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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전에 정국진의 방에서 그 사진을 봤을 때 이유영은 알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강이한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공항에서 이유영은 강이한이 박연준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연준의 미소에서도 강이한을 향한 원한을 읽어내었다.

이런 증오와 이런 원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 아무도 믿지 않을 말이었다. 서재에서 봤던 사진처럼, 두 사람은 한때 사이가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관계가 완전히 깨졌을지도 모른다.

이유영이 질문을 던진 그 순간, 강이한의 눈에는 고통스러움이 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 사람과 아무 관계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강이한의 말투는 차가웠다. 다만 그 속에 담긴 증오를 완전히 덮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절대로 그렇지 않을걸?’

이유영은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걸고 말했다.

“괜찮아. 두 사람이 무슨 관계든지 나랑은 상관이 없으니까.”

‘그래, 상관없어.’

한때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모두 감췄던 강이한이다. 그래서 강이한이 서주와 관계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니 어떻게 강이한이 박연준과 무슨 사이인지를 알 수 있겠는가. 지금은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다. 강이한이 얘기해주지 않으니 더 물어도 소용은 없을 것이다.

“내려.”

“날 박연준한테로 데려다줘.”

“이유영, 다시 한번 얘기한다. 내려!”

강이한의 목소리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유영은 강이한을 쳐다보았다.

강이한은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 사람은 널 이용하고 있어. 너도 알잖아!”

‘그래. 그래서 이미 깨진 사이였지.’

하지만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10년 간의 일도 지나간 일로 할 수 있는데 이용당한 게 뭐가 어때서? 그걸 없던 걸로 하는 건 더 쉬운 일이지.”

“...”

강이한은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그 10년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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