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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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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그러면 일단 둘이 정확히 무슨 관계인지 알아볼게요.”진영숙이 말했다. 그런데 이때 갑작스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어요!”강이한이 싸늘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출현에 깜짝 놀랐다. 그는 매번 이상할 정도로 이유영을 언급할 때면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이혼 후에도 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유영의 얘기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듯 보였다.“이한아, 난 그저!”진영숙이 강이한을 향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강이한은 현관 옆에 놓여 있는 바구니에 차 키를 던져 넣은 다음 성큼성큼 거실로 들어섰다. 그는 소파에 앉아 짜증스레 다리를 꼰 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유영이 강씨 집안을 나간 뒤,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진영숙과 노부인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지금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둘은 말없이 강이한이 먼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담배가 거의 절반 타들어 갈 때쯤,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정국진, 이유영의 외삼촌이에요.”“….”노부인과 진영숙의 얼굴이 동시에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진영숙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그게 무슨 말이야?”“들으신 대로예요.”강이한이 진영숙과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말 그대로 정국진은 이유영의 외삼촌, 즉 이유영 어머니의 동생이란 뜻이에요!”그제야 진영숙과 노부인은 말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외삼촌이라고? 친척? 이럴 수가!’“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진영숙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강이한과 이유영은 연애를 7년, 결혼 생활을 3년 했다. 진영숙은 둘이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뒷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이유영은 친척 하나 없는 것은 물론, 가진 재산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토록 둘의 관계를 반대했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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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충격적인 소식을 남긴 채, 강이한은 자리를 떠났다.한참 후, 그제야 진영숙과 노부인은 정신을 차렸다.“지금 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라고 했니?”“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이에요.”“그러니까 그 로열 글로벌 그룹의 정국진?”“그렇다니까요.”진영숙이 머리 아픈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이유영이, 이유영이….”노부인과 진영숙 모두 할말을 잃었다.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라니,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없던 가족이 튀어나온 건 그렇다 쳐도, 하필이면 이유영의 유일한 가족일지도 모르는 존재가 정국진이라니! 게다가 둘은 관계가 아주 끈끈해 보였다. 진영숙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무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몰랐다.이때 강서희가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곧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곤 진영숙에게 다가갔다.“엄마, 무슨 일이야?”“서희야.”“어?”“….”진영숙은 어떻게 이 사실을 자기 입으로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천애 고아라고 생각했던 이유영이 알고 보니 이 상류사회의 최상위급 존재였다니!“무슨 일이야?”진영숙이 버벅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강서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진영숙은 결국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진영숙 자신도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실을 어떻게 강서희에게 말하겠는가? 누구보다도 이유영에게 적대감을 가졌던 그녀였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이유영의 신분을 알게 된 이상 예전처럼 대할 수도 또 없었다. 진영숙은 아직 어떤 태도로 이 상황을 맞이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할머니, 엄마 왜 이래?”진영숙이 알려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서희는 타깃을 바꿔 노부인에게 물었다.하지만 노부인 역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냥 묻지 마.”노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노부인 역시 아직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의 태도를 본 강서희는 분명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이때 진영숙이 생각난 듯 강서희에게 물었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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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서희는 깜짝 놀랐다.강서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왕숙을 바라봤다가, 이내 함께한 세월을 떠올리며 표정을 갈무리했다.“아줌마, 앞으로 뒤에서 갑자기 말 걸지 마. 알겠어?”표정은 감췄지만, 목소리까진 숨기진 못한 강서희였다. 하지만 왕숙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도 방금 돌아오셨어요.”“오빠가 또 무슨 말 했어?”강이한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강서희는 진영숙과 노부인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짐작했다.‘설마 또 이유영 때문에?’강이한이 이혼했음에도 여전히 이유영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걸 강서희도 알고 있었다. 앞으로 무언가를 하려면 우선 이유영부터 청하시에서 내쫓아야겠다고 강서희는 생각했다. 그래야만 일이 좀 더 쉽게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유영과 정국진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나누셨어요.”왕숙은 이유영 편이었으나, 진영숙의 적대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 그녀를 이름으로 호칭했다. 굳이 여기서 다른 호칭으로 불렀다가 강씨 집안에서의 삶이 피곤해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왕숙이 이유영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 모습에 강서희는 매우 만족했다.“그래서 무슨 관계래?”이유영과 정국진의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강서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머릿속엔 둘은 그저 불륜관계,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강서희는 안 그래도 싫어하던 이유영이 늙은이의 외도 대상이 되었다니, 아주 꼬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왕숙은 강이한 등이 거실에서 나눈 얘기를 모두 들은 상태였다. 이유영이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을 줄은 그녀도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그녀는 들은 대로 모든 사실을 강서희에게 전해주었다.얘기를 듣던 강서희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뭐라고?”강서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랗게 떠진 눈동자로 왕숙을 바라봤다. 왕숙은 그녀의 표정에 더욱 신나, 기름에 물을 붓듯 말을 계속 이어갔다.“저도 전혀 몰랐다니까요. 어떻게 그동안 말 한마디도 없으셨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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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강씨 집안에서 난리 난 반면, 이유영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하자 정국진이 식탁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3일만 머물 예정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정국진은 여전히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오늘 저녁 맛있어 보이네요.”이유영이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하라고 했는데.”정국진이 말했다.“고마워요, 삼촌.”“여기 일도 거의 끝났으니, 내일은 떠나야겠어.”오후에 진영숙 쪽에서 이유영한테 걸었던 모든 것을 철회한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 강씨 집안에서 그와 이유영의 관계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 정국진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게 되었다.이유영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이요?”“응.”“….”“이때까진 네가 걱정돼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말이야.”이유영은 이제 가진 것을 이용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강씨 가문에서 뒤로 물러선 것만 봐도 정국진은 그녀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이유영이 아쉬운 눈빛으로 정국진을 바라봤다.“돌아갈 때가 되긴 했죠.”정국진에겐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안 그래도 요 며칠 계속 전화가 와 그도 난감한 참이었다. 이때 정국진이 샐러드를 집으며 말했다.“박연준은 어떻게 생각해?”“….”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멈칫했다.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박연준이라니!“좋은 파트너죠.”매우 형식적인 답변이었다. 박연준과는 겨우 업무 때문에 미팅으로 식사 자리 몇 번 한 게 다였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일로 만났으니, 이유영은 그것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사무적인 답장에 정국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 보는 눈도 키워야지.”“프로젝트도 잘 진행되고 있고, 돈도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 비즈니스적으로 문제없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정국진은 가슴이 답답해졌다.“뭐가 문제예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삼촌이 가르쳐준 대로 했잖아요.”그녀는 틀린 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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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아니, 이건….”이유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박연준이 좋아하는 음악회야.”정국진이 말했다.“하지만 저는….”이유영은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음악회를 고상한 사람들이 기품이나 과시하려고 만든 자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이유영은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정국진의 엄격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알겠어요, 갈게요.”이유영은 굳이 음악회 하나 참석하는 것 때문에 괜한 고집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거 하나 같이 참석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기 때문이다.“그래, 잘 결정했다.”이유영의 답을 들은 정국진은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그런데 삼촌, 혹시 박 대표님 집안과 진행하는 사업이라도 있나요?”“왜? 설마 널 팔아서 거래라도 할까 봐?”“그러니까요. 유라나 신경 쓰시지, 왜 자꾸 저한테 이러시냐고요!”파리에 있을 때, 정국진은 여러 번 정유라에게 맞선 자리를 주선했으나 실패했다. 이 사실을 이유영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농담 반, 진담 반의 마음으로 하는 소리였다.그녀의 말을 들은 정국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별 의심 다 한다! 나 너 삼촌이야!”“쳇!”이유영이 입술을 삐죽거렸다.“다 널 위해 하는 소리지, 모르겠어? 설마 너 강이한한테 미련이라도 남은 거냐?”“….”“사람 쉽게 안 변한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된다 쳐도, 다음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아? 그땐 어떻게 해결하려고 그래!”“저도 알아요! 누가 강이한테 미련 있어서 이러는 줄 아세요?”이유영이 말했다. 그러나 정국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박연준 집안이랑 사업한다고 해도 내가 널 거래로 삼겠니? 내가 그래야 할 정도로 능력 없어 보여?”“….”그의 말을 들은 이유영은 그제야 자신이 말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그런 말씀 마세요!”정국진만큼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능력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의 따가운 눈초리를 느낀 이유영이 얼른 태도를 바꾸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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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많은 이들이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이유영도 각별히 주변을 더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유영이 잘 대처하는 것 같아 정국진은 안심했다.이때 정국진이 다시 식탁 위로 전시 티켓 두 개를 올려놓았다.“이번에 여기서 전시회 두 개가 열릴 거야. 이것도 박연준이랑 같이 가보면 어때?”“뭘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요.”“연인이 되기 위해 관심사나 세계관이 같은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여기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해.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야 서로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겠니?”음악회는 박연준의 취향이지만, 전시회는 이유영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정국진의 배려를 깨달은 이유영은 크게 감동받았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킨 후, 먹먹한 심정을 애써 눌렀다.“삼촌.”“왜? 눈물 날 것 같아?”“아니요. 눈물은 무슨.”“아니면, 말고.”정국진도 젊었을 적 한 인기를 했었던 남자였다. 여자가 감동받으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러니 이유영이 아무리 표정을 숨겼다고 해도 정국진이 알아채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는 삼촌으로서 언제나 이유영의 행복을 바랐다.그날 밤, 이유영이 오래간만에 깊은 잠에 빠져든 것과는 달리, 강이한은 불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큰 돌덩어리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 답답했다. 강이한은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새벽을 맞이했다. 이때 진영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이한아.”“무슨 일이에요?”이유영의 신분을 알게 된 후로, 강이한은 아직 마음 정리를 못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진영숙을 대하는 태도도 좋지 않았다. 강이한의 불만스러운 태도를 눈치챈 진영숙은 가슴이 갑갑해져 왔다. 매번 이유영과 연관만 되면 보여온 모습이긴 했으나, 그녀의 정체를 알아버린 이상 지적하기조차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진영숙은 모든 계획을 다시 짜고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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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진영숙이 옆에서 강서희를 더 변호하려 하자 강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거부 의사를 읽은 진영숙은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지음을 위한 집, 따로 마련해 뒀어. 도우미들도 고용해 놨으니까, 퇴원하는 대로 그쪽에 머물게 될 거야.”진영숙의 의도는 분명했다. 아무리 한지석한테 목숨의 빚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라는 뜻이었다. 이득이 되지 않은 관계에 이 이상의 소모는 사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건 어머니께서 알아서 해주세요.”오랜만에 두 모자의 의사가 통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한지음만 퇴원하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강이한은 여전히 이유영에게 마음이 있었으나, 그녀가 떠난 후 유독 한지음을 신경 썼다. 그 때문에 진영숙은 혹시라도 강이한이 이번에 반대하고 나설까봐 걱정했었다. 그러나 의도대로 되니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준비를 마친 의사와 간호사가 강이한 등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한지음 씨가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엔 절대 붕대를 풀지 않겠다고, 꼭 처음 보는 사람이 강 대표님이셨으면 한다고 하네요.”이 말을 들은 강이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서희는 달랐다. 그녀의 표정이 짜증으로 물들었다.“그럼 가시죠.”강이한이 무심히 말했다.“네, 이쪽으로.”주치의는 그런 그의 태도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안내했다. 어둠에 있다가 갑자기 빛에 노출되면 눈에 안 좋았기 때문에 실내는 살짝 어둡게 조정되어 있었다. 진료가 시작되었고, 주치의는 조심스레 붕대를 풀어냈다.“좋아요, 천천히 눈을 떠보세요.”강이한이 병실에 도착했음에도 한지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의사의 말을 들은 한지음은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이 긴장으로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이한 오빠.”“응.”“앞으로 와주면 안 돼요?”한지음이 긴장감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병실에 들어오던 발걸음이 여럿이었던 것을 떠올린 그녀는 이 자리에 강서희도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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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강이한은 계속 손을 흔들며 한지음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의 실루엣조차 보지 못했다. 한지음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순식간에 병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유 선생!”강이한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안 그래도 얼어붙어 있던 병실 분위기가 더 싸늘해졌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주치의가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다가왔다.“한지음 씨, 지금 뭐가 보이시나요?”“저, 저 어떡해요….”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수술을 받았는데 어째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이 안 가는 것일까? 한지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한 오빠! 이한 오빠!”한지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런데 이때 강이한이 그녀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나 여기 있어.”따뜻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한지음은 지금 그것만으로 조금 안정이 되었다.“오빠, 나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요!”한지음이 절박함과 고통으로 얼룩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안 보일까?“유 선생.”강이한의 시선이 의사에게로 향했다. 그의 살벌한 눈빛을 본 의사는 겁먹다 못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그게….”의사는 두려움에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하세요!”강이한이 물었다. 분명 수술은 성공적이었다고 전달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아악!”한지음이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다. 몇 번이고 눈을 감고 떴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문제없을 거라고 했는데! 어째서!“배 선생님이 수술하지 않았나요? 왜 유 선생님이?”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지금 현실이 그녀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붕대는 풀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암흑 속에서 살고 있었다.한편, 모든 관심이 한지음에게 쏠려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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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저 이제 다시는 앞을 볼 수 없게 된 건가요?”한지음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진영숙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갔다. 강이한은 재촉하듯 강력한 눈빛으로 주치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 주치의는 큰 돌덩어리를 어깨에 올린 듯, 강한 부담감을 느꼈다. 주치의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병실 분위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지음아.”주치의의 답을 들은 진영숙은 한지음을 위로하려 입을 달싹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부정하고 싶은 현실이겠지만, 한지음은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말씀 좀 해주세요! 저 이제 정말 가망이 없나요?”의사가 말이 아닌 고갯짓으로 답한 탓에 답을 듣지 못한 한지음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시 물었다.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인생이 되어버리다니, 그럴 수는 없어!“예…”기어들어 갈 듯한 목소리로 주치의가 답했다.절망이 고통스럽게 한지음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이나 했겠는가? 모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다시는 볼 수 없다니!”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고장이 나버린 눈은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병실엔 침울한 기운이 가득 돌았다. “얘야, 괜찮을 거야. 괜찮아질 거야.”진영숙이 달래듯 한지음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미래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한지음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이, 이유영은 더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오전 내내 회의에 치여 결국 정국진이 떠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물론 이유영도 정국진이 이런 것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국진은 이유영이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쓰는 것보단 커리어에 집중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우우웅,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 화면에 박연준의 이름이 떴다. 이유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만날 때는 별생각이 없었으나, 전에 정국진이 한 말 때문에 이유영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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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이유영은 지금 청하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 커리어우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정국진의 영향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그녀에 대해 쉬쉬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 그녀가 박연준과 함께 식사를 해도 허튼 소문이 퍼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차 안, 박연준은 정면을 보며 운전을 하고 있었고 이유영은 어색하니 손을 꼼지락대고 있었다.“회장님은 가셨어요?”이때 박연준이 물었다.“네, 가셨어요. 원래 이렇게 오래 있을 일정이 아니었는데, 괜히 저 때문에 더 머무신 거죠.”그녀는 얼마전까지 매섭게 자신을 공격해오던 강씨 집안을 떠올렸다. 비록 그 일은 잘 마무리됐지만, 정국진은 혹시라도 그가 없는 사이에 또 진영숙이 이유영을 괴롭힐까봐 걱정했었다. 진영숙의 성격대로라면 이대로 이유영이 청하시에서 멀쩡히 잘 사는 걸 두고 볼 리 없을 테니까.“하긴 걱정하실 만하죠.”“제가 왜요?”“딱 봐도 뭔가 연약해 보이잖아요.”“….”이유영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이미지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건 역시나 그녀의 신장일 것이다. 작은 키는 사람을 하여금 약자로 보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강씨 집안에 있을 때, 사람들이 그녀를 만만하게 봤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작은 체구였다. 입을 꾹 닫아버린 이유영의 모습을 본 박연준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이 작은 체구로 어떻게 강씨 집안이랑 맞선 걸까? 무섭지도 않나?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고 보니 서재욱이 보이지 않았다.“서 대표님 오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이유영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기로 했는데, 약속이 잡혔다고 갑자기 못 온다고 연락왔네요.”박연준이 한쪽으로 핸드폰을 살펴보더니 말했다.“그렇군요.”이유영은 이때부터 갑작스레 어색해졌다. 전에 둘이 만났을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강이한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유영은 다른 생각 따위 할 여유가 없어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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