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45화

Author: 진헤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23 19:00:00
“아니, 이건….”

이유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박연준이 좋아하는 음악회야.”

정국진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유영은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음악회를 고상한 사람들이 기품이나 과시하려고 만든 자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영은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정국진의 엄격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알겠어요, 갈게요.”

이유영은 굳이 음악회 하나 참석하는 것 때문에 괜한 고집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거 하나 같이 참석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잘 결정했다.”

이유영의 답을 들은 정국진은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그런데 삼촌, 혹시 박 대표님 집안과 진행하는 사업이라도 있나요?”

“왜? 설마 널 팔아서 거래라도 할까 봐?”

“그러니까요. 유라나 신경 쓰시지, 왜 자꾸 저한테 이러시냐고요!”

파리에 있을 때, 정국진은 여러 번 정유라에게 맞선 자리를 주선했으나 실패했다. 이 사실을 이유영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농담 반, 진담 반의 마음으로 하는 소리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정국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별 의심 다 한다! 나 너 삼촌이야!”

“쳇!”

이유영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다 널 위해 하는 소리지, 모르겠어? 설마 너 강이한한테 미련이라도 남은 거냐?”

“….”

“사람 쉽게 안 변한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된다 쳐도, 다음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아? 그땐 어떻게 해결하려고 그래!”

“저도 알아요! 누가 강이한테 미련 있어서 이러는 줄 아세요?”

이유영이 말했다. 그러나 정국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박연준 집안이랑 사업한다고 해도 내가 널 거래로 삼겠니? 내가 그래야 할 정도로 능력 없어 보여?”

“….”

그의 말을 들은 이유영은 그제야 자신이 말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정국진만큼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능력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의 따가운 눈초리를 느낀 이유영이 얼른 태도를 바꾸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46화

    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많은 이들이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이유영도 각별히 주변을 더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유영이 잘 대처하는 것 같아 정국진은 안심했다.이때 정국진이 다시 식탁 위로 전시 티켓 두 개를 올려놓았다.“이번에 여기서 전시회 두 개가 열릴 거야. 이것도 박연준이랑 같이 가보면 어때?”“뭘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요.”“연인이 되기 위해 관심사나 세계관이 같은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여기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해.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야 서로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겠니?”음악회는 박연준의 취향이지만, 전시회는 이유영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정국진의 배려를 깨달은 이유영은 크게 감동받았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킨 후, 먹먹한 심정을 애써 눌렀다.“삼촌.”“왜? 눈물 날 것 같아?”“아니요. 눈물은 무슨.”“아니면, 말고.”정국진도 젊었을 적 한 인기를 했었던 남자였다. 여자가 감동받으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러니 이유영이 아무리 표정을 숨겼다고 해도 정국진이 알아채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는 삼촌으로서 언제나 이유영의 행복을 바랐다.그날 밤, 이유영이 오래간만에 깊은 잠에 빠져든 것과는 달리, 강이한은 불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큰 돌덩어리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 답답했다. 강이한은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새벽을 맞이했다. 이때 진영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이한아.”“무슨 일이에요?”이유영의 신분을 알게 된 후로, 강이한은 아직 마음 정리를 못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진영숙을 대하는 태도도 좋지 않았다. 강이한의 불만스러운 태도를 눈치챈 진영숙은 가슴이 갑갑해져 왔다. 매번 이유영과 연관만 되면 보여온 모습이긴 했으나, 그녀의 정체를 알아버린 이상 지적하기조차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진영숙은 모든 계획을 다시 짜고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Last Updated : 2024-02-2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47화

    진영숙이 옆에서 강서희를 더 변호하려 하자 강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거부 의사를 읽은 진영숙은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지음을 위한 집, 따로 마련해 뒀어. 도우미들도 고용해 놨으니까, 퇴원하는 대로 그쪽에 머물게 될 거야.”진영숙의 의도는 분명했다. 아무리 한지석한테 목숨의 빚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라는 뜻이었다. 이득이 되지 않은 관계에 이 이상의 소모는 사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건 어머니께서 알아서 해주세요.”오랜만에 두 모자의 의사가 통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한지음만 퇴원하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강이한은 여전히 이유영에게 마음이 있었으나, 그녀가 떠난 후 유독 한지음을 신경 썼다. 그 때문에 진영숙은 혹시라도 강이한이 이번에 반대하고 나설까봐 걱정했었다. 그러나 의도대로 되니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준비를 마친 의사와 간호사가 강이한 등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한지음 씨가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엔 절대 붕대를 풀지 않겠다고, 꼭 처음 보는 사람이 강 대표님이셨으면 한다고 하네요.”이 말을 들은 강이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서희는 달랐다. 그녀의 표정이 짜증으로 물들었다.“그럼 가시죠.”강이한이 무심히 말했다.“네, 이쪽으로.”주치의는 그런 그의 태도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안내했다. 어둠에 있다가 갑자기 빛에 노출되면 눈에 안 좋았기 때문에 실내는 살짝 어둡게 조정되어 있었다. 진료가 시작되었고, 주치의는 조심스레 붕대를 풀어냈다.“좋아요, 천천히 눈을 떠보세요.”강이한이 병실에 도착했음에도 한지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의사의 말을 들은 한지음은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이 긴장으로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이한 오빠.”“응.”“앞으로 와주면 안 돼요?”한지음이 긴장감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병실에 들어오던 발걸음이 여럿이었던 것을 떠올린 그녀는 이 자리에 강서희도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눈이

    Last Updated : 2024-02-2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48화

    강이한은 계속 손을 흔들며 한지음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의 실루엣조차 보지 못했다. 한지음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순식간에 병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유 선생!”강이한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안 그래도 얼어붙어 있던 병실 분위기가 더 싸늘해졌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주치의가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다가왔다.“한지음 씨, 지금 뭐가 보이시나요?”“저, 저 어떡해요….”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수술을 받았는데 어째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이 안 가는 것일까? 한지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한 오빠! 이한 오빠!”한지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런데 이때 강이한이 그녀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나 여기 있어.”따뜻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한지음은 지금 그것만으로 조금 안정이 되었다.“오빠, 나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요!”한지음이 절박함과 고통으로 얼룩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안 보일까?“유 선생.”강이한의 시선이 의사에게로 향했다. 그의 살벌한 눈빛을 본 의사는 겁먹다 못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그게….”의사는 두려움에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하세요!”강이한이 물었다. 분명 수술은 성공적이었다고 전달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아악!”한지음이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다. 몇 번이고 눈을 감고 떴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문제없을 거라고 했는데! 어째서!“배 선생님이 수술하지 않았나요? 왜 유 선생님이?”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지금 현실이 그녀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붕대는 풀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암흑 속에서 살고 있었다.한편, 모든 관심이 한지음에게 쏠려 있

    Last Updated : 2024-02-2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49화

    “저 이제 다시는 앞을 볼 수 없게 된 건가요?”한지음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진영숙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갔다. 강이한은 재촉하듯 강력한 눈빛으로 주치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 주치의는 큰 돌덩어리를 어깨에 올린 듯, 강한 부담감을 느꼈다. 주치의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병실 분위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지음아.”주치의의 답을 들은 진영숙은 한지음을 위로하려 입을 달싹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부정하고 싶은 현실이겠지만, 한지음은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말씀 좀 해주세요! 저 이제 정말 가망이 없나요?”의사가 말이 아닌 고갯짓으로 답한 탓에 답을 듣지 못한 한지음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시 물었다.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인생이 되어버리다니, 그럴 수는 없어!“예…”기어들어 갈 듯한 목소리로 주치의가 답했다.절망이 고통스럽게 한지음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이나 했겠는가? 모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다시는 볼 수 없다니!”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고장이 나버린 눈은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병실엔 침울한 기운이 가득 돌았다. “얘야, 괜찮을 거야. 괜찮아질 거야.”진영숙이 달래듯 한지음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미래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한지음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이, 이유영은 더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오전 내내 회의에 치여 결국 정국진이 떠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물론 이유영도 정국진이 이런 것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국진은 이유영이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쓰는 것보단 커리어에 집중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우우웅,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 화면에 박연준의 이름이 떴다. 이유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만날 때는 별생각이 없었으나, 전에 정국진이 한 말 때문에 이유영은

    Last Updated : 2024-02-2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0화

    이유영은 지금 청하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 커리어우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정국진의 영향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그녀에 대해 쉬쉬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 그녀가 박연준과 함께 식사를 해도 허튼 소문이 퍼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차 안, 박연준은 정면을 보며 운전을 하고 있었고 이유영은 어색하니 손을 꼼지락대고 있었다.“회장님은 가셨어요?”이때 박연준이 물었다.“네, 가셨어요. 원래 이렇게 오래 있을 일정이 아니었는데, 괜히 저 때문에 더 머무신 거죠.”그녀는 얼마전까지 매섭게 자신을 공격해오던 강씨 집안을 떠올렸다. 비록 그 일은 잘 마무리됐지만, 정국진은 혹시라도 그가 없는 사이에 또 진영숙이 이유영을 괴롭힐까봐 걱정했었다. 진영숙의 성격대로라면 이대로 이유영이 청하시에서 멀쩡히 잘 사는 걸 두고 볼 리 없을 테니까.“하긴 걱정하실 만하죠.”“제가 왜요?”“딱 봐도 뭔가 연약해 보이잖아요.”“….”이유영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이미지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건 역시나 그녀의 신장일 것이다. 작은 키는 사람을 하여금 약자로 보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강씨 집안에 있을 때, 사람들이 그녀를 만만하게 봤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작은 체구였다. 입을 꾹 닫아버린 이유영의 모습을 본 박연준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이 작은 체구로 어떻게 강씨 집안이랑 맞선 걸까? 무섭지도 않나?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고 보니 서재욱이 보이지 않았다.“서 대표님 오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이유영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기로 했는데, 약속이 잡혔다고 갑자기 못 온다고 연락왔네요.”박연준이 한쪽으로 핸드폰을 살펴보더니 말했다.“그렇군요.”이유영은 이때부터 갑작스레 어색해졌다. 전에 둘이 만났을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강이한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유영은 다른 생각 따위 할 여유가 없어 자

    Last Updated : 2024-02-2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1화

    이때 박연준이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이유영 씨, 지금 연애할 여유 없으시죠? 얼마 전에 강씨 집안이랑 그런 일도 있었고.”“….”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아무리 잘라내고 싶어도, 강이한과 그녀는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낸 사이였다. 하루아침에 정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맞아요. 전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이유영은 섣불리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큰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 그 두려움으로부터 완벽한 자유를 얻지 못했다.이유영의 얼굴을 본 박연준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그녀가 느끼고 있을 감정이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침묵하던 이유영이 말을 꺼냈다.“대표님도 뜨거운 사랑 해본 적 있어요?”“네?”“아, 아니에요!”이유영은 감성에 젖어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민망했다. 그녀는 서둘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와인 잔을 들었다.보통 사람처럼, 이유영은 회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회귀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국진, 박연준, 서재욱 등, 전엔 마주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나타난 후로 그녀의 삶은 걷잡을 수 없게 변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삶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이유영 씨.”과거를 떠올리며 시시각각 변하는 이유영의 상태를 눈치챈 박연준이 걱정스레 이름을 불렀다. 이유영은 애써 괜찮은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박연준은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어요?”박연준이 조심스레 물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맞닿았다. 그는 위로하듯 달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녀가 겪은 일은 그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그녀는 얼른 표정을 갈무리하며 말했다.“아무 일 없었어요. 다 잊어버렸는걸요.”“잊어

    Last Updated : 2024-02-25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2화

    “그러게요, 삼촌을 찾아서 참 다행이었겠네요.”만약 그때 정국진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는 강이한과 이혼은커녕 어떤 보복을 당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저도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이 말은 진심이었다. 무서울 것이 없는 이유영이었지만, 정국진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없었을 테니까.잠시 후,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이유영의 회사로 향했다. “6시에 다시 데리러 올게요.”박연준이 차에서 내리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네.”박연준의 차가 떠나자, 이유영은 회사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강이한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의 눈빛에서 싸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언제부터 있었지?’그는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누구라도 단번에 시선을 빼앗길 만큼 매력적이었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많은 여성이 그를 힐끔거렸다.“여긴 어쩐 일이야?”이유영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박연준과는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어?”정국진과 그녀의 사이를 오해했던 사건 뒤로 강이한은 섣불리 추측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유영이 외간 남자와 만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유영이 박연준의 차에서 내리는 걸 본 순간, 그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강이한과 달리 이유영은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무심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봤다.“어제 삼촌이랑 얘기 좀 나눴거든.”“무슨 얘기?”이유영이 정국진을 언급하며 대답을 미루자 강이한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박 대표님 가정사는 좀 복잡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남자니까 잘해보라고 하시더라고. 박 대표님이라면 절대로 날 실망하게 할 일이 없을 거라면서.”“그게 무슨 뜻이야?”강이한이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그의 태도에 이유영이 비웃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녀의 웃음을 본 강이한은 기분이 몹시 상했다. “모른 척하기는. 너처럼 밖에서 딴 여자랑 놀아날 일은 없을 거란 뜻이잖아!”그 말을 들은 강이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Last Updated : 2024-02-25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3화

    이유영은 더 이상 강이한을 상대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너 때문에 지음은 완전히 빛을 잃어버렸어.”이유영이 강이한을 지나치려던 순간 그가 말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이유영은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지금 한지음이 맹인이 됐다는 거야?”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부딪혔다. 이유영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 미소를 본 강이한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남이 평생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지?“너…!”강이한은 분노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수술하면 되지 않아?”“이유영!”“왜? 설마 내 각막을 원해?”이유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지음이 진짜로 맹인이 되었다니, 인과응보 아닌가? 묘한 희열이 속에서부터 서서히 피어올랐다. 반면, 점점 환해지는 이유영의 얼굴을 본 강이한은 분노에 휩싸였다.“네가 감히 비웃어?”강이한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나 이유영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왜? 비웃으면 안 돼? 인과응보지! 참, 꼴 좋다.”지난 생에 눈이 멀었던 사람은 이유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멀게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음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해치는 일 따위 서슴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저번 생엔 이유영은 죽을 때까지 어둠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만 했었다.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이 치고 올라왔다. 이유영은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웃음이 지속될수록 강이한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다. 하지만 이유영은 오히려 그것이 촉진제가 되었는지, 더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어젖혔다. “이유영!”그녀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이한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 있는가?강이한은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목적도 잊은 채, 분노했다.“걱정 마, 좋은 약 많이 보내줄게. 그쪽이 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이유영은 한지음이

    Last Updated : 2024-02-25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5화

    우지는 빠르게 물을 닦아냈다.손바닥에 남은 차가운 물기는 이유영에게 시력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다.언젠가 이유영의 두 눈은 완전히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그 공포는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서서히 퍼져 나왔다.아침에 물 한 잔을 쏟은 이후, 이유영은 하루 종일 우지와 우현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이유영은 이제 옷장 속에서 강렬하고 선명한 색깔의 옷들만 겨우 식별할 수 있었다.나머지 색깔들은 이미 모두 희미한 회색빛으로 뒤덮여 있었다.아침 식탁.우지는 조심스럽게 죽을 이유영 앞에 놓으며 말했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아직 조금 뜨거울 수 있습니다.”그뿐만 아니라, 이유영이 숟가락을 집으려고 할 때, 우지는 바로 숟가락을 건네주었다.“고마워요.”이유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거센 혼란이 몰아치고 있었다.가슴은 답답하고 꽉 막힌 것 같았다.그때, 임소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유영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엄마.”“왜 아침 같이 먹으러 오지 않았어?”“좀 늦게 일어났어요. 엄마 먼저 드세요.”“그럼 오전에는 꼭 돌아와서 월이랑 같이 놀아 줘. 네가 이곳에 안 온다고 하면 월이가 속상해할 거야.”“네, 알겠어요.”월이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유영은 가슴이 더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월이의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다.전화를 끊고 난 후.이유영의 세계는 다시금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이유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여진우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마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만약 임소미와 정국진에게 이유영만 존재했다면... 그들은 얼마나 더 힘들어하셨을까?다행스러움과 무거움이 동시에 몰려왔다.아침 식사 후.이유영은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백산 별장으로 돌아갔다.임소미는 이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4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그날, 한지음이 떠난 후, 이유영은 손으로 배를 감싸안고 한동안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이유영의 머릿속에는 강이한을 떠난 뒤, 아이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당시의 이유영에게는 눈을 뜨면 온통 어둠뿐인 날들이 이어졌고 어떤 처참한 미래가 닥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만 같았다.강이한을 떠나겠다는 결심은 확고했다. 하지만 배 속의 아이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용기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았다.이유영은 두려웠고 미칠 것 같았다.자기 삶이 아무리 비참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유영이 강이한의 결정을 기다리기도 전에, 이유영 스스로 선택을 내리기도 전에 모든 것이 한 차례 대화재로 끝이 났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한지음을 용서하라고 했다.한지음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이유영을 위해 희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결코 알지 못했다.그것이 오직 자신의 문제였다면, 어쩌면 모든 것을 잊고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가 아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용서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이유영이 아이를 위해 온갖 고통을 겪었던 그 마지막 시간 속에서 이미 결정되었다.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어떤 희생을 했든 한지음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네, 좋아요! 사모님께 가서 바로 말씀드릴게요. 사모님께서 아가씨가 수술을 빨리 받겠다고 결정하신 걸 들으시면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우지가 기쁜 얼굴로 방을 나가는 모습을 본 이유영은 그저 고개를 천천히 저을 뿐이었다.그날 밤.이유영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은 이유영에게조차 쉽지 않았다.오랜 세월 지켜온 신념들이 의사의 진단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어두운 방 안.어스름한 방안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이유영을 응시하고 있었다.차가운 손가락 끝이 이유영의 목 아래 울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3화

    의사가 이유영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했다.그 결과, 백산 별장과 반산월은 조명에 한층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임소미와 정국진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조명을 다시 교체했다.밤이 되면 이유영이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고 낮에도 햇빛이 강하면 외출을 엄격히 제한했다.임소미가 이유영의 눈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으니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눈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모든 것이 신중히 조율되었다.백산 별장에 밤이 찾아왔다.사람들은 모두 조명이 너무 어둡다고 느꼈고 시야가 흐릿한 이유영조차도 조명이 이전보다 더 어두워졌음을 느꼈다.“엄마, 이 정도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저는 이미 제대로 볼 수 없는걸요.”이유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유영이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지금의 이 조명은 이유영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하지만 임소미는 딸의 말을 단호히 받아쳤다.“나도 알아. 이 조명이 사람들한테 너무 어둡게 느껴질 거라는 거. 그래도 강한 빛이 네 눈에 더 큰 손상을 줄 수도 있잖아.”임소미는 단호히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조명은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눈에 자극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됐어. 엄마 말대로 해. 네 수술이 성공하기 전까진 이 조명 상태 그대로 유지할 거야.”임소미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이유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알겠어요.”이유영은 엄마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임소미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이유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그날 밤.이유영이 반산월로 돌아왔다.우지와 우현이 이유영에게 말했다.“조명을 모두 교체했습니다. 이제 아가씨의 눈에는 크게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안경은 꼭 착용하셔야 합니다.”“안경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알겠어요.”예전엔 눈이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안경을 굳이 쓰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어졌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2화

    임소미의 가슴은 비수로 찔린 듯 아팠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끝에 다시 찾은 딸이니,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은... 조금 전, 의사가 임소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도 몰랐다.“이유영 씨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의사의 한마디는 그녀가 실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다.“정말 강이한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어!”임소미는 울먹이며 감정을 터뜨렸다.강이한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이 눈이 이렇게 된 이유는 모두 강이한이 한지음 때문에 이유영을 감옥에 넣었기 때문이다.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유영도 그 끔찍한 화재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임소미는 지금껏 이유영의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딸의 흐릿해진 눈은 매 순간 그녀에게 그날의 고통을 떠올리게 했다.이유영은 어떤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던 걸까?“그만하세요, 엄마.”강이한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유영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강이한에 대한 이유영의 감정은 이제 미움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는 몰랐다.이유영 역시 한 아이의 엄마였다. 자식이 상처받을 때 부모가 느끼는 그 분노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바로 그때도 이런 감정이었다.강이한이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유영은 그의 목을 비틀고 싶은 심정이었다.더군다나 임소미는...어릴 적부터 이유영과 함께하지 못했기에 딸이 이런 상처를 입은 걸 본 순간 느꼈을 분노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수술하면 안 되겠니?”임소미의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했다.그래, 수술.이 눈은 어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그 끔찍한 화재로 인해 이유영의 두 눈은 너무나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기본 재활치료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오직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엄마, 수술은 저한테도 위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1화

    박연준은 전기봉 하나로도 이미 머리가 아팠다.그런데 이유영까지 그에게 지나치게 냉혹하게 굴었다.이유영의 눈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강이한에게 비친 이유영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이온유가 집으로 돌아왔다.아이에게 놀고 싶다는 욕구는 본능이었다. 퇴원 후 며칠간 쉬고 나니 매일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아빠.”온유는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이었다.온유가 방으로 들어온 것을 본 강이한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며 물었다.“어디 갔다 왔어?”“놀이공원이요!”놀이공원 이야기가 나오자, 온유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곳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아마도... 어릴 적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야 놀이공원을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이번 달은 놀이공원은 쉬자, 알겠지?”“네.”온유는 작은 고개를 얌전히 끄덕였다. 아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아이였다.놀기 좋아하면서도 말을 잘 들었다.강이한은 온유를 안으며 속상한 듯 말했다.“몸이 이제 막 나았으니,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해.”“정 아저씨가 한적한 곳만 골라 데려갔어요.”온유는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공공장소는 어디든 위험이 도사릴 수 있었다.한 차례 병을 겪고 난 뒤, 강이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온유가 그런 곳에 가는 것이 늘 불안했다.“온유야.”“네, 아빠.”“아빠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알겠지?”“아빠는 온유를 안 데려가요?”아빠가 출장을 간다는 말에 작은 아이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그도 그럴 것이.이온유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그런 아빠가 집을 떠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서운함이 얼굴에 드러난 것이었다.강이한은 말했다.“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네 몸은 이제 막 나아졌잖아, 응?”“네.”작은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0화

    “꿈도 꾸지 마!”강이한은 신지수에게 냉정히 잘라 말했다.신지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말 차갑기 짝이 없네. 그 연회에서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했을 땐, 최소한 미소 하나쯤은 보여줄 수 있었잖아.”첫눈에 반했다고? 신지수가? 신씨 가문의 사람이 무슨 낭만적인 감정 따위를 가질 여유가 있겠는가? 라이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불꽃을 피웠고 강이한은 담배를 천천히 피워 물었다. 신지수는 담배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신지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연서가 당신들 사이의 깊은 골이라는 건 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안 그래?”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연서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사람이었다.그렇기에 연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늘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진실이었다.신지수의 말이 끝나자, 강이한은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신지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두 사람 사이엔 이제 어떤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아 보여.”“신지수!”강이한의 목소리가 더 깊어지고 무거워졌다.강이한의 표정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신지수가 말했다.“네가 이유영의 딸을 이용해 한지음의 딸을 구하려 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신지수가 이 사실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비록 오랜 세월 서주에 있었지만 그래도 강이한은 이유영을 꽤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데 굳이 왜 한지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이한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닥쳐!”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강이한의 몸에서 냉랭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신지수는 비아냥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이한, 사실 이유영도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지, 그렇지?”“언제부터 이유영과 친한 사이였어?”신지수가 이유영의 이름을 너무나 친근하게 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9화

    “그때, 너는 왜 한 번도 멈출 생각 하지 않았는데?”과거에도, 이번 생에서도, 홍문동 사건에서도 강이한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이번 생에서 이유영을 감옥에 보낸 일도 마찬가지였다.심지어 월이를 이온유를 구하는 도구로 이용하려 할 때조차 그는 멈출 줄 몰랐다.그런데 그런 강이한이 무슨 자격으로, 무슨 염치로 이유영에게 멈추라 말할 수 있는가?“만약 그 여자였대도 넌 똑같이 행동했을까?”그 여자는 연서였다.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이한의 숨소리가 순간적으로 거칠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왜 말이 없어?”강이한의 불규칙한 호흡을 들으며 이유영의 목소리는 더욱 차갑게 내려앉았다.전화기 너머, 강이한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갔다.만약 이유영이 연서였다면, 한지음과 이온유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안 그랬을 거야, 맞지?”강이한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유영은 차가운 조소를 담아 말을 이었다.강이한의 마음은 폭풍 속 배처럼 거칠게 흔들렸다.두 사람은 전화기 너머로 대치하며 날 선 긴장감을 이어갔다.이유영이 말했다.“강이한, 너 정말 잔인하다.”“유영아...”막상 강이한이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진짜 잔인한 건가?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강이한은 잔인함 이상의 존재였다.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다시는 전화하지 마. 네가 어떤 말을 해도 이제는 들을 마음이 없으니까.”이 말을 끝으로 이유영은 전화를 끊었다.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유영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졌고 차가운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다.방금 전 통화에서 이유영이 던진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연서였다면, 그 일들이 벌어졌을까?’이유영은 강이한의 주저함과 침묵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연서라는 여자가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강이한.강이한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엉켜 흔들리고 있었다.이유영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8화

    온화하고 애정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온몸에 모래투성이네. 어디서 놀다 온 거야?”“모래 놀이터요! 엄마도 갈래요?”아이는 보물을 자랑하듯 반짝이는 눈으로 이유영에게 말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작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임소미는 이 아이를 정말 애지중지했다.아이가 파리로 돌아온 이후, 백산 별장의 뒷마당은 서서히 아이만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바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이미 뒷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애정을 쏟는 곳은 모래 놀이터였다.“엄마는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시간 나면 꼭 같이 놀아 줄게, 알겠지?”이유영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영의 품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작은 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달려갔다.멀어지는 아이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가슴속엔 따스한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었다.과거에,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강이한에 대한 증오마저도 억누를 수 있었다.그 시절, 둘은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각자의 분노를 표현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이한이 월이에게까지 손을 뻗어 그녀를 이온유 구출에 이용하려 했을 때, 이유영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고 이유영의 인내심은 그 끝에 다다랐다.더는 견딜 수 없었다.휴대전화가 진동하자 이유영은 화면을 천천히 확인했다.강이한이었다.이유영은 서늘한 미소를 띠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신씨 가문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유영은 장혜주에게 전기봉의 행방을 추적하게 했다.이유영은 그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냉정한 한마디를 내뱉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자초한 일?맞다.이유영에게 있어 강이한이 지금 겪는 모든 일은 자업자득이었다.“그만해. 서주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곳이 아니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7화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소은지는 주위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소은지의 말투엔 불만이 희미하게 묻어나왔다.소은지는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기 일에만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다.심지어 이유영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그런 소은지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쥐며 조용히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은 만나지 마요. 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해요.”현우의 말투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엔터스 가문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엔데스 명우의 주변에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특히 그것이 소은지와 연관된 문제라면, 그 관심은 배가 되었다.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소은지 역시 알고 있었다. 설유나가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그렇기에 현우의 경고가 더 깊게 와닿았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명우가 강압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현우의 말에 담긴 경고를 느낀 소은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현우는 바빴다.엔데스 명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우도 반산월을 떠나야 했다. 현우는 소은지 곁에 한 사람을 남겨두고 갔다.“추민기!”현우는 늘 곁을 지키던 추민기를 소은지의 보호자로 남겨두었다.그것은 명우로부터 소은지를 보호하려는 현우의 세심한 배려였다.떠나기 전, 현우는 추민기에게 분명히 당부했다. 소은지가 어디를 가든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따라가라고....벽산 별장.이유영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장혜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제서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