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박연준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이 서주의 과일차, 맛이 별로야.” “원하면 내일 파리 쪽의 걸 가져다줄게.” “청하의 걸 가져다줘. 나는 그게 맛이 더 좋아.” 청하에서 자란 그녀는 파리로 돌아와도 청하의 맛이 더 익숙했다. 박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기봉. 그 사람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줄 거야?” “...”박연준은 잠시 멈칫했다. 찻잔을 들고 있는 손이 굳어졌다. 이유영을 바라보는 박연준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이유영도 그를 바라보며 같은 눈빛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렇게 깊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도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 했다. 이런 심리 전술은 이유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다른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박연준이 웃었다. “이유영, 너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 앞에서 숨길 노력도 안 하겠다는 거야?” ‘숨길 노력?’이유영도 웃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나는 너희와 달라.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항상 분명히 알고 있어!”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박연준이 말했다. “그럼 지금 너는 뭘 원하는데?” ‘뭘 원해?’ “전기봉의 소식이 필요해!”“너 정말 솔직하네!”“당연하지.”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항상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연준은 다시 침묵했다. 이유영도 침묵했지만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연준이 그녀에게 답을 주기를. 박연준이 말했다. “유영아.” “응?” “그걸 제외한 다른 건 다 줄게, 괜찮아?” 이 순간 박연준은 부드럽게 얘기했다. 이유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연준은 계속 말했다. “전기봉의 일이랑 널 10년 동안 이용한 일이랑 퉁치자는 거야.” 그녀가 전기봉의 소식을 엔테스 명우에게 팔았던 그 사건. 단
“끊겨버렸어, 상대방이 너무 교활해.” 소은지가 말했다. “...”‘그래서 이 사흘 동안 박연준을 보지 못한 이유가, 박연준이 요즘 바빠서였구나.’이 삼일 동안 강이한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엔데스 명우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지금 그 문서를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모든 사람들이 박연준과 강이한 쪽을 주시하게 만들어 두 사람은 더욱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소은지도 지금 상황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 문서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영아, 후회할 거야?” 소은지가 물었다. “...”‘후회?’ 그녀는 소은지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강이한과 그녀는 10년을 함께했다. 그리고 박연준은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였던 사람이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누가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겠는가? 이유영은 아니었다! “소은지, 너는 이해하지 못해.” “아니, 나는 이해해! 너의 이 감정이 어떤지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걱정되는 거야!” 소은지가 무겁게 말했다. “...”‘전후 관계를 말하는 건가?’ 소은지는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의 시작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소은지는 이 감정을 좋게 보지 않았다. 부유한 가문 사이의 신분 차별과 어릴 적 자란 환경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소은지는 이혼 변호사로서 이런 헤어짐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처음에는 뜨겁게 사랑했지만, 헤어질 때는 미친 듯이 싸웠다. 하지만 이유영과 강이한같은 상황은 드물었다. 이런 복잡한 관계는 너무 얽히고설킨 것이다.“그만하자,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이유영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후회할까? 후회한다.강이한과의 시작을 후회했다. 소은지와의 통화를 막 끊자마자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장혜주의 번호였다! 이유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응.”“유영 님.” “소식이 있어?” 전에 강이한과 박연준 사
장혜주의 전화를 끊은 후이유영은 온몸이 오싹해졌다. 박연준과 강이한의 사람들이 다 방해하고 있다고? 두 사람 모두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고 싶어 하는 걸까? 왜 그런 걸까? 강이한은 그렇다고 쳐도 박연준까지? 그들이 이러할수록 이유영은 더욱 알고 싶어졌다. ‘과연 이 모든 일의 진실은 무엇일까...?’밤이 되자 박연준이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이유영은 흰색 잠옷을 입고 계단에 서 있었다.박연준은 그녀를 보자마자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그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것이었고, 이유영에게는... 그저 불쾌한 가면일 뿐이었다.“유영아, 이쪽으로 와줄래?” 박연준이 손짓을 했다.이유영은 기분 좋지 않은 얼굴로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박연준은 그녀가 계단에서 움직이지 않자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곳에 서 있지 말고, 나에게 와.” 그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마치 연인 사이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이유영에겐 독이 든 술처럼 느껴졌다. 박연준은 결국 그녀 앞에 서서 그녀의 가늘고 여린 허리를 끌어안았다.“살이 빠졌네.”“왜 방해한 거야?” 이유영이 차갑게 물었다.장혜주의 전화를 받은 이후, 이유영의 머릿속은 그동안의 수많은 장면들로 가득 찼다. 모든 장면은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결국 현실은 이렇게 고통스러웠다.강이한이 한지음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가 처음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그때 강이한은 그녀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바보 같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생각했다. 박연준은... 모든 일들이 그렇게 그럴듯하게 진행되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매 순간이 다소 기묘한 우연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우연들이 박연준의 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이유영을 안고 있는 박연준은 분명 술에 취해 있었지만, 이유영이 그 질문을 던졌을 때 순간 굳어버렸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유영을 안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분명히, 이 일에 대해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제대로 된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문기원이 이전에 분석한 것처럼 되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강이한이다.“...”‘박연준의 사람을 철수시킨다고? 그러니까 이 일은 박연준에게...’돌아서서 박연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술에 취한 박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아, 뭐가 밝혀지든 잊지 마, 너는 내 약혼자야.” 이유영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서 있었다. 그의 말에 대해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이유영은 박연준에게서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지만 서주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소름이 끼쳤다! ‘강이한, 그래!’박연준은 이유영 앞에서 꽤 취한 것처럼 보였지만 바로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서재.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여러 번 피웠지만 마음속의 답답함은 가라앉지 않는다.“강이한이 너무 조급한 것 같습니다.” 문기원이 찡그린 얼굴로 박연준에게 말했다.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유영은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괜찮아, 어차피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술에 취한 목소리 속에 약간의 후회가 섞여 있었다. 문기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연준 님.”“문기원.” “예.” “우리는 처음부터 그녀를 서주에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해.” 박연준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 깊은 목소리에서 문기원은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연준 님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 줄 몰랐겠죠.” ‘지금 같은 상황?’ 박연준이 웃었다! 그의 눈빛 속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때는 어땠을까? 지금은 또 어떤 걸까!? 그러니 결국 이 사람이 어떤 계획을 세우든, 가능한 한 사람과 연관되거나 직접 접촉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지금처럼 변한 이유영의 모습은 예전의 그녀와 완전히 반대였다. 그녀의 끈기와 고집은 남자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지금 가
“우리 이혼해요.”격렬한 사랑이 끝난 뒤, 유영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달뜬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상기된 볼을 살짝 가렸다.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표정은 처량했다.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욕구를 방출시킨 남자, 그 어디에도 유영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10년을 사랑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다.단추를 잠그던 강이한의 손이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갑자기?”“네.”유영의 말투는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손 이리 줘봐.”탁!유영은 매몰차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저리 치워요. 당신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더러워.”이 남자와 같은 지붕 아래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불쾌했다.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신경질적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나한테 더럽다고 한 건가?유영은 바닥을 더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로 몸에 남은 그의 흔적을 씻어냈다.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를 모두 도려내고 싶었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옷장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암흑 같은 이 세상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유영은 손끝에 닿은 느낌을 따라 옷 한 벌을 꺼내 입고는 호적 등본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지금 법원으로 가요.”“이유영.”강이한이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벌떡 일어나서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런 모습으로 나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그녀는 가진 게 없었다
또각또각.익숙한 하이힐 소리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함께 가까워지고 있었다.한지음!강이한의 첫사랑이자 그녀의 망막을 가져간 여자.유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용인 부를 필요 없어. 내가 이미 불렀으니까.”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한 말투.“여긴 왜 왔어?”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모든 걸 잃은 그녀에게 또 뭘 바라고 온 것일까?한지음은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벼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전해줄 말이 있어서 왔어.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들을래?”유영은 고개를 돌려버렸다.“너 임신했더라.”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음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이한 씨는 이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을 거야. 나도 임신했거든.”쿵!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유영의 얼굴에 금이 갔다.‘강이한, 이런 거였어?’혈색을 잃은 그녀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고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유영은 치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여자는 자랑하러 온 것이다. 이미 모든 걸 잃었는데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었다.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어제 그 사람한테 내가 이혼하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더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유영도 그녀의 기분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망막까지 빼앗아 가고 임신까지 했는데 그래서 뭐? 그이는 네가 이 집의 안주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봐.”강이한을 좋아해서 한지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여자에게 더 이상 짓밟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었다.강이한과는 이미 끝내기로 했지만 집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도발하는 여자에게 가만히 당하고 싶지도 않았다.“하, 그래서 이한 씨가 널 사랑한다고 말하고
“악!”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피부에서 아직도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남자의 거친 손이 다가와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꿈꿨어? 조금만 더 자자.”유영은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강이한의 준수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유영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앞이 보여? 이게 어떻게 된 거지?’눈을 다시 감았다 뜨니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창문이 보였다.천장, 커튼, 그리고 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설마?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찾았다.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 보니 화재가 일어나기 몇 개월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회귀… 한 건가?강이한은 뒤척이는 소리에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아침부터 왜 이래?”그러거나 말거나 유영은 핸드폰에 찍힌 날짜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납치하기 전 날로 돌아와 있었다.“당신 왜 그래?”그녀의 이상한 반응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유영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욕실로 들어가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화상 자국이 있어야 할 팔뚝도 말끔했다.아직도 불길이 자신을 덮친 그날의 느낌이 생생한데 그녀는 그 사고가 있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유영은 바닥에 앉아 양팔로 자신을 껴안고 중얼거렸다.“유영아, 하늘이 널 불쌍히 여겨 기회를 준 거야.”욕실을 나선 유영은 침대로 다가가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이혼해.”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목소리에 강이한이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은지한테 부탁해서 이혼 서류 준비시킬 거야. 못 믿겠으면 당신도 변호사 불러.”“대체 아침부터 왜 이러는 거야?”강이한은 이 상황이
잠시 후, 소은지가 팩스로 이혼 서류를 보내왔다.이유영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사인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 바로 외출했다고 답했다.이유영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팩스로 그의 회사에 이혼 서류를 보냈다. 서류를 확인한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연락했다.“사… 사모님, 대표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다만….”“그 사람 도착하면 바로 사인하고 법원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강이한의 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영은 전화를 끊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거울 속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누라가 예쁘다고 남자가 한눈을 팔지 않는 건 아니었다.아무리 예쁜 외모라도 질릴 때가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바깥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이유영은 바로 차를 타고 법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지만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강이한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바로 강이한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영상 속 배경을 보니 회의 중인 듯했다.이유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 법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어. 대체 협의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나타나는 거야?”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쏠렸다.대표님이 이혼? 게다가 재산분할?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잠깐의 통화만으로도 대표가 곧 이혼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30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지.”남자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지금 이혼을 제기하신 거 맞지?”“그렇게 온화한 분도 폭발할 때가 있구나.”“그럼 한 비서는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