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정은 이유영도 인정하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보다 더 대단한 능력자라고 평가받는 지현우라니,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거라 이유영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얼른 들어오라고 하세요.”이유영이 말했다.“네!”잠시 밖으로 나갔던 직원이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이유영은 단번에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눈치챘다. 지현우는 정국진이 데리고 있던 가장 능력이 출충한 비서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거대한 지사를 맡게 된 이유영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인재이기도 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비서실장으로 발령받은 지현우라고 합니다. 여긴 제 서류예요.”지현우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이력서와 발령 서류를 꺼내 이유영에게 조심히 건네주었다. 남들 보기엔 당연한 절차일지 몰라도, 이유영은 그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련함을 느꼈다. 긴 시간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히 적응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특유의 분위기였다. “네, 어서 오세요.”이유영이 서류를 받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간단히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솔직히 큰 회사를 경영해 본 이력이 없는 이유영으로서, 자신보다 더 노련한 경험자를 부하직원으로 둔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내면 안 되었기에, 그녀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서류를 모두 살펴본 이유영은 지현우와 함께 회사 운영과 청하시 내부 현황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참, 슬슬 얘기가 마무리될 때쯤이었다.“아, 맞다!”“왜 그러세요, 대표님? 뭔가 더 지시하실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한 가지 더 있어요.”“말씀해 주세요.”이유영의 머릿속에 소은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한편 병원에서, 강서희와 한지음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상황이 종료되고 진영숙은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 강이한은 다른 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 때문에 병실엔 강서희와 한지음, 단 둘만이 남아있었다.“그러게 왜 쓸데없이 싸움을 걸었어.”강서
“정국진 회장 누구인지 너도 알지?”강서희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동안 강이한 옆에서 지내게 되면서 한지음도 나름 상류사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국진은 그녀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는 파리의 최고의 부자라 알려진 대기업 회장이었다.“하! 설마 네가 뭐 정국진 회장의 잃어버린 딸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한지음이 조롱하듯 말했다. 그녀는 강서희가 강씨 집안의 입양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은연중 항상 강서희를 무시해 왔었다.“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난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해.”“….”“네가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이유영이야! 그 여자가 무려 정국진 회장의 조카였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파리 최고의 부자가 이유영의 삼촌이라고!”강서희의 말이 이어질수록 한지음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하지만 강서희는 오히려 그 모습에 희열을 느낀 듯 더 흥분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 이유영은 네가 어떻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단 말이야!”“….”“정국진 회장이 든든히 뒤에서 버티고 있는데 네까짓 게 뭔 짓을 한다 해도 쓸모 없을 거야!”“….”“그렇게 불쌍한 척 굴어봤자 소용없어. 세상 모두가 널 동정한다 해도 이유영에겐 정국진 회장이 있으니까!”강서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한지음의 심장을 꿰뚫었다. 파리 최고의 부자, 정국진이 이유영의 삼촌이었다니! 한지음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그녀가 어떤 계략을 짜더라도 쉽사리 이유영을 무너뜨릴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강서희가 계속 떠들어대자, 정신이 산만해진 한지음이 입을 열었다.“그만!”“이제 이유영은….”갑작스레 울려 퍼진 한지음의 고함에 강서희는 깜짝 놀라 하던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 무력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한지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유영도 꼴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네가 그동안 한 짓거리들 보면 인과응보가 진짜
노부인은 매우 체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지음한테 감사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동안 하도 언론에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많이 퍼지다 보니 이제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래, 하지만 네 말대로 강씨 가문은 우리 오빤한테 목숨을 빚졌어! 그건 사실이잖아?”“이익!”결국 말문이 막혀 버린 강서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강서희는 머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결국 병실엔 한지음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이유영!”한지음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이유영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아름다웠던 모습은 잃어버린 채, 추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유영에게 가장 비참한 최후를 안겨주려다가 도리어 자신의 눈이 멀어버렸다. 이제 한지음은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유영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이 사실을 자각하자 너무 분했다!“내가 널 과소평가했네!”자신은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유영은 밖에서 훨훨 날아다닐 걸 생각하니, 한지음은 원통하다 못해 피눈물이 날 것 같았다.한지음은 당장이라도 이유영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스스로 일상생활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가 되어버렸다.한편, 이유영은 한참 회의 중이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하지만 옆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지현우의 시선에 차마 전화를 받지 못했다.그러나 전화는 끊길 기색이 없이 계속해서 울렸고 보다 못한 지현우가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역시 유능한 인재답게, 아주 눈치가 빨랐다. 그제야 이유영은 마음 편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전화 너머 들려온 목소리는 한지음이었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유영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또 무슨 일인데?”이유영이 차갑게 말했다. “나 좀 만나러 와.”한지음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차분한 태도라니, 이유영은 평소답지 않
“너한테 정국진이라는 삼촌이 있을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어. 하지만 그래봤자 너도 결국 그의 보호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그래서 뭐? 너는 뭐가 있는데?”이유영이 비죽대며 물었다. 한지음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려고 이런 말들을 내뱉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나한텐 이한 오빠가 있지!”한지음이 증오를 듬뿍 담아 말했다. 이건 그녀에게 현재 남은 마지막이자 유일한 패였다. 한지음은 눈까지 잃고 나니, 생각보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이유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난 또 뭐 대단할 걸 가졌다고.”차갑고도 스산한 목소리가 이유영의 입에서 나왔다. 저번생이었으면 모를까, 이번 생엔 강이한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사사건건 강이한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조리며 슬퍼하던 그녀는 없었다. “너나 네 엄마나, 정말 똑같네. 남의 것을 탐하는 그런 더러운 족속!”“이유영,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은 이성을 놓아버렸다. 엄마는 그녀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길길이 날뛰는 한지음의 목소리에 이유영은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야.”이유영이 계속해서 한지음을 자극했다.“그 입 다물어!”“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너의 엄마가 남의 남자를 탐낸 건 맞잖아! 불륜녀 엄마에 불륜녀 딸이네!”“입다물라고!”“분륜도 유전인가 봐.”이유영은 전에 진영숙한테 모욕당할 때를 떠올리며 그대로 흉내 냈다. 평소였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독한 말들이 이유영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그녀는 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었다.가해자는 한지음의 엄마인데, 뻔뻔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며 이유영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들었던 건 한지음이었다. 그러니 봐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 내가 맹세하는데, 넌 반드시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절대로!”한지음은 자신을 조롱하는 이유영을 절대로
과거, 이유영도 어쩌면 다른 결말을 맺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강이한에게 집착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굳이 회귀하지 않았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이유영은 이제부터라도 강이한에게 미련을 두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한편, 병원에서.한지음은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이유영, 이 망할 년! 감히 우리 엄마를 모욕해! 네까짓 게 뭔데, 감히!”쾅, 쨍그랑, 병실에 온갖 것이 날아다니며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때 소란을 들은 간호사가 다급히 병실로 들어왔다. 간호사가 처참한 병실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유영 씨, 왜 이러세요?”“나가!”“….”“당장 나가라고!”평소에 온화하기만 했던 한지음이 갑작스레 돌변하자 간호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얼른 강이한에게 이 사태를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이유영 앞에서만 들어내던 본선이 사람들 앞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아악! 악!”분노에 가득한 한지음의 비명이 병실에서 울려 퍼졌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참으면 다시 광명을 찾게 될 것이라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유영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만든 다음,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잠시가 평생이 될 거라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지음은 정국진의 비호 아래 여왕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사는 이유영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반대로 병실에 붕대를 감은 채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다. 그녀는 도무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때, 강이한이 병실에 도착했다.“지음아, 왜 그래?”“저 이제 정말 가망 없나요?”한지음이 강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는 분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어둠뿐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강력한 무력감이 그녀의 몸을 잠식했다. 누
“오빠는 이래도 제가 이유영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한지음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강이한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이유영을 고소할 거예요!”한지음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까지 모욕당한 상황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겠다고 한지음은 생각했다. 이제는 강이한 앞에서 대놓고 이유영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강이한은 애처로운 그녀의 모습에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전 사과 따위 필요 없어요. 오빠한텐 미안하지만, 더는 배려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한지음이 부드럽지만, 단호히 말했다. 지금까지 이유영의 악행에도 그냥 넘어갔던 건 당신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까지 건드린 마당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한지음은 은연중 이런 뉘앙스로 강이한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리고 한지음은 아직 이유영이 어떤 패를 손에 쥐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니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보단 강이한을 통해 넘어뜨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강이한이라면 분명 이유영을 곤란에 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지음은 확신했다.강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킨 후,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전 이미 당해줄 만큼 당해줬어요. 그런데 여기서 제 엄마까지 욕 먹어야 할 일이에요?”한지음은 돌려 말했지만, 강이한은 분명히 그 뜻을 알아들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리고 잠시 후, 강이한이 떠나자 한지음은 혼자가 되었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이유영,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유영도 똑같이, 아니 몇 배로 더 겪길 바랐다.한편, 이유영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그리 좋지 않았다.“너무 걱정하실 거 없어요. 내일이면 디자인 초안도 나올 거예요.”“네, 알고 있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는
그날 오후, 이유영은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지냈다.두 건의 회의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회의실을 나오자마자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비서실 직원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대표님, 강 대표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지금은 손님 접대실에 계세요.”강이한이 왔다는 소리에 유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언젠가는 찾아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온 건 뜻밖이었다.하지만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박연준과 약속한 시간과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가죠.”그녀는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매캐한 담배냄새에 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남자도 그녀를 보고 인상을 썼다.“정말 바쁜 사람이네. 한번 만나기 쉽지 않아!”그가 여기 온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다.중도에 회의실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비서실 직원이 막아나섰다. 이곳의 직원들은 공과 사가 확실한 분위기였고 규정을 어기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바쁜 줄 알았으니 할 말이나 하고 돌아가.”말을 마친 그녀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기고만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초조하게 기다린 자신이 초라해 보였는지 강이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이유영!”“별로 중요한 일은 아닌가 보지?”이유영은 그가 이를 갈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과거 그녀가 일하는 그의 회사로 찾아올 때마다 바쁘다고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팽개치던 그였다.그런데 지금 강이한 본인은 정작 자신이 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거기 서!”접대실을 나서자마자 남자가 뒤에서 그녀를 불러세웠다.걸음을 멈춘 이유영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뚜벅뚜벅 다가오는 그에게서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볼일이 남았어?”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사실 그가 왜 여기 왔는지는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 한지음은 병실에서 어떻게 하면 그녀를 곤란하게 할지만 연구하는 듯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조소를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너무 허무해서 웃음만 나왔다.그녀는 미소로 씁쓸한 감정을 감쪽같이 감추고 말했다.“그럼 왜 찾아왔는데? 또 한지음한테 가서 사과하라는 거야? 아니면 한지음 사실은 불쌍한 사람이었다고 공식 해명이라도 해달라는 거야?”“그래, 들어나 보자. 내가 뭘 어떻게 해명해 줄까? 사람들에게 우리 엄마가 한지음 엄마의 남자를 빼앗았다고 할까? 아니면 내가 한지음이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았다고 해줄까?”무표정하던 강이한의 얼굴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호흡마저 거칠어졌다.그녀와 한지음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외부인이 평가할 수는 없었다.원칙을 중요시한다면 사람들은 전부 이유영의 편에 설 것이다.강이한이 입을 꾹 다물고 말이 없자 이유영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아니면 사람들한테 한지음이 사실은 내 이복동생이라고 말해줄까? 우리 아빠가 밖에서 낳은 사생아가 한지음이라고?”“그 사생아가 엄마가 죽고 모든 잘못을 우리 엄마에게 돌리고 엄마한테 복수하려다가 엄마가 죽은 걸 알고 그 원한을 모두 나한테 돌렸다고 말해?”“지음이는 당신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 없었어!”강이한이 싸늘한 목소리로 반박했다.이유영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복수가 아니었다고?그럼 전생에 그녀가 당한 그 모든 일은 뭐라고 설명할까?갑자기 머리가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강이한도 이유영의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먹었다. 이유영과 한지음이 그런 관계였다는 건 그 역시 모르는 사실이었다.“당신은 진작에 알고 있었어?”강이한이 물었다.대체 언제부터 알게 된 거지?어쩌면 한지음을 납치했을 때부터?“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의심 가득한 남자의 표정을 보고 유영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강이한이 물었다.“지음이 엄마가 당신 아버지를 빼앗아갔기 때문에 지음이를 미워한 거잖아?”참고 있던 이유영의 분노가 순간 폭발했다.그는 지금까지도 사실관계를 완전히 흐려놓고 있었다.“그래. 지금은 한지음 처지가 나보다 비참하니까.”이유영은