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53화

작가: 진헤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5 19:00:00
이유영은 더 이상 강이한을 상대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너 때문에 지음은 완전히 빛을 잃어버렸어.”

이유영이 강이한을 지나치려던 순간 그가 말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이유영은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지금 한지음이 맹인이 됐다는 거야?”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부딪혔다. 이유영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 미소를 본 강이한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남이 평생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지?

“너…!”

강이한은 분노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수술하면 되지 않아?”

“이유영!”

“왜? 설마 내 각막을 원해?”

이유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지음이 진짜로 맹인이 되었다니, 인과응보 아닌가? 묘한 희열이 속에서부터 서서히 피어올랐다.

반면, 점점 환해지는 이유영의 얼굴을 본 강이한은 분노에 휩싸였다.

“네가 감히 비웃어?”

강이한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나 이유영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왜? 비웃으면 안 돼? 인과응보지! 참, 꼴 좋다.”

지난 생에 눈이 멀었던 사람은 이유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멀게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음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해치는 일 따위 서슴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저번 생엔 이유영은 죽을 때까지 어둠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만 했었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이 치고 올라왔다. 이유영은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웃음이 지속될수록 강이한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다. 하지만 이유영은 오히려 그것이 촉진제가 되었는지, 더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어젖혔다.

“이유영!”

그녀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이한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 있는가?

강이한은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목적도 잊은 채, 분노했다.

“걱정 마, 좋은 약 많이 보내줄게. 그쪽이 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이유영은 한지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4화

    “방금 강이한이 자기 입으로 그랬어. 한지음, 수술 실패한 것 같아!”이유영은 아주 통쾌했다.“실패했다고?”“응!”“벌받았네!”소은지는 이미 이유영한테서 그동안 한지음이 저질러온 악행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한지음은 이유영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스스로 눈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아주 악독한 여자였다. 그랬는데 진짜로 눈이 멀어버렸다니, 인과응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그지! 죗값을 받은 거지!”이유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강이한을 너무 믿었던 거지.”“맞아. 웃겨 정말!”한때 이유영이 그랬던 것처럼, 한지음은 강이한을 진심으로 믿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딱 그 꼴이었다.“믿으려면 의사를 믿어야지. 바보같이 강이한을 믿어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이유영이 말했다.“그래, 이제 만족해?”소은지가 물었다.“응, 아주 좋아! 정말 오랜만에 홀가분하다!"이유영은 한지음을 동정하기는커녕 아주 기뻐했다. 한지음이 처음부터 좋게 나왔다면 둘은 좋은 사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엄연히 둘은 아빠가 같은 자매라고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망친 건 결국 한지음이었다. 이제 그녀는 이유영이 느꼈을 지옥을 똑같이 경험해야 할 것이다!“그러니까,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더니 죗값을 치르는 날이 오는구나!”소은지가 말했다. 그녀는 과거에 이유영이 한지음 때문에 당했던 수모를 떠올렸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알겠어,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니까 남은 얘기는 내일 하자!”한지음이 그렇게 됐다는 것은 매우 통쾌한 일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업무가 더 중요했다.“잠깐!”이유영이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갑자기 소은지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무슨 일인데?”“그래도 너무 방심하진 마.”“왜?”“저번에도 너한테 온갖 누명을 씌웠는데, 이번에 수술 실패까지 했으니 또 어떤 계략을 꾸밀지 누가 알아? 일이 이렇게 순순히 풀릴 것 같지 않아.”소은지는 한지음

    최신 업데이트 : 2024-02-25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5화

    조민정은 이유영도 인정하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보다 더 대단한 능력자라고 평가받는 지현우라니,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거라 이유영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얼른 들어오라고 하세요.”이유영이 말했다.“네!”잠시 밖으로 나갔던 직원이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이유영은 단번에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눈치챘다. 지현우는 정국진이 데리고 있던 가장 능력이 출충한 비서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거대한 지사를 맡게 된 이유영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인재이기도 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비서실장으로 발령받은 지현우라고 합니다. 여긴 제 서류예요.”지현우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이력서와 발령 서류를 꺼내 이유영에게 조심히 건네주었다. 남들 보기엔 당연한 절차일지 몰라도, 이유영은 그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련함을 느꼈다. 긴 시간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히 적응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특유의 분위기였다. “네, 어서 오세요.”이유영이 서류를 받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간단히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솔직히 큰 회사를 경영해 본 이력이 없는 이유영으로서, 자신보다 더 노련한 경험자를 부하직원으로 둔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내면 안 되었기에, 그녀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서류를 모두 살펴본 이유영은 지현우와 함께 회사 운영과 청하시 내부 현황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참, 슬슬 얘기가 마무리될 때쯤이었다.“아, 맞다!”“왜 그러세요, 대표님? 뭔가 더 지시하실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한 가지 더 있어요.”“말씀해 주세요.”이유영의 머릿속에 소은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한편 병원에서, 강서희와 한지음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상황이 종료되고 진영숙은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 강이한은 다른 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 때문에 병실엔 강서희와 한지음, 단 둘만이 남아있었다.“그러게 왜 쓸데없이 싸움을 걸었어.”강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6화

    “정국진 회장 누구인지 너도 알지?”강서희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동안 강이한 옆에서 지내게 되면서 한지음도 나름 상류사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국진은 그녀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는 파리의 최고의 부자라 알려진 대기업 회장이었다.“하! 설마 네가 뭐 정국진 회장의 잃어버린 딸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한지음이 조롱하듯 말했다. 그녀는 강서희가 강씨 집안의 입양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은연중 항상 강서희를 무시해 왔었다.“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난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해.”“….”“네가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이유영이야! 그 여자가 무려 정국진 회장의 조카였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파리 최고의 부자가 이유영의 삼촌이라고!”강서희의 말이 이어질수록 한지음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하지만 강서희는 오히려 그 모습에 희열을 느낀 듯 더 흥분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 이유영은 네가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단 말이야!”“….”“정국진 회장이 든든히 뒤에서 버티고 있는데 네까짓 게 뭔 짓을 한다 해도 쓸모 없을 거야!”“….”“그렇게 불쌍한 척 굴어봤자 소용없어. 세상 모두가 널 동정한다 해도 이유영에겐 정국진 회장이 있으니까!”강서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한지음의 심장을 꿰뚫었다. 파리 최고의 부자, 정국진이 이유영의 삼촌이었다니! 한지음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그녀가 어떤 계략을 짜더라도 쉽사리 이유영을 무너뜨릴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강서희가 계속 떠들어대자, 정신이 산만해진 한지음이 입을 열었다.“그만!”“이제 이유영은….”갑작스레 울려 퍼진 한지음의 고함에 강서희는 깜짝 놀라 하던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무력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한지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유영도 꼴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네가 그동안 한 짓거리들 보면 인과응보가 진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7화

    노부인은 매우 체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지음한테 감사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동안 하도 언론에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많이 퍼지다 보니 이제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래, 하지만 네 말대로 강씨 가문은 우리 오빤한테 목숨을 빚졌어! 그건 사실이잖아?”“이익!”결국 말문이 막혀 버린 강서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강서희는 머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결국 병실엔 한지음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이유영!”한지음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이유영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아름다웠던 모습은 잃어버린 채, 추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유영에게 가장 비참한 최후를 안겨주려다가 도리어 자신의 눈이 멀어버렸다. 이제 한지음은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유영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이 사실을 자각하자 너무 분했다!“내가 널 과소평가했네!”자신은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유영은 밖에서 훨훨 날아다닐 걸 생각하니, 한지음은 원통하다 못해 피눈물이 날 것 같았다.한지음은 당장이라도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스스로 일상생활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가 되어버렸다.한편, 이유영은 한참 회의 중이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하지만 옆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지현우의 시선에 차마 전화를 받지 못했다.그러나 전화는 끊길 기색이 없이 계속해서 울렸고 보다 못한 지현우가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역시 유능한 인재답게, 아주 눈치가 빨랐다. 그제야 이유영은 마음 편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전화 너머 들려온 목소리는 한지음이었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유영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또 무슨 일인데?”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 “나 좀 만나러 와.”한지음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차분한 태도라니, 이유영은 평소답지 않

    최신 업데이트 : 2024-02-2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8화

    “너한테 정국진이라는 삼촌이 있을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어. 하지만 그래봤자 너도 결국 그의 보호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그래서 뭐? 너는 뭐가 있는데?”이유영이 비죽대며 물었다. 한지음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려고 이런 말들을 내뱉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나한텐 이한 오빠가 있지!”한지음이 증오를 듬뿍 담아 말했다. 이건 그녀에게 현재 남은 마지막이자 유일한 패였다. 한지음은 눈까지 잃고 나니, 생각보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이유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난 또 뭐 대단할 걸 가졌다고.”차갑고도 스산한 목소리가 이유영의 입에서 나왔다. 저번생이었으면 모를까, 이번 생엔 강이한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사사건건 강이한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조리며 슬퍼하던 그녀는 없었다. “너나 네 엄마나, 정말 똑같네. 남의 것을 탐하는 그런 더러운 족속!”“이유영,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은 이성을 놓아버렸다. 엄마는 그녀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길길이 날뛰는 한지음의 목소리에 이유영은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야.”이유영이 계속해서 한지음을 자극했다.“그 입 다물어!”“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너의 엄마가 남의 남자를 탐낸 건 맞잖아! 불륜녀 엄마에 불륜녀 딸이네!”“입다물라고!”“분륜도 유전인가 봐.”이유영은 전에 진영숙한테 모욕당할 때를 떠올리며 그대로 흉내 냈다. 평소였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독한 말들이 이유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그녀는 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었다.가해자는 한지음의 엄마인데, 뻔뻔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며 이유영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들었던 건 한지음이었다. 그러니 봐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 내가 맹세하는데, 넌 반드시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절대로!”한지음은 자신을 조롱하는 이유영을 절대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6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59화

    과거, 이유영도 어쩌면 다른 결말을 맺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강이한에게 집착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굳이 회귀하지 않았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이유영은 이제부터라도 강이한에게 미련을 두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한편, 병원에서.한지음은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이유영, 이 망할 년! 감히 우리 엄마를 모욕해! 네까짓 게 뭔데, 감히!”쾅, 쨍그랑, 병실에 온갖 것이 날아다니며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때 소란을 들은 간호사가 다급히 병실로 들어왔다. 간호사가 처참한 병실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유영 씨, 왜 이러세요?”“나가!”“….”“당장 나가라고!”평소에 온화하기만 했던 한지음이 갑작스레 돌변하자 간호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얼른 강이한에게 이 사태를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이유영 앞에서만 들어내던 본선이 사람들 앞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아악! 악!”분노에 가득한 한지음의 비명이 병실에서 울려 퍼졌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참으면 다시 광명을 찾게 될 것이라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유영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만든 다음,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잠시가 평생이 될 거라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지음은 정국진의 비호 아래 여왕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사는 이유영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반대로 병실에 붕대를 감은 채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다. 그녀는 도무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때, 강이한이 병실에 도착했다.“지음아, 왜 그래?”“저 이제 정말 가망 없나요?”한지음이 강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는 분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어둠뿐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강력한 무력감이 그녀의 몸을 잠식했다. 누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0화

    “오빠는 이래도 제가 이유영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한지음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강이한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이유영을 고소할 거예요!”한지음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까지 모욕당한 상황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겠다고 한지음은 생각했다. 이제는 강이한 앞에서 대놓고 이유영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강이한은 애처로운 그녀의 모습에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전 사과 따위 필요 없어요. 오빠한텐 미안하지만, 더는 배려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한지음이 부드럽지만, 단호히 말했다. 지금까지 이유영의 악행에도 그냥 넘어갔던 건 당신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까지 건드린 마당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한지음은 은연중 이런 뉘앙스로 강이한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리고 한지음은 아직 이유영이 어떤 패를 손에 쥐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니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보단 강이한을 통해 넘어뜨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강이한이라면 분명 이유영을 곤란에 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지음은 확신했다.강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킨 후,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전 이미 당해줄 만큼 당해줬어요. 그런데 여기서 제 엄마까지 욕 먹어야 할 일이에요?”한지음은 돌려 말했지만, 강이한은 분명히 그 뜻을 알아들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리고 잠시 후, 강이한이 떠나자 한지음은 혼자가 되었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이유영,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유영도 똑같이, 아니 몇 배로 더 겪길 바랐다.한편, 이유영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그리 좋지 않았다.“너무 걱정하실 거 없어요. 내일이면 디자인 초안도 나올 거예요.”“네, 알고 있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는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61화

    그날 오후, 이유영은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지냈다.두 건의 회의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회의실을 나오자마자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비서실 직원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대표님, 강 대표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지금은 손님 접대실에 계세요.”강이한이 왔다는 소리에 유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언젠가는 찾아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온 건 뜻밖이었다.하지만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박연준과 약속한 시간과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가죠.”그녀는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매캐한 담배냄새에 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남자도 그녀를 보고 인상을 썼다.“정말 바쁜 사람이네. 한번 만나기 쉽지 않아!”그가 여기 온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다.중도에 회의실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비서실 직원이 막아나섰다. 이곳의 직원들은 공과 사가 확실한 분위기였고 규정을 어기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바쁜 줄 알았으니 할 말이나 하고 돌아가.”말을 마친 그녀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기고만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초조하게 기다린 자신이 초라해 보였는지 강이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이유영!”“별로 중요한 일은 아닌가 보지?”이유영은 그가 이를 갈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과거 그녀가 일하는 그의 회사로 찾아올 때마다 바쁘다고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팽개치던 그였다.그런데 지금 강이한 본인은 정작 자신이 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거기 서!”접대실을 나서자마자 남자가 뒤에서 그녀를 불러세웠다.걸음을 멈춘 이유영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뚜벅뚜벅 다가오는 그에게서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볼일이 남았어?”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사실 그가 왜 여기 왔는지는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 한지음은 병실에서 어떻게 하면 그녀를 곤란하게 할지만 연구하는 듯했다.하지만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5화

    우지는 빠르게 물을 닦아냈다.손바닥에 남은 차가운 물기는 이유영에게 시력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다.언젠가 이유영의 두 눈은 완전히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그 공포는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서서히 퍼져 나왔다.아침에 물 한 잔을 쏟은 이후, 이유영은 하루 종일 우지와 우현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이유영은 이제 옷장 속에서 강렬하고 선명한 색깔의 옷들만 겨우 식별할 수 있었다.나머지 색깔들은 이미 모두 희미한 회색빛으로 뒤덮여 있었다.아침 식탁.우지는 조심스럽게 죽을 이유영 앞에 놓으며 말했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아직 조금 뜨거울 수 있습니다.”그뿐만 아니라, 이유영이 숟가락을 집으려고 할 때, 우지는 바로 숟가락을 건네주었다.“고마워요.”이유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거센 혼란이 몰아치고 있었다.가슴은 답답하고 꽉 막힌 것 같았다.그때, 임소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유영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엄마.”“왜 아침 같이 먹으러 오지 않았어?”“좀 늦게 일어났어요. 엄마 먼저 드세요.”“그럼 오전에는 꼭 돌아와서 월이랑 같이 놀아 줘. 네가 이곳에 안 온다고 하면 월이가 속상해할 거야.”“네, 알겠어요.”월이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유영은 가슴이 더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월이의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다.전화를 끊고 난 후.이유영의 세계는 다시금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이유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여진우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마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만약 임소미와 정국진에게 이유영만 존재했다면... 그들은 얼마나 더 힘들어하셨을까?다행스러움과 무거움이 동시에 몰려왔다.아침 식사 후.이유영은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백산 별장으로 돌아갔다.임소미는 이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4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그날, 한지음이 떠난 후, 이유영은 손으로 배를 감싸안고 한동안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이유영의 머릿속에는 강이한을 떠난 뒤, 아이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당시의 이유영에게는 눈을 뜨면 온통 어둠뿐인 날들이 이어졌고 어떤 처참한 미래가 닥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만 같았다.강이한을 떠나겠다는 결심은 확고했다. 하지만 배 속의 아이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용기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았다.이유영은 두려웠고 미칠 것 같았다.자기 삶이 아무리 비참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유영이 강이한의 결정을 기다리기도 전에, 이유영 스스로 선택을 내리기도 전에 모든 것이 한 차례 대화재로 끝이 났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한지음을 용서하라고 했다.한지음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이유영을 위해 희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결코 알지 못했다.그것이 오직 자신의 문제였다면, 어쩌면 모든 것을 잊고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가 아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용서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이유영이 아이를 위해 온갖 고통을 겪었던 그 마지막 시간 속에서 이미 결정되었다.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어떤 희생을 했든 한지음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네, 좋아요! 사모님께 가서 바로 말씀드릴게요. 사모님께서 아가씨가 수술을 빨리 받겠다고 결정하신 걸 들으시면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우지가 기쁜 얼굴로 방을 나가는 모습을 본 이유영은 그저 고개를 천천히 저을 뿐이었다.그날 밤.이유영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은 이유영에게조차 쉽지 않았다.오랜 세월 지켜온 신념들이 의사의 진단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어두운 방 안.어스름한 방안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이유영을 응시하고 있었다.차가운 손가락 끝이 이유영의 목 아래 울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3화

    의사가 이유영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했다.그 결과, 백산 별장과 반산월은 조명에 한층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임소미와 정국진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조명을 다시 교체했다.밤이 되면 이유영이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고 낮에도 햇빛이 강하면 외출을 엄격히 제한했다.임소미가 이유영의 눈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으니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눈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모든 것이 신중히 조율되었다.백산 별장에 밤이 찾아왔다.사람들은 모두 조명이 너무 어둡다고 느꼈고 시야가 흐릿한 이유영조차도 조명이 이전보다 더 어두워졌음을 느꼈다.“엄마, 이 정도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저는 이미 제대로 볼 수 없는걸요.”이유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유영이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지금의 이 조명은 이유영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하지만 임소미는 딸의 말을 단호히 받아쳤다.“나도 알아. 이 조명이 사람들한테 너무 어둡게 느껴질 거라는 거. 그래도 강한 빛이 네 눈에 더 큰 손상을 줄 수도 있잖아.”임소미는 단호히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조명은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눈에 자극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됐어. 엄마 말대로 해. 네 수술이 성공하기 전까진 이 조명 상태 그대로 유지할 거야.”임소미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이유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알겠어요.”이유영은 엄마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임소미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이유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그날 밤.이유영이 반산월로 돌아왔다.우지와 우현이 이유영에게 말했다.“조명을 모두 교체했습니다. 이제 아가씨의 눈에는 크게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안경은 꼭 착용하셔야 합니다.”“안경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알겠어요.”예전엔 눈이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안경을 굳이 쓰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어졌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2화

    임소미의 가슴은 비수로 찔린 듯 아팠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끝에 다시 찾은 딸이니,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은... 조금 전, 의사가 임소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도 몰랐다.“이유영 씨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의사의 한마디는 그녀가 실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다.“정말 강이한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어!”임소미는 울먹이며 감정을 터뜨렸다.강이한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이 눈이 이렇게 된 이유는 모두 강이한이 한지음 때문에 이유영을 감옥에 넣었기 때문이다.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유영도 그 끔찍한 화재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임소미는 지금껏 이유영의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딸의 흐릿해진 눈은 매 순간 그녀에게 그날의 고통을 떠올리게 했다.이유영은 어떤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던 걸까?“그만하세요, 엄마.”강이한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유영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강이한에 대한 이유영의 감정은 이제 미움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는 몰랐다.이유영 역시 한 아이의 엄마였다. 자식이 상처받을 때 부모가 느끼는 그 분노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바로 그때도 이런 감정이었다.강이한이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유영은 그의 목을 비틀고 싶은 심정이었다.더군다나 임소미는...어릴 적부터 이유영과 함께하지 못했기에 딸이 이런 상처를 입은 걸 본 순간 느꼈을 분노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수술하면 안 되겠니?”임소미의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했다.그래, 수술.이 눈은 어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그 끔찍한 화재로 인해 이유영의 두 눈은 너무나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기본 재활치료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오직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엄마, 수술은 저한테도 위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1화

    박연준은 전기봉 하나로도 이미 머리가 아팠다.그런데 이유영까지 그에게 지나치게 냉혹하게 굴었다.이유영의 눈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강이한에게 비친 이유영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이온유가 집으로 돌아왔다.아이에게 놀고 싶다는 욕구는 본능이었다. 퇴원 후 며칠간 쉬고 나니 매일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아빠.”온유는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이었다.온유가 방으로 들어온 것을 본 강이한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며 물었다.“어디 갔다 왔어?”“놀이공원이요!”놀이공원 이야기가 나오자, 온유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곳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아마도... 어릴 적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야 놀이공원을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이번 달은 놀이공원은 쉬자, 알겠지?”“네.”온유는 작은 고개를 얌전히 끄덕였다. 아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아이였다.놀기 좋아하면서도 말을 잘 들었다.강이한은 온유를 안으며 속상한 듯 말했다.“몸이 이제 막 나았으니,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해.”“정 아저씨가 한적한 곳만 골라 데려갔어요.”온유는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공공장소는 어디든 위험이 도사릴 수 있었다.한 차례 병을 겪고 난 뒤, 강이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온유가 그런 곳에 가는 것이 늘 불안했다.“온유야.”“네, 아빠.”“아빠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알겠지?”“아빠는 온유를 안 데려가요?”아빠가 출장을 간다는 말에 작은 아이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그도 그럴 것이.이온유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그런 아빠가 집을 떠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서운함이 얼굴에 드러난 것이었다.강이한은 말했다.“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네 몸은 이제 막 나아졌잖아, 응?”“네.”작은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60화

    “꿈도 꾸지 마!”강이한은 신지수에게 냉정히 잘라 말했다.신지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말 차갑기 짝이 없네. 그 연회에서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했을 땐, 최소한 미소 하나쯤은 보여줄 수 있었잖아.”첫눈에 반했다고? 신지수가? 신씨 가문의 사람이 무슨 낭만적인 감정 따위를 가질 여유가 있겠는가? 라이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불꽃을 피웠고 강이한은 담배를 천천히 피워 물었다. 신지수는 담배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신지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연서가 당신들 사이의 깊은 골이라는 건 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안 그래?”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연서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사람이었다.그렇기에 연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늘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진실이었다.신지수의 말이 끝나자, 강이한은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신지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두 사람 사이엔 이제 어떤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아 보여.”“신지수!”강이한의 목소리가 더 깊어지고 무거워졌다.강이한의 표정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신지수가 말했다.“네가 이유영의 딸을 이용해 한지음의 딸을 구하려 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신지수가 이 사실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비록 오랜 세월 서주에 있었지만 그래도 강이한은 이유영을 꽤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데 굳이 왜 한지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이한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닥쳐!”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강이한의 몸에서 냉랭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신지수는 비아냥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이한, 사실 이유영도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지, 그렇지?”“언제부터 이유영과 친한 사이였어?”신지수가 이유영의 이름을 너무나 친근하게 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9화

    “그때, 너는 왜 한 번도 멈출 생각 하지 않았는데?”과거에도, 이번 생에서도, 홍문동 사건에서도 강이한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이번 생에서 이유영을 감옥에 보낸 일도 마찬가지였다.심지어 월이를 이온유를 구하는 도구로 이용하려 할 때조차 그는 멈출 줄 몰랐다.그런데 그런 강이한이 무슨 자격으로, 무슨 염치로 이유영에게 멈추라 말할 수 있는가?“만약 그 여자였대도 넌 똑같이 행동했을까?”그 여자는 연서였다.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이한의 숨소리가 순간적으로 거칠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왜 말이 없어?”강이한의 불규칙한 호흡을 들으며 이유영의 목소리는 더욱 차갑게 내려앉았다.전화기 너머, 강이한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갔다.만약 이유영이 연서였다면, 한지음과 이온유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안 그랬을 거야, 맞지?”강이한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유영은 차가운 조소를 담아 말을 이었다.강이한의 마음은 폭풍 속 배처럼 거칠게 흔들렸다.두 사람은 전화기 너머로 대치하며 날 선 긴장감을 이어갔다.이유영이 말했다.“강이한, 너 정말 잔인하다.”“유영아...”막상 강이한이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진짜 잔인한 건가?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강이한은 잔인함 이상의 존재였다.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다시는 전화하지 마. 네가 어떤 말을 해도 이제는 들을 마음이 없으니까.”이 말을 끝으로 이유영은 전화를 끊었다.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유영의 온몸은 긴장으로 굳어졌고 차가운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다.방금 전 통화에서 이유영이 던진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연서였다면, 그 일들이 벌어졌을까?’이유영은 강이한의 주저함과 침묵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연서라는 여자가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강이한.강이한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엉켜 흔들리고 있었다.이유영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8화

    온화하고 애정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온몸에 모래투성이네. 어디서 놀다 온 거야?”“모래 놀이터요! 엄마도 갈래요?”아이는 보물을 자랑하듯 반짝이는 눈으로 이유영에게 말했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작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임소미는 이 아이를 정말 애지중지했다.아이가 파리로 돌아온 이후, 백산 별장의 뒷마당은 서서히 아이만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바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이미 뒷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애정을 쏟는 곳은 모래 놀이터였다.“엄마는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시간 나면 꼭 같이 놀아 줄게, 알겠지?”이유영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영의 품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작은 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달려갔다.멀어지는 아이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가슴속엔 따스한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었다.과거에,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강이한에 대한 증오마저도 억누를 수 있었다.그 시절, 둘은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각자의 분노를 표현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이한이 월이에게까지 손을 뻗어 그녀를 이온유 구출에 이용하려 했을 때, 이유영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고 이유영의 인내심은 그 끝에 다다랐다.더는 견딜 수 없었다.휴대전화가 진동하자 이유영은 화면을 천천히 확인했다.강이한이었다.이유영은 서늘한 미소를 띠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신씨 가문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유영은 장혜주에게 전기봉의 행방을 추적하게 했다.이유영은 그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냉정한 한마디를 내뱉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자초한 일?맞다.이유영에게 있어 강이한이 지금 겪는 모든 일은 자업자득이었다.“그만해. 서주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곳이 아니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7화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소은지는 주위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소은지의 말투엔 불만이 희미하게 묻어나왔다.소은지는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기 일에만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다.심지어 이유영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그런 소은지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쥐며 조용히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은 만나지 마요. 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해요.”현우의 말투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엔터스 가문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엔데스 명우의 주변에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특히 그것이 소은지와 연관된 문제라면, 그 관심은 배가 되었다.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소은지 역시 알고 있었다. 설유나가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그렇기에 현우의 경고가 더 깊게 와닿았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명우가 강압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현우의 말에 담긴 경고를 느낀 소은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현우는 바빴다.엔데스 명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우도 반산월을 떠나야 했다. 현우는 소은지 곁에 한 사람을 남겨두고 갔다.“추민기!”현우는 늘 곁을 지키던 추민기를 소은지의 보호자로 남겨두었다.그것은 명우로부터 소은지를 보호하려는 현우의 세심한 배려였다.떠나기 전, 현우는 추민기에게 분명히 당부했다. 소은지가 어디를 가든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따라가라고....벽산 별장.이유영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장혜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제서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