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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965 챕터

제871화

“...”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아, 맞다. 하나 더 있어요.”“뭔데요?”“유영이가 말했는데, 나머지 서류는 확실히 강이한 손에 있대요.”소은지가 지현우를 보면서 얘기했다.말이 끝나자 지현우가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확실해요?”“네, 확신해요.”지현우의 눈빛이 더더욱 어두워졌다.그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소파 손잡이를 가볍게 두드렸다.온몸의 기운이 말라붙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지현우는 입꼬리를 올려서 웃더니 얘기했다.“지금 강이한과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된 모양이네요.”“그러게요.”소은지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감정이 도대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지...처음에 이유영과 강이한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때 소은지는 두 사람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여자의 촉은 무서운 경향이 있다.그때 강씨 가문의 사람들은 아주 무서워 보였다. 그러니 착하고 여린 이유영이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소은지가 걱정했던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이유영은 강씨 가문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받고 지금 이 모양이 되었다. 이유영과 강이한의 감정은 결국 이런 방식으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지금의 이유영은 변했다.소은지는 현재의 이유영에게서 차가움을 느꼈다. 그녀의 두 눈에는 더 이상 온기가 없었다.소은지도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데, 집사가 갑자기 들어왔다.“일곱째 도련님, 사모님.”“무슨 일이죠?”“여섯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집사는 신중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요즘 들어 반산월의 사람들은 모두 엔데스 명우와 소은지의 사이를 알았다.두 사람은 매번 죽기 살기로 싸웠으니까 말이다.지현우는 소은지를 보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또 뭘 한 겁니까?”“아무것도 안 했어요."게다가 지금 소은지가 뭘 하든지 엔데스 명우는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일단 올라가요.”지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지도 명우를 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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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엔데스 명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네 아내한테 묶여서 그럴 시간이 없었던 걸 어떡해.”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랑은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지현우는 엔데스 명우를 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하지만 이내 지현우가 얘기했다.“두 사람이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남몰래 숨을 돌렸다.원한?“정말 우리 둘 사이에 원한만 있을 줄 알아?”“그게 뭐든 간에 나랑은 큰 관계가 없어.”“관계가 없다고?”“당연하지. 형이 뭘 하든지, 그 사람이 내 아내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그렇게 얘기하는 지현우의 말투는 형제간의 대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딱딱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그 말을 듣고 긴장해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원한이라는 키워드부터 시작해서 뒤이어지는 말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차가운 말이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둘 다 웃고 있었지만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웃음이었다....소은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설유나가 엔데스 명우 때문에 어디고 갔든지, 소은지는 지현우의 힘으로 쉽게 설유나를 찾을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열심히 뭘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혹은 그가 설씨 가문 자매에게 드러낸 감정이 약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마치 지현우처럼... 두 사람 사이의 원한일지도 모른다. 바로 설선비 때문에 일어난 원한 말이다!그렇다면 지금 일도 설유나 때문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시작은 엔데스 명우가 했으나 끝은 그가 맺고 싶다고 해서 맺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차가운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는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어떤 신분이라도, 어떤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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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이유영이 박연준의 실체를 알았을 때, 박연준은 머릿속이 너무나도 복잡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자만 이유영이 돌아서는 순간, 박연준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용당하더라도 이유영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강이한이 차가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그는 이유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마치 추운 설산과도 같아서 뼛속까지 시렸다.“이유영, 나랑 가자.”강이한이 강압적인 태도로 얘기하면서 손을 뻗었다.이유영은 그제야 강이한에게로 눈을 돌렸다.그 순간 강이한이 마주한 이유영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이유영은 강이한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예전에 이유영에게 있어서 이 손은 아주 따뜻하고 그녀에게 미래를 가져다주는 손이었다.예전의 그녀는 강이한을 아주 믿었었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변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변했다.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느껴지는 부담감에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러더니 이유영이 웃었다.강이한의 손을 잡지 않고 오히려 박연준에게 기대면서 얘기했다.“강이한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게다가 제 약혼자가 보는 앞에서 이러는 건 선을 넘지 않았어요?”“...”“이러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비꼬는 듯한 말투에 강이한은 심경이 뒤틀렸다.“이유영!”‘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 박연준의 약혼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무리 정국진의 딸이라고 해도 그렇지...’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유영의 계획이었다.서주는 파리와 달랐다. 청하시와도 다르다.서주는 그녀가 알고 있는, 가장 혼란스러운 곳이다. 그녀는 이 심연 같은 곳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예전에는 강이한이 이유영의 곁에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강이한은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강씨 가문이 이유영을 좋아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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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차에 오르려고 할 때, 이유영의 손목에서 힘이 느껴졌다.바로 강이한이었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그녀는 차에 처박혀버렸다.이윽고 강이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빨리 막아!”“...”이유영이 몸을 움직여 겨우 앉아서 후면 유리창을 보니 박연준의 사람과 강이한의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작은 공간에서 위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차는 그렇게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싸우는 사람들은 점점 멀어졌고 작아지더니 코너를 돌자 바로 사라졌다.짝.강이한의 뺨에서 소리가 나자 원래도 무거웠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앞에서 운전하던 기사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덜덜 떨면서 핸들을 잡았다.그는 빨리 속도를 올려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었다.뒷좌석에서는 이유영이 차갑게 강이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이한은 그런 이유영을 보면서 이루어 말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어느새 유럽식 별장에 도착했다. 경호원이 삼엄하게 둘러싸고 있었고 운전기사는 빠르게 도망가 버렸다.강이한은 차 문을 열고 내려가서 이유영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내려.”“날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가 줘!”그녀의 맕투는 차갑기만 했다. 강이한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어디로? 파리? 아니면 박연준에게로? 그건 꿈도 꾸지 마.”원래 그녀는 이곳에 오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왔으니 절대로 박연준 곁에 두면 안 된다.이유영은 웃음을 흘렸다.“내가 공항에서 뭐라고 했는지 까먹은 것 같은데.”그리고 강이한을 쳐다보았다. 이유영의 차가운 눈에는 온기가 없어 보였다.이유영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천천히 얘기했다.“난 지금 박연준의 약혼녀야.”“이유영!”강이한의 말투는 더욱 심각해졌다.“당신이 반대할 자격은 없잖아, 안 그래?”“꼭 이렇게 해야겠어?”“당신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여기 온 건 나 때문이잖아!”‘강이한 때문이라고?’그 말에 이유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두 사람이 언제부터 이런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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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전에 정국진의 방에서 그 사진을 봤을 때 이유영은 알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그때는 강이한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하지만 오늘 공항에서 이유영은 강이한이 박연준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연준의 미소에서도 강이한을 향한 원한을 읽어내었다.이런 증오와 이런 원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 아무도 믿지 않을 말이었다. 서재에서 봤던 사진처럼, 두 사람은 한때 사이가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관계가 완전히 깨졌을지도 모른다.이유영이 질문을 던진 그 순간, 강이한의 눈에는 고통스러움이 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나는 그 사람과 아무 관계도 아니야.”그렇게 말하는 강이한의 말투는 차가웠다. 다만 그 속에 담긴 증오를 완전히 덮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절대로 그렇지 않을걸?’이유영은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걸고 말했다.“괜찮아. 두 사람이 무슨 관계든지 나랑은 상관이 없으니까.”‘그래, 상관없어.’한때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모두 감췄던 강이한이다. 그래서 강이한이 서주와 관계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니 어떻게 강이한이 박연준과 무슨 사이인지를 알 수 있겠는가. 지금은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다. 강이한이 얘기해주지 않으니 더 물어도 소용은 없을 것이다.“내려.”“날 박연준한테로 데려다줘.”“이유영, 다시 한번 얘기한다. 내려!”강이한의 목소리는 더욱 심각해졌다.이유영은 강이한을 쳐다보았다.강이한은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얘기했다.“그 사람은 널 이용하고 있어. 너도 알잖아!”‘그래. 그래서 이미 깨진 사이였지.’하지만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10년 간의 일도 지나간 일로 할 수 있는데 이용당한 게 뭐가 어때서? 그걸 없던 걸로 하는 건 더 쉬운 일이지.”“...”강이한은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두 사람은 그 10년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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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강이한이 그렇게 말하자 이유영은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랐다.그러니까 강이한이 서주의 음식을 잘 먹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거겠지.대충 먹던 이유영은 결국 참지 못했다. 국물을 좀 마시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단맛이었으니. 단 국물은 이유영이 싫어하는 것이었다.“국수 좀 삶아달라고 할까?”이유영이 통 먹지 않자 강이한이 미간을 찌푸렸다.“됐어.”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국수도 단맛이겠지. 게다가 서주의 요리사가 파리나 청하의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단 맛일 것이다.하지만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욱 가슴 아팠다. 그러니까 이유영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않은가. 만약 이온유나 한지음이었다면? 제대로 준비했을 것이다.핸드폰에 박연준의 번호가 떴다. “뭐 하려고.”“돌아갈 거야.”“이유영!”강이한은 잔뜩 화가 난 말투로 얘기했다.“난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가야 해.”그 사람은 바로 박연준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하는 모든 말에 짜증이 났다. 결국 그는 이성을 잃고 이유영의 핸드폰을 들고 바닥에 던져버렸다.이유영은 눈을 감았다.“이러면 화가 좀 풀려?”한바탕 싸우고 난 후, 이유영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 아까처럼 감정적이지 않았다.‘화가 풀리냐고?’그 말에 강이한은 더욱 화가 났다.“지금부터 우리 사이 모든 일은 내가 결정하는 거야.”강이한은 모든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그래?”이유영은 강이한을 보면서 비웃었다.“우리 사이에 언제 한번 내가 결정한 적이 있어?”“...”“내 망막도...!”“...”망막...그건 두 사람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그건 강이한도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 번도...”“됐어!”강이한이 말을 마치기 전에 이유영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녀는 이제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강이한은 달랐다.이유영은 그때 사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누군가가 그녀의 필체를 모방해서 사인을 한 것이다.입술을 달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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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하지만 그 일을 다시 언급할 때마다 마치 아무는 상처를 다시 찢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유영아.”‘뭘 얘기해야 하지? 이제는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 거지? 그전에는 모두 홧김에 한 말이었다고 해?’화가 나서 아까와 같은 말을 하긴 했으나 강이한은 한 번도 이유영의 각막을 한지음에게 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한 번도 날 믿은 적이 없잖아. 그러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거야?”“난 그저...”“왜 그렇게 슬픈 척해?”그 말에 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 슬픈 척이라니. ‘이유영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네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결국 나는 모든 것을 한지음에게 줘버렸으니까. 난 앞이 보이지 않아서 그 불바다에서 나오지도 못했지.”그 모든 사실을 마주한 강이한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고통은 강이한을 빛이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그 순간 강이한은 차라리 불에 타서 죽은 게 본인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강이한이 어떻게 버텨왔는지 죽어도 모를 것이다.‘해명해야 하나? 아니, 더는 소용 없어. 그런 과거를 내가 어떻게 해명하지?’마치 이유영이 말한 것처럼 이제 진실은 소용없었다. 강이한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해의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생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니 모든 사건이 바뀐 것과 같다. 다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뿐이다.“강이한, 그거 알아? 그때 당신이 데려온 사람들이 나를 수술대에 묶을 때, 난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10년이 뭔 대수인가?’10년이라면 보통 다 잊고 다시는 돌이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10년이 지나 지금 돌이켜 보아도 가슴이 아픈 것은 매한가지였다.“...”강이한은 가슴이 찢겨서 피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결국 말하고 말았다.이유영에게 있어서는 상처일 뿐인 과거들을 그에게 들려줄 때 그녀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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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그래, 그는 이미 틀렸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강이한은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강이한이 말했었다. 한지음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유영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고. 그녀는 이유영을 위해 모든 걸 내어줬다고! 그리고 자신 또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고."강이한, 너희들은 애초에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 이 모든 건 너희의 업보야, 알겠어?"한지음이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그녀를 위해 희생했어도, 이유영은 감사해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한지음이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했다.강이한이 절망을 감내하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이유영의 눈에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었고, 고난 역시 감당해야 할 고통과 절망이었다.“이유영!”강이한은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그녀가 그렇게 차갑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밀려오는 고통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그 고통은 아프고도 무거웠다.이유영이 감내했던 수많은 고통과 절망은 얼마나 더 아팠을까."난 이제 박연준의 약혼녀야. 이제부턴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난 용납할 수 없어!”이유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이한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다.둘은 그저 침묵 속에서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심지어 공기마저 이 차가운 침묵에 얼어붙은 듯했다.이유영의 눈 속에 스친 한기를 보며, 강이한은 마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가슴이 아려왔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이유영의 냉정한 태도에 강이한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유영은 앞으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내 말 충분히 이해했어?”마침내 이유영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가웠다.이미 마음이 텅 비어버린 듯한 강이한은 그녀의 그 말을 들으며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충분히 이해했냐고? 그래, 충분히 이해했어!’이유영은 더없이 명확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의미였다.그것은… 전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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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살아있는 존재..." 이유영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강이한이 계속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유영아... 정말로 이 모든 게 그냥 내 꿈이었으면 좋겠어.”‘그래, 그저 한낱 꿈이었으면 좋겠다.’이전 생, 그들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결국 그들의 인생에는 서로만이 존재했다.이유영에게는 박연준이 없었다!그리고 강이한에게도 이유영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지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의 이유영은 이 모든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그녀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세계 속에서 무엇인지 따져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이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모든 진실도, 존재의 의미도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세계에는 박연준이 있고, 강이한의 세계에는... 버릴 수 없는 온건한 이온유가 있었다.지금의 이 길은 그들에게 막다른 골목이다! 강이한은 정말 이 모든 것이 그의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 둘만이 존재하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오직 서로에게 서로만 있던 그 시절로 말이다."이것이 바로 인과응보야!" 이유영은 강이한의 눈에서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그의 말 속에서 후회가 느껴졌다.그가 어떻게 이 세계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영은 그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다.강이한은 후회했다.이 세계에 온 것을 말이다! 이번 생은 저번 생보다 더 어려웠다."그래, 이게 내 인과응보야." 이건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니라, 그에게 내려진 벌이었다."고통스럽다면 여기서 멈춰서." 이유영이 또박또박 얘기했다.멈추라니?강이한은 마음속으로 그 말을 되새겼다.잠깐이나마 그는 정말로 이유영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빠르게 사라졌다.대신 더 깊어진 집착이 마음속에서 피어났다."오늘부터, 너는 이 저택을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어!" 눈에 서렸던 슬픔은 사라졌고,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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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박연준이 도착했다. 강이한의 사람들이 그를 강제로 막아섰다. 강이한과 박연준은 한치의 예의도 차리지 않으려는 것만 같았다."저 자식한테 당장 꺼지라고 해!" 강이한의 목소리에는 차가움과 분노가 가득했다. 이 순간, 이유영은 그의 눈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픔 같은 감정을 보았다. 잠깐이지만 확실했다.그리고 이유영은 그 감정을 확실히 느꼈다. 강이한이 박연준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예.”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이유영은 그의 옆모습에서 시선을 거두고, 큰 창 너머로 눈을 돌렸다. 나뭇잎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날씨처럼 답답해졌다.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이유영이 비 오는 날을 싫어하게 된 것이.예전에 강이한과 함께 있을 땐 비 오는 날을 좋아했었다.강이한에게는 비 오는 날이 쉬는 날이라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 오는 날을 일요일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는 언제나 홍문도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지금도 분명 중요한 전화가 와서 자리를 떴지만, 비가 내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하지만 아마도 이제는 강이한이 곁에 있는 것이 싫어져서인지, 이유영은 비 오는 날도 싫어진 듯했다.강이한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이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어디 가는 거야?""못 들었어? 저 사람은 날 데리러 온 거야."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말이 끝나자, 손목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강이한은 더욱 세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유영은 숨이 막힐 듯 아팠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그녀는 여전히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박연준이 널 어떻게 이용했는지 잊었어?"남자의 목소리에서는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예전에 박연준이 그녀 앞에 나타났을 때, 강이한은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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