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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장혜주의 전화를 끊은 후

이유영은 온몸이 오싹해졌다. 박연준과 강이한의 사람들이 다 방해하고 있다고? 두 사람 모두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고 싶어 하는 걸까? 왜 그런 걸까? 강이한은 그렇다고 쳐도 박연준까지? 그들이 이러할수록 이유영은 더욱 알고 싶어졌다.

‘과연 이 모든 일의 진실은 무엇일까...?’

밤이 되자 박연준이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이유영은 흰색 잠옷을 입고 계단에 서 있었다.

박연준은 그녀를 보자마자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그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것이었고, 이유영에게는... 그저 불쾌한 가면일 뿐이었다.

“유영아, 이쪽으로 와줄래?”

박연준이 손짓을 했다.

이유영은 기분 좋지 않은 얼굴로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박연준은 그녀가 계단에서 움직이지 않자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곳에 서 있지 말고, 나에게 와.”

그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마치 연인 사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이유영에겐 독이 든 술처럼 느껴졌다. 박연준은 결국 그녀 앞에 서서 그녀의 가늘고 여린 허리를 끌어안았다.

“살이 빠졌네.”

“왜 방해한 거야?”

이유영이 차갑게 물었다.

장혜주의 전화를 받은 이후, 이유영의 머릿속은 그동안의 수많은 장면들로 가득 찼다.

모든 장면은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결국 현실은 이렇게 고통스러웠다.

강이한이 한지음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가 처음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그때 강이한은 그녀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바보 같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생각했다.

박연준은...

모든 일들이 그렇게 그럴듯하게 진행되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매 순간이 다소 기묘한 우연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우연들이 박연준의 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이유영을 안고 있는 박연준은 분명 술에 취해 있었지만, 이유영이 그 질문을 던졌을 때 순간 굳어버렸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유영을 안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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