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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973 챕터

제281화

세강은 체면과 명성에 매우 신경 쓰는 집안이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일에 휘말리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진영숙은 물론 그녀의 시어머니, 유혜정 또한 모두 굉장히 보수적인 노인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이 상황은 도무지 받아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아무리 이유영과 강이한이 이혼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한때 부부였던 사이 아닌가? 그런데 둘이 갈라졌음에도 그 동생이 세강 본가에 머물고 있다? 이보다 황당한 얘기는 없을 것이다!“그것까지 설명할 정도로 한가진 않네요.”이때, 손목 시계를 잠시 쳐다보던 이유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이유영이 응접실을 나가려던 찰나,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진영숙이 뒤에서 불렀다. 이유영이 살짝 고개만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또 무슨 일인데요?”“그럼 너는 걔를 어떻게 생각하는데?”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진영숙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너무 혼란스러웠던 탓에 자기도 모르게 한 질문이었다.“제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이유영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답했다. 한지음은 처음부터 이유영을 노리고 세강에 접근했다. 그러니 당연히 좋게 생각할 리 없었다.“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게. 우리 아들한테 다시 한번 기회 주면 안 될까?”이 순간에도 진영숙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 진영숙은 이유영이 이 사실을 이 시점에 알려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지음과의 관계를 처리해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기만 한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진영숙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이유영이 조롱 섞인 표정으로 진영숙을 바라보며 말했다.“기회요? 하!”이유영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대꾸할 가치조차 못 느꼈다. 기회는 아직 미련이 남은 사이나 할 수 있는 얘기였다. 이미 끝이 난 사이에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편, 강씨 본가에서.강서희는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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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복수한다고 했던 일들이 도리어 이유영에게 날개를 달아 준 꼴이 되어버린 격이 아닌가? 한지음은 너무나도 억울했다. 제 발로 이유영 대신 지옥에 들어오게 되어버렸으니까!”오빠를 만나게 해달라고? 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니? 너랑 오빠가 단 둘이 만날 일은 앞으로 절대로 없을 거야!”그 말과 함께 강서희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면 한지음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강이한과 단 둘이 있지 못하게 하겠다는 건, 그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이 느껴졌다. “강서희!”“꿈 깨!”“말했잖아! 난 오빠한테 이성적인 관심 없어!”“거짓말인 게 뻔히 보이는데, 누가 믿을 줄 알고?”한지음이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진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부족함이 하나 없지만, 자신의 의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형신세가 되어버렸다!“어디 청하시 뿐만인줄 알아? 그 밖에서도 오빠랑 인연 맺고 싶어서 다 안달 이었어! 내가 그 년들을 떼어낸다고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한지음이 채 말을 하기도 전에 강서희가 계속했다. “….”“너 같은 년 내가 제일 잘 알아!”“강서희!”“처음엔 다 너처럼 순진한 얼굴로 접근하지, 그런데 뒤집어보면 다 속들이 똑같아! 흥! 결국 오빠한테 꼬리치기 바쁘지!”강서희가 한지음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흉내 내며 조롱했다.한지음은 강서희가 마치 악마처럼 느껴졌다. 이 호화스러운 저택이 지옥으로 느껴지게 만든 진짜 악마!“그러니까 이유영이 이 강씨 집안에서 괴롭힘 당했던 것도 결국 네 짓이었단 말이야?”“우리 오빠한테 흑심 품은 여자들은 다 좋게 안 끝나게 되어 있어!”강서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한지음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 집안으로 들어선 것이 악몽의 시작이 될 줄은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한지음은 강서희의 말들을 통해 이유영이 이곳에서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을 살았을지 실감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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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한지음은 힘겹게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옷장으로 향했다. 옷장엔 전에 조형욱이 가져다 놓은 그녀의 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구석구석 어디 하나 놓치지 않고 모든 곳을 뒤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핸드폰이 잡히지 않았다.“한지음 씨, 약 드실 시간이에요. 왜 이렇게 방을 어지럽혔어요!”방으로 들어온 도우미가 방의 모습을 보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핸드폰 어디 있어요?”그녀는 당장 강이한한테 연락을 해야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감옥을 벗어나야만 했다. 한지음은 강서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너무나 두려웠다. 강이한을 향한 강서희의 집착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강서희는 자신이 자길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모든 것을 파괴하려 들고 있었다. 강이한의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아야 자신에게 올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사모님이 가져가셨어요. 눈도 불편하니 사용할 수 없을 거라 하셨죠. 그러니 용무가 있으면 저희한테 말씀하면 된다고 하셨어요.”도우미가 조금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 아주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무슨 자격으로 내 것에 손을 대!”그 말에 한지음은 더 분노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방음이 잘 되어 있는 방밖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한지음 씨, 욕심 적당히 부리세요. 이미 그쪽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 사모님이 다 대주고 있다는 거 잊으면 안 돼요. 그러니 지금은 잘 먹고, 잘 쉬는 것에만 전념하세요.”목숨만 붙어있으면 된다. 도우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지음은 날개가 잘린 채 철창에 갇힌 새의 신세가 되었다. 앞도 볼 수 없는데, 손과 발이 달려 있어도 주변이 꽉 막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도우미는 말없이 옆에 약을 아무렇게 내려 놓고 방을 나왔다. 방이 어질러 있던 말던, 전혀 뒤처리를 해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향한 곳은 강서희가 있는 곳이었다.“한지음 씨가 대표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네요.”“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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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진영숙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강서희는 당연히 그녀가 이유영이 아닌 다른 집안을 찾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진영숙은 자존심보다 욕심이 더 강한 사람이었다. “알겠어.”강서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느덧 파랗던 하늘도 서서히 석양이 지고 있었다.한편, 크리스탈 가든에서.이유영은 사무실로 돌아와 핸드폰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지현우가 들어와 그녀를 불렀다. “대표님!”“내일 일정 어떻게 돼요?”“청하 쪽에서 이 대표님이 오신다는데, 만나보실래요?”지현우가 일정표를 확인하며 말했다.“그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그렇게 중요한 일정 없으면 내일은 좀 따로 움직일게요.”“알겠어요.”지현우가 나가자, 이유영은 서랍에서 전시회 티켓을 꺼냈다. 이 티켓은 전에 정국진이 주고 간 것이었다. 그녀는 오늘 진영숙과의 만남으로 다시한번 정국진의 위상을 깨달았다. 어쩌면 앞으론 이런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유영은 심난해지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박연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유영이 주동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일 시간 있어요?”“네?”“전시회가 있는데, 같이 갈래요?”“좋아요.”“그럼 내일 오전 10시, 순정동에서 출발할까요? 회사로 오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잠깐만요.”전화 너머 박연준이 비서에게 스케줄을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그가 답했다.“아침에 회의가 있어서, 바로 전시장에서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주소 보내주면 거기서 만나요.”“좋아요.”통화를 마친 후, 이유영은 전시회 티켓에 적힌 주소를 찍어 박연준에게 보냈다. 하지만 바쁜지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오후가 되었고 이유영은 슬슬 손에 있던 서류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 다음 뒤에 일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소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 유영아.”“같이 밥 먹을까?”“좋아, 나도 일 곧 끝나. 데리러 갈게.”“아니야, 내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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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계속 여기서 얘기할 거야?”강서희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나도 일정이 있는 사람이야. 그렇게 중요한 일 아니라면 차리라 내일, 아니 모레 오던가.”“바쁘긴 많이 바쁜가 봐? 하긴, 무려 그 오로라 스튜디오의 창립자이자 이 크리스탈 가든의 대표이사가 되었으니, 당연하겠지!”강서희는 자신보다 한 뺨이나 작은 이유영을 내려다보았다. 한때, 이유영이 강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강이한으로부터 시작된 것, 둘이 이혼한 뒤로는 강서희가 이유영을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좀 전에 받았던 전화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유영이 위세가 강씨 가문까지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10분이면 돼?”“그 정도면 되지.”결국 두 사람은 로비 한쪽에 있는 휴게실로 갔다. 강서희는 우아하게 직원이 놓고 간 커피를 마셨다. 입양아이긴 하지만 얼마나 진영숙이 정성을 들어 키웠는지 보이는 순간이었다.“오늘 엄마가 찾아왔다며?”강서희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날카롭게 이유영을 쳐다보았다. 전에 강씨 가문에 있을 때도 많이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진영숙이 이유영에게 그토록 두터운 선입견을 가지게 된 이유여도 강서희였다. 이유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과거가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이유영이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강서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외모로 봐서는 강서희는 결코 이유영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엄한 데에 정력을 쏟는 모습에 이유영은 안타까웠다. 강서희는 이유영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핸드폰을 이유영 앞으로 내밀었다. 핸드폰 화면엔 한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이게 뭔데?”“한지음. 너도 궁금할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강서희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뭔가 불길한 기분을 느낀 이유영은 화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답했다.“관심 없어.”“한지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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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강서희의 말에 담긴 의미를 이유영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강서희의 본모습을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한들, 반감을 사면 샀지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서희를 향한 진영숙과 강이한의 믿음은 맹목적이었기 때문이다.“하! 참 너도 불쌍하다!”이유영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강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나와 이혼했다고 해도, 한지음을 아무리 괴롭힌다고 해도! 넌 결코 강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수 없어!”진영숙이 오늘 찾아온 이유, 이유영은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정확히 유경원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또 강서희가 중간에 뭔가를 했을 테니.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유경원에게 호의적이었던 진영숙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돌변할 이유가 없었다. 강씨 가문에 있을 때 강서희 때문에 이유영도 자주 겪어본 일이었다.“네가 백날 노력해봤자, 강이한이 네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아?”“….”“너도 알고 있잖아? 강이한이 널 아끼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동생으로서의 마음이라는 거. 넌 절대로 그 선을 넘지 못해!”“그만해!”강서희가 격분하며 외쳤다. 하지만 이유영은 멈출 기색이 없이 계속해서 강서희의 아픈 곳을 찔러댔다.“찔리니까 화가 나? 그래도 걱정 마. 어차피 여긴 우리 둘 뿐이잖아?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강씨 가문에 들어갈 일은 없을 거야. 조급해하지 마.”“너…!”“시간 다 됐어. 난 가볼게.”그녀는 강서희가 오늘 찾아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진영숙이 찾아온 것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 것이다. 이유영은 떠나기 전 한 번 비웃음을 지어 보이며 강서희를 약올렸다.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가 점차 멀어졌고 강서희는 점점 더 큰 불안에 휩쌓였다. 한편, 회사를 나온 이유영은 곧바로 소은지를 만나러 갔다.소은지의 오피스 룩을 본 이유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뭐가 웃겨?”기분 좋아 보이는 이유영의 모습에 소은지가 물었다.처음 이유영이 강이한과 이혼한다고 했을때만 해도 소은지 살짝 걱정됐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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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메뉴가 올라오고, 식사가 시작되었다.“그래도 너무 방심하진 마.”소은지가 앞에 놓여져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이유영에게 말했다. 소은지는 처음부터 진영숙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예견했었다. 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절대로 가만히 있을 진영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토록 빠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진영숙 여사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돼, 알겠지?”그녀의 말대로 진영숙이 조금이라도 이유영을 마음에 들어 했다면, 강이한과 이유영이 이혼까지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진영숙 여사가 날 찾아온 건 한지음 때문이야!”“한지음?”“한지음, 이번에 완전히 실명했잖아. 한지음이 강이한을 구해준 한지석의 동생이라는 게 재벌들 사이에 퍼졌나 봐. 그래서 이미지 지키려고 한지음을 강씨 본가에 들여놓았나 보더라고!”“진영숙은 그런 지금 둘이 엮일까 봐 걱정돼서 온 거란 말이야?”“응!”“미친 거 아니야?”“그리고 유경원 쪽하고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정말 난장판이네!”강이한과 한지음이 엮이지 않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유경원과 약혼하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진영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반대하고 나섰다. 이것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진영숙의 입장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이유영이었을 것이다. 이유영의 뒤엔 정국진이 있었으니까.“강서희가 바라던 대로 됐네.”과거, 강서희의 위험성을 느낀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경고를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불같이 화내는 모습에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그래 봤자 의미 없어.”이유영이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진영숙의 성격대로라면 차라리 한지음을 선택할지언정 강서희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그래도 조심해. 강서희가 강이한한테 얼마나 병적으로 집착하는지 너도 알잖아.”소은지가 말했다. 강서희가 이유영을 떨어뜨려 놓기 위해 얼마나 악랄하게 굴었는지 옆에서 봐 왔기 때문에 당연한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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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뿌린대로 거둔다, 지금 한지음은 딱 그 꼴이었다. 이유영은 아주 속이 시원했다.“당연하지! 내가 그쪽에 신경 쓸 새가 어디 있어? 나 아주 바쁜 사람이야!”“암요, 아주 공사다망하시죠!”소은지가 장난스레 맞장구 쳤다. 그녀는 이유영이 잘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강이한과 이혼할 때만해도 고생할 게 뻔해 참 걱정이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없던 가족이 생긴 것도 모자라, 그 가족이 어마 무시한 재벌이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만약 정국진을 못 만났다면, 이유영은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지도 몰랐다. 한편, 강씨 본가.집에 도착한 강서희가 가장 먼저 들은 소식은 진영숙이 한지음과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른 들고 있던 가방과 외투를 왕숙에게 넘기고 둘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비록 모든 밑작업을 마쳤지만, 한지음은 항상 조심해야 할 존재였다. “너 이유영의 이복동생이라며?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강서희가 방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진영숙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솔직하게 말해. 너 설마 청하시에 온 이유, 이유영한테 복수하기 위해서였어?”진영숙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고조되었다. “이한 오빠 만나게 해주세요. 이한 오빠….”한지음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그 입 다물지 못해?”그 말을 들은 진영숙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럼 먹고 쓰는데 부족함 없이 챙겨줄 테니. 안 그러면, 내가 널 가만히 안 둬!”이 말과 함께 진영숙은 한지음을 쏘아본 후, 방을 나섰다. 한지음은 떨리는 몸으로 어떻게든 그런 진영숙을 붙잡으려 했지만, 잡히는 건 허공밖에 없었다.그녀는 어둠 속에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언제 왔어?”방에서 나온 진영숙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강서희였다. “방금.”“너 나랑 어디 좀 가자!”진영숙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강서희는 순종적인 딸의 모습을 연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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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한지음이 이유영의 이복동생이었다니, 강서희는 충격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진영숙은 즉시 강이한에게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연락했다. 잠시 후, 강이한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얼른 거실로 향했다.“빨리 처리해야 해. 너부터 일단 강주로 가 있어!”“알겠어!”강서희는 고분고분 답했지만, 지금 당장 움직일 생각은 없는지 소파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곧이어 뒤를 떠미는 진영숙의 손길에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지체하지 말고 바로 가!”“알겠다니까.”강서희가 아쉬운 눈길로 집을 나섰다. 강이한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진영숙은 그런 강이한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한지음, 강주에 가서 살게 할까 해.”진영숙이 앞뒤 설명도 없이 말했다. “갑자기 왜요?”강이한이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며 물었다.“넌 이미 알고 있었지? 한지음과 이유영의 사이.”그 말을 들은 강이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영숙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깨달았다.“너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구니?”“….”“이게 얼마나 큰 일인데, 왜 말을 안 했어!”진영숙이 흥분에 숨을 거칠게 쉬었다. 만약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진영숙이 한지음을 집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 소문이 아직 밖에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만역 언론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면, 강씨 가문은 얼마나 우스워졌을까?“이쯤 되면 한지음이 널 구해준 한지석의 동생이라는 것도 걔가 직접 퍼트린 게 아닌가 싶다. 그래야 우릴 압박해 집으로 들어올 수 있을 테니까!”강이한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그건 아니에요!”강이한이 단호히 말했다.“그래, 누가 그랬든 지금 중요하진 않지. 일단 한지음은 강주로 보내야 해, 알겠어?진영숙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날카롭게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침묵했다. 얼마 전에 이유영과의 다툼에서 그는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고 답했었다. 어떻게 눈도 보이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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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유영 씨, 해외지사에 좀 급한 일이 생겨서 출국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이 못 가줘서 정말 미안해요.”전화 너머 박연준이 사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에요, 일이 더 중요하죠.”“정말 미안해요, 돌아오면 우리 꼭 제대로 데이트해요!”“알겠어요.”이유영은 아쉬웠지만, 받아들였다. 그래야 박연준이 미안함을 잊고 일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계속해서 운전을 이어갔다. 비록 박연준의 부재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나온 이상 혼자라도 일단 즐겨 보기로 했다.잠시 후, 전시장에 도착한 이유영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고급스러운 외제차 한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이한이 차에서 내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챈 이유영은 얼른 다시 자기 차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 거의 고함을 지르다시피 강이한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박연준, 최소 삼 년은 못 돌아올 거야. 함께 전시회 볼 사람 없어져서 아쉽게 됐네?”그의 말을 들은 이유영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설마?”그녀의 뇌리에 좀 전에 박연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해외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 일이 강이한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그녀의 분노한 표정에도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가자, 내가 대신 같이 관람해 줄게.”이유영이 매섭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분노가 속에서부터 부글부글 끌어올랐다.“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예상치도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유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가게 된 이유가 강이한 때문이라면, 박연준은 어쩌면 상상이상의 위험에 빠질지도 몰랐다. 이유영은 다급한 손길로 박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락은 되지 않았다.“소용없어, 비행기 이미 떠났을 거야.”“너…!”이유영은 분노에 말문이 막혔다. 강이한이 재혼을 제안할 때만해도 그저 잠시 이성을 잃어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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