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손바닥의 온도를 무시할수 없었던 유월영은 몸에 힘을 빠짝 준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연재준은 유월영을 놔주더니 이내 예의를 갖춰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까지 한다.마치 진짜 ‘신사’답게 잡아주기만 했을 뿐이라는걸 어필이라도 하듯이 말이다.유월영은 다급히 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옷 돌려줘요.”연재준이 자신의 팔에 끼고 있던 옷을 건네준다.유월영은 손을 도로 거두며 말한다.“심 교수님 옷 말이에요. 돌려드려야 된다고요.”연재준은 표정으로만 보면 당장이라도 그 옷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릴것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잠시 뒤 다시 옷을 돌려준다.유월영은 갑자기 순순히 건네주는 연재준을 의아해하며 재빨리 옷을 받아쥔다.“남자가 무슨 향수야, 여자처럼.”신연우의 옷에서는 은은한 계피 향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허나 신연우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향 같았고 연재준이 말한것 같이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다. 유월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린다.“이건 일종의 예의같은 거라고요.”연재준이 향수를 쓰지 않는다고 그게 비정상이라는게 아니라 갑자기 이유도 없이 누구를 공격한다는게 어이없었을 뿐이다.허나 오늘 밤, 그는 벌써 세 번이나 유월영에게 ‘양보’를 해줬다.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옷을 다시 어깨에 걸치지 않고 팔목에 올린 유월영의 모습에 얼굴이 핀 연재준이다.“전에 은혜한테 빌려준 옷, 은혜가 나더러 너한테 돌려주래.”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퀵으로 보내주시면 돼요.”“그래, 지금 주소 보내줘 봐.”연재준의 말에 멈칫하는 유월영이다. 딱히 지금 서안에서의 거처를 알려주고 싶진 않았다.“SK그룹으로 보내주세요.”“내가 너 어디 사는지 알까봐?”연재준이 피식 웃어보인다.“진짜 알고 싶었으면 굳이 너한테 물어봤을까?”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는 연재준이다.유월영이 눈을 내리깔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다.“그런 뜻은 아니었어요.”“그럼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마침 가도 되
“사장님, 저흰 이미 끝난 관계예요. 제가 갑자기 가 버리는게 못마땅하신건 이해하지만 이젠 현실을 직시하셔야죠. 더는 저같이......너무 자서 싫증나버린 낡아빠진 신발엔 미련 갖지 마세요.”너무 자서 싫증나버린 낡아빠진 신발이라, 그건 연재준이 했던 말이다.연재준이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온다.가뜩이나 어두운 주차장인 탓에 그의 얼굴은 물론 감정변화조차도 보아내기가 어렵다.“말해, 계속 말해 봐. 또 뭔데, 내가 또 뭐라고 했었는데.”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저 같은건 싫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 너무 지 마음대로다......”이미 들은 말들을 다시 한번 입 밖에 꺼내는것 만으로도 유월영은 심장이 도려내는듯이 저려왔다.세상에 어느 여자가 이런 모욕 섞인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사장님은 손만 까딱해도 원하는 여자 마음껏 골라 만나실수 있겠지만 전 이미 가족들 먹여 살리는것 만으로도 힘이 딸려요. 진짜 이젠 더는 못 하겠어요.”유월영은 고개를 숙인 채 연재준의 모습을 올려다 보지도,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시간은 마치 그들 사이에서 멈춰버린듯 했고 바람만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를 뿐이었다.마침내 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옷을 돌려주고는 쌩하고 가버렸다.유월영은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손을 들어 눈가를 닦아냈다.촉촉하게 젖은 손가락을 보며 어이가 없는지 웃는 유월영이다.뭘 또 진짜 울어버리고 이러냐......신세 한탄을 한건 연재준의 동정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겨우 얼마 남지 않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랬던 것이다.산장에서도 느꼈지만 무뚝뚝한 연재준이 불쌍한 척하는 모습에 약하다는걸 발견했던 유월영이다.그러니까 백유진이 백전백승하는거다, 백유진은 늘 그런 “불쌍하고 가여워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택시를 예약한 유월영은 기다리는 사이 강소영에게 옷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몇 초도 안 지나 답장하는 강소영이다.
넋이 나가 문서를 열어보니 집주인은 다름 아닌 유월영 본인이다.위치 역시 SK그룹과 가까운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머리가 재빨리 돌아가는 유월영이다. 일단 신연우는 제외다, 그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유월영에게 귀띔 한 번 없이 해버릴 사람이 아니다.그렇다면......유월영이 곧장 윤영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윤 사장님, 오늘 회사로 저한테 뭐 보내셨어요?”전에 주구장창 꽃다발을 보내왔으니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수 밖에 없었다.윤영훈은 업무가 바쁜지 한 시간 뒤에야 연락을 해온다.“유 비서 지금 나한테 꽃다발 보내라고 귀띔해 주는거예요? 유 비서 말 듣고 그 돈 아껴서 기부하려던 참인데.”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린다.“그러니까 오늘 저한테 아무것도 보내신 적 없다는 말씀이세요?”윤영훈은 손가락 사이에 펜을 끼고 흥미진진하게 돌리며 묻는다.“듣자 하니 발신인 불명의 택배를 받았나 보네요?”윤영훈이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나간다.“다치지 말고 있어요. 내가 지금 갈 테니까. 혹시 폭탄이나 무기 같은거여서 우리 베이비 허니 다치면 안 되니까요.”이젠 익숙한 듯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내보내는 유월영이다.“사장님, 전 괜찮으니까 절대 오지 마세요. 업무 방해 안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윤영훈은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비서를 부른다.“조사하라는건 해봤어?”비서가 이내 서류 하나를 그에게 건네준다.윤영훈은 서류를 확인하더니 손가락으로 탁 튕기고는 차 키를 들고 밖을 나선다.“안 따라와도 돼.”......유월영은 아직도 집문서의 출처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윤영훈도 아니면 이제 남은건......연재준 뿐이다.불가능에 가까운 가설이지만 지금으로썬 다른 후보가 없다.한참을 고민하던 유월영은 집문서 사진과 함께 물음표 하나를 전송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을 해오는 연재준이다.“도대체 몇 사람 거쳐서 이제야 나인거 알아맞춘거야?”진짜로 연재준이었다니! 혼란스러운 유월영이다.“사장
이게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집 사주는건 보상이라 쳐도 꽃다발이 뭘 보상할수 있는거지?카드를 들여다보는 유월영이다. “연”이라고 인쇄한 듯한 글자 밑은 그의 필체로 보이는 듯한 유월영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수도 없이 많은 계약서 사인을 봐온 비서였던 유월영이 그걸 모를리가 없다. 그의 필체는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필체였으니 말이다.연재준은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때는 그가 뭘 하든 우러러보며 이따금씩 종이 위에 필체를 본 따 이름을 그의 이름을 끄적이곤 했다......한 획 한 획 어찌나 정성들여 써내려갔던지.한 번은 연재준에게 들켜 그가 흥미진진하게 눈썹을 치켜들며 놀리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너무 창피한 나머지 귀가 터질듯이 빨개지며 고개를 못 들었던 유월영이다.“.......”지금쯤이라면 무감각해지는게 맞겠는데 왜 그 생각에 또 유월영은 마음 속 깊은 어딘가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나는걸까.유월영은 카드를 다시 꽃다발에 꽂아넣고는 회사 앞 쓰레기통으로 와 무덤덤하게 던져버렸다.윤영훈 덕분인지 이젠 버리는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 유월영이다.버리자마자 등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온다.깜짝 놀라 뒤 돌아보니 윤영훈이 입꼬리를 스윽 올리며 걸어온다.“매번 어떤 표정으로 버린건지 이제야 알겠네요.”“......”유월영은 순식간에 업무모드로 변해서는 정중하게 말한다.“윤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와보겠다고 했잖아요?윤영훈이 쓰레기통에 처참히 버려진 꽃다발을 힐끗 쳐다본다.“발신인 불명인 물건이라는게 이 꽃다발이에요?”유월영은 대답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돌려버린다.“그럼 저 괜찮은거 보셨으니 업무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업무는 다 봤고 유일한 임무라면 여자친구 따라다니는거죠.”음흉하게 웃어보이는 윤영훈이다.유월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시치미를 뚝 뗀다.“전 업무가 남아서요.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윤영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그때까지 기다릴게요.”유월영은 한 치
하정은이 겨우 한숨을 돌리는 찰나 1번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신경세포가 순식간에 조여진 하정은이다.“사장님! 지시사항 말씀하시죠!”“표 끊어, 서안 갈거니까.”“......네.”금방 서안에서 돌아오지 않으셨나?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무실에서 걸어나오는 연재준의 뒤를 급히 따라가는 하정은이다.“서안 지사 점검하러 갈거니까 스케줄 잡아둬.”“네.”머리를 재빨리 굴려 사장님이 서안에서 며칠간은 머무르실거라는 결론을 내온다.“얼른 스케줄 마련하겠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연재준과 마주친 서정희가 미소를 머금고 말한다.“사장님, 어디 나가시게요? 10분만 시간 내주시면 안 될까요? 업무 보고 드릴게 있어서요.”......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헛생각들을 뒤로 하고 업무에만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됐다.유월영은 매니저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로비로 내려온다.매니저의 저녁 인사 요청에 승낙하려 했지만 이내 로비 접대구역에 앉아있는 윤영훈을 보고는 멈칫하고 마는 유월영이다.매니저도 윤영훈을 발견한다.“엥? 윤 사장님? 왜 안 올라오셨을까요?”유월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대답한다.“저녁 식사는 나중에요.”매니저는 뭔가 눈치챈 듯 웃어보인다.“윤 사장님은 비서님 퇴근하시길 기다리신거네요?”요즘 거의 매일 꽃다발을 받는 유월영이 준 사람이 누군질 말하지 않는다 해도 그게 어디 숨겨질 일인가?윤영훈이 유월영을 좋아한다는건 모두가 아닌 비밀같은거랄까.매니저는 부러움에 곁에서 유월영을 부추기며 말했다.“윤 사장님 잘 생기셨지, 돈도 많으시지, 저렇게 열심히신걸 보면 진심이실것 같은데 얼른 받아줘요!”“전 윤 사장님이랑 아무 관계도 아니니까 얼른 퇴근이나 해요.”이내 몸을 돌려 자리를 뜨던 매니저는 눈을 희번득인다.아닌 척 하긴! 저런 대단한 사람이 좋아해주니까 떠받들리는 느낌에 도취돼서는 일부러 사람 안달나게 만드는거면서!그러다 놓쳐버리면 어쩔건데!유월영이 윤영훈에게로 다가간다.윤영훈은 깔끔한 정장 위에
윤영훈이 손을 들어올리자 바이올린 연주가 멈췄고 이내 그 곳엔 정적만이 맴돌았다.“욱이는 주명진 사람이에요.”욱이란 바로 유월영 아버지의 다리를 골절시킨 감옥동기였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유월영이 묻는다.“사장님이 욱이를 어떻게 아세요?”“욱이가 주명진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 눈치네요?”윤영훈은 예리한 촉으로 유월영의 관심 포인트가 어긋났음을 눈치챘다. 이 사실에 대해 몰랐다면 가장 먼저 욱이가 누구냐고 물어봤겠지.딱히 반박하지 않는 유월영이다. 확실히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당시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유월영이 이승연에게 자신의 추측을 말하니 이승연이 그녀를 도와 교도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욱이가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누던 친한 감옥동기가 교도관에게 욱이를 팔며 주명진이 그더러 유월영 아버지의 다리를 다치게 만들었다 했다고 고자질을 했던것이다.“신연우가 주명진 다리를 부러뜨리니 그 앙금을 감히 신연우나 연 사장한테 풀지 못한 주명진이 유 비서를 타겟으로 삼은거예요. 그래도 따지고 보면 신연우가 장본인이죠. 신연우가 유 비서 다치게 한 거랑 마찬가지예요.”유월영은 복잡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꽉 움켜쥔다.이때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든 유월영은 불과 몇미터 밖에 있는 신연우를 보게 된다.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이다.윤영훈은 그가 올걸 알기라도 한듯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음식도 안 나왔으니 화장실 다녀올게요.”그렇게 그는 유월영과 신연우를 위해 자리를 내줬다.유월영은 멍하니 앉아 다가오는 신연우를 바라본다.여전히 어깨까지 내려오는 안경줄이 달린 금테 안경을 쓴 그는 처음 보던 그 날처럼 지적이고 우아해보였다.유월영은 “심교수님도 식사하러 오셨어요?”같은 형식적인 말 대신 입을 열었다.“.......윤 사장님이 연락하셨어요?”신연우가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미안해요.”주명진이 유월영의 아버지에게 보복했다는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신연우다.허나 유월영은 욱이가 주명진
서울에 있는 대학교라......국내 1,2위를 다투는 신주대학에서 이직을 택하는걸 보면 그곳이 훨씬 더 좋겠지.유월영이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넨다.“탄탄대로만 걸으시실 바래요.”“언제든지 필요하면 나 찾아도 돼요.”신연우가 나긋하게 말한다.“내가 말했죠, 월영 씨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은 유효기간 같은건 없다고요.”“네, 기억하고 있어요.”허나 이건 전혀 그들의 진심이 아니었다.유월영같이 무슨 일이든 혼자 꿋꿋이 해결하려는 사람이, 그가 곁에 있을때도 도움 받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어찌 멀리 서울로 가는 그에게 도움을 청할수 있단 말인가?신연우는 이내 자리를 떴다.그가 가자마자 윤영훈이 돌아왔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여기 비아그라 먹어봐요. 본연의 맛을 그대로 잘 살렸어.”입맛이 뚝 떨어진 유월영은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사장님, 이런 자리 마련하신 의도가 뭐죠?”“신연우가 아버지 다리를 부러뜨린 간접적인 원흉”이라는 사실은 그 둘로 하여금 결국 이런 국면을 맞이하게 했다.윤영훈이 숨김없이 쿨하게 인정한다.“내 적이니까 빨리 쫓아내야 유 비서 독차지하죠.”유월영은 술 한 모금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신 교수님 쫓아내신다 해도 전 사장님 안 좋아해요.”“괜찮아요, 난 낯 두꺼워서 나 안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니까.”“......”윤영훈이 손가락을 탁 튕기니 또다시 빠른 절주의 바이올린 연주가 울려퍼진다.머릿 속이 윙 울리는 유월영이다.하필 그 때 윤영훈이 또 입을 연다.“주명진 뒷조사하다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는데 유 비서네 가족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빚더미 안은적 있었죠?”유월영이 고개를 번쩍 든다.“그 일의 장본인 역시 주명진이에요. 허나 그건 주명진 역시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거고요.”“누구 지시요?”윤영훈이 어깨를 으쓱거린다.“주명진이 도망가는 바람에 그건 못 알아냈어요.”“......”눈이 빠르게 굴러가는 유월영이다.아빠가 당시 사채업자의 부하인 욱이를 알아봤을때부터 주명진과
가뜩이나 정신이 흐리멍텅하던 유월영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더욱 머리가 어지러워났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응가 때문에 울었던것 아닌가? 누가 금방 한달을 넘긴 어린 아이들에게 독을 먹인단 말인가?게다가 어제 아이들 방엔 연재준이 먼저 가 있었는데.더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고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몰랐던 유월영이기에 재빨리 택시를 타고 하씨 가문 별자으로 향했다.유월영이 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신현우가 먼저 그녀를 처리할거다.차에서 내리는 순간, 서늘한 바람에 등골이 오싹해나는 유월영이다.옷을 잔뜩 껴입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유월영은 이를 꽉 악물고 안으로 들어갔다.별장을 감싼 환한 조명 아래, 유월영이 하인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려니 마침 베이비시터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저 아가씨예요! 어젯밤에 잔뜩 쫄아있었잖아요, 언니도 봤죠?”그 말에 상대가 고개를 끄덕인다.쌍둥이 아이들의 어머니인 하씨 부인이 간신히 화를 억누르며 말한다.“엄마, 저 유 아가씨란 사람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하씨 사모님이 말하신다.“SK그룹 비서야. 어젯밤엔 임씨 가문 그 애송이한테 하마터면 공개망신 당할 뻔했지.”하씨 부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친다.“듣자 하니 일부러 그런거겠네요! 절대 곱게 안 놔줘요 저!”“.......”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거실로 들어가던 유월영이 발걸음을 우뚝 멈춘다.연재준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신주로 돌아갔었을텐데?게다가 곁에 서정희까지 있는걸 보면 둘이 같이 여기로 온게 뻔했다.어젯밤에 아이들 방에서 같이 있었던 연재준은 누구보다 사실을 잘 알고 있을텐데 베이비시터가 유월영의 탓으로 돌릴때까지 말 한 마디없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니.“......”역시 괜히 연재준이 아니다. 보상이랍시고 주는건 한 순간의 양심의 가책때문이었지쌀쌀맞게 대하는 이 모습이 그의 본성이었다.진작에 그에겐 기대를 품고 있지 않았지만 가뜩이나 야밤에 먼길을 달려온것 때문에 불편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속도 배배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