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한이 그렇게 말하자 이유영은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랐다.그러니까 강이한이 서주의 음식을 잘 먹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거겠지.대충 먹던 이유영은 결국 참지 못했다. 국물을 좀 마시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단맛이었으니. 단 국물은 이유영이 싫어하는 것이었다.“국수 좀 삶아달라고 할까?”이유영이 통 먹지 않자 강이한이 미간을 찌푸렸다.“됐어.”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국수도 단맛이겠지. 게다가 서주의 요리사가 파리나 청하의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단 맛일 것이다.하지만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욱 가슴 아팠다. 그러니까 이유영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않은가. 만약 이온유나 한지음이었다면? 제대로 준비했을 것이다.핸드폰에 박연준의 번호가 떴다. “뭐 하려고.”“돌아갈 거야.”“이유영!”강이한은 잔뜩 화가 난 말투로 얘기했다.“난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가야 해.”그 사람은 바로 박연준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하는 모든 말에 짜증이 났다. 결국 그는 이성을 잃고 이유영의 핸드폰을 들고 바닥에 던져버렸다.이유영은 눈을 감았다.“이러면 화가 좀 풀려?”한바탕 싸우고 난 후, 이유영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 아까처럼 감정적이지 않았다.‘화가 풀리냐고?’그 말에 강이한은 더욱 화가 났다.“지금부터 우리 사이 모든 일은 내가 결정하는 거야.”강이한은 모든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그래?”이유영은 강이한을 보면서 비웃었다.“우리 사이에 언제 한번 내가 결정한 적이 있어?”“...”“내 망막도...!”“...”망막...그건 두 사람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그건 강이한도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 번도...”“됐어!”강이한이 말을 마치기 전에 이유영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녀는 이제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강이한은 달랐다.이유영은 그때 사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누군가가 그녀의 필체를 모방해서 사인을 한 것이다.입술을 달싹인
하지만 그 일을 다시 언급할 때마다 마치 아무는 상처를 다시 찢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유영아.”‘뭘 얘기해야 하지? 이제는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 거지? 그전에는 모두 홧김에 한 말이었다고 해?’화가 나서 아까와 같은 말을 하긴 했으나 강이한은 한 번도 이유영의 각막을 한지음에게 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한 번도 날 믿은 적이 없잖아. 그러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거야?”“난 그저...”“왜 그렇게 슬픈 척해?”그 말에 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 슬픈 척이라니. ‘이유영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네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결국 나는 모든 것을 한지음에게 줘버렸으니까. 난 앞이 보이지 않아서 그 불바다에서 나오지도 못했지.”그 모든 사실을 마주한 강이한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고통은 강이한을 빛이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그 순간 강이한은 차라리 불에 타서 죽은 게 본인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강이한이 어떻게 버텨왔는지 죽어도 모를 것이다.‘해명해야 하나? 아니, 더는 소용 없어. 그런 과거를 내가 어떻게 해명하지?’마치 이유영이 말한 것처럼 이제 진실은 소용없었다. 강이한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해의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생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니 모든 사건이 바뀐 것과 같다. 다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뿐이다.“강이한, 그거 알아? 그때 당신이 데려온 사람들이 나를 수술대에 묶을 때, 난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10년이 뭔 대수인가?’10년이라면 보통 다 잊고 다시는 돌이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10년이 지나 지금 돌이켜 보아도 가슴이 아픈 것은 매한가지였다.“...”강이한은 가슴이 찢겨서 피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결국 말하고 말았다.이유영에게 있어서는 상처일 뿐인 과거들을 그에게 들려줄 때 그녀는 어
그래, 그는 이미 틀렸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강이한은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강이한이 말했었다. 한지음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유영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고. 그녀는 이유영을 위해 모든 걸 내어줬다고! 그리고 자신 또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고."강이한, 너희들은 애초에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 이 모든 건 너희의 업보야, 알겠어?"한지음이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그녀를 위해 희생했어도, 이유영은 감사해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한지음이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했다.강이한이 절망을 감내하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이유영의 눈에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었고, 고난 역시 감당해야 할 고통과 절망이었다.“이유영!”강이한은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그녀가 그렇게 차갑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밀려오는 고통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그 고통은 아프고도 무거웠다.이유영이 감내했던 수많은 고통과 절망은 얼마나 더 아팠을까."난 이제 박연준의 약혼녀야. 이제부턴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난 용납할 수 없어!”이유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이한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다.둘은 그저 침묵 속에서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심지어 공기마저 이 차가운 침묵에 얼어붙은 듯했다.이유영의 눈 속에 스친 한기를 보며, 강이한은 마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가슴이 아려왔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이유영의 냉정한 태도에 강이한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유영은 앞으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내 말 충분히 이해했어?”마침내 이유영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가웠다.이미 마음이 텅 비어버린 듯한 강이한은 그녀의 그 말을 들으며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충분히 이해했냐고? 그래, 충분히 이해했어!’이유영은 더없이 명확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의미였다.그것은… 전생의
"살아있는 존재..." 이유영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강이한이 계속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유영아... 정말로 이 모든 게 그냥 내 꿈이었으면 좋겠어.”‘그래, 그저 한낱 꿈이었으면 좋겠다.’이전 생, 그들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결국 그들의 인생에는 서로만이 존재했다.이유영에게는 박연준이 없었다!그리고 강이한에게도 이유영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지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의 이유영은 이 모든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그녀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세계 속에서 무엇인지 따져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이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모든 진실도, 존재의 의미도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세계에는 박연준이 있고, 강이한의 세계에는... 버릴 수 없는 온건한 이온유가 있었다.지금의 이 길은 그들에게 막다른 골목이다! 강이한은 정말 이 모든 것이 그의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 둘만이 존재하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오직 서로에게 서로만 있던 그 시절로 말이다."이것이 바로 인과응보야!" 이유영은 강이한의 눈에서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그의 말 속에서 후회가 느껴졌다.그가 어떻게 이 세계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영은 그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다.강이한은 후회했다.이 세계에 온 것을 말이다! 이번 생은 저번 생보다 더 어려웠다."그래, 이게 내 인과응보야." 이건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니라, 그에게 내려진 벌이었다."고통스럽다면 여기서 멈춰서." 이유영이 또박또박 얘기했다.멈추라니?강이한은 마음속으로 그 말을 되새겼다.잠깐이나마 그는 정말로 이유영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빠르게 사라졌다.대신 더 깊어진 집착이 마음속에서 피어났다."오늘부터, 너는 이 저택을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어!" 눈에 서렸던 슬픔은 사라졌고, 그의
박연준이 도착했다. 강이한의 사람들이 그를 강제로 막아섰다. 강이한과 박연준은 한치의 예의도 차리지 않으려는 것만 같았다."저 자식한테 당장 꺼지라고 해!" 강이한의 목소리에는 차가움과 분노가 가득했다. 이 순간, 이유영은 그의 눈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픔 같은 감정을 보았다. 잠깐이지만 확실했다.그리고 이유영은 그 감정을 확실히 느꼈다. 강이한이 박연준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예.”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이유영은 그의 옆모습에서 시선을 거두고, 큰 창 너머로 눈을 돌렸다. 나뭇잎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날씨처럼 답답해졌다.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이유영이 비 오는 날을 싫어하게 된 것이.예전에 강이한과 함께 있을 땐 비 오는 날을 좋아했었다.강이한에게는 비 오는 날이 쉬는 날이라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 오는 날을 일요일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는 언제나 홍문도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지금도 분명 중요한 전화가 와서 자리를 떴지만, 비가 내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하지만 아마도 이제는 강이한이 곁에 있는 것이 싫어져서인지, 이유영은 비 오는 날도 싫어진 듯했다.강이한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이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어디 가는 거야?""못 들었어? 저 사람은 날 데리러 온 거야."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말이 끝나자, 손목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강이한은 더욱 세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유영은 숨이 막힐 듯 아팠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그녀는 여전히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박연준이 널 어떻게 이용했는지 잊었어?"남자의 목소리에서는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예전에 박연준이 그녀 앞에 나타났을 때, 강이한은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었다.하지만
“...”순간 그는 목이 메었다.맞다. 과거에 이유영이 겪었던 모든 일은, 정말로 잔인했다. 그 일에 대해 무어라 여러 번 말하고 싶었지만, 항상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떠올리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저번 생의 일에 대해서는 이유영이 모든 걸 이미 말했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들, 강이한이 한지음과 함께 이유영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했던 모든 것.이는 모두 두 사람에게 업보로 돌아왔다. 이유영은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지금은...강이한이 입을 떼기 전에, 이유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넌 이온유를 구하려고 했을 때, 소월이에게도 아주 잔혹했어.”강이한은 머릿속이 윙하고 울리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어버렸다. 잔혹했다고? 그가 어떻게 자신의 딸에게 잔혹할 수 있겠는가? “아니야, 유영아!”“당신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당신은 결국 그렇게 했어!”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강하고 무겁게 그의 죄책감을 짓눌렀다.마치 죄책감이 강이한의 어깨 위로 무겁게 얹히는 것만 같았다.그들 사이에는 새로운 길이 생겼고 두 사람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한 것과 같았다. 강이한이 어떠한 강경한 태도와 집념을 품고 있든, 이유영의 가득 찬 증오를 막을 수는 없었다.그래, 이유영은 강이한을 증오하고 있다. 이유영이 직접 말하기도 했다. 이번의 증오는 이전의 증오와는 달랐다. 과거에는 그저 그와 서로 관계없는 삶을 살기 바랐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가 서주에 온 만큼 그를 향한 증오로 인해 그와 죽고 못 살 원수가 될 것이 분명했다.“도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이유영이 등을 돌리는 순간, 강이한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그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스며들어 있었다.이유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감춰져 있었다.강이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돌아본다
이유영이 가까이 다가오자 박연준은 그녀의 가냘픈 모습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박연준의 곁에 다다르자마자 그는 서둘러 자신의 트렌치코트를 벗어 그녀의 머리 위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귀가에 나지막이, 약간 질책하듯이 말했다.“그 사람이 너를 이렇게 내보낸 거야?!”남자의 차가운 향기가 이유영의 곁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쪽 멀리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가자.”이유영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박연준의 따스함에 대답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박연준은 말없이 멀리 서 있는 사람의 붉은 눈을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서 누가 이긴 걸까? 이곳에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유영은 너무나 차분했고 차가울 정도로 매정했다. 감정이 철저히 사라진 듯한 그 차가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서늘함마저 느끼게 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태우고 차에 올랐다. 강이한의 사람들은 막지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느껴질 정도였다.차 안에서 이유영은 창밖의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후회해?”박연준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유영은 그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서주 식물은 파리랑 완전히 달라.”박연준은 입을 다물었다. ‘참... 사람 애태우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 이유영이 생각했던 것처럼, 이곳의 모든 것은 파리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식물뿐만 아니라 건물조차도 그렇다. 이곳 사람들은 커다란 별장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이한의 크리스탈 별장을 보았을 때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는 박연준의 별장도 그에 못지않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나무로 된 복도 바깥에 비가 내리고 빗방울이 야자수에 떨어졌다.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여기는 비가 자주 오는 것 같네.”“여기는 이런 날씨야. 한 달에 반 이상은 비가 내려서 날씨가 습해.”‘그렇구나.’이런 날씨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유
한때 강이한은 한지음 때문에 이유영에게 이런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때의 강이한은 어땠는가?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여러 차례 말했었다. 이유영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이한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전부 사실이라며 오만하게 굴었고, 세상의 모든 유언비어를 믿으면서도 그녀만은 믿지 않았다. 이유영은 수없이 해명했지만 돌아온 건 언제나 차가운 말 한마디뿐이었다. “이유영, 이건 네가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야.”맞아, 그녀가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말이 바로 이거였다. “무엇이나 당연한 건 없어요. 그 사람들은 그저 당신을 따르기로 한 것뿐이죠.”이유영은 앞에 놓인 우유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복잡한 어조로 말했다. 박연준은 이유영의 말에 온몸이 경직되었다가, 이내 눈빛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래, 그 얘긴 그만하자.”“...”“이제 서주에 왔는데, 앞으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박연준이 그녀에게 물었다. ‘계획?’ 박연준의 질문에 이유영은 더욱 날카롭고 예리해진 박연준의 눈을 마주했다. 박연준은 멈칫하며 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지금 아무것도 안 해도,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충분한 복수가 될 테니까.”박연준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 사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저 그의 곁에 약혼자라는 명의로 있는 것만으로도 강이한에게는 복수가 될 테니까. 하지만, 과연 이유영에게 있어서 복수가 정말 그런 것일까? 박연준은 그녀를 탐색하듯 바라봤다. 박연준은 이유영이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로열 글로벌을 관리할 정도의 사람이면서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 복수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박연준은 가볍게 웃었다. 못 믿겠다는 듯 말이다.이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왜, 믿지 못하겠어?”“이유영, 내가 널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랬다. 이유영에게 관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