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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971 챕터

제231화

강이한은 기증자 쪽에 문제라도 생길까 봐 급하게 수술 일정을 잡았다.한지음은 강이한을 향해 손을 뻗었다.남자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물었다.“왜? 뭐 필요해?”강이한의 눈빛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스쳤지만 앞을 못 보는 한지음은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그녀가 애달픈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이 암흑에 적응을 해보려고요.”한지음은 남자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남자의 죄책감을 자극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남자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적응할 필요 없어. 곧 광명을 되찾게 될 거니까.”“정말요?”“그래. 수술 준비는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어.”한지음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앞을 못 보는 나날은 그녀에게도 고역이었다. 영원히 어둠에 갇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는 했다.“제가 정말 앞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사실 두 눈이 멀쩡했을 때도 기증자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혹시 이유영을 설득한 걸까?약간의 기대감이 들었다.강이한이 말했다.“당연하지.”“하지만 사모님은….”한지음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조금 전까지 기뻐하던 얼굴은 죄책감으로 바뀌었다.강이한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어떻게 이렇게 선한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했을까?강이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기증자 따로 있으니까 걱정 마.”이유영이 순순히 기증서에 사인할 리 없었다.그의 머릿속에는 매번 각막 기증 얘기가 나올 때마다 미친 사람처럼 발광하던 유영의 얼굴이 떠올랐다.새로운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한지음이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갈까 봐 가슴을 졸였던 그였다.지금 생각해도 정말 숨 막히는 일이었다.반면 한지음은 가슴이 철렁했다.물론 강이한이 보고 있는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사모님이 아니면 기증자가 따로 있어요?”“그래.”“너무 잘됐네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유영을 망가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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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강이한은 진심 어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럴 거야.”그는 한지음 수술만 끝나면 제대로 유영과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그 시각 한지음의 속도 들끓고 있었다.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선한 표정을 유지했다.“가서 좋은 말로 좀 달래주면 금방 풀릴 거예요. 오빠를 사랑하는 분이잖아요.”강이한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정국진이 유영의 외삼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화도 나고 답답했다.대체 언제부터 그녀는 그에게 그리 많은 비밀을 만들기 시작한 걸까?그녀가 지금 소유한 모든 것은 정국진이 준 것이었다. 심지어 정국진은 그녀를 크리스탈 가든의 대표직까지 올려주었다.전에 그는 유영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여태 능력을 숨겨왔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녀는 관리직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오빠, 무슨 생각해요?”“아무것도 아니야. 왜?”“왜 불렀는데 답이 없어요?”한지음이 서운한 어투로 물었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강이한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이따가 수술 들어가면 모든 게 좋아질 거야. 걱정 마.”“그러니까 사모님이랑….”“나와 그 여자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더 이상 얘기하지 마.”“저는 괜찮아요. 잘 생각해 봤는데 저 때문에 오빠가 가정을 잃는 건 바라지 않아요.”한지음이 말했다.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지만 앞을 못 보는 그녀는 느낄 수 없었다.이혼 사실을 떠올리자 강이한은 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갑갑했다.처음에는 그녀에게 시간을 주려고 일부러 무시했는데 점점 그녀는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청하시 기업계의 엘리트로 추앙받던 이 남자는 이 순간에 와서야 자신이 전처에게 차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존심이 상하고 분이 차올랐다.한지음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의료진이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수술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그래요.”강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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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유 선생은 하얗게 질린 배준석의 얼굴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배준석은 수술복을 벗어 던지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이 수술, 유 선생이 집도해요.”그 말에 유 선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네? 그건 좀….”“환자 상황은 나보다 유 선생이 더 잘 알잖아요. 그리고 이식 수술도 많이 해봤다면서요. 자신 없어요?”“하지만 강 대표님 쪽은….”“시간이 없어요. 하던 대로 하면 돼요!”강이한이 이 수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배준석은 잘 알고 있었다.한지음과 유영 사이에 많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강이한은 되도록이면 유영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배려했다.그래서 한지음이 광명을 회복하는 일은 강이한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배준석은 그의 복잡한 감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오늘 수술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여 기증자 쪽에 문제가 생긴다면 상황이 얼마나 곤란해지는지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에게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강 대표님한테는 뭐라고 설명할까요?”유 선생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세강이 청하시에서 어느 정도의 권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갑자기 자신이 주치의로 집도해야 한다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각막 이식 수술을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막중한 부담감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무조건 성공해야 하고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수술이었다.“그건 나중에 내가 돌아와서 설명할게요.”배준석이 겉옷을 입으며 말했다.그는 더 이상 유 선생의 대답을 듣지 않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유 선생만 남아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곳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배준석은 그와는 입장이 전혀 달랐다.만약 수술이 실패하더라도 강이한이 아끼는 후배였기에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수술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유 선생은 벌써 식은땀에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한편, 유영은 정국진의 차를 타고 순정동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최대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업판에 오래 몸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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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정국진의 세상에서 결혼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었다.그래서 정국진은 애처가로 소문났다.파리에 있는 동안 외부에 유혹도 많았지만 정국진은 한 번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다. 그런 사람이니 강이한의 외도는 배신이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였다.유영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를 바랐기에 다른 여자 때문에 그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강이한을 용서할 수 없었다.“그래. 네가 괜찮다니 나도 안심이야.”정국진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이한이 유영에게 마음이 남아 있더라도 변하는 건 없었다.그가 걱정하는 건 유영이 그의 감언이설에 흔들리고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그에게 흔들리는 것이었다.유영이 말했다.“저는 외삼촌이 재결합하라고 저를 설득하시려는 줄 알았어요.”조금 전 보였던 정국진의 태도를 보았을 때 충분히 오해할만한 상황이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정국진이 담담히 말했다.“그 인간이 아직 널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해서 복잡한 여자 관계가 용서되는 건 아니야. 그런 사랑이라면 차라리 버리는 게 나아.”유영은 외삼촌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지난 생에는 이 도리를 깨우치지 못해서 각막을 잃고 불에 타죽는 순간에 와서야 본질을 파악했다.처음에는 단지 한지음의 존재 때문에 실망하고 상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생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너도 이제 회사의 오너가 되었으니 예전에 운영하던 스튜디오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니?”“계속 해나가야죠.”유영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갑작스럽게 크리스탈 가든의 대표가 되면서 인수인계 작업 때문에 바쁜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처음 시작한 사업인 만큼 쉽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양쪽을 동시에 운영하려고?”정국진이 물었다.“일단은 민정 씨한테 운영을 맡길 생각이에요.”조민정의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그래서 크리스탈 가든의 내부를 장악하는 동안에 조민정이 스튜디오 일을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것도 괜찮네.”정국진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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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세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한지음이 수술실에서 나왔다.강이한은 급기야 배준석을 찾았지만 한지음과 함께 수술실을 나온 사람은 유 선생이었다.“강 대표님.”유 선생이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배 선생은 안에 있어요?”“대표님, 그게….”강이한의 질문에 유 선생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강이한은 대답을 질질 끄는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간호사가 한지음을 병실로 데려갔다.단 둘이 남게 되자 강이한은 싸늘한 목소리로 유 선생에게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죠?”“이번 수술 집도는 제가 했습니다. 배 선생은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외출 중이고요.”“배준석 선생 어디로 갔습니까?”고함에 가까운 강이한의 목소리가 복도를 진동했다.유 선생은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그게… 배 선생이 돌아와서 대표님께 따로 설명드린다고 해서요.”“설명이요?”강이한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애써 치미는 화를 참으며 그에게 물었다.“수술 결과는요?”“걱정 마세요. 수술은 아주 성공적입니다.”유 선생이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답했다.수술이 성공했다는 얘기에 강이한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돌렸다.그는 복도를 걸으며 배준석에게 분노의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강이한은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한지음의 병실로 향했다.마취가 깨지 않은 한지음은 달게 자고 있었다. 강이한은 붕대를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때, 진영숙도 병실에 도착했다.그녀는 한지음이 한지석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한지음을 딸처럼 보살피기로 했다. 진영숙처럼 이기적인 사람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것이다.“수술은 어떻게 됐니?”진영숙이 작은 소리로 강이한에게 물었다.강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대꾸했다.“성공적이래요.”수술이 성공해서 다행이었다.수술 중에 문제가 생겼더라면 절대 배준석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진영숙이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행이다. 정말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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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강이한이 병실을 나가자 강서희는 피곤한 기색의 진영숙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도 피곤하면 돌아가지 그래?”진영숙은 아직 자고 있는 한지음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아니야. 여기 있을래. 마취가 깨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울 거야.”“내가 잘 돌볼 수 있어. 엄마 피곤할까 봐 그래.”“지음이 깨는 것만 보고!”진영숙의 단호한 태도에 강서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렇게나 한지음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맹장수술을 할 때 간병인만 보내고 병실에 한번 찾아온 적 없던 모습이 떠올랐다.진영숙은 항상 강서희를 친딸처럼 아낀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한지음을 대하는 걸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며칠 사이 강이한은 유영을 찾지 않았다.그는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고 유영도 마찬가지였다.신제품 출시 시즌이 다가오기에 유영은 공모전을 내고 당첨자의 작품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기로 했다.유영도 보석 디자인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크리스탈 가든의 스타일은 매우 독특했다. 유행 요소도 고민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는 게 관건이었다.그 중에서도 한정판 제품 디자인이 가장 골머리가 아팠다.유영은 인수인계 작업만 해도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정국진은 그녀에게 회사를 맡긴 뒤로 운영에 손도 대지 않았다.대표로 부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전임 대표는 일부 디자이너의 뇌물을 받고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묻어버린 사실이 들통나면서 해임되었다고 했다.“대표님, 이거 좀 보세요.”디자인 팀장이 선별한 원고를 유영에게 건넸다.전임 대표에게 뇌물을 바친 디자이너의 작품도 있었는데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유영이 물었다.“이거 어떻게 된 거죠?”“회장님께서는 다시는 이 디자이너의 작품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그런데 그 사람 작품이 왜 내 앞에 나타난 거냐고요.”유영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디자인팀 팀장 장정윤은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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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세강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세강이 또 왜요?”“지금 우리 고객들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강이한이 주도한 걸까요?”“아니요. 진영숙 여사랑 그 집 둘째 어르신입니다.”조민정이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그녀는 심기만 뒤틀리면 권력으로 갑질하는 인간들을 가장 혐오했다.진영숙은 세강 오너 일가의 권력을 행사하여 유영을 청하시에서 몰아내려는 수작이었다.하지만 절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그럼 회장님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고객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다져야죠.”유영이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권력놀음? 그건 유영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알겠습니다.”조민정은 정중한 어투로 대답했다.유영이 이렇게 하라고 한 이상 그녀도 더는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전화를 끊은 뒤, 유영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눈을 감았다.눈을 감자마자 떠오른 건 강이한과 함께했던 추억들이었다.두 사람이 여기까지 올 줄을 그때는 누가 알았을까?진영숙이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공격해 올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핸드폰 진동음이 울려서 눈을 떠보니 아니나 다를까, 진영숙이었다.유영은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진 여사님이 어쩐 일이신가요?”“이유영, 네가 빼앗아간 프로젝트를 원상복귀 해놓으면 나도 더 이상 널 공격하지 않을게.”“제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제가 무슨 능력으로 이미 체결한 계약을 원상복귀시켜요?”“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널 이 도시에서 몰아내는 수밖에 없어!”수화기 너머로 진영수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은 냉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제가 그 사업들을 다 세강에 돌려줄 수는 없지만 청하시에 남아 있을 능력은 충분하네요.”과거에는 매사에 진영숙의 눈치를 보고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했다면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그래?”“그럼요. 두고 보면 알겠죠.”“하, 건방진 것!”“지금의 저는 건방져도 괜찮은 위치에 있거든요.”유영은 한마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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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과거에는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이 이유영 덕분에 어쩌다가 의견 일치를 보았다.왕숙이 다가와서 공손히 물었다.“사모님, 식사 준비 끝났는데 바로 식사하러 가실까요?”“그래.”진영숙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둘째 어르신에게 말했다.“시간 괜찮으시면 식사하고 가세요.”“됐어!”“에이, 그러지 말고 식사라도 하고 가요, 아주버님.”노부인이 위층에서 내려오며 강현석을 만류했다.조금 전 계단 입구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적절한 시기에 내려온 것이었다.한때는 적이었지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다시 뭉치는 일은 재벌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노부인은 진영숙을 지나치며 잘했다는 눈빛을 보냈다.노인은 며느리 진영숙의 처사가 항상 마음에 들었다.“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인데 식사하고 가요.”“그래요.”평소였다면 노부인이 외척에게 이렇게 신경 써줄 이유는 없었다. 이런 일은 진영숙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테이블에 마주앉은 노부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며느리를 잘못 들여서 요즘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네요.”“이제 며느리는 아니죠.”강현석이 말했다.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었다.“그렇죠. 이한이는 아직 어리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요.”진영숙이 바라는 바였다.사실 유영이 세강에 시집온 뒤로 그녀는 어떻게 하면 며느리를 내쫓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진영숙은 아들이 조금 더 신분에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 재혼하기를 바랐다.그리고 3년을 싸운 끝에 드디어 유영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최근 유영이 밖에서 온갖 일들을 벌이지 않았으면 당장 왕래를 끊고 아들 약혼식이나 준비했을 것이다.진영숙은 유영을 곧 청하시에서 몰아낼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이 나이에 어린애한테 화풀이해서 뭐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유영 걔는 정말 거슬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이한이가 자기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는지!”유영이 했던 일을 생각하면 노부인은 치가 떨렸다.노부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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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수화기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로라 스튜디오와 계약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했던 회사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뭐라?”진영숙은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태도를 바꾸다니! 왜?“지금 거기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제 전화를 피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아요.”진영숙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걸 알면서 전화를 피하다니!이번에 그녀는 강이한 쪽 사람을 쓰지 않고 자신과 강현석의 인맥을 빌려 유영과 계약한 회사들에 압력을 가했다.진영숙은 이제 와서 유영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강성건설과 서원그룹을 도와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성공하면서 유영의 오로라 스튜디오는 한순간에 명성을 떨쳤다.그래서 유영과의 협력을 위하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이쪽에서 계속 압력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로라 스튜디오는 지금쯤 대박이 났을 것이다.계약을 중지하기로 했던 회사들이 하나 같이 등을 돌렸다는 소식에 진영숙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내가 유영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걸까?진영숙의 두 눈이 음침하게 가라앉았다.수화기 너머로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 씨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영 씨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에요.”“부모도 없는 고아를 누가 도와?”유영의 신분을 떠올리자 진영숙은 짜증부터 치밀었다.3년을 세강의 며느리로 살았는데 자신보다 유영의 배경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했다.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기는 했다.“또 남자한테 가서 웃음 팔며 사정이라도 했나 보지? 그거 말고 걔를 도와줄 사람이 또 누가 있어?”다만 그 남자들이 하나 같이 유영을 도와주는 상황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로열 글로벌의 정 회장과 이유영 씨 관계가 단순한 애인 관계 같지는 않아서요!”진영숙의 대리인이 말했다.가정이 있는 재벌 회장님이 애인을 밖에 따로 두는 경우는 많았다.하지만 그런 여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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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진영숙이 유영과 고객사 사이의 유대관계를 끊으려고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아무도 오로라 스튜디오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최근에 유영은 크리스탈 가든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오로라 스튜디오는 완전히 조민정에게 맡겼다.운영을 맡은 조민정은 디자인팀에 인력을 세 명이나 더 추가했다.유영이 맡았던 강성건설 의뢰는 초안이 나온 뒤로 세부적인 수정은 디자인팀에 넘어갔다.나중에 전반적인 디자인도면이 완성되면 유영이 한번 확인하고 제출하기로 했다.스튜디오는 불과 몇 달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면서 그녀의 능력치도 외부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물론 유영이 이미 크리스탈 가든의 대표가 되었다는 걸 모르는 진영숙은 어떻게 하면 오로라 스튜디오를 청하시에서 몰아낼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그 시각, 강이한은 사무실에 앉아 조형욱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큰 사모님 쪽에서 요즘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셨습니다.”“어머니가?”“둘째 어르신과 손을 잡고 유영 씨를 청하시에서 몰아낼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 같아요.”조형욱은 더 이상 유영을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그녀에 관한 일을 이야기할 때 어조도 사무적인 어조로 바뀌었다.강이한은 창가에 서서 오가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이유영을 청하에서 몰아낸다고?”“아마 유영 씨 때문에 회사가 큰 프로젝트를 두 개나 놓치면서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요.”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엄마의 성격에 대해 강이한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유영이 얌전한 세강의 며느리로 있을 때도 진영숙은 유영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이혼한 뒤로 유영에 대한 진영숙의 불만과 증오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조형욱은 강이한이 이제 이 일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줄 알고 긴장을 늦추고 있었다.그런데 뒤돌아선 강이한은 갑자기 차키를 챙기더니 밖으로 향했다.조형욱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이 시간에 어디로 가시려고요?”“따라올 필요 없어.”돌아오는 건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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