무 거칠었던 탓에 그녀를 다치게 한건 아닌지 재빨리 다리를 들어봤다.눈을 번쩍 뜬 유월영은 그제야 생리 주기에 들어섰다는걸 깨달았다.그때 동해안 저택엔 생리대가 없었기에 어쩔수 없이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었는데......아마 지금도 남아있을거다.한참을 뒤져보니 과연 남아있다.눈이 반짝 빛난 유월영은 생리대 하나와 긴팔 긴바지 잠옷을 가지고 나서야 욕실로 들어갔다.영안에서 부랴부랴 돌아오자 마자 부모님 일을 해결하다 보니 며칠간 제대로 씻지도 못한건 맞았다.연재준과 단 둘이 있는걸 피하기 위해 유월영은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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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연재준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갈비찜을 그녀 앞에 밀어준다.“어제 엄청 잘 먹던데? 그대로 하라고 한거야.”그러니까 이건 그가 먹으려는게 유월영만을 위해 주문했던거다.유월영이 입술을 깨물며 손에 있던 국자를 들었다.“일종의 거래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사장님 아니었으면 엄마 수술 순조롭게 못 받으셨을거예요.”연재준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내가 시켜준거로 감사인사를 한다고?”유월영이 생각도 없이 말을 내뱉는다.”이제 제가 대접해드릴게요.”지그시 바라보던 연재준도 국자를 들어올리고 ‘건배’를 한다.“그래, 기억하고 있을게.”......식사를 마친 유월영은 자각적으로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그녀는 설거지를 하는 와중에도 어떻게 그럴만한 이유를 만들어 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할 말을 다 생각해둔 그녀가 주방에서 나왔을때 연재준은 거실이 아닌 서재에 있었다.말도 없이 가버리기 뭣했던 유월영은 할 수 없이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연재준은 책상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컴퓨터를 마주하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영어가 들리는걸 보니 아마 화장 회의를 하고 있는것 같다.속으로 옳다구나 생각하는 유월영이다.연재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유월영은 얼른 문 쪽을 가리키며 간다는 손짓을 했다.연재준이 이어폰을 빼고 손에 쥐더니 말한다.“먼저 자.”그리고는 다시 이어폰을 낀 채 더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유월영은 몇초동안 서있다가 그제야 천천히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침대 맡에 앉은 그녀는 일단 큰 언니에게 병원 있냐는 문자를 보냈다.큰 언니에게서 답장이 왔다.“하 비서라는 분이 병원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돌아왔어. 무슨 일 있으면 어차피 의사가 알려준다고 하면서.”큰 언니가 한 마디 더 보탠다.“서우도 나 찾더래.”“알겠어.”큰 언니가 또 문자를 보내왔다.“수술도 무사히 끝났는데 너도 걱정 말고 푹 쉬어.”“언니 잘 자.”홈에 나오자 신연우가 보낸 문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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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연재준은 잠시 망설이다 그제야 휴대폰을 집어들었다.백유진의 횡설수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사장님! 사장님! 제, 제 차가 사람을 친것 같아요. 어떡해요? 어떡해야 돼요?”연재준이 미간을 찌푸린다.“지금 어딘데?”“지금......”백유진이 울먹거리며 위치를 말해준다.“사장님, 저 너무 무서워요......”물을 잠근 그가 침착하게 말한다.“괜찮아, 지금 바로 갈게.”욕실에서 나온 그는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다 다시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유월영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나가버렸다.문이 닫기는 소리에 유월영이 잠시나마 눈을 뜬다.연재준이 나갔을거라 짐작하긴 했으나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뒤척이다가 다시 잠에 든다.연재준이 자기 발로 나갔다니, 이보다 좋을순 없다.그렇게 유월영은 이튿날 아홉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깼다.집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연재준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듯 하다.간단히 세수를 하고 떠나려고 할때 마침 연재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서재 책상 맨 위에 있는 서류 열어서 봐봐, 마지막 사인한게 누군지. 마침 너 오늘 할 일도 없으니까 서류도 보면서 미리 적응 좀 해두고.”“사장님, 저 한참전에 벌써 나왔는데요.”그러면서 빠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이동하는 유월영이다.다음 순간 ‘띠--’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잠긴다.깜짝 놀란 유월영이 다급히 손잡이를 흔들어보지만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연재준의 홀가분해하고 조롱 섞인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흘러나온다. “거긴 감시 카메라 없는줄 알아?”“......”유월영이 다급히 말을 바꾼다.“사장님, 전 아직 정식 해운그룹 직원이 아니라서요. 함부로 손대기가 그렇네요.”“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미리 적응 좀 해두라던 그의 말.“얼른.”유월영이 또다시 손잡이를 들썩이자 그걸 본 연재준이 냉랭하게 말한다.“이미 원격으로 잠겼으니까 넌 오늘 못 나가.”유월영은 한숨을 푹 쉬고 서재로 들어가려 한다.하지만 서재 입구에 도착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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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계약서를 훑어보던 유월영은 말도 안 되는 갑과 을의 비례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린다.시세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이 가격을 보고도 윤영훈은 어찌 사인을 했을까?다시 계약일을 확인하니 유람선 이벤트 며칠 뒤다......아마 연재준이 유람선에서 윤영훈을 구슬려 계약을 성사시켰을 가능성이 컸다.그 날 윤영훈은 유월영이라는 이 ‘조건’을 들먹이며 그녀를 가지겠다고 했다. 허나 유월영이 거절했으니 연재준이 다른 방법으로 그를 설득했던 걸까?잠시 멈칫한 유월영은 그제야 연재준이 자신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를 눈치챘다.그건 거짓말이고 연재준은 이 계약을 앞세워 다시금 그녀에게 해명을 하고 싶었던 거다, 그 날 자신은 그녀를 윤영훈에게 넘겨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는걸 말이다.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윤영훈에게 제시했던건 모두 그녀와는 무관한 다른 별개의 조건이었던거다.과연 유월영은 이걸 믿을까?믿는다.근데 믿는게 또 어때서?연재준이 자꾸만 이 일에 집착하면서 몇 번이고 해명을 하는걸 보면 그가 처음으로 곁에 돌아오라고 했을때 유월영이 참지 못하고 이 일을 들먹여 모욕감을 줬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허나 그들 사이에 생긴 일이 어디 이것 뿐인가.유월영은 무덤덤하게 계약서를 다시 엎어버렸다.하기 귀찮다.어차피 그는 처음부터 딴 속셈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뭘.유월영이 또다시 연재준에게 문자를 해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답장을 받지 못한 유월영이 그에게 연락을 하자 그는 거절 버튼을 누르고 그제야 세 글자를 보낸다.“회의 중.”짜증이 났다. 나가지도 못하는데 쓴소리는 못하겠고. 적어도 엄마가 안정을 되찾을 72시간 사이에는 고분고분 그의 말에 따라야 했다.큰 언니에게 연락해 엄마 보러 병원에 갔냐고 물으니 언니가 말해준다.“아직 못 갔어, 그럴 시간도 없고. 아빠 나오신건 알아? 아빠 다리도 감옥에서 골절되신거라 거기서 직접 집까지 데려다 주신대. 지금 내려가서 아빠 보려고.”유월영이 넋이 나간다.이윽고 윤미숙이 떠오른다. 아마 그 분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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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다 유월영 때문이다.갑자기 감시 카메라 얘길 꺼내는 바람에 친히 폴더에 들어가봤더니 역시나 폴더는 자동 리셋 된 채 텅 비어있었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허나 영상은 없어졌다 해도 머릿속 기억이 어찌 지워지겠는가. 그녀와 함께 했던 뜨거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던 연재준은 회의에마저 집중하지 못한 채 딴 생각을 했다.차라리 와서 얼굴이라도 보려고 하니 이 여자는 소파에서 단잠에 빠져있다.한 쪽으로 고개를 젖히고 있으니 우아하고 매끈한 목선이 적나라하게 보인다.피부는 또 어찌나 희고 얇은지 이따끔씩 핏줄이 보이기까지 했다.성에 대한 생각들은 인간이 원시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저급한 인식이다. 예전의 그는 이 곳에 그리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지 않은 채 그저 정상적인 욕구만을 해소해 왔었다.허나 유월영과 떨어져 지낸 몇개월 동안에야 자신이 얼마나 보고싶어 하는지를 몸소 깨닫게 된 연재준이다.유월영의 입술을 탐하던 연재준은 손을 뻗더니 그녀의 잠옷을 아래에서 위로 쭉 들어올렸다. “......”그가 갑자기 돌아올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유월영이다. 그녀는 강제로 소파에 속박된 채 도망칠래야 칠 수가 없게 됐다.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다. 가까이서 보니 미간은 조각한 듯 입체적이고 눈썹 숱은 또 어찌나 많은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의 높은 콧대가 유월영의 얼굴에 닿는다. 가뜩이나 공격적인 이목구비는 지금의 충동적인 행동과 합쳐서 더욱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거친 숨을 몰아쉰다. 둘의 호흡이 얽히고 설키며 분위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며칠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드디어 하늘이 개이고 햇살이 통유리를 통해 방 안 전체를 따스히 비춰주며 이따끔씩 버들개지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던 유월영의 미간이 들썩거린다. 여기저기 휩쓸고 다니는 그의 손길에 당장이라도 그를 밀쳐내고 싶었다.분위기가 한 층 더 달아오르려는 찰나, 적막을 깨고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그를 떼어낼 명분이 생긴 유월영은 얼른 그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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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비누와 솔로 손가락을 벅벅 씻어내던 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들여다 보다 문득 목에 선명히 남은 붉은 자국을 발견한다.두 눈을 질끈 감는다.방금 같은 예고도 없었던게 차라리 훨씬 나았을수도 있다. 그렇게 또 한 번 위기를 넘기지 않았는가.유월영은 다시 눈을 뜨고 안정을 되찾았다.몇번이나 손을 헹궈낸 뒤 컨실러로 자국을 가린 유월영은 옷장에서 목폴라를 꺼내 입었다.잠옷을 옷 바구니에 던지려고 하니 안에는 연재준의 옷이 보인다. 어제 입은 옷은 아닌거 같은데......어젯밤 나갈때 입었던 옷인가?다시 한번 옷을 바라봤을땐 흰색 겉옷에 묻은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방금 전 연재준의 몸엔 상처가 없어보였는데?호기심이 발동한 유월영은 옷을 꺼내 유심히 살펴본다. 이 핏자국은 누군가 부주의로 묻혔을거라는게 그녀의 추측이다. 이런 비싼 옷감들은 냄새가 배기 마련인데 거기에선 은은한 소독 냄새가 났다.병원에서 묻힌건가?이 정도면 병원에 한참이나 있었던게 아닐까?갑자기 이유도 없이 한밤중에 병원엔 왜 갔지?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을 나오니 연재준도 새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슈트가 아닌 검은색 울코트는 그의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고 마치 꼿꼿하게 뻗은 나무 한 그루를 연상시켰다.차에 올라 유월영은 연재준에게 부탁하듯 말한다.“사장님, 밥 다 먹고 저 병원 가서 엄마 보고 싶어요.”연재준은 앞을 바라보고 있다. 차창에 어렴풋이 비친 그의 옆모습은 우아하고 선명하기 그지 없다.“어머니 봐주시는 분은 조이 선생님 조수셔. 조수라고는 하시지만 교수님 직책을 맡고 계시는 분이시니까 네가 가서 지킬 필요는 없다 이 말이야.”“사장님은 정말 이런 제 심정 이해 못 하세요?”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핏줄과도 같은 가족이 입원하면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곁에 있어주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라고요. 만약에, 정말 만약의 상황이 와도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며 한 평생 후회하지는 않을거예요.”연재준은 한 손으로 핸들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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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유월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어젯밤엔 너무 단잠에 빠져서 몰랐네요.”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을 바라보며 심오한 눈빛을 한다. 그리고는 손을 다 닦은 뒤에야 입을 연다.“그 말 뒤엔 뭐하러 갔었냐는 질문이 따라와야 되는거 아닌가?”유월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예전에도 사장님 사생활엔 간섭한 적 없는데요?”연재준은 수건을 내려놓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앞으론 더 물어도 돼.”이해가 안 된다. 고작 도구에 불과한 사람한테 뭔 요구가 이렇게나 많을까?순간 눈 앞에 펼쳐진 경치마저 흥미가 떨어진다.유월영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72시간, 딱 72시간 만큼은 그가 뭘 하든 전부 응해줄수 있는 유월영이었다.연재준이 몸을 일으키더니 유월영에게로 다가온다.“뭐 봐?”아래를 슬쩍 내려다보던 그가 한 마디 한다.“배 타고 싶어?”“아니요, 그냥 보고 있는거예요.”“타고 싶으면 데리고 갈게.”연재준은 냅다 룸 밖으로 나가버린다. 진짜로 그냥 보고만 있었던것 뿐인데......결국 어쩔수 없이 따라나선 그녀다.연재준 그는 늘 이렇게 독단적인 사람이었다.간단히 몇마디 주고 받더니 이윽고 매니저가 바로 사공을 데려와 배를 뭍에 대라고 한다.그는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배가 가까워지길 기다리더니 훌쩍 올라탔다. 그리고는 유월영에게로 손을 뻗었다.유월영은 멍하니 그의 손금을 바라보다가 그가 시선을 자신에게로 옮기려 하자 그제야 손을 잡았고 폴짝 배 위로 올라탔다.이윽고 배 끄트머리에 서있던 뱃사공이 호수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두 사람을 실은 작은 나룻배는 조금 흔들거리며 나아갔지만 호수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뭍의 풍경은 실로 달랐다.둘은 선실로 들어가지 않은채 뱃머리에 서있었다. 넘실거리는 호숫물에 두 사람의 모습이 투영되지만 그들은 좌우 양쪽에 갈라져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진 않았다.“고향엔 이런 이벤트 없나?”그의 기억속, 오래된 마을이라고 할 만한 곳엔 거의 대부분 이런 이벤트가 있어 많은 여행객들의 환상을 실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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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둘은 거의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호수와 붙어있는 창문에 남녀가 기대있다.남자를 바라보니 어딘가 익숙하다. 이게 정말 우연인가?바로 윤영훈이다.그는 신주 사람이 아닌 의성 사람이었으나 종종 신주로 와 연회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허나 때마침 이곳 중식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던거다.그의 곁에 서있는 처음 보는 앳된 여자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출중해 보이는 것이 이목구비가 화려한게 누가 봐도 미인이었다.유월영은 잘됐다 싶어 싸움이라도 나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윤 사장님이세요.”“나도 봤어.”연재준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잠시 하려던 말을 접어두고 뱃사공에게 뭍으로 가라고 말했다.창가에 서있던 두 사람도 자리를 떴다.그들이 뭍에 도착했을때 윤영훈도 음식점 밖에 나와 있었다.윤영훈은 슈트, 여자는 롱 원피스를 입고 있다. 유월영의 눈썰미는 정말 괜찮았다. 여자는 과연 아름다웠고 특히나 이목구비가 외국인마냥 이국적이었다.유월영은 예의상 얼른 시선을 거두고 연재준의 뒤를 따랐다.“창 밖 풍경이나 보려고 했는데 연 사장이 보여서요. 배 타는거 재밌나 봐요. 연 사장도 흥미를 갖는걸 보니.””어릴때 애송이네 집에서 못 놀게 하니까 부러워하는것 같아서 소원 이뤄주려는 거였어요.”“......”당황스럽다, 이건 유월영을 말하는걸까?애송이라니. 이 호칭이 연재준 입에서 나오니 역겹기 그지없다.윤영훈과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유월영에게 꽂힌다.불현듯 여자의 눈가가 반짝 빛난다.어딘가 낯이 익다고 여기던 윤영훈은 한참이 지나서야 기억이 난듯 하다.“혹시......연 사장님 비서 아니에요?”동시에 체스를 하던 그 날 일이 떠오른다. 윤영훈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유월영을 슥 훑더니 흥미진진하다는듯 입꼬리를 들어올린다.“연 사장님 직원복지 너무 좋으신것 아니에요? 소원도 들어주시고.”유월영은 눈을 아래로 내리깐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연재준도 안부인사를 전하며 되물었다.“윤 사장님은요? 신주까지 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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