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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이유영이 가까이 다가오자 박연준은 그녀의 가냘픈 모습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박연준의 곁에 다다르자마자 그는 서둘러 자신의 트렌치코트를 벗어 그녀의 머리 위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귀가에 나지막이, 약간 질책하듯이 말했다.

“그 사람이 너를 이렇게 내보낸 거야?!”

남자의 차가운 향기가 이유영의 곁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쪽 멀리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가자.”

이유영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박연준의 따스함에 대답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박연준은 말없이 멀리 서 있는 사람의 붉은 눈을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누가 이긴 걸까? 이곳에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영은 너무나 차분했고 차가울 정도로 매정했다. 감정이 철저히 사라진 듯한 그 차가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서늘함마저 느끼게 했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태우고 차에 올랐다. 강이한의 사람들은 막지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차 안에서 이유영은 창밖의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후회해?”

박연준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영은 그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서주 식물은 파리랑 완전히 달라.”

박연준은 입을 다물었다.

‘참... 사람 애태우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

이유영이 생각했던 것처럼, 이곳의 모든 것은 파리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식물뿐만 아니라 건물조차도 그렇다.

이곳 사람들은 커다란 별장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이한의 크리스탈 별장을 보았을 때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는 박연준의 별장도 그에 못지않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무로 된 복도 바깥에 비가 내리고 빗방울이 야자수에 떨어졌다.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

“여기는 비가 자주 오는 것 같네.”

“여기는 이런 날씨야. 한 달에 반 이상은 비가 내려서 날씨가 습해.”

‘그렇구나.’

이런 날씨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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