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유월영 때문이다.갑자기 감시 카메라 얘길 꺼내는 바람에 친히 폴더에 들어가봤더니 역시나 폴더는 자동 리셋 된 채 텅 비어있었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허나 영상은 없어졌다 해도 머릿속 기억이 어찌 지워지겠는가. 그녀와 함께 했던 뜨거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던 연재준은 회의에마저 집중하지 못한 채 딴 생각을 했다.차라리 와서 얼굴이라도 보려고 하니 이 여자는 소파에서 단잠에 빠져있다.한 쪽으로 고개를 젖히고 있으니 우아하고 매끈한 목선이 적나라하게 보인다.피부는 또 어찌나 희고 얇은지 이따끔씩 핏줄이 보이기까지 했다.성에 대한 생각들은 인간이 원시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저급한 인식이다. 예전의 그는 이 곳에 그리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지 않은 채 그저 정상적인 욕구만을 해소해 왔었다.허나 유월영과 떨어져 지낸 몇개월 동안에야 자신이 얼마나 보고싶어 하는지를 몸소 깨닫게 된 연재준이다.유월영의 입술을 탐하던 연재준은 손을 뻗더니 그녀의 잠옷을 아래에서 위로 쭉 들어올렸다. “......”그가 갑자기 돌아올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유월영이다. 그녀는 강제로 소파에 속박된 채 도망칠래야 칠 수가 없게 됐다.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다. 가까이서 보니 미간은 조각한 듯 입체적이고 눈썹 숱은 또 어찌나 많은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의 높은 콧대가 유월영의 얼굴에 닿는다. 가뜩이나 공격적인 이목구비는 지금의 충동적인 행동과 합쳐서 더욱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거친 숨을 몰아쉰다. 둘의 호흡이 얽히고 설키며 분위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며칠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드디어 하늘이 개이고 햇살이 통유리를 통해 방 안 전체를 따스히 비춰주며 이따끔씩 버들개지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던 유월영의 미간이 들썩거린다. 여기저기 휩쓸고 다니는 그의 손길에 당장이라도 그를 밀쳐내고 싶었다.분위기가 한 층 더 달아오르려는 찰나, 적막을 깨고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그를 떼어낼 명분이 생긴 유월영은 얼른 그의 손을
비누와 솔로 손가락을 벅벅 씻어내던 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들여다 보다 문득 목에 선명히 남은 붉은 자국을 발견한다.두 눈을 질끈 감는다.방금 같은 예고도 없었던게 차라리 훨씬 나았을수도 있다. 그렇게 또 한 번 위기를 넘기지 않았는가.유월영은 다시 눈을 뜨고 안정을 되찾았다.몇번이나 손을 헹궈낸 뒤 컨실러로 자국을 가린 유월영은 옷장에서 목폴라를 꺼내 입었다.잠옷을 옷 바구니에 던지려고 하니 안에는 연재준의 옷이 보인다. 어제 입은 옷은 아닌거 같은데......어젯밤 나갈때 입었던 옷인가?다시 한번 옷을 바라봤을땐 흰색 겉옷에 묻은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방금 전 연재준의 몸엔 상처가 없어보였는데?호기심이 발동한 유월영은 옷을 꺼내 유심히 살펴본다. 이 핏자국은 누군가 부주의로 묻혔을거라는게 그녀의 추측이다. 이런 비싼 옷감들은 냄새가 배기 마련인데 거기에선 은은한 소독 냄새가 났다.병원에서 묻힌건가?이 정도면 병원에 한참이나 있었던게 아닐까?갑자기 이유도 없이 한밤중에 병원엔 왜 갔지?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을 나오니 연재준도 새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슈트가 아닌 검은색 울코트는 그의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고 마치 꼿꼿하게 뻗은 나무 한 그루를 연상시켰다.차에 올라 유월영은 연재준에게 부탁하듯 말한다.“사장님, 밥 다 먹고 저 병원 가서 엄마 보고 싶어요.”연재준은 앞을 바라보고 있다. 차창에 어렴풋이 비친 그의 옆모습은 우아하고 선명하기 그지 없다.“어머니 봐주시는 분은 조이 선생님 조수셔. 조수라고는 하시지만 교수님 직책을 맡고 계시는 분이시니까 네가 가서 지킬 필요는 없다 이 말이야.”“사장님은 정말 이런 제 심정 이해 못 하세요?”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핏줄과도 같은 가족이 입원하면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곁에 있어주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라고요. 만약에, 정말 만약의 상황이 와도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며 한 평생 후회하지는 않을거예요.”연재준은 한 손으로 핸들을 돌
유월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어젯밤엔 너무 단잠에 빠져서 몰랐네요.”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을 바라보며 심오한 눈빛을 한다. 그리고는 손을 다 닦은 뒤에야 입을 연다.“그 말 뒤엔 뭐하러 갔었냐는 질문이 따라와야 되는거 아닌가?”유월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예전에도 사장님 사생활엔 간섭한 적 없는데요?”연재준은 수건을 내려놓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앞으론 더 물어도 돼.”이해가 안 된다. 고작 도구에 불과한 사람한테 뭔 요구가 이렇게나 많을까?순간 눈 앞에 펼쳐진 경치마저 흥미가 떨어진다.유월영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72시간, 딱 72시간 만큼은 그가 뭘 하든 전부 응해줄수 있는 유월영이었다.연재준이 몸을 일으키더니 유월영에게로 다가온다.“뭐 봐?”아래를 슬쩍 내려다보던 그가 한 마디 한다.“배 타고 싶어?”“아니요, 그냥 보고 있는거예요.”“타고 싶으면 데리고 갈게.”연재준은 냅다 룸 밖으로 나가버린다. 진짜로 그냥 보고만 있었던것 뿐인데......결국 어쩔수 없이 따라나선 그녀다.연재준 그는 늘 이렇게 독단적인 사람이었다.간단히 몇마디 주고 받더니 이윽고 매니저가 바로 사공을 데려와 배를 뭍에 대라고 한다.그는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배가 가까워지길 기다리더니 훌쩍 올라탔다. 그리고는 유월영에게로 손을 뻗었다.유월영은 멍하니 그의 손금을 바라보다가 그가 시선을 자신에게로 옮기려 하자 그제야 손을 잡았고 폴짝 배 위로 올라탔다.이윽고 배 끄트머리에 서있던 뱃사공이 호수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두 사람을 실은 작은 나룻배는 조금 흔들거리며 나아갔지만 호수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뭍의 풍경은 실로 달랐다.둘은 선실로 들어가지 않은채 뱃머리에 서있었다. 넘실거리는 호숫물에 두 사람의 모습이 투영되지만 그들은 좌우 양쪽에 갈라져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진 않았다.“고향엔 이런 이벤트 없나?”그의 기억속, 오래된 마을이라고 할 만한 곳엔 거의 대부분 이런 이벤트가 있어 많은 여행객들의 환상을 실현시
둘은 거의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호수와 붙어있는 창문에 남녀가 기대있다.남자를 바라보니 어딘가 익숙하다. 이게 정말 우연인가?바로 윤영훈이다.그는 신주 사람이 아닌 의성 사람이었으나 종종 신주로 와 연회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허나 때마침 이곳 중식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던거다.그의 곁에 서있는 처음 보는 앳된 여자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출중해 보이는 것이 이목구비가 화려한게 누가 봐도 미인이었다.유월영은 잘됐다 싶어 싸움이라도 나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윤 사장님이세요.”“나도 봤어.”연재준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잠시 하려던 말을 접어두고 뱃사공에게 뭍으로 가라고 말했다.창가에 서있던 두 사람도 자리를 떴다.그들이 뭍에 도착했을때 윤영훈도 음식점 밖에 나와 있었다.윤영훈은 슈트, 여자는 롱 원피스를 입고 있다. 유월영의 눈썰미는 정말 괜찮았다. 여자는 과연 아름다웠고 특히나 이목구비가 외국인마냥 이국적이었다.유월영은 예의상 얼른 시선을 거두고 연재준의 뒤를 따랐다.“창 밖 풍경이나 보려고 했는데 연 사장이 보여서요. 배 타는거 재밌나 봐요. 연 사장도 흥미를 갖는걸 보니.””어릴때 애송이네 집에서 못 놀게 하니까 부러워하는것 같아서 소원 이뤄주려는 거였어요.”“......”당황스럽다, 이건 유월영을 말하는걸까?애송이라니. 이 호칭이 연재준 입에서 나오니 역겹기 그지없다.윤영훈과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유월영에게 꽂힌다.불현듯 여자의 눈가가 반짝 빛난다.어딘가 낯이 익다고 여기던 윤영훈은 한참이 지나서야 기억이 난듯 하다.“혹시......연 사장님 비서 아니에요?”동시에 체스를 하던 그 날 일이 떠오른다. 윤영훈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유월영을 슥 훑더니 흥미진진하다는듯 입꼬리를 들어올린다.“연 사장님 직원복지 너무 좋으신것 아니에요? 소원도 들어주시고.”유월영은 눈을 아래로 내리깐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연재준도 안부인사를 전하며 되물었다.“윤 사장님은요? 신주까지 오시고
“......”그제야 유월영은 유람선에서 연재준이 2층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던게 생각났다. 윤영훈은 테이블에 앉아 유월영더러 담배에 불을 붙이라고 지시했었는데.그때는 시키는 대로 하는게 싫었던 유월영이 그의 요구를 거절했었다.그런 윤영훈이 별안간 다 지나간 얘기를 꺼낼줄은 상상도 못했던거다.정신을 차려보니 또다시 그때와 같이 멸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오늘은 농락같은 느낌까지 든다.울화통이 치민다.허나 다른것도 아니고 고작 불 붙이는것 뿐인데 화를 낼만한 명분도 없었던거다.연재준은 무표정으로 유월영을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윤영훈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방금보다 훨씬 차가운 말투를 하고 있었다.조용히 먹고있던 유월영이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신연우가 데이터에 관해 물어보는 문자에 얼른 답장을 한다.신연우가 자연스레 질문을 이어간다.“어머니는 어떠세요? 아직도 병원에 계신거죠? 제가 큰 어머니 뵈러 갈게요.”천천히 청경채 하나를 씹고 있던 유월영은 뭔가 생각하는듯 싶더니 답장을 보냈다.그리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식사에 집중하는데.윤영훈은 화는 나지만 말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코웃음 쳤다. 일개 비서가 그렇지 뭐.그리고는 또다시 연재준에게 말을 거는 윤영훈이다.“듣자 하니 앞전 영안에서 큰 프로젝트 하나 맡으셨다던데 맞아요?”“소식 참 빠르시네요.”연재준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소문을 들었거든요. 거기서 알박기 세대주 마주쳤다고 하시던데 처리 잘 안 되시면 제가 도와드릴수도 있어요.”윤영훈이 뽀얀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말한다.“저희 부동산 종사자들은 허다하게 만나는 사람들이거든요. 대처방법은 저희가 더 잘 알죠.”연재준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별 일도 아닌데요. 윤 사장님께 민폐 끼치고 싶진 않네요. 마음만 받겠습니다.”앉은 자리에서 냅다 담배 세 까치를 피는 윤영훈은 어지간한 담배 중독이 아닌것 같다. 다행히도 고급 담배여서 코를 찌르는 니코틴 냄새가 조금 덜 했지, 그게 아니었더
서영희가 입술을 꽉 깨물며 몸을 일으킨다.“오빠 잠시만요.”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룸을 나가는데.......연재준은 회사로, 유월영은 병원으로 가야한다.입구에서 흝어지며 유월영이 형식적인 작별인사를 건넸다.“사장님, 저 먼저 가볼게요.”연재준이 그녀를 흘겨보며 말한다.“신고 네가 한 거야?”유월영이 전혀 티내지 않고 말한다.“진짜 저 아니에요.”연재준은 믿지 않는 눈치로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잘못했다고 말한것도 아닌데 뭘.”그렇게 말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 믿을만한건 자신 뿐이었으니.다른 사람은 언제 뒷통수를 칠지 가늠할수가 없다.“정말 제가 한거 아니라니까요.”연재준도 더는 꼬치꼬치 따지기 싫었는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게슴츠레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론 나 빼고는 해달라는대로 해주지 마---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지 말고, 그런다고 돈 주는것도 아니잖아?”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문다.“네.”연재준이 또 한마디 거든다.“어머니 보고 얼른 와서 짐 챙겨, 주말에 산장 놀러가게.”유월영이 뭐라고 하려 하자 연재준은 그녀의 턱을 흔들며 말했다.“아님 계속 너희 아버지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이 주제는 그의 심기를 건드려 엄마를 보러 가는 일에 차질이 생기는것 외엔 그 어떤 의의조차 없었다. 결국 유월영은 산장에 가겠다고 응할수 밖에 없었다.그는 한번 결정한 일엔 절대 말을 바꾸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알겠어요.”그제야 연재준이 턱을 놔준다.유월영은 택시에 앉아 병원으로 떠난다.운전기사도 연재준을 데리고 왔고 마침 그가 차에 올라타려고 할때 등 뒤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사장님.”뒤돌아보니 서영희가 서있다.“서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서영희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 짙은 갈색의 눈동자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진짜 저 기억 못 하시는거예요?”연재준이 실눈을 뜬다.뭍에서 처음 그녀를 마주쳤을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으나 누군인지는 생각이
그랬구나.연재준은 어젯밤 백유진의 사고 때문에 동해안 집을 떠났던거다.코트에 밴 핏자국과 소독제 냄새도 전부 백유진 거였구나.밤새 곁에 있어줬다고? 뭐 관심이 많나보네.유월영은 눈앞의 모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난 오늘밤에도 동해안에 있을거야. 내일도 아마 연재준이랑 같이 있을거고. 백유진, 계속 연락해서 불러내도 돼. 연재준이 가고 싶어하면 흔쾌히 보내줄테니까.”넋이 나간 백유진은 허리를 바짝 세우며 소리쳤다.“너! 너!”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상처를 여전히 입었는지 말도 못하고 있었다.백유진의 엄마는 딸보다 더 화가 났는지 냅가 유월영을 밀려 든다.“이 년이! 뭐라는거야!”유월영은 가볍게 그녀를 피하고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씨익 올린채 자리를 떴다.백유진 엄마는 유월영의 뒷통수에 대고 욕을 퍼부었다.“둘 사이에 끼어든 주제야 감히 어디서 큰 소리야! 뻔뻔한것 같으니라고!”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모녀는 유월영의 말을 거의 전쟁선포로 받아들인것 같다.허나 유월영은 정말 진심을 담은 속심말을 그대로 전한것 뿐이다. 정말 누구보다도 백유진이 힘을 내 연재준을 칭칭 감아 자신에게 말 걸 겨를조차 없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유월영이다.중환자실로 가니 놀랍게도 엄마는 이미 의식을 되찾으신 상태다. 호스를 달고 있어 말을 할수는 없으시지만 말이다.중환자실 간호사가 유월영을 알아본다. 늘 걱정을 한가득 안고 며칠 내내 곁을 지키고 있던 유월영을 기억했던 그녀는 엄마의 귀에 대고 몇마디를 한다.그러자 엄마가 겨우겨우 손을 들어 눈꺼풀을 깜빡이신다.유월영은 그게 엄마의 인사임을 알고 있었다.그 순간 만큼은 며칠동안의 인내심이 참 의미있게 느껴졌다.엄마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회복중이셨던거다.전엔 의식이 없으셔서 곁을 떠나기 싫었지만 이젠 의식을 되찾으시니 더우기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유월영은 또다시 병실 유리로 엄마를 들여다봤다.연재준도 밤새 백유진 곁을 지키는데 유월영은 왜 엄마 곁을 지키지
“......”차라리 연재준이 죽는걸 택하겠다.겨울이고 땀도 안 나니 이틀정도는 괜찮을거다.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다. 유월영은 옷가게 사장님에게 연락해 비용을 더 얹어주고 퀵으로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미 퇴근한 늦은 시간이라 내일 일찍이 보내줄수밖에 없다는 거다.그들이 산장에 도착했을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친히 배웅을 나온 윤영훈은 유월영을 보더니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유 비서도 데리고 오셨어요? 그래요 뭐, 사람 많으면 더 북적거리고 좋으니까. 잠도 안 오고 해서 카드게임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하실래요?”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월영을 바라봤다.“갈래?”유월영이 거절의 의사를 표한다.“사장님, 전 좀 피곤해서요.”“유 비서는 그럼 돌아가서 쉬어요. 잘 쉬어야 내일 잘 놀죠.”윤영훈이 음침한 웃음을 지어보인다.연재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쉬라고 한다.윤영훈이 하인더러 유월영을 방으로 안내하라고 지시한다.바로크 풍의 인테리어를 뽐내는 산장은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복도 벽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유화들이 걸려있었다. 은은한 조명을 수놓은 마당엔 비너스 조각상까지 자리하고 있다.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유월영의 발 아래엔 꽃무늬로 수놓은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느낌은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듯 했고 공기속에서조차 고급 향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문득 무언가 떠오른 유월영이 하인에게 묻는다.“저 혹시 일회용 속옷이랑 생리대 있나요?”하인이 공손하게 답한다.“욕실 서랍에 있습니다.”유월영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알겠어요.”방에 거의 다다를때쯤 유월영은 마주해 다가오고 있는 서영희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잠시 주춤하던 서영희도 미소를 띠고 인사를 건넨다.이윽고 유월영은 방에, 서영희는 카드게임을 하러 간다.......이곳 산장은 전부 스위트룸으로 방 두개와, 서재, 거실이 갖춰져 있었다.유월영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