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어젯밤엔 너무 단잠에 빠져서 몰랐네요.”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을 바라보며 심오한 눈빛을 한다. 그리고는 손을 다 닦은 뒤에야 입을 연다.“그 말 뒤엔 뭐하러 갔었냐는 질문이 따라와야 되는거 아닌가?”유월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예전에도 사장님 사생활엔 간섭한 적 없는데요?”연재준은 수건을 내려놓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앞으론 더 물어도 돼.”이해가 안 된다. 고작 도구에 불과한 사람한테 뭔 요구가 이렇게나 많을까?순간 눈 앞에 펼쳐진 경치마저 흥미가 떨어진다.유월영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72시간, 딱 72시간 만큼은 그가 뭘 하든 전부 응해줄수 있는 유월영이었다.연재준이 몸을 일으키더니 유월영에게로 다가온다.“뭐 봐?”아래를 슬쩍 내려다보던 그가 한 마디 한다.“배 타고 싶어?”“아니요, 그냥 보고 있는거예요.”“타고 싶으면 데리고 갈게.”연재준은 냅다 룸 밖으로 나가버린다. 진짜로 그냥 보고만 있었던것 뿐인데......결국 어쩔수 없이 따라나선 그녀다.연재준 그는 늘 이렇게 독단적인 사람이었다.간단히 몇마디 주고 받더니 이윽고 매니저가 바로 사공을 데려와 배를 뭍에 대라고 한다.그는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배가 가까워지길 기다리더니 훌쩍 올라탔다. 그리고는 유월영에게로 손을 뻗었다.유월영은 멍하니 그의 손금을 바라보다가 그가 시선을 자신에게로 옮기려 하자 그제야 손을 잡았고 폴짝 배 위로 올라탔다.이윽고 배 끄트머리에 서있던 뱃사공이 호수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두 사람을 실은 작은 나룻배는 조금 흔들거리며 나아갔지만 호수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뭍의 풍경은 실로 달랐다.둘은 선실로 들어가지 않은채 뱃머리에 서있었다. 넘실거리는 호숫물에 두 사람의 모습이 투영되지만 그들은 좌우 양쪽에 갈라져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진 않았다.“고향엔 이런 이벤트 없나?”그의 기억속, 오래된 마을이라고 할 만한 곳엔 거의 대부분 이런 이벤트가 있어 많은 여행객들의 환상을 실현시
둘은 거의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호수와 붙어있는 창문에 남녀가 기대있다.남자를 바라보니 어딘가 익숙하다. 이게 정말 우연인가?바로 윤영훈이다.그는 신주 사람이 아닌 의성 사람이었으나 종종 신주로 와 연회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허나 때마침 이곳 중식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던거다.그의 곁에 서있는 처음 보는 앳된 여자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출중해 보이는 것이 이목구비가 화려한게 누가 봐도 미인이었다.유월영은 잘됐다 싶어 싸움이라도 나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윤 사장님이세요.”“나도 봤어.”연재준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잠시 하려던 말을 접어두고 뱃사공에게 뭍으로 가라고 말했다.창가에 서있던 두 사람도 자리를 떴다.그들이 뭍에 도착했을때 윤영훈도 음식점 밖에 나와 있었다.윤영훈은 슈트, 여자는 롱 원피스를 입고 있다. 유월영의 눈썰미는 정말 괜찮았다. 여자는 과연 아름다웠고 특히나 이목구비가 외국인마냥 이국적이었다.유월영은 예의상 얼른 시선을 거두고 연재준의 뒤를 따랐다.“창 밖 풍경이나 보려고 했는데 연 사장이 보여서요. 배 타는거 재밌나 봐요. 연 사장도 흥미를 갖는걸 보니.””어릴때 애송이네 집에서 못 놀게 하니까 부러워하는것 같아서 소원 이뤄주려는 거였어요.”“......”당황스럽다, 이건 유월영을 말하는걸까?애송이라니. 이 호칭이 연재준 입에서 나오니 역겹기 그지없다.윤영훈과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유월영에게 꽂힌다.불현듯 여자의 눈가가 반짝 빛난다.어딘가 낯이 익다고 여기던 윤영훈은 한참이 지나서야 기억이 난듯 하다.“혹시......연 사장님 비서 아니에요?”동시에 체스를 하던 그 날 일이 떠오른다. 윤영훈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유월영을 슥 훑더니 흥미진진하다는듯 입꼬리를 들어올린다.“연 사장님 직원복지 너무 좋으신것 아니에요? 소원도 들어주시고.”유월영은 눈을 아래로 내리깐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연재준도 안부인사를 전하며 되물었다.“윤 사장님은요? 신주까지 오시고
“......”그제야 유월영은 유람선에서 연재준이 2층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던게 생각났다. 윤영훈은 테이블에 앉아 유월영더러 담배에 불을 붙이라고 지시했었는데.그때는 시키는 대로 하는게 싫었던 유월영이 그의 요구를 거절했었다.그런 윤영훈이 별안간 다 지나간 얘기를 꺼낼줄은 상상도 못했던거다.정신을 차려보니 또다시 그때와 같이 멸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오늘은 농락같은 느낌까지 든다.울화통이 치민다.허나 다른것도 아니고 고작 불 붙이는것 뿐인데 화를 낼만한 명분도 없었던거다.연재준은 무표정으로 유월영을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윤영훈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방금보다 훨씬 차가운 말투를 하고 있었다.조용히 먹고있던 유월영이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신연우가 데이터에 관해 물어보는 문자에 얼른 답장을 한다.신연우가 자연스레 질문을 이어간다.“어머니는 어떠세요? 아직도 병원에 계신거죠? 제가 큰 어머니 뵈러 갈게요.”천천히 청경채 하나를 씹고 있던 유월영은 뭔가 생각하는듯 싶더니 답장을 보냈다.그리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식사에 집중하는데.윤영훈은 화는 나지만 말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코웃음 쳤다. 일개 비서가 그렇지 뭐.그리고는 또다시 연재준에게 말을 거는 윤영훈이다.“듣자 하니 앞전 영안에서 큰 프로젝트 하나 맡으셨다던데 맞아요?”“소식 참 빠르시네요.”연재준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소문을 들었거든요. 거기서 알박기 세대주 마주쳤다고 하시던데 처리 잘 안 되시면 제가 도와드릴수도 있어요.”윤영훈이 뽀얀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말한다.“저희 부동산 종사자들은 허다하게 만나는 사람들이거든요. 대처방법은 저희가 더 잘 알죠.”연재준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별 일도 아닌데요. 윤 사장님께 민폐 끼치고 싶진 않네요. 마음만 받겠습니다.”앉은 자리에서 냅다 담배 세 까치를 피는 윤영훈은 어지간한 담배 중독이 아닌것 같다. 다행히도 고급 담배여서 코를 찌르는 니코틴 냄새가 조금 덜 했지, 그게 아니었더
서영희가 입술을 꽉 깨물며 몸을 일으킨다.“오빠 잠시만요.”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룸을 나가는데.......연재준은 회사로, 유월영은 병원으로 가야한다.입구에서 흝어지며 유월영이 형식적인 작별인사를 건넸다.“사장님, 저 먼저 가볼게요.”연재준이 그녀를 흘겨보며 말한다.“신고 네가 한 거야?”유월영이 전혀 티내지 않고 말한다.“진짜 저 아니에요.”연재준은 믿지 않는 눈치로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잘못했다고 말한것도 아닌데 뭘.”그렇게 말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 믿을만한건 자신 뿐이었으니.다른 사람은 언제 뒷통수를 칠지 가늠할수가 없다.“정말 제가 한거 아니라니까요.”연재준도 더는 꼬치꼬치 따지기 싫었는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게슴츠레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론 나 빼고는 해달라는대로 해주지 마---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지 말고, 그런다고 돈 주는것도 아니잖아?”유월영이 입술을 꽉 깨문다.“네.”연재준이 또 한마디 거든다.“어머니 보고 얼른 와서 짐 챙겨, 주말에 산장 놀러가게.”유월영이 뭐라고 하려 하자 연재준은 그녀의 턱을 흔들며 말했다.“아님 계속 너희 아버지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이 주제는 그의 심기를 건드려 엄마를 보러 가는 일에 차질이 생기는것 외엔 그 어떤 의의조차 없었다. 결국 유월영은 산장에 가겠다고 응할수 밖에 없었다.그는 한번 결정한 일엔 절대 말을 바꾸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알겠어요.”그제야 연재준이 턱을 놔준다.유월영은 택시에 앉아 병원으로 떠난다.운전기사도 연재준을 데리고 왔고 마침 그가 차에 올라타려고 할때 등 뒤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사장님.”뒤돌아보니 서영희가 서있다.“서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서영희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 짙은 갈색의 눈동자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진짜 저 기억 못 하시는거예요?”연재준이 실눈을 뜬다.뭍에서 처음 그녀를 마주쳤을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으나 누군인지는 생각이
그랬구나.연재준은 어젯밤 백유진의 사고 때문에 동해안 집을 떠났던거다.코트에 밴 핏자국과 소독제 냄새도 전부 백유진 거였구나.밤새 곁에 있어줬다고? 뭐 관심이 많나보네.유월영은 눈앞의 모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난 오늘밤에도 동해안에 있을거야. 내일도 아마 연재준이랑 같이 있을거고. 백유진, 계속 연락해서 불러내도 돼. 연재준이 가고 싶어하면 흔쾌히 보내줄테니까.”넋이 나간 백유진은 허리를 바짝 세우며 소리쳤다.“너! 너!”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상처를 여전히 입었는지 말도 못하고 있었다.백유진의 엄마는 딸보다 더 화가 났는지 냅가 유월영을 밀려 든다.“이 년이! 뭐라는거야!”유월영은 가볍게 그녀를 피하고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씨익 올린채 자리를 떴다.백유진 엄마는 유월영의 뒷통수에 대고 욕을 퍼부었다.“둘 사이에 끼어든 주제야 감히 어디서 큰 소리야! 뻔뻔한것 같으니라고!”유월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모녀는 유월영의 말을 거의 전쟁선포로 받아들인것 같다.허나 유월영은 정말 진심을 담은 속심말을 그대로 전한것 뿐이다. 정말 누구보다도 백유진이 힘을 내 연재준을 칭칭 감아 자신에게 말 걸 겨를조차 없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유월영이다.중환자실로 가니 놀랍게도 엄마는 이미 의식을 되찾으신 상태다. 호스를 달고 있어 말을 할수는 없으시지만 말이다.중환자실 간호사가 유월영을 알아본다. 늘 걱정을 한가득 안고 며칠 내내 곁을 지키고 있던 유월영을 기억했던 그녀는 엄마의 귀에 대고 몇마디를 한다.그러자 엄마가 겨우겨우 손을 들어 눈꺼풀을 깜빡이신다.유월영은 그게 엄마의 인사임을 알고 있었다.그 순간 만큼은 며칠동안의 인내심이 참 의미있게 느껴졌다.엄마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회복중이셨던거다.전엔 의식이 없으셔서 곁을 떠나기 싫었지만 이젠 의식을 되찾으시니 더우기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유월영은 또다시 병실 유리로 엄마를 들여다봤다.연재준도 밤새 백유진 곁을 지키는데 유월영은 왜 엄마 곁을 지키지
“......”차라리 연재준이 죽는걸 택하겠다.겨울이고 땀도 안 나니 이틀정도는 괜찮을거다.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다. 유월영은 옷가게 사장님에게 연락해 비용을 더 얹어주고 퀵으로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미 퇴근한 늦은 시간이라 내일 일찍이 보내줄수밖에 없다는 거다.그들이 산장에 도착했을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친히 배웅을 나온 윤영훈은 유월영을 보더니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유 비서도 데리고 오셨어요? 그래요 뭐, 사람 많으면 더 북적거리고 좋으니까. 잠도 안 오고 해서 카드게임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하실래요?”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월영을 바라봤다.“갈래?”유월영이 거절의 의사를 표한다.“사장님, 전 좀 피곤해서요.”“유 비서는 그럼 돌아가서 쉬어요. 잘 쉬어야 내일 잘 놀죠.”윤영훈이 음침한 웃음을 지어보인다.연재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쉬라고 한다.윤영훈이 하인더러 유월영을 방으로 안내하라고 지시한다.바로크 풍의 인테리어를 뽐내는 산장은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복도 벽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유화들이 걸려있었다. 은은한 조명을 수놓은 마당엔 비너스 조각상까지 자리하고 있다.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유월영의 발 아래엔 꽃무늬로 수놓은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느낌은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듯 했고 공기속에서조차 고급 향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문득 무언가 떠오른 유월영이 하인에게 묻는다.“저 혹시 일회용 속옷이랑 생리대 있나요?”하인이 공손하게 답한다.“욕실 서랍에 있습니다.”유월영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알겠어요.”방에 거의 다다를때쯤 유월영은 마주해 다가오고 있는 서영희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잠시 주춤하던 서영희도 미소를 띠고 인사를 건넨다.이윽고 유월영은 방에, 서영희는 카드게임을 하러 간다.......이곳 산장은 전부 스위트룸으로 방 두개와, 서재, 거실이 갖춰져 있었다.유월영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연재준은 손을 뻗어 탁상등을 켰다.연속 몇번이나 재채기를 한 유월영은 코끝이 빨개져서는 눈가에마저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연재준이 내려다 보고 있는 와중에도 또다시 재채기를 해대는 그녀다.흥미가 떨어진 연재준은 유월영의 몸 위에서 일어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추워?”유월영이 코를 훌쩍거리며 대답한다.“아마 사장님 몸이 차서 그런걸거예요.”방금 들어온 연재준은 한겨울 새벽녘의 쌀쌀한 한기를 그대로 머금고 들어왔다.그 말에 몸을 슬쩍 뒤로 빼던 연재준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유월영의 모습을 보고는 또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청바지 입고 자면 안 불편해?”불편해도 참아야지, 그렇다고 호텔 샤워가운을 입을순 없지 않은가? 누구 좋은 노릇 하려고?“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대충 이러고 있으려고요.”연재준은 셔츠 단추를 풀며 유월영을 덤덤히 바라봤다.“네 옷도 캐리어에 있으니까 직접 가져가.”깜짝 놀라는 유월영이다.“사장님 제 옷도 정리해 주신거예요?”연재준이 콧방귀를 뀌며 웃는다.“아니면 내 옷이 더 입고 싶은건가?’조금은 의외다, 그가 옷을 챙겨줬다니.전엔 출장이든 외출이든지를 막론하고 전부 유월영이 정리해줬는데......지금은 아주머니가 정리해 주시겠지?아무튼 본인이 직접 해준건 절대 아닐거라고 믿는 유월영이다.아주머니더러 자신의 옷을 챙기라고 말한것 자체만으로도 양심은 있어보인다.유월영이 마음을 가다듬고 말한다.“제가 며칠동안 옷도 안 갈아입으면 사장님 체면이 말이 아닐것 같아 그게 걱정이더라고요.”“이렇게 내 생각을 해준다고?”연재준은 그런 유월영을 보며 또다시 흥미를 느끼는듯 했지만 그녀는 다시금 종이를 꺼내 콧물을 닦아냈다.“......”연재준은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유심히 소리를 듣던 유월영은 욕실 문이 딸깍 닫기는 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그쪽으로 향했다.이미 활짝 열려져있는 연재준의 캐리어는 절반이 유월영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유월영은 자신의 옷을 모조리 가지고 오더니
연재준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이내 휴대폰을 꺼내 하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이 선생님 보조 아직도 유월영 어머니 돌봐주고 계셔?”“네, 내일까지 봐주실거예요.”“법무부더러 계약서 준비하라고 해.”......유월영은 조식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하인에게 묻고 있다.하인은 그런 그녀를 식당으로 데려갔다.라면 한 그릇을 시키고 메뉴판을 돌려주려고 하는 찰나 누군가 반대편에 와 앉는다.편한 옷차림의 연재준이었다.“나도 한 그릇 시켜줘.”어쩔수 없이 한 그릇 더 주문하는 유월영이다.썩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연재준을 보고 방금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유월영은 관심섞인 말투로 물었다.“사장님 왜 더 안 주무세요? 어젯밤에도 늦게 주무셨는데.”“누가 잠 다 깨게 만드는 바람에.”연재준은 깨끗한 컵을 가져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랐다.“그럼 다 드시고 다시 돌아가 주무셔요, 아님 낮잠이라도.”연재준이 새까만 눈동자를 하고 그녀를 바라본다.“너가 옆에서 같이 자줄래?”유월영이 살살 비위를 맞춰주며 말한다.“졸리면 저도 잘게요.”연재준은 시선을 옮기지 않고 계속 유월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유월영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연재준이 갑자기 묻는다.“어제 병원 갔을때 어머니 어떠셨어?”“이미 깨셨어요.”깨어난 엄마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유월영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선생님이 잘 호전되고 있다세요. 다 사장님이 모셔온 조이 선생님 덕분이에요.”연재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그럼 메일 확인해 봐.”“메일이요? 왜요?”휴대폰을 꺼내 메일에 들어가본다.들어가자마자 떡하니 보이는 제목 하나---해운 그룹 업무 계약서.유월영이 놀라기도 전에 연재준은 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무릎에 잔을 받치고 덤덤하게 말했다.“법무부에서 계약서 보냈을거야. 문제 없으며 사인해.”방금 전까지 좋던 기분이 180도 돌변한다!계약서 사인이라......유월영의 눈이 반짝인다.마주 앉아있던 연재준은 조용히 유월영을 바라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